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꼴 벗어나야 낚시질이 사라진다 중매媒 몸體 (Media)

2013 충격 고로케 어워드, [동아일보] 충격과 경악의 3관왕

일간 신문 웹사이트에 등장하는 제목 낚시를 분석해 보여주는 '고로케넷'에서 1년 동안 통계를 내봤더니 <동아일보>가 여러 부분에서 앞섰다고 한다. 내로라 하는 '메이저 신문'들도 낚시질에서 예외가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앞서서 이런 일을 해 왔다는 것이다.

2012년 2월에 <조선일보>는 '도 넘은 인터넷 언론 '낚시 제목'... 불신만 낚는다'라는 기사를 낸 적이 있다. 이번 '고로케 어워드'에서 <조선일보>는 '올해 가장 많이 충격 받고 경악한 중앙일간지' 부문에서 <동아일보>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음... 이 기사 중에는 이런 부분이 있다.


인터넷 매체들이 낚시제목으로 네티즌들을 '낚는' 이유는 기사 조회 수가 곧 광고수익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언론인권센터 윤여진 사무처장은 "군소매체에서 조회 수를 높이는 트래픽 경쟁을 위해 낚시제목을 많이 단다"며 "이런 목적으로 청소년에게 유해한 선정적 제목이나 과장된 제목을 올린다"고 토로했다.


자승자박, 혹은 자화자찬이랄까. 조회수가 광고 수익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낚시 제목 장사를 하는 건 군소 매체만이 아니며, 이렇게 비판하는 척 하는 신문도 역시 마찬가지인 셈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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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나 뉴스 기사의 제목이 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독자의 관심을 끌어 내용을 읽게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주의를 환기하고 일독을 유도하는 제목을 붙이는 일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문제는 이렇게 관심을 끌려는 노력이 제목이 하는 두 번째 역할, 즉 내용을 집약하여 제시한다는 점과 상충되거나 이를 넘어설 때이다. 관심을 끄는 일이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제목이 내용에 나오지 않거나 내용을 과장하거나 내용의 핵심이 아니거나 내용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다면 결격이다. 좋은 제목은 내용을 잘 반영하면서도 독자의 눈길을 끌어야 한다. 그래서 기사 제목 붙이기는 쉽지 않고, 또 그래서 전문가(copy editor)의 영역이 되는 것이다.

한국 온라인판 신문들의 제목 낚시질은 제목의 역할 중, 내용을 반영하는 측면을 저버리고 독자의 눈길을 잡아끄는 측면에만 몰두한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내용과 따로 노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제목이 즐비하고, 독자는 제목에 낚여 기사를 클릭할 때마다 사기당했다고 분노하게 된다.

그동안 한국 온라인 매체들에서 발달해 온 낚시 제목에는 몇 가지 유형이 있다. 한 제목 안에 이러한 유형이 중복되어 사용되는 경우도 흔하다.

1. 자극적인 단어 사용(충격, 경악, 이럴 수가 등)
2. 성적 뉘앙스 제시
3. 기사 핵심을 드러내지 않거나 내용을 독자에게 질문

'고로케'의 낚시질 분석은 제목에 들어간 단어를 자동 수집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 같다. 이런 키워드 분석 방식에서는 1번 유형이 가장 정확하게 잡힌다. 예컨대,

윤진숙 장관 후보자, 밤마다 하는 짓이... 경악

이라는 제목은 '경악' 때문에 분석에 잡히지만

윤진숙 후보자, 밤마다 하는 짓이...

라면 걸리지 않을 것이다.

3번 유형의 경우 '무슨 일' '알고보니' '이럴 수가' '이것' 등의 단어를 체크함으로써 잡을 수 있지만, 이런 말이 빠진 경우(예컨대 '이것' 대신 '그것'을 썼을 경우)는 같은 의도라도 잡히지 않는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의심 대상 단어를 자꾸 늘리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을 것이다. 분석의 경제성이 떨어지고 타당성(validity)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 한 가지 한계는 해당 단어들이 제목에 제대로 쓰인 경우에도 낚시질로 잘못 계산된다는 점이다. 예컨대 '실시간 검색어에 뜬 인물을 활용한 낚시질'을 잡아낼 목적으로 적용한 '누구'라는 분석어는 '숙청 피바람 예고... 다음 타깃은 누구' 같은 기사'응답하라 1994 세대... 그들은 누구인가' 같은 분석기사까지 잡아내 낚시질에 포함시켰다. 또 제목에서 내용을 드러내지 않고 클릭을 유도한다는 의미로 적용한 '이것'이라는 분석어는 '월 매출 1천만원, 이것저것 빼고 남는 건 250만원'이라는 기사까지 잘못 포함했다. (앞 단락에서 '타당성'이라고 한 말은 이런 점을 가리킨다. 즉 단어를 많이 적용하면 적발되는 낚시질도 많아지겠지만, 해당 단어가 제대로 쓰인 경우도 포함되는 오류 가능성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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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저널리즘의 윤리적 측면에서 볼 때, '충격, 경악' 같은 말을 동원한 1번 유형보다 기사 내용을 제대로 드러내지 않는 3번 유형이 실질적으로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번은 독자가 적극적으로 회피하는 방식으로 대처할 수 있으며, 또 어쨌든 기사 내용을 제목에서 보여준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3번은 내용 전달이라는 제목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며, 죽어라 독자를 끌고 들어가겠다는 의도만을 드러낸다. 예컨대,

A.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 의료민영화 반대... 흉기로 자해 충격 (실제)
B.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 의료민영화 반대한다며 흉기 꺼내더니...(가상)



A. 장범준 예비 신부 송지수, 알고보니 93년생 충격! (실제)
B. 장범준 예비 신부 송지수, 알고보니... (가상)

의 경우에서 A보다 B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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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말부터 7월 말까지 약 6개월 동안, 한국에서 발행되는 주요 일간지(종합지, 경제지, 스포츠지)의 웹 화면을 매일 수집했다. 수집 기간 막판에는 경제지와 스포츠지를 떨구고 종합지만을 대상으로 했다. 이런 작업을 하다 보니, 제목과 선정적 이미지로 낚시질을 하는 방식이 신문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낚시질에도 개성이 있다고 할까.

그런데 한 신문(<한국일보>)의 경우는 좀 특이해서 자꾸 눈에 걸렸다. 이 신문은 제목에 '충격, 경악' 같은 말을 쓰는 경우는 흔하지 않았는데, 대신 아주 일관되게 특이한 낚시질을 하고 있었다. 바로 3번 유형, 즉 기사의 내용을 드러내지 않고 독자에게 묻거나, '그 OO' 같은 형식, 혹은 말줄임표로 가림으로써 클릭을 유도했다.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 어느 날의 모습이다.



이런 유형의 제목이 한 화면에 21개, 본문 영역에 노출된 전체 기사의 절반을 넘는다(52.1%). 이런 제목 대부분은 '고로케'의 낚시질 분석에는 잡히지 않았겠지만, 여전히 잘못된 제목들임에 틀림없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신문이 다른 신문에 비해 유달리 낚시질을 해서 사례를 든 게 아니라, 낚시질의 유형이 이렇게 다양하다는 점을 말하고자 한다.

나는 '고로케'가 하고 있는 신문 제목 낚시질 분석 작업의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 문제는 한국 신문 저널리즘이나 온라인 저널리즘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현상이기 때문에, 좀더 본격적인 분석과 비판과 반성이 가해져야 함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 주의를 환기한 '고로케'의 작업은 아무리 높이 평가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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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낚시질에 대한 지적이 언론사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되었는데도 요지부동인 것은 신문사 수익과 관련한 구조적인 문제라서일 것이다. 사람을 끌어와 클릭하게 만들어야 이익이 발생하는 온라인 수익 체계가 존재하는 한, 이런 낚시질이 완전히 사라지기는 어렵다.

기존의 인쇄 매체는 구매(혹은 구매 계약) 후에 기사를 보는 형태로 되어 있다. 정기구독이든 가판이든 마찬가지다. 일단 수익이 발생한 뒤에 독자에게 기사가 전달되므로, 매체는 독자의 눈을 말초적으로 잡아 끌 필요가 크지 않다. 대신 정기구독 같은 안정적 수익을 늘리기 위해 내용을 다듬는 데 힘쓰게 된다.

그러나 온라인 매체는 이 순서가 뒤집혀 있다. 독자가 클릭해야 수익이 발생한다. 그 뒤에 벌어지는 일은 당장은 상관없다. 따라서 무조건 클릭하게 만들어야 한다. 구조적 문제다. 여기에 온라인의 수평적 무한 경쟁 환경도 한 몫 한다.

하지만 상황을 개선하는 일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본다. 매체가 잘못된 방식으로 클릭을 유도한다면, 독자는 클릭을 하지 않으면 된다. 낚시에 걸리지 않거나, 낚시에 걸렸더라도 그 분노를 늘 기억해야 한다는 말인데, 붕어 같은 우리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긴 하다. 하지만 이 문제는 신문 종사자들이 '정도(正道)를 가야 신뢰를 받고 수익도 오른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어야만 근본적으로 개선된다. 결국 언론 소비자의 역할이 결정적인 셈이다. 그 점에서 '고로케' 운영자 rainygirl님의 다음과 같은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때입니다. 언론으로서의 사명이 사라진 언론사, 제목 낚시질에 매진하는 언론사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정의실현 등의 가치를 지키는 데에는 과연 얼마나 관심을 기울일까요? 이들을 대신해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좋은 언론이 성장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언론사 스스로 바뀔 생각이 없음을 우리는 이제 잘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독자 스스로 나쁜 언론사 사이트의 클릭을 자제하고, 좋은 언론사를 잘 골라내어 한국의 언론환경을 올바르게 바꾸어나가야 할 때가 아닐까요?

 

덧글

  • The9 2013/12/16 16:53 # 삭제 답글

    공감가는 훌륭한 글입니다
  • deulpul 2013/12/16 18:17 #

    마지막에 인용한 글에 대한 말씀으로 생각합니다. 저도 동감입니다.
  • 만슈타인 2013/12/16 22:22 # 답글

    아 정말 정리도 깔끔하고 읽기도 편했습니다. 안그래도 이에 대해 불편한 게 많아서 포스팅 한번 하려고 했는데 들풀님께서 정확하게 해주셨습니다.
  • deulpul 2013/12/17 01:42 #

    낚시질은 넘넘 불편하고, 또 걸핏하면 걸리는 우리에게 자괴감까지 보너스로 안겨주죠. 여론은 활발할수록 좋다는 의미에서, 생각하신 포스팅도 언제든 올리셨으면 합니다.
  • 민노씨 2014/01/15 21:24 # 삭제 답글

    the9 님 말씀처럼 정말 훌륭한 글입니다!! (두 분, 두 글 모두 훌륭합니다!!)
    제가 왜 이 글을 놓쳤을까 싶네요. ㅜ.ㅜ;


    추.
    트랙백을 설정했는데 이상하게 안 되는 것 같아서.. (수동으로)
    http://slownews.kr/17905
  • deulpul 2014/01/17 14:23 #

    뜻을 드러내 말하긴 쉽지만, 해결은 참 어렵습니다. 조지 오웰에서 닐 포스트만에 이르기까지 모든 저주들이 동시에 다 구현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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