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의 교과서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중매媒 몸體 (Media)

민족주의에 기댄 '황색 저널리즘'

뉴라이트 등 보수 학자들이 쓴 역사 교과서에 대한 <한겨레>의 기사 '뉴라이트 교과서엔 “5·16은 혁명, 5·18은 폭동”'(아래 그림)을 비판한 칼럼이다. 비판의 초점은 해당 교과서의 내용이 아직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그 내용을 지레짐작하여 썼다는 것이다.



이 칼럼은 해당 기사를 읽으면서 내가 가졌던 찝찝함을 아주 깨끗하게 드러내 주었다. 저 기사를 클릭해 읽을 때, 나는 당연히 보수 학자들이 만든 교과서에는 5-16이 혁명으로, 5-18은 폭동으로 기술된 줄 알았다. 내용을 읽어보니 교과서 내용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그 학자들이 평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말에 불과하다. 실제 교과서 내용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기사를 읽다 집어치우며 든 찝찝함은, 마치 '충격!' '경악!'을 내세운 기사를 열어봤더니 정작 충격적인 것은 신문의 낚시질하는 작태뿐이었던 때 들었던 느낌과 아주 흡사했다.

<오마이뉴스> 칼럼을 쓴 이는, 이렇게 확인되지도 않은 교과서 내용을 다 아는 것처럼 쓴 <한겨레> 기사를 '반일 민족주의에 기댄 황색 저널리즘'이라고 했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칼럼 필자의 성향이 궁금해진다. 필자가 보수적 정체성을 가진 쪽의 사람이라면 으레 그렇겠거니 하고 생각하게 되고, 칼럼 읽기를 중단하고 되돌아가기 버튼을 누를 것이다. 우리 역시 진영 논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좌파나 진보가 어떻게 <한겨레>를 비판할 수 있는가, 그럼 뉴라이트의 주장이 맞다는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 증상이 조금 더 심하다고 할 수 있다.

칼럼의 필자는 현직 고등학교 역사 교사이고 교과서 집필 작업에도 참여한 사람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평소에 믿었던 사람들이 상식 밖의 행태를 보일 때 느끼는 실망은 그 무엇보다 크다. 내년부터 사용할 고교 <한국사교과서>(교학사)에 대한 <한겨레>의 최근 보도가 그렇다.


평소 믿었던 사람들이, 혹은 우리 편이 상식 밖의 행태를 보일 때 실망할 줄 알고 비판할 줄 아는 것은 진영 논리의 노예가 되기를 경계하고 이성과 합리로 세상을 보는 사람이 가져야 할 자세일 것이다. 더 나아가 그것은 '평소 믿었던 사람들', 혹은 우리 편을 진정으로 위하는 일이기도 하다. 잘못한 것을 따끔하게 지적하지 않고 '달을 보랬더니 손가락을 보십니까' 같은 궤변이나 늘어놓으면서 눙치며 살다가는 함께 망한다.

'대안 교과서'와 검정 교과서의 차이

<한겨레>의 교과서 기사는 완성된 교과서 내용을 보고 쓴 게 아니다. 검정 통과가 확정되지 않은 교과서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는다. 심사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든가 하는 이유를 달고 있는데, 나로서는 납득이 되지 않지만, 어쨌든 현실은 그렇다. 따라서 <한겨레>의 기자(들)은 보수 학자들이 쓴 역사 교과서의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한겨레>는 다음과 같이 썼다.


이들이 쓰는 교과서의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뉴라이트 학자들이 밝혀온 견해를 고려하면 집필 방향을 예상할 수 있다.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이 모인 교과서포럼이 2008년 내놓은 이른바 ‘대안교과서’는 5·16 군사쿠데타를 ‘혁명’이라고 했다. 4·19 혁명도 ‘학생운동’으로 폄하됐다.


'대안 교과서'와 정식 교과서는 큰 차이가 있다. 참고 자료 정도인 대안 교과서는 그냥 만들어서 뿌리면 그만이지만, 교과서는 일정한 심사를 거쳐 학교에서 채택해서 사용하기까지 많은 관문이 있다. 전자는 평가와 심사의 과정이 없고, 후자는 있다. 그 방향성이나 아이디어는 유사하더라도 표현과 기술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역사책에서 이러한 차이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 점을 위 <오마이뉴스> 칼럼 필자는 이렇게 말한다.


교과서를 집필할 때에는 교육부가 지정한 '편수용어'를 써야 한다. 만약 그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검정에서 탈락하거나, 설사 통과를 했더라도 수정을 해야 한다. <한겨레>가 주장하는 대로 해당 교과서가 국민정서에 어긋나는 표현을 썼다면 몇 단계에 걸쳐 걸러지게 되어 있다.

그리고 100보, 200보를 양보하여 상식 밖의 교과서가 최종 합격을 하더라도 교육현장에 있는 교사들에 의해 결국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교사들이 바보가 아니다. 또한, 교과서가 검정에서 탈락하면 해당 출판사는 막대한 개발비용을 날리게 된다. 출판사 편집인들이 바보가 아니다. 검정교과서 제도의 개념과 운영원리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도 기사는 대안 교과서에 적힌 날것의 내용이 검정 통과중인 정식 교과서에도 그대로 실린 것처럼 썼다. 이것은 두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는 중요한 내용에 대해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추정과 예단으로 기사를 써서 저널리즘의 책무를 저버렸다는 점이고, 둘째는 그러한 추정과 예단을 그냥 기사로 내어버린 데에는 진영 논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설령 이런 과정을 거쳐 나온 교과서에 5-16은 혁명으로, 5-18은 폭동으로 기술되어 있다 하더라도, <한겨레>의 보도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 저널리즘은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보여주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아니라 이미 벌어진 일을 알려주는 관찰자이자 서술자이기 때문이다.

야당도 낚여 "일부 알려진 내용은 경악"

이러한 예단과 추정 보도가 어떠한 파장을 낳는가는 <경향신문>에 실린 다음과 같은 부분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야권도 교학사의 새 교과서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민주당 배재정 대변인은 지난 2일 국회 정론관 논평에서 “한국현대사학회가 집필한 교과서의 일부 알려진 내용들은 경악할 수준”이라며 “김구 선생과 안중근 의사를 테러활동을 한 사람이라고 표현하고, 5·16 군사 쿠데타를 ‘혁명’으로 미화하고, 4·19 혁명은 ‘학생운동’으로 폄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것은 <한겨레>에서 새 교과서 집필 방향의 '예상 근거'로 삼은 대안 교과서의 내용이다. 역시 진영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정당까지 낚시에 걸린 것이다.

<오마이뉴스> 칼럼 필자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한겨레>의 이번 행태는 반일 민족주의에 기댄 '황색 저널리즘'이다. 미래 지향적인 정치 이념을 친북 이데올로기로 몰아가며 마녀사냥을 일삼는 수구세력의 행태와 다를 것이 없다. <한겨레>는 정정 보도문을 내고, 해당출판사와 필자들에게 사과하기 바란다. <한겨레>가 그 정도의 품성은 갖춘 언론이라 믿는다. 교과서 최종본이 나온 뒤의 사과는 구차하다.


정정 보도는 조금 어울리지 않을 듯하고, 편집진의 개인 칼럼 같은 형식으로 이런 뜻이 나온다면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당장은 물론이고 교과서 최종본이 나온 뒤에도 사과하지 않고 넘어갈 가능성이 더 클 것 같다. 확인된 교과서 내용 중에서 비판할 부분만 다시 부각해 비판할 것이다. 이렇게 해서 사실은 잊히고 편싸움의 증오만이 남는다.

지난 4월5일 신문의 날에 나온 <한겨레>의 사설 '신문의 위기, 지원과 자성의 양 날개로 극복해야' 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들어 있다.


언론사 및 언론인 스스로 먼저 반성할 대목도 적지 않다. 사실에 근거하기보다 자사이기주의와 진영논리에 빠진 기사·논평의 범람, 자전거와 상품권, 심지어 현금까지 동원한 판매방식의 문란, 광고지상주의에 빠진 경영의 안일함으로는 독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힘들다. 점차 흐려져 가는 기자들의 윤리의식도 신문으로부터 독자들을 멀어지게 하는 요인이다.


이런 자성을 늘 되돌아보기를 바라고 싶다.

※ 이미지: <한겨레> 해당 기사(본문에 링크).

 

덧글

  • 민노씨 2013/06/09 02:51 # 삭제 답글

    정말 문제있는 기사네요. 이 정도로라면 합리적인 의심이라기 보다는 악의적 예단이라고 해얄 것 같습니다. 궁예의 관심법, 혹은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의 세계에 속한 '아니면 말고'식 기사인데, 제목에서 직접 인용(큰 따옴표)으로 "5.16은 혁명, 5.18은 폭동"이라고 쓰다니 정말 도를 넘은 기사라는 생각을 지울 길 없습니다. 김지훈 음성원 기자 두 분이 쓰신 기사네요.
  • deulpul 2013/06/09 03:09 #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실제로도 그렇다...면 아주 슬프면서도 재미있겠군요. 저는 저 역사 선생님 말씀을 더 믿지만 말입니다. 본문에 썼듯, 설령 그렇더라도 보도 행위로서는 여전히 문제는 문제지요.
  • 히요 2013/06/09 08:12 # 답글

    어.. 그런데 심지어 한겨레 기사에서 말한, 대안교과서에서는 5.16 쿠데타를 혁명이라 한다더라...도 사실무근입니다. 대안교과서에서는 멀쩡하게 그걸 쿠데타라 표기한다는 인증짤을 한윤형기자가 올렸었지요. 자세한 것은 한윤형 기자의 기사 참조..... 그러니까 한겨레는 대안교과서조차 안 보고 기사를 쓴 듯합니다. 인터넷 루머수준...
  • deulpul 2013/06/12 19:25 #

    정말 한심하군요. 언제나 드리는 말씀이지만, 정당한 비판을 하면서 정당하지 않은 근거를 들이대면 비판 자체를 정당하지 않게 만들어 버리게 되죠. 원출처인 <경향신문> 기사 '뉴라이트 교과서에도 “5·16은 쿠데타”' 링크를 달아둡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7172150185
  • ScrapHeap 2013/06/09 14:43 # 답글

    대안교과서에 5.16 혁명이라는 말이 있다는 것 자체가 루머죠 ~_~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4696
  • deulpul 2013/06/12 19:30 #

    이런 내용이 실리는 것도 그렇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는데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 역시 참 심각합니다. 기사의 낚시에 걸려 분노하고 있는 수많은 댓글러들이 안스럽습니다. 이런 댓글들을 보며 <한겨레>나 담당 기자는 좋아하고 있을까요? 링크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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