만사형통 키워드, 종북!? 때時 일事 (Issues)

국정원 ‘반값등록금 운동 차단 공작’ 문건 입수
“등록금 인하 주장…정동영·권영길은 ‘종북좌파’”

국정원이 작성한 반값 등록금 대책 문건을 보면, 원세훈 휘하의 국정원이 어떻게 국내 정치 공작을 합리화했는지 그 간명한 구도가 파악된다.

정보 문외한임에도 이명박이 서울시장 때 부시장을 한 측근이라는 이유만으로 행정안전부 장관을 거쳐 국가정보원장이 된 원세훈은, 국정원을 철저히 정파적으로 이용하려 한 것으로 짐작된다. 여기서 정파적이란 국가 안보가 아니라 이명박 개인과 그의 정부, 여당의 안보를 위해 국정원의 인적, 물적 자원을 총동원했다는 뜻이다. 국정원장 원세훈은 국정원장으로서의 정체성보다는 이명박의 가신으로서의 정체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많은 국민이 반대한 4대강 사업의 홍보에도 적극 손을 댔고, 지방 관리의 비리 같은 것도 챙겼으며, 정부가 추진하는 법이 국회에서 처리되도록 손을 쓰려 했고, 한미 FTA는 물론이고 심지어 한 지방에서 열린 홍보성 행사까지도 직원들을 독려하며 시시콜콜히 신경을 썼다.

내정 개입 에둘러갈 묘책?

그런데 이렇게 정부 정책을 홍보하고 야당이나 시민사회의 비판을 통제하는 것은 바로 국내 정치 개입이 되어 버린다. 이것은 국정원의 전신인 중정이나 안기부가 정권의 시다바리 역할을 하던 과거의 치욕을 반성하고 이를 바로잡으려는 목적에서 금지시킨 일이며, 매우 중대한 실정법 위반이기도 하다.

그래서 쓴 꼼수가 정부를 비판하는 모든 개인과 세력에게 종북이나 좌파 딱지를 붙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 비판 세력에 대한 공작은 국내 정치 개입이 아니라 대공 사업이 되어버린다. 그 참 편해서 좋구나.

그래서 원세훈의 국정원한테는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였던 권영길이나 정동영도, 서울시민의 53.4% 지지를 받은 박원순도, 강원도민의 51.1% 지지를 받은 최문순도, 조합원 수 70만명인 노동조합도, 전교조도, 시민단체도, 종교단체도, 언론도, 온라인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모두 종북이 되어 버렸다. 만일 박근혜가 치열하게 이명박과 대립했다면 박근혜 역시 영락없이 종북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어이없는 일이 아니다. 삼인성호(三人成虎)라 했다. 실제로 그랬듯, 직원이나 그 하수인들을 떼로 풀어 알바나 다름없는 여론 조작질을 죽어라 해대면 박근혜 역시 어느 날 종북 좌파가 되어 있을 것이다.

2012년 9월21일 원세훈의 지시를 기록한 '원장님 지시 강조 말씀'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국정 성과를 알리는 것은 현 정부에 대한 좋은 평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국론 분열을 획책하는 종북 세력들에게 휘둘리지 않기 위한 것임"

국가 안보 기관에서 정권을 챙기자니 본인도 낯이 간지러웠는지, 아니면 자신보다 더 오래 정보 활동을 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국정원 직원들이 가질 의문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서인지, 그는 저렇게 말했다. 그러나 뒤집어 말하자면, 현 정부에 대한 좋은 평가를 만들어 내기 위해, 정부를 비판하는 측을 간명하게 '국론 분열을 획책하는 종북 세력'이라고 몰아버린 것이다.

왜 이렇게 말할 수 있는가. 간단하다. 김씨 왕조 같은 체제도 아닌 대한'민'국에서 국론이 일사분란하게 통일될 수 있는가? 그런 민주 국가가 있는가? 정책과 국정 방향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고 오히려 그래야 바람직한 나라에서, '국론 분열을 획책'한다며 탓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대한민국을 민주 국가로 만드는 당연한 요소에 대해 '종북 세력'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하면 국내 정치 개입은 물론이고 심지어 선거 개입이라는 엄청난 범죄까지 얼마든지 합리화할 수 있다. 적어도 자기들의 머리 속에서 말이다. 

진정한 종북에게 공간 제공한 공범들

원세훈의 더 큰 죄악이 있다. 이런 불법 공작을 국정원 안에서 저희들끼리만 쑥덕거리며 한 게 아니라 전국민을 대상으로 버젓이 드러내놓고 했다는 점이다. 공작의 목적이 이명박 정권의 치적 홍보였으니 이는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국민을 상대로 한 선전전의 형태를 띨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역시 원세훈이 2011년 11월18일 지시한 내용을 보면 이런 부분이 있다.

"선거기간 동안 트위터·인터넷 등에서 허위사실 유포. 확실하게 대응 안 하니 국민들이 그대로 믿는 현상 발생. 악의적 허위사실은 선거에 미치는 영향 막대. 선거가 끝나면 결과 뒤바꿀 수 없기 때문에 우리 원이 역할을 제대로 해줘야 함."

이것은 국정원장이 국정원 직원들에게 선거에 개입할 것을 지시하는 노골적인 명령이다. 말로는 '악의적 허위 사실'이라고 했지만, 앞에서 본 대로 국가 안보보다 이명박 안보를 더 우선시한 이명박안전기획부 원세훈 부장의 자가당착적인 정체성으로 볼 때 그 의미는 '이명박 비판, 정부 비판'이라고 새길 수밖에 없게 된다.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것이 허위 사실인가? 그 엄청난 문제의 양상들이 지금 공식적으로 조금씩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정부 비판 세력을 종북 좌파로 낙인찍으며 '우리 원이 역할을 제대로 해준' 결과, 다시 말해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 안보 기관을 동원해 이를테면 온라인 공간에서 여론 조작질을 조직적으로 해댄 결과, 세상은 종북의 악다구니 속에 처박히게 되었다. 해당 공작을 전담한 심리정보국은 사실상 해체되고 원세훈은 조사를 받고 있지만, 그가 나라 천지에 뿌린 독의 씨앗들은 여기저기서 싹을 틔우고 덩굴이 되어 비틀어오르고 있다. 머리는 텅 비어도 혀는 어떻게 살아 있어 농객(弄客)이라고 해야 더 어울리는 이른바 논객 남녀들이 발호하며 장단을 맞춰 춤을 추는 양상도 무관하지 않고, 일베 현상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종북 좌파의 외연이 어이없이 넓어진 것은 진정한 친북 세력에게 아주 좋은 상황이 된다. 자신들을 다른 세력과 구별시키는 경계선이 흐려지고, 숨 쉬고 활동할 공간이 대폭 늘어났음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종북 범람 현상의 가장 큰 수혜자들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원세훈은 물론이고 여기저기 종북 딱지를 붙이는 등신 같은 인간들은 실제로는 진정한 종북, 친북 세력에게 더할 수 없이 좋은 활동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결과적 종북 세력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쪼개진 나라를 힘겹게 기워모아 얼기설기 통합을 해도 시원찮은 판에, 끽해야 5년짜리 정권 안보를 위해 국민과 국론을 갈기갈기 찢은 원세훈, 대한민국 헌법을 둘둘 말아서 그 기름진 얼굴을 한 대 쳐주고 싶다.

 

덧글

  • 명랑이 2013/05/20 07:31 # 답글

    원세훈이 간첩 같은데요? 행방이 묘연하다면서요. 월북한거ㅜ아닙니까?
  • deulpul 2013/05/20 14:17 #

    그래도 검찰에서 부를까말까 알아맞춰보세요 하고 있다고 하니, 소재 파악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게 벌써 몇 달입니까. 증거를 캐다 주는데도 저러고 있으니...간첩이 아니라 거대한 간첩단인 모양입니다.
  • 명랑이 2013/05/21 00:12 #

    국정원을 장악했으니 이 나라는 이미 적화되었는지도요....
  • young026 2013/05/20 15:19 # 답글

    일사불란(一絲不亂)입니다.
  • 글쎄요 2013/05/20 15:45 # 삭제 답글

    종북인지 친북인지 모르겠지만 북한 옹호 세력은 대충 10년전부터 교과서에 '북한과 우리나라는 하나'같은 소리를 집어넣고 있었던지라 얘들이 활개치는게 딱히 전 국정원장 탓같지는 않은데요. 지금 인터넷 좌파가 반체제주의 사고에 쩔은 것도 대강 사실이긴 하고.
  • ㅁㅁ 2013/05/20 15:56 # 삭제

    "그럼 그냥 다른민족, 딴 나라다"하고 냅둘래요? 북한이 국가로써 인정받는 것도 짜증나는데
  • ㅇㅇ 2013/05/20 15:58 # 삭제

    최소한 저놈들이 우리의 친구는 아니잖아요?
  • 措大 2013/05/20 16:04 #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법리상 이 지역에서는 대한민국의 주권과 부딪치는 어떠한 국가단체도 인정할 수 없는 것" (대법원 판례)

    같은 나라, 하나인 국가가 헌법 및 대법원과 정부의 기본 입장인데요?
  • 엥? 2013/05/20 16:12 # 삭제

    '이 지역에서는 대한민국의 주권과 부딪치는 어떠한 국가단체도 인정할 수 없는 것'

    암만 봐도 북한을 인정하는것 같진 않은데요. 대놓고 '북한같은 건 국가라고 인정 안함'이라고 해놨는데?
  • 1 2013/05/20 16:16 # 삭제

    그럼 헌법에 대한민국을 평화통일을 지향한다고 한부분은 뭔가요?
    인정하지도 않는 실체 없는것과 통일합니까?
  • ㅂㅂ 2013/05/20 16:23 # 삭제

    국제평화 유지에 기여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는 뒷내용은 어디로 사라졌나요?
  • 진주여 2013/05/20 16:47 #

    불법단체고 괴뢰 단체고 두들겨 부수고 피를흘리면서 점령하는게 아니라;
    평화롭게 해결한다는거 아닌가영;

    법학도가 아니라서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만;
  • 1 2013/05/20 17:08 # 삭제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진 못하진만 실체를 부정하진 않습니다
    그리고 국제 평화주의랑 뭔상관임?
    우리가 북한 핵개발하라고 시켰나?
  • ㅋㅋㅋ 2013/05/20 19:55 # 삭제 답글

    http://deulpul.net/3856854

    deulpul 2012/07/09 08:22 #
    아직 잘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만, 공공 영역에서 행한 일의 의혹을 밝히는 것은 북한 같은 전체주의 사회가 아닌 민주 사회에서 반드시 있어야 하는 정당한 과정입니다. 해당 사건의 의혹을 누가 제기했는지 기억하시나요? 게다가 대한항공 사건이 뒤집히지도 않았는데 미국은 왜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했나요? 조지 부시 친북정부와 그 졸개들 탓이었겠구려?


    김현희라는 최대 증거물을 갖고 있는 87년 칼기 테러를 갖고 의혹운운하며 심지어 '대한항공 사건이 뒤집히지도 않았는데 미국은 왜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했나요?' 같은 황당무계한 망언이나 일삼는 인간이야말로 '국민과 국론을 갈기갈기 찢은' 작자일텐데? 남 까대기 전에 제 눈에 박힌 들보나 뽑으시죠?
  • ㅎㄷㄷㄷㄷ 2013/05/20 20:47 # 삭제

    내가 다 부끄럽네
  • young026 2013/05/20 21:32 #

    난독증과 단장취의 중 어느 쪽인지 궁금하군요.-_-;
  • 으이그 2013/05/21 00:52 # 삭제

    "북한 공작원으로서 1987년에 죄 없는 한국 노동자 등 115명을 공중 폭살한 대한항공 폭파 사건의 주범 김현희"

    " 김현희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런 말 할 자격이 없다. 그 자신의 손으로 폭탄을 비행기에 설치하여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날려버린 장본인이다. 제대로 된 나라였으면 목숨이 수십 개라도 남아있지 않아 마땅한 인물이, 정권의 정책적 판단 덕분에 목숨을 건진 뒤 자신이 살상한 사람들은 꿈꾸지도 못할 여생을 누리면서, 이제 대한민국 애국자 행세는 혼자 다 하고 있다. "

    난독인듯.
    김현희 진범 맞다고, 그런 말 할 자격없는 천인공노할 살인마라고 구구절절 까고 있는데 난독 보소.
    김현희같은 살인마가 얼굴 들고 목소리 높이는 꼴 까는게 국론분열이냐? 너 뭐하는 새낀데 테러범 편드냐? 북한에서 왔냐?
  • 그레이오거 2013/05/21 10:44 # 답글

    주옥같은 본문에 주옷같은 댓글들이 거머리처럼 달라붙은 모습이 역시나 볼 만 하네요.

    들풀님의 경이로운 필력에 기립박수를 바칩니다.
  • 니가보기엔그러겠지 2013/05/23 06:37 # 삭제

    니네 편에 명랑이 있더라 ㅋㅋㅋ
  • 지나가던과객 2013/05/21 22:30 # 삭제 답글

    대한민국 국민이 국정원을 먹여 살리는 이유는 간첩 때려잡고 국가방위에 도움이 되라고 하는거지, 대놓고 국내정치에 개입하라는 게 아닌데.
  • 여신같은 순록 2013/05/22 08:50 # 답글

    “원세훈, ‘대선개입금지’ 지시도 했었다”

    문화일보 | 2013.05.08 오후 2:0311

    악의적 허위사실은 선거에 미치는 영향 막대. 선거가 끝나면 결과 뒤바꿀 수 없기 때문에 우리 원이
    역할을 제대로 해줘야 함”이라고 돼 있다. 그러나 검찰이 확보한 원본에는 “선거가 끝나면 결과 뒤바꿀 수 없기 때문에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허위사실 대처를 통해 여야 모두 도와줘야 하고 우리 원이 역할을 제대로 해줘야 한다”고 돼 있다. 즉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여야 모두 도와줘야’는 등과 같이 정치적 중립을 강조한 대목이 진 의원 공개 문건에는 빠져 있다는 것이다.

    본문과 리플란을 봐도 알 수 있듯이, 대한민국의 사회구성원 중 일부는 합리적 사고와 이성적 판단이라는 행위 혹은 정신활동이 선천적으로 혹은 정신적으로 불가능하고, 이들의 우매함이 국가안보에 위해가 될 수준에 이른다고 판단되는바, 국정원 혹은 타 국가 기관이 이들의 계몽과 교육을 위해 힘쓰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사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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