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품 귀찮으니까 그냥 가지셈 섞일雜 끓일湯 (Others)

뭘 사면 반환하는 일은 드뭅니다. 뽑기에서 불량품이 잘 걸리지 않는 행운 덕분이기도 하고, 물건이 생각과 조금 다를 때는 좀더 자세히 알아보고 사지 않은 스스로를 탓하며 좀 불편해도 그냥 쓰는 습성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니, 가장 큰 이유는 물론 게을러서영.

아마존에서 책을 한 권 샀는데, 받고 보니 매우 낯익네요. 얼마 전에 산 책을 또 샀습니다... 이런 분들 좀 있죠? 책장에 같은 책 두 권씩 꽂혀 있는 분들 있습니다.

다른 사람 드리면 좋을 텐데, 그럴 성격의 책도 아니어서 할 수 없이 반환을 하기로 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어떤 가게에서나 물건을 산 뒤 무르기가 퍽 쉽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물건을 샀을 때와 비슷한 상태이어야 하겠지요. 그 중에서도 아마존은 물건 되돌려주기가 정말 쉽습니다. 물건 자체의 흠은 없어도 산 사람의 마음이 달라져서 무른다고 해도 아뭇소리 안 합니다. 서로 부담스럽게 얼굴 마주할 일도 없고요.

아래는 아마존에서 주문품 반환 신청을 하면 등장하는 풀다운 메뉴입니다. 물건을 반환하려는 이유를 고르게 합니다.



상상할 수 있는 반환 이유가 거의 다 들어 있습니다. 물건이나 배송에 문제가 없어도 '잘못된 주문' '마음이 변했음' '더 이상 필요없음' 등 구매자 쪽 귀책 사유로도 반품이 되는 것이죠.

어쨌든 'Accidental order'를 선택하고 반환 신청 버튼을 눌렀습니다. 그랬더니 갑자기 이런 화면이 떴습니다.



"돈은 돌려줄 테니까 그냥 가지셩! 우리가 쏘는 거야!" ... 물건을 반환하지 않아도 돈을 돌려준다는 겁니다.

프라임 회원이긴 해도 'valued customer'랄 것은 없는데... 이런 일이 실제로 있나 싶어서 반환 절차를 중지하고 새 창을 띄워 검색을 해 보니, 아마존에서 물건을 반환할 때 그냥 가지라는 팝업을 만난 사람이 꽤 있었습니다.

아마존 반품은 물건이나 배송 자체의 문제가 아닌 경우 구매자가 반품 운송비를 지불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운송비 부담이 없는데도 물건을 돌려받지 않겠다는 것이지요. 아마존은 너무나 착하네? 산타클로스인가? 그건 아니고, 아마도 물건을 받아서 다시 원래의 자리에 되돌려 보내고 그곳에서 재고로 보관해야 하는 등 여러 물류 관리 비용이 물건값과 비교해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경우가 아닐까 짐작이 됩니다. 제가 산 책은 15달러 정도였고, 인터넷에서 비슷한 사례를 보고한 사람들도 대개 그 정도 이하의 소액 상품들이었습니다. 제품에 흠이 있는 경우도 역시 받아서 처치하기가 곤란할 수 있겠고요.

어쨌든 처음 해 보는 경험인데, 비록 아마존 특유의 대량 물류 관리 시스템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해도, 소비자로서는 분명 기분 나쁜 일은 아니로군요. 반품 안 할 물품이라면 더 좋겠지만, 그건 지나친 욕심일 테고요. 작은 일이지만, 반환 사유 풀다운 메뉴와 더불어, 고객을 대하는 마음가짐의 일면을 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이런 걸 반환한다면 "그냥 가지셈!" 하진 않겠죠?


※ 댓글에 대한 답글을 못 드리고 있습니다. 상황이 되면 재개할 예정이며, 답은 못 드려도 감사하는 마음은 여전합니당.

 

덧글

  • 긁적 2013/07/06 19:29 # 답글

    1. 대인배 아마존 ㄷㄷㄷㄷ
    2. 귀차니즘은 승리하리라!!!
  • deulpul 2013/07/13 18:44 #

    워낙 덩치가 크니 대인이 되지 않을 수가 없겠더군요... 2번의 두 어절 사이에는 '가끔은'이 있어야...
  • Ithilien 2013/07/06 21:14 # 답글

    하하하핳. 책들은 확실히 물류비가 더 들겠군요.

    진짜 신기하긴 합니다.
  • deulpul 2013/07/13 18:45 #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확인해 보고 쓴 것은 아니지만, 그것 말고는 '아마존은 산타클로스다'라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아서...
  • Silverwood 2013/07/06 21:30 # 답글

    우와.. 그런일도 있군요! 저도 아마존에서 책 두권 구매해 봤는데 이제 자주 이용해야겠어요ㅋㅋㅋ 그래도 역시, 한국은 사정이 다르겠죠?ㅎ
  • uhaha 2013/07/08 09:48 # 삭제

    한국서 취소했더니 이글처럼 가지세요 하더군요.
    이어폰 찾다가 별 생각없이 나중에 취소하지 하고 빠른결제(?) 눌렀더니 일사천리로 끝나 버렸어요.
    근데 배송료가 물건 값보다 더 나와서 취소하겠다 메일을 보냈죠.
    그랬더니 그냥 가져라 하더군요. 나만 그런가 했는데 자주 있는 일이군요...
  • deulpul 2013/07/13 18:48 #

    그래도 배송비 압박이 너무 크지요...
  • misty 2013/07/07 00:58 # 삭제 답글

    와우.. 애데리고 극장갔다가 영화도중에 애땜에 나오는데 전액 환불 받은적은 있었어도 이런 써비스까지 있는줄은 몰랐네요.. 악용하는 사람들은 제발 없기를...
  • deulpul 2013/07/13 18:51 #

    그런 일도 있으셨군요. 저 제도는 생각해 보니 악용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일단 반품 결정을 내려야 가능성이 생기는 서비스고, 그렇게 자주 벌어지는 일은 아닌 것 같으며, 금액이 크지 않다는 점 때문에요. 하지만 또 모르죠, 정말...
  • gina 2013/07/10 10:18 # 답글

    저도 미국살 때 아마존에서 가격 얼마 안하는 쿠션커버를 반품하려고 했더니 유돈닏투리턴! 이 나오길래 혹시 내가 모르는 다른 뜻이 있는걸까봐 한참을 고민했더랬어요. 저에겐 아마존이 천국 그 자체. 원클릭 결제시스템하며 추천해주는 제품들하며 사이트의 깔끔함까지... 안그래도 요즘 알라딘이 논-엑티브엑스 시스템을 다시 도입하면서 카드사와 충돌이 있던데, 이제는 우리나라도 바뀌었으면 좋으련만... 결론은 항상 걱정으로 ^^;
  • deulpul 2013/07/13 18:55 #

    결제 부분의 편리함은 정말 존경할 만합니다. 물론 편리해야 자기들도 장사가 더 잘 되겠지만 말이죠. 물건을 찾고 구매를 결정하고 돈을 지불하는 과정의 편리함이 아마존을 지금처럼 키운 근본 동력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점에서 보면 한국은 제도적으로 이런 사업을 철저히 억압하고 있는 꼴이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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