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본 마틴과 오바마 미국美 나라國 (USA)

몇 달 전에 내가 사는 동네에서 총격 사건이 난 적이 있었다. 밤에 주택가 주차장에서 대여섯 발의 총성이 울린 뒤 동네가 발칵 뒤집어졌다. 사상자는 아무도 없었지만 경찰이 총출동하여 관련자를 찾으려 애썼고, 그 뒤 꽤 오랫동안 동네 공동체에 큰 이슈가 되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사건은 마약 거래와 관련한 총격인 것으로 밝혀졌다. 동네를 관할하는 경찰 당국은 사건이 난 뒤 주민 설명회를 몇 차례 열어 사건의 개요와 수사 상황을 주민에게 알려주었고, 이메일도 계속 보내왔다. 그 때마다 경찰은 수상한 장면을 목격하면 즉시 신고해 줄 것을 부탁하는 일을 빠뜨리지 않았다.

이런 통지를 보내오거나 회의를 할 때마다 경찰 책임자가 늘 덧붙이는 말이 있었다: Remember, people are not suspicious. Behavior is. (수상한 것은 사람이 아니라 행동이라는 점을 잊지 마세요.). 다시 말해 어떤 사람이 그저 어떻게 생겼다는 것만으로 수상한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해야 수상하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동네에 낯선 흑인이 후드를 깊숙히 눌러쓰고 나타났다고 해서 신고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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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이던 17세 흑인 소년에 총격을 가해 사망케 한 히스패닉계 백인이 정당방위로 무죄 평결을 받은 뒤, 사건이 인종 갈등으로 비화되며 미국 사회가 몸살을 앓는다. 사건이 벌어진 플로리다는 물론이고 전국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지는 중이다. 겉으로는 대충 봉합되어 있는 것 같은 미국의 인종 문제가, 불씨만 던져지면 언제든 다시 타오를 수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건이 되고 있다.

사건이 벌어진 2012년 2월26일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관련자와 목격자들 사이에 증언이 엇갈린다. 해당 주택가는 잦은 범죄가 벌어져 온 곳이어서 모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 날 저녁, 총을 쏜 조지 짐머만은 흑인 소년 트레이본 마틴을 수상하게 생각하여 추적하였으며, 반면 마틴은 자신을 쫓는 짐머만을 수상하게 여겼다는 점이 수사 과정에서 밝혀졌다. 그리고 어느 한 시점에서 두 사람이 가까이 마주쳤고, 둘이 싸우거나 싸우지 않은 상태에서(쟁점) 짐머만은 갖고 다니던 총을 발사하였다. 가슴에 단 한 발을 맞은 마틴은 바로 숨졌다.

경찰이 도착했을 때 짐머만은 코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고, 이 사건은 정당방위인가 아닌가를 놓고 다투게 되었다. 지역 흑인 커뮤니티는 짐머만이 마틴을 수상하게 본 것, 그리고 사건 뒤 경찰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점 등을 비판하며 인종 차별 문제를 제기했다.

사건이 벌어진 뒤 한 달께인 3월28일, 미국 하원에서 한 흑인 의원이 연설을 하고 있었다. 일리노이 출신 민주당원인 바비 러쉬는 질문 연설을 하면서 갑자기 웃옷을 벗었다. 양복 윗도리 안에는 후드티를 받쳐입고 있었다. 그는 연설을 계속하며 후드를 뒤집어 썼고, 선글라스까지 꺼내 썼다. 옷을 바꿔 입으며 그가 한 연설은 이런 내용이었다:


이것은 정말 미국적인 비극입니다. 트레이본 마틴을 숨지게 만든 것과 같은 폭력은 이 나라 거리에서 너무나 흔하게 반복됩니다. 나는 후드티와 진짜 불량배를 구별할 줄 아는 이 땅의 모든 젊은이들, 특히 법을 집행하거나 준공무직으로 경비를 수행하는 사람들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의장님, 인종으로 사람을 찍어내는 일은 중지되어야 합니다. 누군가가 후드티를 입었다고 해서 저절로 불량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회의를 진행하던 동료 의원이 의사봉을 두드리며 발언을 멈추라고 종용했지만, 러쉬는 후드를 쓰고 선글라스를 낀 채 연설을 계속했다. 미국 의회에서는 모자를 쓰지 못하도록 되어 있는 규정 때문에, 그는 곧 연설을 중지당했으며 회의실 밖으로 쫓겨났다.

부끄럽지만 나는 작년에 이 영상을 보면서 그저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마틴 사건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렇게 재미있게만 볼 수가 없다.

1960년대 말에 러쉬 의원은 전투적 흑인 조직인 흑표범당의 일리노이 지부 공동 설립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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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머만 무죄 평결 이후 미국 곳곳에서 항의 시위 사태가 벌어지자, 버락 오바마가 다시 나섰다. 오늘(19일) 백악관에서 한 연설에서 오바마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동영상은 여기)


(전략) 트레이본 마틴이 숨지는 사건이 벌어졌을 때, 저는 이런 일이 제 아들에게도 벌어질 수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트레이본 마틴은 35년 전의 저 자신일 수도 있습니다. 왜 그런가 하는 의문이 드신다면, 이곳(미국)에서 많은 고통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떠올려 봐야 합니다. 적어도 흑인들에게는 말입니다. 흑인 사회가 이번 사건을 자신들이 겪은 지긋지긋한 체험의 역사를 통해 보고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이 나라의 흑인 중에서, 백화점에 가서 물건을 사려 할 때 경비원이 뒤를 쫓아오는 경우를 당하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여기에는 저도 포함됩니다. 또 거리를 걸어갈 때 주변의 자동차들에서 문을 잠그는 소리가 나는 것을 들어보지 못한 흑인도 거의 없습니다. 저도 그런 일을 겪었습니다. 상원의원이 되기 전에 말입니다.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함께 탄 여자가 긴장해서 핸드백을 움켜쥐며 내릴 때까지 숨도 제대로 쉬지 않는 경험을 해 보지 못한 흑인도 거의 없습니다. 이런 일은 흔하게 벌어집니다.

이런 일들을 과장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흑인 사회가 플로리다에서 벌어진 사건을 해석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경험의 축적을 통해서입니다. 이들은 이런 경험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또 흑인 사회는 과거의 법 집행 과정에서 인종을 다르게 대접해 온 역사가 있었다는 점도 잘 알고 있습니다. 사형을 내리는 것에서부터 마약 범죄를 수사하는 일에까지 모든 점에서 그랬습니다. 지금 사람들이 이 사건을 어떻게 해석하는가에는 이런 경험들이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말을 한다고 해서, 범죄에 얽히는 흑인 청년들의 비율이 보통 사람보다 높고, 또 폭력 사태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되는 흑인의 비율이 보통 사람보다 높다는 점을 부인할 정도로 흑인 사회가 순진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상황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흑인들은 역사적 배경을 그 이유로 들곤 하지만 말입니다. 그들은 가난한 흑인 동네에서 벌어지는 폭력의 일부는 과거 이 나라에 존재했던 (구조적) 폭력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잘 압니다. 또 오늘날 이런 공동체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가난함과 병리 현상은 과거의 힘든 역사에 연원을 두고 있다는 점도 잘 압니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분노를 낳게 됩니다. 또 많은 흑인 젊은이에게 (편견의) 덧칠이 칠해지고, 그게 '흑인 아이들은 좀더 폭력적이다'라는 식의 통계로 합리화되고, 그런 이유로 자기 아이들이 남과 다른 대접을 받을 때, 고통을 느끼게 됩니다.

저는 또, 통계적으로 볼 때 트레이본 마틴 같은 젊은이는 다른 사람으로부터가 아니라 자신의 동료로부터 총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부인할 정도로 흑인 사회가 순진하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흑인 사회는 흑인 젊은이들 사이에 존재하는 문제를 이해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제가 생각컨대, 이런 배경이 전혀 관련되지 않은 어떤 일이 벌어지거나, 혹은 이런 배경이 무시된다고 생각할 때 그들은 분노하게 됩니다. 만일 백인 청소년이 비슷한 일을 당했다면 결과가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달랐을 것이라는 생각은 이런 모든 경험과 배경들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 뒤,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해야 좋을지 구체적인 이야기를 한 뒤,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인다.


마지막으로 저는 우리 모두가 자신의 마음을 파헤쳐 보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인종 문제를 다루는 특별 회의를 소집해야 할 것인가 하는 논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그러한 대화의 장을 조직하는 것은 별로 생산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인들은 당리당략에 매달려 절차나 따지며 허송세월할 게 틀림없으며, 자신의 입장에서 조금도 벗어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가족, 교회, 직장 같은 곳에서는 사람들이 조금 더 정직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자신에게 스스로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나는 내 자신으로부터 편견을 제거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하고 있는가. 나는 사람들을 피부색이 아니라 그들 개인의 특성으로 판단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오늘날 벌어진 이 비극을 놓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적합한 일은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말씀만 더 드리겠습니다. 이번 일이 많은 사람에게 매우 어렵고 고통스러운 것이지만, 세상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시각을 버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인종 문제에 관한 한, 세대를 거듭할 때마다 그 태도가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인종 갈등이 완전히 끝난 사회에 있다거나, 인종 차별 주의가 박멸되었다고 말씀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내가 두 딸 말리아, 샤샤와 대화하거나 걔들 친구들 이야기를 듣거나, 자기들끼리 어울리는 모양을 보면, 이 문제와 관련해 저의 때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음 세대가 우리보다 훨씬 낫습니다. 이 점은 제가 방문하여 본 이 나라의 모든 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늘 경계를 늦추지 않은 채 이 문제와 씨름해야 합니다. 저를 비롯하여 국가의 법을 집행하는 공무원들은 우리 본성 중 천사의 측면이 더 드러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이러한 사건을, 분열을 더 증폭하는 쪽으로 몰고가지 말고 말입니다. 또 오늘날 어린이들은 우리가 어렸을 때, 혹은 우리 부모가 어렸을 때보다 훨씬 더 올바른 생각을 가졌다는 점에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그와 같은 길고도 고통스러운 여행을 거치며 우리는 조금 더 완전한 결합체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완전히 완성된 결합체가 아니라 완전함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는 결합체 말입니다. 감사합니다.


이 다루기 어려운 일을 놓고 오바마는 위와 같은 말을 했다. 흑인 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얘기다. 자신의 경험을 말하며 항의하고 분노하는 사람들을 이해해야 한다고 했고, 그래서 거리에 나와 시위하는 것을 이해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런 시위가 폭력적이지 않는 한 좋다고 했고, 폭력적이 되면 '법 질서를 무너뜨리기 때문에'가 아니라 '마틴의 가족들을 불명예스럽게 하기 때문에'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또 사회가 그러한 분노를 만들고 키우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말했다. 무엇보다, 국민이 큰 관심을 쏟고 그 중 많은 이가 걱정하고 그 중 많은 이가 거리에 나와 항의하는 문제를 놓고, 국민 앞에 바로 나와서 자신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참모들과 어떤 대책과 대안들을 논의하고 있는지, 이런 일을 사회가 어떻게 수용하고 디딤돌로 삼아야 할지를 차근차근 말한다. 입발린 립서비스가 아니라 진정함이 담긴 대화임을 잘 느낄 수 있다.

'국격' 있는 나라의 대통령답다.

 

덧글

  • 민주당인듯 2013/07/20 09:37 # 삭제 답글

    글중에 바비러쉬 공화당원으로 되어 있는데 검색해보니 민주당원인듯 하네요.
  • deulpul 2013/07/20 10:11 #

    앗! 손가락이 더위를 먹었나... 흑표범당 출신이 공화당원이라니... 얼른 수정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에스티마 2013/07/20 09:49 # 삭제 답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만해도 이번 판결내용을 보고 완전 무죄라는 것이 뜨악하기는 했지만 법리상 다툼속에서 어쩔 수 없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오바마의 발언을 읽어보고 "미국에서 흑인남자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 제가 그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오바마 같은 사람도 저런 경험을 할 정도라는 것까지는 사실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저런 이야기를 하니 참 와닿는군요. 감사합니다.
  • deulpul 2013/07/20 10:17 #

    저도 아슴프레하게 추출만 하고 있었던 오바마 연설(이라기보다 대화)의 핵심을 단번에 짚어내셨군요. 가끔 이곳에다 인종적 박대를 당한다고 투덜거리기도 하는데, 말씀하신 대로 흑인 남성의 처지가 되면 어떤 경험을 하고 심정을 갖게 될까 잘 상상도 되지 않습니다. 자신의 경험을 말하는 오바마의 표정이 아주 진지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실망할 때도 있지만, 이런 경우는 참 부럽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 일각여삼추 2013/07/20 10:43 # 답글

    잘 봤습니다. 확실히 공감을 이끌어내는 표현이 예사롭지가 않네요.
  • deulpul 2013/07/21 17:59 #

    체험과 오랜 고민, 생각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지 않았나 싶습니다.
  • Ellery 2013/07/20 11:49 # 삭제 답글

    Florida의 Stand Your Ground law에 따르면 자신에게 위협이 될 것 같으면 그 위험을 피하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그 위험에 맞서는 것(총기사용)이 가능하죠... 이 법에 따르면 총기사용이 거의 정당방위로 인정됩니다(피해자는 총에 맞아 죽게 되는 경우가 많죠.. 그리고 죽은자는 말이 없으니...)

    이러한 불합리한 사건을 없앨려면 법개정이 필요한데 총기소유권 등등에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쉽지 않아 보이네요..
  • deulpul 2013/07/21 18:45 #

    해당 법의 문제점은 오바마도 신중하게 언급하지요. 'More guns, less crime' 같은 (제가 보기에는) 멍청하기 짝이 없는 아이디어와 마찬가지로, 사회적으로 폭력의 양을 키워서 폭력을 줄여보겠다는 발상의 연장인 것 같아 늘 한심하게 생각합니다. 직접 관련은 없습니다만, 플로리다에서 처음 저 법안이 만들어질 때 저는 왠지 영화 <이지 라이더>의 허무한 결말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 lecter 2013/07/20 13:47 # 삭제 답글

    제가 오바마의 연설을 100% 공감가게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한데도 불구하고, 한문장 한문장이 정말 마음을 크게 울리네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 deulpul 2013/07/21 18:47 #

    화려한 수사를 동원한 웅변이 아니라, 자신의 머리 속에 늘 있던 말들을 대화하듯 진솔하게 풀어낸 것이 그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 2013/07/20 21:30 # 삭제 답글

    좋은글 감사드려요 멋진 해석도요 제가 사는곳에서 일어난 일이라서 사건 초반부터 유심히 봐던사건이고 검사가 울먹이면서 최후변론할때 사실 무죄가 나오리라고 생각은 했어요 적어도 재판과정을 보면서 내가 배심원이면 어땠을까 ...그래도 나라면 과실치사는 주지 않았을까 ? 뭐 그런 생각을 수십번 해보고 검사가 너무 못해서 정말 한대 때려주고싶더라구요 그에 비하면 변호사는 너무 잘하고 또 이번사건이 동양인이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전국적인케이스는 커녕 신문에 기사 한줄 나왔을까 뭐 이런 생각도 하고 정말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그런 사건이었네요
  • deulpul 2013/07/21 20:14 #

    옆에서 지켜보셨으니 느끼는 바가 더욱 많으실 것 같습니다. 저는 무죄 평결 소식을 전하는 뉴스에서 화면에 나온 피고측 두 변호사를 보면서, 마치 NBA 감독들 같은 인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양인이었으면 어땠을까요, 정말... 경찰에게 두들겨 맞은 흑인 로드니 킹 사건은 미국의 역사 중 하나가 되었지만, 경찰에 의해 의문의 죽음을 당한 한국인 마이클 조 사건은 그냥 그렇게 넘어갔지요. 예전에 쓴 한 사건에서, 인종차별적인 욕설을 내뱉는 백인 8명과 혼자 충돌하다가 총을 쏘아 6명을 사살한(본인은 정당방위 주장) 멍족 사냥꾼 사건에서, 같은 멍족 동료들은 백인에게 찍히고 해꼬지를 당할까봐 재판에 나오지도 못했던 일도 기억납니다.
  • 에스티마 2013/07/21 03:13 # 삭제 답글

    답변 감사합니다. 한국언론에서는 어떻게 보도했나 갑자기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연합뉴스가 워싱턴발로 "오바마 흑인 '인종 유대감' 연설에 논란 가열"이라고 보도했네요. 다른 신문은 토요일이라 그런지 뉴스자체가 없고요. http://media.daum.net/foreign/newsview?newsid=20130720232006465 그런데 이 오바마 기자회견으로 인해 논란가열이라고 보도한 것은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제가 접한 미디어보도는 전혀 그렇지 않았는데... 그 사례로 든 것도 댄 리엘 같은 좀 보수꼴통같은 사람의 말도 안되는 트윗이고... 이렇게 보도하는 이유가 뭘까 좀 궁금해졌습니다.^^
  • deulpul 2013/07/21 19:52 #

    사람 생각이 제각각일 수밖에 없고 더구나 요즘은 누구나 채널을 갖고 있으니, 찾기로 하자면 무슨 반응을 못 찾으랴 싶습니다. 개개인의 생각이야 어쨌든, 일단 국가 지도자가 이런 민감한 문제에 대해 진솔하게 모두의 반성을 제안했다는 것은 대체로 높이 사고 있는 분위기인데요. 심지어 지면을 오바마 행정부 비판으로 채우고 있는 폭스뉴스 홈페이지의 오피니언란 대표 칼럼에서조차 오바마의 언급을 'risky admission'이라고 하면서도 "마틴-짐머만 사건에서 당신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든, 오바마가 금요일에 나와서 우리 모두가 잠깐 멈춰서서 자신을 되돌아보자고 촉구한 것은 정확한 지적이다"라고 결론을 내고 있지요. (http://www.foxnews.com/opinion/2013/07/19/zimmerman-verdict-can-do-better-than-this-america/)

    그런데 같은 회사에서 같은 지역(워싱턴)에 나간 또다른 특파원이 쓴 기사는, 1보의 성격이 있긴 합니다만, 느낌이 조금 다른 듯하다는 점도 재미있네요.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3/07/20/0200000000AKR20130720005200071.HTML?from=search)
  • Hope 2013/07/23 07:31 # 삭제 답글

    Fox News의 칼럼은 후안 윌리엄스가 쓴거군요. 그 역시 지금은 Fox에서 일하지만 흑인이니까요..
    물론 그가 흑인이라서 그런 글을 썼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오바마의 연설은 제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동감하지 않을수 없는 사실이니까요. 제가 미국에서 15년 가량 살면서 정말 제 자신에게 많은 사고의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중 제일 큰것은 소수자의 입장이 되어버린거죠. 한국에서 생활할때는 남자에다 서울에서 태어나 자라고 진학과 취업에서 소수자가 되어본 적이 없었던거 같습니다. 미국에 와서 비로소 소수자입장이 되어보니 그들의 입장을 이해할거 같습니다. 비단 인종적 소수자 뿐 아니라 성적 신체적 경제적 종교적 사회적.....으로 모든 소수자들을 진정으로 편견없이 바라보고 대할수 있는 그날이 어서 오기만을 기대합니다.
  • deulpul 2013/07/24 11:24 #

    맞습니다. 오바마의 연설이 많은 사람에게 보편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사실이지만, '흑인 남성'인 필자 역시 오바마가 이야기한 경험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개인적으로 겪으신 일을 말씀하신 부분은 정말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저 역시 지금과 같은 경험을 하지 않았다면 차별 문제에 대해 훨씬 둔감한 자세로 살고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에 쓰신 바람을 저도 함께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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