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101: 아시아나 조종사 이름 스캔들 중매媒 몸體 (Media)

농담으로 만들어진 가짜 아시아나 사고기 조종사 이름들을 확인해주어 방송사 오보를 촉발시킨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인턴 직원이 월요일에 해고되었다. 문제가 벌어진 게 금요일이니, 그 사이에 주말이 끼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고가 벌어지자마자 즉시 책임자를 문책한 셈이다.

이 일로 인해 지금까지 국가 기관 하나와 굵직한 지역 방송 하나가 머리를 조아리고 사과문을 냈고, 비록 인턴이지만 한 직원의 목이 날아갔다. 문제가 이렇게 커진 것은 물론 농담이 사석에서 회자된 게 아니라 뉴스가 되어 방송에 나왔기 때문이다. 방송사에서 벌어진 이해할 수 없는 뉴스 처리 과정이 문제를 드러내고 키웠다. 앞 글에서도 간단히 썼지만, 이 한심한 사건을 계기로 하여 저널리즘이 재점검해야 할 교훈은 무엇인지 짚어 보기로 하자.

지금까지 알려진 사건의 경위는 이렇다.

문제의 인턴 직원이 가짜 이름 네 개를 방송사 기자에게 직접 알려준 것은 아니다. 문제의 출발은 방송사 기자다. 그가 '믿을 만한 소식통'으로부터 사고 비행기 조종사 이름과 관련된 정보를 입수한 데서 일이 시작된다.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이 기자는 이 '믿을 만한 소식통'으로부터 네 명의 (가짜) 이름을 전해 들었다. 이 소식통은 과거에도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제공해 주던 취재원이었다고 한다. 따라서 해당 기자는 그가 말하는 조종사 이름을 믿을 만한 중요한 정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교훈 1: 모든 취재원이 사실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교훈 2: 영원히 믿을 수 있는 취재원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고 내용과 관련하여 권위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위치에 있지 않는 취재원 한 명의 말만 갖고 보도를 할 수는 없다. 해당 기자는 이 이름을 들고 NTSB 공보실에 전화를 건다. 이 이름들이 사실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것은 언론이 밟아야 할 경로를 제대로 밟아 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교훈 3: 입수한 정보는 당사자/관계자에게 확인하여 사실 여부를 크로스 체크한다.

그런데 이 전화를 받은 사람은 공보실의 책임 있는 직원이 아니라 마침 그 자리에 있었던 인턴 직원이었다. 기자는 네 사람의 이름이 맞는지를 문의했고, 인턴 직원은 이를 사실로 확인해 주었다.

여름 기간 동안 NTSB에서 일하는 임시 직원인 이 인턴은 이렇게 언론사의 문의를 받고 책임 있는 이야기를 해 줄 위치에 있지 않았다. 언론사를 상대하는 것은 이 직원이 해야 하는, 혹은 할 수 있는 업무 영역을 벗어나는 것이었다. 인턴 직원은 이 전화를 상급자나 책임자에게 전달해 주었어야 했다.

부록 교훈: 공적인 업무는 자신의 위치가 허용한 권한 영역 안에서만 수행한다.

자신과 이야기하는 사람이 임시직 인턴 직원이었음을 알았다면, 해당 방송사 기자는 그를 통하여 중요한 정보를 체크하려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 기자는 상대방의 신분과 이름을 파악하지 않았다. 따라서 인턴 직원이 확인해 준 내용을 NTSB의 공식적인 확인으로 간주했다.

교훈 4: 취재원이 신뢰할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인가를 늘 검토한다. 이름과 직급을 챙기는 것은 그런 검토의 기본이다.

뿐만 아니라, 이 기자는 NTSB가 사고 관련자들의 이름을 공개하는 일이 없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이 점과 관련하여 NTSB 측은 방송사가 이름을 불러주며 확인해 달라는 요구를 하지 않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애초에 방송사가 잘못했다는 점을 은근히 부각하기도 했다.

교훈 5: 기자는 자신이 취재하는 영역에 대해 최대한의 배경 지식을 갖고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어쨌든 방송사측 처지에서는 사고기 조종사들의 이름이 입수되었고 확인까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니 보도해도 괜찮다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러나 이번 경우 문제가 하나 있다. 사고 이후 수많은 영어권 독자들이 지적하듯, 이 이름들은 '누가 봐도' 가짜이고 우스개라는 것이 명백했던 것이다. 우스꽝스러운 이름이 하나도 아니고 네 개나 된다. 그런데도 방송사 편집국 직원 중에서 이 농담을 알아챈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말인가.

두 가지 경우를 추측해 볼 수 있다: 1) 뉴스를 점검하는 내부 게이트 키핑 과정이 생략되었거나, 아니면 2) 해당 뉴스를 처리하는 과정에 있었던 담당자들이 모두 바보거나. 그래도 편집국 직원이 120명이나 되는 굵직한 방송사의 직원들이 모두 바보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전자의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할 수 있겠다.

교훈 6: 어떠한 속보 보도라도 사실을 검증하는 과정을 생략할 수는 없다.

방송이 나가고 오보임이 드러나자마자, 방송사는 즉시 모든 경로를 통해 오보 사실을 알리고 사과했다. 해당 낮 뉴스의 말미에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즉시 방송하였고, 곧이어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으며 방송사 SNS를 통해서도 오보 사실을 알렸다.

문제를 일으킨 한 축인 NTSB도 바로 그날 저녁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리고 사흘 만에(휴일 빼면 바로 다음날에) 문제의 직원을 해고 처리했다.

이것은 있을지도 모르는 소송에 대비한 측면도 있지만(소송 이야기는 맨 아래에), 잘못이 벌어지면 신속하게 사과하고 잘못을 바로잡는다는 점에서 모범적인 태도라 할 만하다. 아무리 조심해도 실수는 나오게 마련이고 잘못은 벌어지게 마련이다. 일단 벌어진 잘못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매체에 대한 독자의 신뢰 여부가 크게 엇갈리게 된다. 데미지 컨트롤이 데미지를 발생시키지 않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경우가 드물지 않다. 잘못 전달된 정보를 빨리 바로잡는 일은 올바른 정보를 전달함을 생명으로 하는 저널리즘의 당연하고도 상식적인 행동이라 하겠다.

교훈 7: 오보가 확인되면 즉시 바로잡고 사과한다.

이 사건에는 미스터리 세 개가 들어 있다. 첫째, 애초에 방송사 기자에게 이름 정보를 제공해준 사람('신뢰할 만한 소식통')은 왜 그랬을까. 자신도 사실이라고 믿었던 것일까. 그저 농담을 한 것을 기자가 심각하게 받아적은 것일까. 아니면 기자와 방송사를 물먹이기 위한 것이었을까.

둘째, NTSB의 인턴 직원은 왜 농담임이 뻔한, 그리고 자신이 아마도 듣도보도 못했을 그 이름들을 사실이라고 확인해 준 것일까. 기자가 농담한다고 생각했을까. 그래서 그 역시 농담으로 말한 것을 기자가 정식 확인이라고 받아들였을까. 아니면 다른 데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던 것일까.

NTSB 대변인 켈리 낸틸은 인턴 직원이 중대한 실수를 하긴 했지만, 악의를 가지지는 않았으며 그 이름들이 가짜라는 사실도 몰랐다고 말했다. 이런 해명이 사실이라면, 그 직원은 바보인 데다 비상식적 월권 행위를 저질렀다는 말이 된다.

셋째, 방송사에서 이 이름을 알아채는 사람이 어떻게 아무도 없을 수가 있을까. 방송사는 '이 이름들을 소리내 말해보지 않았다는 점이 실수다'라고 했지만, 미국 독자들은 그저 눈으로만 봐도 이 이름들이 가짜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러 정황으로 짐작컨대 애초에 이름 정보를 입수한 방송사 기자는 경험이 많지 않은 직원인 듯하지만, 뉴스가 앵커의 입을 통해 나오기까지 그 누구도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는 것은 불가사의한 일이다.

이런 미스터리들 때문에, 이번 해프닝이 대체 어떻게 발생하게 되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적으로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관련자들을 모아놓고 말을 맞춰보기 전까지는, 세상에 사람들이 이렇게 바보스러울 수도 있구나 하는 한탄만을 하게 된다. 이번 일은 여러 단계의 바보스러움과 아마도 어느 한 단계의 악의(혹은 장난)가 중첩되어 빚어진 것이리라.

어쨌든 거듭 지적하지만, 결정적인 문제는 속보에 목매단 방송사 보도 태도라고 생각한다. 이 방송을 보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역 시청자에게 사고기 조종사의 이름을 빨리 아는 것이 과연 얼마나 중요하고 유용한 일이겠는가.

교훈 종합: 빠른 정보는 언론인 자신들에게 유용할 뿐이며, 독자에게 유용한 것은 바른 정보다. 빠른 정보보다 바른 정보가 몇 배나 더 중요하다.


--- ** --- ** ---


아시아나측이 문제의 방송사를 상대로 하여 명예훼손 소송을 낼 예정이라는 소식을 듣고, 이것이 쓸데없는 일이라는 글을 쓰고 있었다. 오늘 뉴스를 보니 소송을 포기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여기다 간단히 압축하여 덧붙인다.

아시아나는 15일에 '해당 방송사의 보도 때문에 회사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변호사를 선임하였고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되었다.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자유지만, 미국에서 이러한 소송은 승산이 거의 없다. 질 것을 뻔히 알고도 싸우는 것은, 신화나 전설이 아니라 실정법과 판례가 지배하는 법적 다툼의 세계에서는 바보짓이나 다름없다.

기업이 언론과 일반인의 의견 표현에 재갈을 물리기 위해 명예훼손 소송을 남발하고 이게 먹히는 것은 한국에서나 벌어지는 일이다(물론 미국도 이러한 시도가 아주 없지는 않지만, 좀더 세련된 방식을 쓴다). 사회적 토론과 여론 형성을 위해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하는 미국에서는 언론사를 상대로 하여 명예훼손 소송을 벌여 이기기가 어렵다.

미국법에서 기업은 정부 기관과는 달리 명예훼손 소송의 주체가 될 수는 있다.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면 원고는 다음을 입증하여야 한다(burden of proof):

1. 명예를 훼손하는 언급이 있었다는 사실 (defamation)
2. 원고가 명예훼손의 대상이라는 사실 (identification)
3. 명예훼손 언급이 공표되었다는 사실 (publication)
4. 피고측의 잘못 - 부주의하거나 무모함 (혹은 과실이나 중과실) (fault)
5. (공공의 관심사와 관련된 경우) 명예훼손 언급이 허위라는 사실 (falsity)
6. 실질적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 (harm)

이번 사건의 경우 1, 2, 4, 6이 쟁점이 될 수 있다. 가짜 조종사 이름이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하는 언급임을 입증해야 하고(1), 다름아닌 아시아나의 명예가 훼손되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며(2), 방송사가 부주의하거나 악의를 갖고 이를 보도했음을 입증해야 하고(4), 이로 인해 아시아나의 입증할 수 있는 피해가 있었음을 밝혀야 한다(6).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 이것은 예컨대 한 언론사가 악의를 갖고(혹은 필요한 검토를 거치지 않은 채) 어떤 기업이 문제 있는 제품을 생산한다고 잘못 보도하여 매출액이 크게 줄어든 사례와 비교하면 그 어려움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심지어 그런 경우라도 원고가 승소하지 못하는 사례가 흔하다. 게다가 이것이 농담에서 시작된 일임을 생각하면, 유머와 풍자에 대해 명예훼손이 인정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아시아나가 해당 방송사를 상대로 하여 소송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은 현명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아시아나는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말한 이틀 뒤인 17일에 보도자료를 내고 "KTVU가 해당 보도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문을 발표한 바 있고, 사고 수습에 모든 역량을 기울이기 위해 소송을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편 아시아나의 소송 움직임과 관련된 기사를 보다 보니, YTN에서 아시아나의 소송 계획을 비판하는 미국 언론에 대해 보도하면서 '일방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는 등 아시아나 때리기가 계속된다'라는 식으로 말한 기사를 보게 되었다.

미국 언론이 비행기 사고와 관련하여 아시아나를 비판하는 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번 오보를 놓고 방송사를 상대로 하여 제기하려는 소송이 무익하고 어리석다고 주장하는 것은 일방적인 시각도 아니고 부정적인 아시아나 때리기도 아니다. 실제로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쓰는 것이다. 오히려 소송 움직임에 대한 비판 여론은 아시아나가 이길 가능성도 없는 쓸데없는 소송을 제기하여 힘을 빼고 부정적 인상을 얻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게 정확할 듯하다. 일방적이고도 부정적인 시각은 그런 주장을 펴는 미국 언론이 아니라 그런 소식을 보도하는 한국 매체가 아닌가 싶다.

 

덧글

  • 미저리 2013/07/18 22:02 # 삭제 답글

    취재원으로 부터 정보를 입수했던 기자가 NTSB와 전화로 사실확인을 하면서 이름을 발음해 보지 않을수가 없었을텐데 정말 통화했던 두명은 머저리들이 아닐수가 없네요.
  • deulpul 2013/07/20 00:11 #

    기자: 자, 이름 불러줄께 맞나 확인해 줘. 캡틴은 에스-유-엠, 티-아이-엔-지, 더브유-오우-엔-지, 즉 섬 팅 워...

    인턴: 아악! 발음 하지 말아! 그냥 스펠만 부르라구! 캡틴 이름이 뭐라구? 섬 팅 우...

    기자: 아악! 발음하지 말아! 그냥 스펠로만 하라구. 이름이 이렇대두. 섬 팅 ㅇ...

    인턴: 아악! 발음하지 말아! 그냥 스펠만... 이름이 뭐라구? 섬 ㅌ...

    기자: 아악!

    ...
댓글 입력 영역



Adsense

Adsense2

구글 애널리틱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