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해 보자. 어떤 느낌이 드시는가요?
로렌스 서머스는 미국 경제학자다. 2001년부터 06년까지 하버드 대학 총장을 지냈고,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는 재무장관도 역임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백악관 국가경제회의 의장을 지냈다. 학계와 관계 모두에서 거물인 인물임을 알 수 있다. 2008년 미국과 세계를 경제 위기로 몰고 간 금융 정책의 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그는 하버드 총장이던 2005년에 세찬 비난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어느 모임에서 한 발언 때문이었다. 2005년 1월, 서머스는 미국 경제연구위원회의 한 모임에 참석하여 연설하면서, 우수한 대학과 연구기관의 과학과 공학 분야 학자 중에 왜 여성의 수가 적은지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몇 가지 가설을 제시했는데, 그 중 하나는 여성이 고급 기술과 관련한 본질적 소양(intrinsic aptitude)이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발언은 즉각 엄청난 비판을 불러 일으켰다. 그의 발언은 여성이 애초에 과학이나 공학을 수행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형태로 타고났다는 말이나 다름없었으며, 한 성별 집단이 원천적으로 일정한 능력을 결여하고 있다는 주장이었기 때문이다.
성차별적인 발언으로 하버드 안팎에서 엄청난 비판을 받은 서머스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연이어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그러나 결국 다음해에 총장직을 물러나는 데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으며, 오바마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으로 기용되리라는 전망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조윤선 장관 "다음 생애엔 곤충도 좋으니 수컷으로"
기사에 따르면 조윤선은 서울대에서 한 강연에서 '남자는 아이 보는 유전자가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것은 몇 가지 의미에서 매우 충격적인 발언이다.
첫째, 한 성별 집단이 특정한 능력을 원천적으로 결여하고 있다는 생물학적 결정론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남녀만 바뀌었을 뿐, 서머스의 여성 차별 발언을 그대로 복사한 것이나 다름없다.
평범한 일반인도 아닌 한 나라의 장관이, 더구나 성차별 해소를 주요 임무로 하고 있는 여성부 장관이 이런 성차별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은 매우 놀랍다. 저 혼자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젊은이들이 모인 자리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공공연하게 늘어놓기까지 했다. 우리나라에서 성차별에 대한 감수성이 얼마나 형편없는지를 여성부 장관 자신이 생생하게 보여준다.
조윤선의 말을 뒤집어서, '여성은 운전하는 유전자가 없는 것 같다' 혹은 '여성은 과학하는 유전자가 없는 것 같다'라고 해 보라. 얼마나 지독한 성차별주의적 발언이 되는가. 어떤 장관이 그렇게 말했다고 해 보라. 얼마나 따가운 비판을 받았겠는가.
성차별은 여성에게 해서는 안 되고 남성에게는 해도 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제3의 성이든, 어느 성을 대상으로 하든 똑같이 나쁘고 똑같이 피해야 하는 종류의 일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는 여성이 차별받아 왔으므로 이제 남성을 차별하자는 사회가 아니라, 차별을 없애고 남녀 구분없이 공정하고 동등한 사회를 만들자는 것임을 잊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모양이다.
둘째, 아이를 보는 남자들도 많다. 가슴에서 젖이 나오지 않으므로 모유를 물릴 수는 없지만, 여전히 아이 기르기를 전담, 혹은 분담하는 많은 남성이 있다.
조윤선은 대체 어느 시대에 사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사실은 보도를 통해 숱하게 나오고 있다. 2011년 통계를 보면 서울의 기혼 남성 중에서 집에서 육아와 가사를 전담하는 남편이 5년 동안 2.3배나 늘어난 것으로 나왔다. 미국에서는 아빠 다섯 명 중 한 명이 집안일을 전담한다. 남성이 육아와 집안일을 하다 주부습진이나 주부우울증까지 걸리는 세상이다. 아직까지 집안일보다 밖일에 더 매달리는 남성이 훨씬 많겠지만, '유전자가 없다'라고 강변할 수준은 아니다.
남성이 아이 보는 '유전자'가 없다면, 이렇게 육아와 가사에 종사하는 남성들은 모두 돌연변이들인가?
셋째, 남성이 아이 보는 유전자가 없다면, 조윤선은 여성부 장관을 하고 있을 이유가 없다. 여성과 남성의 능력과 적성을 나누는 유전자가 따로 있지 않으므로 가정과 사회에서 차별을 없애도록 노력하는 게 여성가족부의 존재 이유다. 남성이나 여성이 애초에 유전적으로 할 일과 안 할 일이 정해져 있다면, 이런 부서가 존재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결국 성 역할을 고정된 것으로 인식하는 이러한 주장은 스스로의 존재 이유마저 무너뜨린다.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셈이다.
서머스 총장의 발언이 문제가 되었을 때, 다른 명문대인 프린스턴, MIT, 스탠퍼드의 총장들이 목소리를 합쳐 서머스를 비판한 적이 있다. 세 사람은 공동 명의로 <보스턴 글로브>에 실은 칼럼에서 "(서머스의 발언이) '타고난 차이'라는 낡은 신화를 부활시키고 부정적인 고정관념과 편견을 강화시킨다"라고 썼다. 또 "사회는 여성이 수학, 과학, 공학을 잘 할 수 있을까를 묻지 말고 어떻게 하면 이 분야의 능력 있는 여성들이 해당 분야에서 계속 일할 수 있을까를 물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런 비판과 조언은 남성들이 아이 보는 유전자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진 조윤선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타고난 차이라는 낡은 신화를 부활시키고 부정적인 고정관념과 편견을 드러내놓고 퍼뜨리는 일이라는 점에서 성별을 뒤집은 복사판이기 때문이다. 세 총장들의 조언을 빌리자면, 남성이 유전자도 없는데 육아와 가사를 잘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것은 성차별을 극복하는 것을 주임무로 하고 있는 부서의 책임자가 할 말이 아니다. 이렇게 편견으로 단정하고 규정하는 대신, 어떻게 하면 남성들이 좀더 많이 육아와 가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까를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조윤선의 발언과 관련하여 가장 충격적일 일은, 서머스의 경우와는 다르게, 또 여성에 대한 편견 발언과는 다르게 남성에 대한 편견 발언은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 되어 넘어갈 것이라는 점이지만 말이다.
로렌스 서머스는 미국 경제학자다. 2001년부터 06년까지 하버드 대학 총장을 지냈고,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는 재무장관도 역임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백악관 국가경제회의 의장을 지냈다. 학계와 관계 모두에서 거물인 인물임을 알 수 있다. 2008년 미국과 세계를 경제 위기로 몰고 간 금융 정책의 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그는 하버드 총장이던 2005년에 세찬 비난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어느 모임에서 한 발언 때문이었다. 2005년 1월, 서머스는 미국 경제연구위원회의 한 모임에 참석하여 연설하면서, 우수한 대학과 연구기관의 과학과 공학 분야 학자 중에 왜 여성의 수가 적은지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몇 가지 가설을 제시했는데, 그 중 하나는 여성이 고급 기술과 관련한 본질적 소양(intrinsic aptitude)이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발언은 즉각 엄청난 비판을 불러 일으켰다. 그의 발언은 여성이 애초에 과학이나 공학을 수행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형태로 타고났다는 말이나 다름없었으며, 한 성별 집단이 원천적으로 일정한 능력을 결여하고 있다는 주장이었기 때문이다.
성차별적인 발언으로 하버드 안팎에서 엄청난 비판을 받은 서머스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연이어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그러나 결국 다음해에 총장직을 물러나는 데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으며, 오바마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으로 기용되리라는 전망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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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선 장관 "다음 생애엔 곤충도 좋으니 수컷으로"
기사에 따르면 조윤선은 서울대에서 한 강연에서 '남자는 아이 보는 유전자가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날 '여성 멘토'로 서울대생 170여명 앞에 선 조 장관은 '일과 가정을 어떻게 병행했느냐'는 한 학생의 질문에 "곤충이었더라도 수컷으로 태어나는 게 좋았을 것"이라면서 "남자는 아이를 보는 유전자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것은 몇 가지 의미에서 매우 충격적인 발언이다.
첫째, 한 성별 집단이 특정한 능력을 원천적으로 결여하고 있다는 생물학적 결정론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남녀만 바뀌었을 뿐, 서머스의 여성 차별 발언을 그대로 복사한 것이나 다름없다.
평범한 일반인도 아닌 한 나라의 장관이, 더구나 성차별 해소를 주요 임무로 하고 있는 여성부 장관이 이런 성차별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은 매우 놀랍다. 저 혼자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젊은이들이 모인 자리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공공연하게 늘어놓기까지 했다. 우리나라에서 성차별에 대한 감수성이 얼마나 형편없는지를 여성부 장관 자신이 생생하게 보여준다.
조윤선의 말을 뒤집어서, '여성은 운전하는 유전자가 없는 것 같다' 혹은 '여성은 과학하는 유전자가 없는 것 같다'라고 해 보라. 얼마나 지독한 성차별주의적 발언이 되는가. 어떤 장관이 그렇게 말했다고 해 보라. 얼마나 따가운 비판을 받았겠는가.
성차별은 여성에게 해서는 안 되고 남성에게는 해도 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제3의 성이든, 어느 성을 대상으로 하든 똑같이 나쁘고 똑같이 피해야 하는 종류의 일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는 여성이 차별받아 왔으므로 이제 남성을 차별하자는 사회가 아니라, 차별을 없애고 남녀 구분없이 공정하고 동등한 사회를 만들자는 것임을 잊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모양이다.
둘째, 아이를 보는 남자들도 많다. 가슴에서 젖이 나오지 않으므로 모유를 물릴 수는 없지만, 여전히 아이 기르기를 전담, 혹은 분담하는 많은 남성이 있다.
조윤선은 대체 어느 시대에 사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사실은 보도를 통해 숱하게 나오고 있다. 2011년 통계를 보면 서울의 기혼 남성 중에서 집에서 육아와 가사를 전담하는 남편이 5년 동안 2.3배나 늘어난 것으로 나왔다. 미국에서는 아빠 다섯 명 중 한 명이 집안일을 전담한다. 남성이 육아와 집안일을 하다 주부습진이나 주부우울증까지 걸리는 세상이다. 아직까지 집안일보다 밖일에 더 매달리는 남성이 훨씬 많겠지만, '유전자가 없다'라고 강변할 수준은 아니다.
남성이 아이 보는 '유전자'가 없다면, 이렇게 육아와 가사에 종사하는 남성들은 모두 돌연변이들인가?
셋째, 남성이 아이 보는 유전자가 없다면, 조윤선은 여성부 장관을 하고 있을 이유가 없다. 여성과 남성의 능력과 적성을 나누는 유전자가 따로 있지 않으므로 가정과 사회에서 차별을 없애도록 노력하는 게 여성가족부의 존재 이유다. 남성이나 여성이 애초에 유전적으로 할 일과 안 할 일이 정해져 있다면, 이런 부서가 존재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결국 성 역할을 고정된 것으로 인식하는 이러한 주장은 스스로의 존재 이유마저 무너뜨린다.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셈이다.
서머스 총장의 발언이 문제가 되었을 때, 다른 명문대인 프린스턴, MIT, 스탠퍼드의 총장들이 목소리를 합쳐 서머스를 비판한 적이 있다. 세 사람은 공동 명의로 <보스턴 글로브>에 실은 칼럼에서 "(서머스의 발언이) '타고난 차이'라는 낡은 신화를 부활시키고 부정적인 고정관념과 편견을 강화시킨다"라고 썼다. 또 "사회는 여성이 수학, 과학, 공학을 잘 할 수 있을까를 묻지 말고 어떻게 하면 이 분야의 능력 있는 여성들이 해당 분야에서 계속 일할 수 있을까를 물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런 비판과 조언은 남성들이 아이 보는 유전자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진 조윤선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타고난 차이라는 낡은 신화를 부활시키고 부정적인 고정관념과 편견을 드러내놓고 퍼뜨리는 일이라는 점에서 성별을 뒤집은 복사판이기 때문이다. 세 총장들의 조언을 빌리자면, 남성이 유전자도 없는데 육아와 가사를 잘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것은 성차별을 극복하는 것을 주임무로 하고 있는 부서의 책임자가 할 말이 아니다. 이렇게 편견으로 단정하고 규정하는 대신, 어떻게 하면 남성들이 좀더 많이 육아와 가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까를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조윤선의 발언과 관련하여 가장 충격적일 일은, 서머스의 경우와는 다르게, 또 여성에 대한 편견 발언과는 다르게 남성에 대한 편견 발언은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 되어 넘어갈 것이라는 점이지만 말이다.
덧글
Dofara 2013/06/06 18:29 # 삭제 답글
deulpul 2013/06/06 19:08 #
RUdol 2013/06/08 13:26 # 삭제
deulpul 2013/06/08 22:03 #
이렇게 한번 생각해 볼까요. 어떤 부부가 장거리 운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운전은 남편이 혼자 다 했습니다. 아내는 운전이 익숙하지 않고 고속도로 주행 경험도 적어서 핸들을 잡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친구가 운전은 어떻게 했는가 물었더니 남편이 전 여정을 혼자 운전하느라 피곤해서 죽을 뻔했다고 말하면서 "여자는 운전하는 유전자가 없어서 말이야, 핫핫핫" 하고 유머러스하게 말했습니다. 오케이입니까? 혹은 그 이야기를 듣는 친구가 "역시 여자는 운전하는 유전자가 없는 것 같단 말이야" 하고 비꼬듯이 말했습니다. 오케이입니까? 친구들끼리는 그럴 수 있다고 치고, 이런 이야기를 공직자가 대중 강연에서 해도 괜찮습니까? 혹은 어떤 공직자가 여성의 자원병 지원이 저조함을 비꼬아서 "여자는 나라를 지키는 유전자가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유머러스하게 비꼰 것이니까 문제 없습니까?
이런 점을 다 떠나서, 윗 답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누가 득을 보는가를 따지기 전에, 어떤 성염색체에는 어떤 사회적 기능이 결여되어 있(는 것 같)다는 인식 자체가 옳지 않다는 말씀입니다. 편견이라는 말이 거슬리시면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으로 보셔도 괜찮습니다. 어떻게 표현하든 옳지 않고, 유머라면 아주 잘못된 유머이고 개그맨이 했더라도 사과해야 하는 유머라고 생각합니다.
RUdol 2013/06/10 15:09 # 삭제
Dofara님께서 '득을 보는쪽'을 주장하시기에 썼던글입니다. 대체 왜 득을 누가 보는지 따져야하냐는뜻이었습니다. 왜 반대의 경우엔 문제가 없다고 이해하신건지 모르겠습니다. 한가지만 예로 들었던게 문제였던가요.
deulpul 2013/06/12 20:47 #
다람쥐주인 2013/06/06 20:02 # 삭제 답글
deulpul 2013/06/08 19:38 #
민노씨 2013/06/08 07:09 # 삭제 답글
deulpul 2013/06/08 19:38 #
2013/06/09 04:13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2013/06/12 19:17 #
비공개 답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