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온도 영하 45 섞일雜 끓일湯 (Others)

'체감온도 경보(wind chill warning)'가 내려졌다. 일요일 저녁 6시부터 화요일 낮까지다. 이 기간 동안 기온은 -32℃ (-25℉)까지, 체감온도는 -45℃ (-50℉) 밑으로 내려간다는 경고다. 최저기온 기록을 깰 기세다. 아래는 월요일 하루의 예보.




전국기상청이 내린 경보는 이렇게 말한다.

체감온도 경보는 매우 차가운 공기와 강한 바람이 만나 체감 온도를 위험한 수준까지 떨어뜨릴 때 발령됩니다. 이 정도의 체감온도에서는 피부가 아주 짧은 시간 외부에 노출되어도 동상을 입게 되며,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저체온증에 걸리거나 동사할 수 있습니다.

체감온도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은 기온과 바람(풍속), 지표면에 쬐는 일사량이다. 미국 기상청은 저온과 강풍 등으로 체감온도가 떨어져서 위험한 수준이 되면 특보를 발령한다. 구체적인 기준은 각 주의 기상청 지부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대체로 체감온도가 -40℃(= -40℉, 아래 그래프 참조) 밑으로 내려가고 그런 일이 세 시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효된다.

미국 기상청이 발령하는 기상 특보에는 일반적으로 watch → advisory → warning의 세 단계가 있다. watch는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며, 폭넓은 지역에 대해 내려진다. 가장 심각한 특보인 warning은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아주 높거나 이미 벌어졌을 때 내려지며, 즉시 적절한 조처를 취하여야 한다. 구체적 위험 특보이므로 watch나 advisory보다 좁은 특정 지역에 대해 내려지며, 기간도 짧다. (advisory는 위험한 기상 상황의 중간 정도 특보로 쓰이기도 하고, 좀 덜 위험한 기상 현상에 대해 발효되는 특보로 쓰이기도 한다.)

한국은 주의보 → 경보의 두 단계다. 한국 기상청 규정에는 체감온도 특보는 없고, 온도만으로 결정되는 한파 특보가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체감온도 특보를 내리는 곳도 있는 것 같다. 예컨대 서울시는 체감온도 -25~-45도에서 '경고'를, 그보다 내려가면 '위험'을 발동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내가 사는 곳에 내려진 경보를 서울시 기준으로 하면, 월요일 새벽은 '노출된 피부는 몇 분 내로 얼며 야외 환경은 생명에 매우 위험함'에 해당하는 '위험' 상황이다. 그래도 최저점에 떨어졌을 때 잠깐 나가서 체험해 봐야겠지.

아래는 섭씨와 화씨 온도를 상대적으로 표현하여 그린 그래프다. [기울기 > 1]인 F가 온도 변화에 더 민감하여 숫자 변동폭이 크다. F와 C는 영하 40도에서 서로 만난다.



극단적인 추위 상황에 있으면 생각이 잘 안 된다. 볼이 찢어지는 것 같은 상황에서 걸어본 적이 있는데, 내가 어디를 가고 있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아 덜컥 두려운 느낌이 들었다. 더 위에 계신 분들한테는 엄살 같이 보이겠지만. 생명이 위험할 정도로 추우면 가장 염려되는 사람은 밖에서 자는 노숙자들이다. 시에서 임시 대책을 세웠겠지만, 아무 일 없이 잘들 버텨내었으면 좋겠다. 제가 사는 도시와 인근 도시, 주에 계신 분들도 모두 안전하고 따뜻하게 한파를 지나시기를 바랍니다.


※ 기온 예보 그래프: intellicast.com


[덧붙임] (1월7일 오전 1:15)

월요일 아침. 이곳은 초중고등학교가 개학하는 날인데, 너무 추워서 모두 문을 닫고 휴교했다.



햇빛은 밝았지만 강한 바람이 그 약간의 따뜻한 기운마저 모두 휩쓸어가 버리는 것 같았다. 중무장하고 호숫가를 30분 정도 걸어봤는데, 눈물 콧물이 쏟아지는데다 볼의 감각이 없어지고, 안경 위로 입김이 얼어붙어서 앞이 보이지 않았다. 온도는 -26℃, 바람은 시속 35km, 체감온도는 -41℃였다. 호수 위로 나가보고 싶었지만 상태가 심각해질 것 같아서 그만뒀다. 호기심은 고양이를 꽁꽁 얼려버릴 수도 있으니까.

 

덧글

  • 자그니 2014/01/06 22:09 # 답글

    아니...;; 하얼빈도 아니고...;; 저렇게 추운곳에 계셨습니까...;;
  • deulpul 2014/01/07 09:26 #

    늘 그런 건 아니고, 이맘 때 이렇게 호되게 추울 때가 좀 있습니다. 하얼빈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블라디보스톡보다는 위쪽이라능...
  • 우유차 2014/01/07 23:48 # 답글

    체감 온도 -41 도........................ 냉동 창고가 아니면 체감이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온도가.
    외출하셨다는 것 만으로도 강심장이십니다! +_+
  • deulpul 2014/01/08 09:41 #

    잠깐이면 견딜 만합니다. 근데 더 추운 데 계신 분들도 있는데 너무 엄살을 떤 것이 아닌가 싶네요...
  • 미스티 2014/01/08 06:25 # 삭제 답글

    실험삼아 바깥에 나가서 더운물을 뿌려봤더니 바닦에 닿기전에 허옇게 눈이 되더군요. 만화에서 보던 장면처럼 소변을 보면 아마 곡선으로 얼지 않을까 생각해 봤지만 거시기가 얼까봐 실험은 못했습니다. ^^
  • deulpul 2014/01/08 09:45 #

    아아, 뭔가 꼭 해봐야 하는 일이 있는데 생각나지 않아 끙끙댔는데, 바로 그거였군요. 극한의 추운 날 뜨거운 물 뿌리기. 언젠가 유튜브에서 보고 신기하게 생각했는데, 해 보셨군요! 흠... 그건 어떻게 될까요, 정말...
  • 겨울소녀 2014/01/08 23:43 # 답글

    궁금한게 실내 난방은 잘 되는지요? 잘 때는 두툼한 니트를 입고 자야하는지 궁금하네요. 영상1도인 서울에서 베란다를 튼 안방은 24도를 절대 안넘어가서 넘 춥거든요 ㅠㅠ
  • deulpul 2014/01/09 06:50 #

    공동/중앙 난방을 하는 아파트들은 대체로 규정 온도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따뜻한 편이고요, 외부 기온 영향을 많이 받는 단독 주택들에서는 대체로 좀 춥게 지내서 잘 때 옷을 껴입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 타츠야 2014/01/09 14:43 # 삭제 답글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건강하시고 좋은 글들 앞으로도 부탁 드립니다. 언젠가 뵐날이 오기를 바라며...
  • deulpul 2014/01/10 01:43 #

    고맙습니다. 2014년이 타츠야님께도 행복한 한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 North Shor 2014/01/10 06:36 # 삭제 답글

    에드먼튼에서 살던 4년여 동안 살며 겨울마다 저런 날씨를 몇 차례씩 겪은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에드먼튼이나 캐나다 쪽이야 그렇다 쳐도, 미국은 저런 혹한이 훨씬 드물어서 그만큼 대비책도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합니다. 새삼 자연의 위력과 위험을 실감하는 순간입니다.
  • deulpul 2014/01/10 15:37 #

    혹한으로는 저보다 20갑자쯤 선배시지요, 하하. 이번 한파를 놓고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냐를 묻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명확히 답하지 못하는 장면을 TV에서 보았습니다. 우리는 그럭저럭 살다 간다고 치고 후세대한테 정말 미안하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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