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당한 싸이? 중매媒 몸體 (Media)

싸이, 이탈리아 공연 중 야유, 인종차별 논란 제기
싸이 공연에 이탈리아 축구팬들 “우~”…‘인종차별’ 논란

첫 기사에는 다음과 같은 부분이 있다.

AP통신은 두 축구팀의 관중들이 이전에도 인종차별적인 언행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어 이날 싸이에 대한 야유도 같은 인종차별적인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보도했다.

이것은 사실과 다르다. AP는 그렇게 보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AP의 기사는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양팀의 팬들이 이번 시즌에 인종차별적인 구호를 외친 데 대해 비난을 받고 있긴 하지만, (싸이에 대한) 이러한 야유가 인종차별주의적인 성격을 가졌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It was unclear if the boos were of a racist nature, although fans for both clubs have come under attack this season for racist chanting.)

'인종차별적인 성격을 가졌는지 확실하지 않다'와 '인종차별적인 의미가 있는 것 같다'는 전혀 다른 표현이다. 이런 차이가 중요한 것은, 전자는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유보하는 표현이며, 후자는 근거도 없이 그럴 것이라고 추정하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널리즘은 당연히 전자의 방식을 택하여야 한다. AP는 그랬고 한국 신문은 그러지 않았다.

두 번째 기사의 도입문은 이렇게 되어 있다.

가수 싸이(36·본명 박재상)가 이탈리아 축구 경기장에서 축하공연을 하다 관중에게 야유를 받았다. 외신은 인종차별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가 인용한 외신은 역시 AP 하나다. 위에서 본 것처럼, AP는 "인종차별 우려가 있다"라고 말한 적이 없다. '인종차별에서 나왔는지는 불확실하다'라고 썼을 뿐이다. (이 기사는 조금 아래 본문에서는 "AP통신은 '이번 일이 인종차별주의자들의 행동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두 구단 팬들은 이번 시즌 내내 인종차별적 행동으로 질타를 받아왔다'고 보도했다"라고 제대로 썼다.)

잠깐 찾아보니 다른 매체 기사들도 대개 비슷하다. AP가 조심스레 쓴 기사가 회수를 건너와서 그럴 것 같다고 몰아가는 논조들로 바뀌었다. 덕분에 이제 한국에서 싸이는 이탈리아 축구팬들에게 인종차별적인 모욕을 당한 희생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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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축구팬(특히 저 양팀의 팬)이 과거에 경기장에서 인종차별적인 구호를 외쳐 문제가 된 적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사실 때문에 싸이도 똑같은 동기에서 비슷한 대접을 받았으리라고 볼 근거는 전혀 없다. 팬들은 싸이에 대해 인종차별적인 언어를 쓰지도 않았고 단지 '우우~' 하는 야유를 보냈기 때문이다. (들어보면 중간에 자기들 응원가 같은 것을 부르는 듯한 소리도 난다.) 중간에 폭죽이 터지긴 했지만, '인종차별적인 폭죽' 같은 게 있을 리도 없다.

나는 순수 백인인 미국 인기 가수 저스틴 비버가 저 자리에서 자기 인기곡을 불렀더라도 똑같은 반응이 나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혹은 이탈리아 자기 나라의 인기 가수가 무대에 올라가 유행 지난 노래를 립싱크로 불렀더라도 비슷한 반응이 벌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대체 이런 것들은 시즌을 마무리하는 결승전 축구 경기를 보러 와서 킥오프가 시작되기를 고대하고 있는 열혈 팬들에게는 무의미하고 심지어 짜증나기까지 하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위 동영상을 통해 싸이의 공연 장면을 보면, 이 자리의 분위기와 맞지 않고 완전히 따로 논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이것은 싸이의 잘못이 아니라 주최측의 잘못일 것이다.

싸이에 대한 야유를 인종차별적인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자기 편이 아니면, 더 나아가 축구가 아니면 언제든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 축구장의 열혈 팬들이 갖는 군중 심리로 보는 게 더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싶다. 한국인들은 한국이 배출한 월드 스타 싸이가 등장하면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열광해줘야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세상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덧글

  • 아인하르트 2013/05/28 17:32 # 답글

    ... 저건 인종차별이니 뭐니보다
    "난 분명 축구를 보려 왔는데 왠 듣도보도 못한 놈이 나와 춤추고 노래하다니 뭐 하는 짓이냐?"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말이죠.
  • deulpul 2013/05/30 19:43 #

    저도 그렇게 봐야 옳지 않을까 싶습니다. 축구팬들에게 듣보잡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유명 가수임을 알더라도 일단 분위기가 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더구나 강제로 쉬어서 시간을 때워야 하는 하프 타임도 아니고...
  • 머스타드 2013/05/28 17:40 # 답글

    솔직히 스포츠팬들의 심리를 생각해보면 '빨리 축구나 할 것이지 이게 뭔 쇼냐!!!' 쪽이 훨씬 이해하기도 쉬운데 말이죠;;;
  • deulpul 2013/05/30 19:45 #

    맞습니다. 제가 저 자리에 있었더라도 충분히 이해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 윈토니 2013/05/29 12:29 # 삭제 답글

    외신 맘대로 해석해서 쓰기는 우리 나라 언론의 종특이죠. 근데, 쌩뚱맞은 질문이지만 왜 우리나라 언론에서는 예명을 쓰는 가수를 설명할 때 꼭 본명을 같이 넣을까요? 본인이 원해서 그럴리는 없고...데뷔 이후로 수년 동안 줄곧 예명을 써 왔고, 대중도 굳이 본명을 알아야 할 이유는 없을거 같은데... 참 이상해서요..
  • deulpul 2013/05/30 19:47 #

    말씀 듣고 보니 그렇네요. 이름이란 본인이 원하는 대로 불러주는 것이 최선일 테니까, 굳이 일일이 본명을 밝혀 넣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기계적인 팩트 의식에서 나온 관행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사실 관계는 좀더 중요한 데서 따졌으면 합니다.
  • jane 2013/06/06 17:04 # 삭제 답글

    얼마전에 American idol 을 친구들이랑 집에서 시청하다가..

    중간에 갑자기 싸이가 나와 공연하길래.. 모두 같이 woo~ 했답니다.

    final 이라 누가 next American idol 이 되는지에 모두 민감하게 시청중이였는데..

    좀 맥빠졌답니다.. 아마 비슷한 느낌일거라고 봐요..
  • deulpul 2013/06/06 17:38 #

    아니 그런 인종차별을 하시다뇨... 는 물론 농담이고 옙,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이탈리아 축구팬과 싸이가 겹치는 부분은 어메리칸 아이돌과 싸이가 겹치는 부분보다 훨씬 적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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