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링크 부활하다 섞일雜 끓일湯 (Others)

블로그를 하다 보면 업무 비슷한 일로 다른 분과 연락을 하게 될 일이 있다. 그렇게 벌어지거나 진행되는 일이 흥미로운 경우가 있더라도 그에 관해서는 블로그에 잘 안 쓰게 된다. 업무 성격이라고는 해도 개인적인 연락이라서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고, 주로 현재 진행중인 일이 걸려 있기가 십상인데다 프라이버시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최근의 한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소개하는 이유는 맨 마지막에.

올 1월에 '곤조 저널리즘'에 대해 쓴 적이 있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8년 전에 그 주창자인 헌터 톰슨이 세상을 떠났을 때 관련 포스팅을 했었다. 그런데 그가 죽고 나서 한참 뒤 나온 그의 전기를 바탕으로 하여 되돌아보니, 8년 전에는 생각이 짧았고 글에 오해의 여지가 많았다. 그래서 바로잡거나 제대로 된 내용을 추가한다는 의미로 쓴 글이다.

그 뒤 어떤 분이 이메일로 연락을 주셨다. 온라인 글쓰기와 관련한 책을 쓰고 계신데, 이 부끄러운 나의 사례를 '글쓰기의 책임' 같은 사례로 인용을 하시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변변치 않은 일인데 쓸만한 소재라고 생각해 주셔서 고맙다고 말씀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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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고전이 된 이야기지만, 웹 문서의 특징 중 하나는 링크로 관련 사항들을 쉽게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온라인 글쓰기의 큰 장점이다. 내가 쓰는 글이 어디에서 출발하고 어디에 신세지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일 수 있고, 내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제시할 수도 있으며, '더 알아보기'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도 한다. 아주 편리한 도구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왜 한국 언론은 온라인 판에서 이렇게 편리한 도구이자 꼭 필요한 독자 서비스를 완강히 외면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물론 단어 광고 때문이겠지만, 그것까지 포함하여 이해할 수가 없다). 나는 기사 내용에 외부 링크를 제대로 달아주는가 여부가 매체의 품질과 신뢰도를 가늠하는 척도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어떤 링크들은 시간이 지나면 죽는다. 링크한 글이 사라지는 것이다. 개인 글도 그렇지만 이름 있는 뉴스 매체의 페이지도 오래되면 링크가 죽는 경우가 있다. 후자의 경우는 삭제보다는 폴더 따위를 정리하면서 URL을 바꾸기 때문에 벌어진다.

온라인 글이나 자료가 학술 논문에 인용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를 규정한 논문 인용 규칙 중 일부는, 문서 위치와 더불어 접속 날짜를 함께 밝히도록 하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면 문서가 바뀌거나 없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해당 문서에 접속해 참고한 시점을 명시하도록 한 것이다. MLA 스타일에서는 웹 주소를 적지 않아도 되는데, 이것도 문서의 웹 주소가 흔히 바뀌기 때문에 채택한 정책이다.

나는 온라인 문서의 이런 특징을 '휘발성이 강하다'라고 표현한다. 글로 찍혀 나오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오래 보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온라인 글은 삭제 버튼 하나 누르면 영원히 사라지고, 웹 주소에 글자 하나 바뀌어도 영원히 접속이 차단된다. 중요한 레퍼런스로 링크를 달아 두었는데 시간이 지나 사라지면 아쉽기도 하고, 페이지가 없어졌다는 경고가 뜰 때면 마음이 헛헛해질 때도 있다.

2012년 대선 즈음에 '팩트 체크'에 대해 쓴 적이 있다. 이 블로그<슬로우뉴스>에 함께 실렸다. 그 글에는 독일 주간지 <슈피겔>의 사실확인팀을 소개한<컬럼비아 저널 리뷰>의 인터뷰 기사와 이것을 번역한 개인 블로그 글의 링크가 달려 있었다.

그런데 이 번역글을 쓰신 종이책님이 최근에 트위터에서 '<슬로우뉴스>에 링크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삭제했다'라고 말씀하신 것을 알게 되었다. 확인해 봤더니 정말 링크가 번역글 포스팅으로 이어지지 않고 공포스러운 "페이지를 찾을 수 없습니다"로 연결되었다. 아마도 블로그 터를 바꾸면서 내용을 정리하실 때 이 번역글도 희생된 것 같았다.

염치 불구하고 트위터에 밝혀져 있는 블로그로 찾아가서 애먼 글에 댓글을 달아, 혹시 옛 번역글을 다시 올릴 계획이 있다면 알려주시면 링크를 수정하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불과 몇 시간 만에 번역을 깔끔하게 새로 해서 다시 올려 주셨다. 죽었던 링크는 다시 살아났다.

'온라인 글쓰기의 책임'이라는 주제를 생각하면, 이것이야말로 곤조 저널리즘 경우보다 더 잘 어울리는 사례가 아닐까 싶다. 죽은 링크 하나를 살리기 위해 상당한 분량의 인터뷰 기사를 새로 번역하는 정성. 이게 온라인 글쓰기를 하는 사람의 책임감이자 장인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8년이나 걸렸지만, 종이책님이 새로 포스팅을 올려 죽은 링크를 살리는 데는 8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 글에 언급된 분들의 이름(아이디)과 관련 사항들을 밝히고 싶었으나 첫 단락에 쓴 이유로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밝혀도 괜찮다면 알려주십시오. 바로 고쳐 넣겠습니다.

 

덧글

  • 2013/07/25 10:5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7/25 11:2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3/07/31 20:24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13/08/07 06:35 #

    말씀하신 분은 아닙니다. 추진하셨던 작업이 결실을 맺었더라면 정말 좋았을 걸 그랬네요. 잡다한 생각은 많고 종종 이를 벌여보기도 하지만 결국 마무리를 잘 하지 못하는 저도 늘 갖는 아쉬움입니다.
  • 2013/08/10 11:44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13/08/11 12:36 #

    늘 친절한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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