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회원 가입, 족구하라고 해요 중매媒 몸體 (Media)

한국 인터넷 사이트들을 이용하면서 겪는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모두 비상식적인 보안이나 인증 때문에 생기는 일들이다. 인터넷은 이제 일상 생활 그 자체이며, 많은 경우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런데 그런 필수적인 인프라에 원천적으로 접근이 안 되도록 하거나, 누구나 이용한다는 점을 악용하여 불필요하게 많은 개인 정보를 긁어내려고 한다.

나는 한국의 대통령이든 미래과학부장관이든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이든 누구든, 아이핀액티브 엑스로 대표되는 후진적인 규제 장치 때문에 국민이 겪는 고통을 외면하는 사람들은 모두 IT에 관한 한 쥐뿔도 모른 채 관련 업계의 겁박에 휘둘리는 무뢰한이라고 생각하며, 이들이 입으로 내놓는 미래 창조 과학 정보 따위 입발린 소리는 모두 개소리라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의 거의 모든 웹사이트는 회원이 되어 서비스를 이용하려 할 때 실명 인증을 할 것을 요구하며, 그 수단으로 아이핀이나 휴대폰 정보를 내놓으라고 한다. 간혹 실명 인증을 하지 않아도 회원 가입이 되는 경우가 있지만, 이 경우에도 주요한 서비스는 이용하지 못하도록 막아둠으로써 실질적으로 익명 가입의 의미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터넷 사업자들이 끊임없이 이용자의 정보를 긁어내려고 하는 한국 인터넷 이용 환경은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매우 한국적인 것이다. 정상이 아닌 것이 정상인 것으로 통용되는 비정상 사회의 한 모습이다. 사영업자인 개별 인터넷 사업자가 운영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에 국가가 정하고 관리하는 개인 정보를 제출하도록 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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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헌법재판소는 인터넷 실명제(본인확인제)가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InternetIdentity.pdf)을 재판관 만장일치로 내린 적이 있다. 이에 따라 인터넷 이용자들이 실명제의 사슬에서부터 풀려날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았다. 그 뒤로도 거의 모든 인터넷 서비스업자들은 주민등록번호 대신 아이핀이라는 형태로 여전히 실명 인증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인터넷 업계는 헌법재판소의 '실명제 위헌 결정'을 '주민등록번호 보호 결정'으로 이해한 듯하다. 그러지 않고서야 주민번호만 아이핀번호로 바꾸었을 뿐, 실명제의 내용은 하나도 변하지 않은 지금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 실명제가 위헌이라며 제기된 헌법소원의 핵심은 인터넷 서비스(정확히 말하면 언론사 게시판)를 이용할 때 본인임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소원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실명제 위헌 결정을 내린 근거는 무엇인가. 다음과 같다(밑줄은 내가).


결국 본인확인제는 그 입법 목적을 달성할 다른 수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게시판 이용자의 본인 확인 정보를 수집하여 장기관 보관하도록 함으로써 본래의 입법 목적과 관계없이 개인 정보가 유출될 위험에 놓이게 하고 다른 목적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하며 수사 편의 등에 치우쳐 모든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와 같이 취급하는 바, 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는 과도한 제한을 하는 것으로서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중략)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헌법적 가치이므로 표현의 자유의 사전 제한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그 제한으로 인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의 효과가 명백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법령 조항들의 경우, 우리 법상의 규제가 규범적으로 또는 현실적으로 적용되지 아니하는 통신망이 존재하고 그에 대한 인터넷 이용자의 자유로운 접근이 가능함에도 외국의 입법례에서 찾아보기 힘든 본인확인제를 규정함으로써 국내 인터넷 이용자들의 해외 사이트로의 도피,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 사이의 차별 내지 자의적 법 집행의 시비로 인한 집행 곤란의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는 바, 당초 목적과 같은 공익을 실질적으로 달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중략)

인터넷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익명 표현은 인터넷이 가지는 정보 전달의 신속성 및 상호성과 결합하여 현실 공간에서의 경제력이나 권력에 의한 위계구조를 극복하여 계층, 지위, 나이, 성 등으로부터 자유로운 여론을 형성함으로써 다양한 계층의 국민 의사를 평등하게 반영하여 민주주의가 더욱 발전되게 한다. 따라서 비록 인터넷 공간에서의 익명 표현이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갖는 헌법적 가치에 비추어 강하게 보호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본인확인제는 기간 제한 없이, 표현의 내용을 불문하고 주요 인터넷 사이트의 대부분 게시판 이용과 관련하여 본인 확인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정보 등을 제시하고자 하는 자가 무엇이 금지되는 표현인지 확신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본인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등의 노출에 따른 규제나 처벌 등 불이익을 염려하여 표현 자체를 포기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고, 인터넷을 악용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이유로 대다수 시민의 정당한 의사 표현을 제한하는 것으로서 익명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 할 것이다.

나아가 현재 주로 이용되고 있는 신용정보회사에 의한 게시판 이용자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에 의한 본인 확인은,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을 수 없는 외국인이나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재외국민에 대해 게시판에의 정보 게시를 봉쇄함으로써 그들의 표현의 자유를 사실상 박탈하는 결과에 이르고 있다.


이렇게 법적 규제는 사라졌으나, 개별 사업자들이 알아서 기는 형태로 여전히 동일한 규제를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이 문제는 실명 정보를 요구하도록 한 조항을 폐기함으로써가 아니라, 실명 정보를 요구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항을 만들어야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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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에 한국 신문 웹사이트에 회원 가입할 일이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패했다. 실명 인증을 위해 요구하는 아이핀 때문이었다.

한국 신문 웹사이트에 가입하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간단히 살펴 보자. 그래도 나름 진보적이라는 매체들만 살펴봤다. 특정한 순서 없이 열거한다.


1. <경향신문>

회원 가입 페이지에 들어가면 다음과 같은 공지가 떠서 마음을 설레게 한다.

경향신문은 2월18일부터 온라인 회원 가입시 본인확인제를 폐지하고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지 않습니다. ...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개인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이제는 간단히 e-메일 확인만으로 경향신문 온라인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습니다. (단 유료 서비스 등 상거래에 필요한 경우 일부 개인 정보를 수집할 수 있습니다.) (강조는 경향신문)

그러나 이것은 거짓말이다. 왜냐. 이런 친절하고 사려 깊은 안내에 따라 다음으로 진행하면 금방 알 수 있다.



약관 동의 페이지를 지나고 '만 14세 이상 가입하기'를 누르면, 두둥!



공포의 아이핀/휴대폰 실명 인증 페이지가 나타난다. '간단히 e-메일 확인만으로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면서요? 거짓말임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여기서 '아이핀 인증' 대신 '취소'를 누르면 다시 맨 처음의 공지 화면으로 돌아가서 '우리는 이메일만 요구한다능'의 메세지를 보여준다. 사람 희롱하자는 건가. 이런 과정이 무한 반복된다. 정신 나간 한국 인터넷 서비스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

회원 가입과 관련한 질문-답변 페이지는 이렇게 되어 있다.



가입하려면 반드시 본인 인증을 거쳐야 하며, 이메일, 아이핀, 휴대폰 번호를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다시,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를 살려 팝업까지 띄워 명시한 앞의 공지는 거짓말이다.

아이핀도 휴대폰 번호도 없는 나는 이 신문의 회원으로 가입할 수 없다.


2. <한겨레>

회원 가입 페이지에 들어가면, 실명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을 대문짝에 박아 놨다. 그 수단은 물론 아이핀 아니면 휴대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하여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지 않습니다"라고 했다. 뜻있는 말 같지만, 결국 네놈의 개인 정보를 다른 형태로 내놓아라는 말이다. 아이핀은 방송통신위원회와 인터넷진흥원이 국가 정책으로 추진하는 주민등록번호 대체 수단이라고 친절하게 설명해 뒀다. 헌법재판소도 그 중요성을 강조한 헌법적 권리인 표현의 자유나 이용자의 불편 따위보다, 제대로 관리도 안 되는 '국가 정책'이 더 중요하다.

그나마 <한겨레>는 두 가지 점에서 <경향신문>보다는 낫다. 하나는 이런 인증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을 미리 밝혀 두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이핀 및 휴대폰 인증 사용이 어려운 재외동포 및 외국인'(다른 말로 하면 금치산 장애자들)을 위해 대체 가입 수단을 열어놨다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진행하면 약관 동의 과정을 지나 다음 페이지에 이르게 된다.



여기서 요구하는 개인 정보는 이름, 생년월일, 이메일 주소 정도다. 그러나 운전면허증, 여권, 외국인등록증 따위를 보내야 한다고 한다. 아주 집요하게 요구한다.

어쨌든 아이핀/휴대폰 없이도 회원 가입이 되긴 한다. 시간은 며칠씩이나 걸리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가입이 되더라도 단서가 있다. '실명 확인이 필요한 서비스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신문 사이트에서 회원이 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활동(이자 거의 전부인 활동)인 댓글 달기는 아마 여기 '실명 확인이 필요한 서비스'에 들어갈 것이다. 이것은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 서비스들이 실명 인증 없이 가입은 할 수 있도록 해놓고 아주 기본적인 서비스조차 이용하지 못하도록 해 놓은 것과 유사하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글루스도 실명 인증을 거치지 않고 회원 가입을 할 수는 있지만, 그런 회원 자격으로는 로그인 댓글 하나 쓸 수 없다. 결과적으로 가입하나마나입니다, 고갱님.


3. <오마이뉴스>

이 매체는 인터넷에서 시작되었고 지금도 온라인이 주력인 매체다. 남들과는 좀 다른가 보자. 회원 가입 페이지에 들어가면 다짜고짜 '네놈이 어디를 통해서 왔지'라고 알려준다. 그렇게 열심히 추적하고 있다는 것은 알려주지 않아도 되거든?



가입하려는 사람의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선택을 만들어 두었다. 일단 '일반'으로 들어가 보자. 약관 동의를 거치면 나오는 장면은 당연히,



아이핀/휴대폰 인증이다. "안전한 회원 가입을 위해 본인 인증을 진행해 주세요"라고 한다. 뭐가 안전하다는 말인가. 실명 인증 안 하면 모니터가 폭발하나? 실명 인증 안 하면 피싱 스미싱 온갖 낚시에 다 걸리게 되나? 실명 인증 안 하면 다른 <오마이뉴스> 가입자가 찾아와서 주먹질을 하나? 아무리 생각해도 '안전한 회원 가입'을 하려면 오히려 본인 인증을 안 해야 되는 것 아닌가.

어쨌든 나는 14세 이상의 멀쩡한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이 방식으로는 이 매체의 회원이 될 수 없다. 그래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외국인 - 해외거주/재외국민'을 선택해 보자. 약관 동의 과정을 거치면 나오는 화면은 이렇다.



여권번호를 내놓으란다. 여권에 쓰인 이름, 생년월일 따위도 함께 내놓으라고 한다.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으므로 우리는 주민번호 수집하지 않는다능!

더 중요한 부분이 있다. 빨간줄 그은 부분이다. 여권번호를 통한 가입은 '거주 여권'일 때만 가능하다. 말하자면 외국에 영주권자로 머무는 사람에게만 해당한다. 한국에 더 많은 연결을 갖고 있는 주재원, 여행자, 유학생 등은 모두 해당되지 않는다. 욕 나오는 순간.

결국 나는 가입할 수 없다.


4. <미디어오늘>

<미디어오늘>은 2008년에 인터넷 실명제의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여 위헌 결정을 이끌어낸 당사자 중 하나다. 그러한 민주적 상식과 문제 의식이 자신들의 회원 운영에도 철저히 관철되어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회원 가입 페이지를 들어가 보자.



일반 회원과 외국인 가입 옵션이 있다. 이렇게 나뉜 것부터 좀 수상쩍다. 일반으로 들어가면 약관 동의 과정을 거쳐서,



두둥! 그 지겨운 실명 인증 화면이 여기도 등장한다. 인터넷 실명제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소송을 제기하여 위헌 결정까지 끌어낸 매체가 독자들에게 실명 정보 제출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은 코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2010년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후 이 신문의 방침은 180도 달라진 것인가? 이용자의 익명성과 표현의 자유는 그 당시는 중요했지만 지금은 아닌가? 똑같은 규제라도 법적으로 강제하면 하기 싫지만, 알아서 하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인가?

맨 처음 회원 가입 옵션에서 외국인을 선택해 들어가 보자. 역시 약관 동의를 거쳐,



이런 과정이 나온다.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국외 거주자'는 이름, 이메일 주소와 신분증/운전면허증/여권/외국인등록증 따위 증빙 서류를 보내라고 한다. 집요하게 개인 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실명제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했던 매체라고 믿어지지가 않는다.

어쨌든 이런 과정을 거치고 여권 따위를 찍어 보내면 회원 가입이 가능하기는 하다. 댓글쓰기 등 실제 활동에 어떤 제한을 두었는지는 알 수 없다.

이상에서 나름 진보적인 색깔을 가진 매체 넷의 실명 인증에 대한 불굴의 투지를 살펴 보았다. 회원 가입에 필요한 노력은 차치하고라도, 내가 가입할 수 있는 것은 <한겨레>와 <미디어오늘> 뿐이며, 그 중 <한겨레>는 (아마도 댓글쓰기를 포함한) 활동에 제한이 있고, <미디어오늘>은 어떤지 모르겠다.

다른 신문들도 더하면 더했지 이들보다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인터넷 보안과 개인의 정보 보호(실은 개인의 정보 긁어내기)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는 외국의 나쁜 매체들은 회원 가입 제도를 어떻게 운영하고 있을까. 대표적으로 나쁜 무개념 매체 두엇을 살펴보자.


5. <뉴욕 타임스>

회원 가입 페이지에 들어가면 "It's free and easy"라는 말이 먼저 눈에 띈다. 한국 신문들과는 달리, 이게 거짓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곧 알게 된다. 가입에 필요한 사항은 이메일 주소와 비밀번호 뿐이다. 실명 인증이 뭔가요, 먹는 건가요? 우리는 당신의 이름도 필요없고 생년월일, 전화번호 따위도 요구하지 않습니다.



이메일과 비밀번호를 적고 '계정 만들기'를 누르면,



바로 등록 완료! 한국 신문 사이트에서 삽질을 하다 온 나는, 저 Welcome! 이라는 시원시원한 말을 보자니 솔직히 눈물이 나올 정도다. 이렇게 보안 의식이 개판인 나쁜 신문 <뉴욕 타임스>에 회원으로 가입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분.


6. <워싱턴 포스트>

회원 가입 페이지에 들어가면, <뉴욕 타임스>보다는 조금 복잡한 화면이 나온다.



그러나 이 정보들은 모두 자발적으로 제출하는 것이며, 실명이나 실제 개인 정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원한다면 아무 거나 써 넣어도 된다. 다음 화면은,



각종 분야별로 뉴스 레터를 구독하는 옵션창이다. 물론 아무 것도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 다음으로 진행하면,



잡소리 다 빼고 그냥 신문 대문으로 데려다 준다. 가입되었다는 것은 오른쪽 맨 위에 "Hi 아무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신문 회원 가입, 이보다 더 간편할 수 없습니다.


7. <허핑턴 포스트>

조금 복잡한 경우도 있긴 하다. 인터넷 매체인 <허핑턴 포스트>. 회원 가입 링크를 누르면 난데없이 페이스북 계정과 연결하라는 팝업 안내가 뜬다.



페이스북 계정이 없으면 이 매체에 회원으로 가입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독자가 <허핑턴 포스트>에서 벌이는 활동에 좀더 책임을 지우려는 것으로, 한국의 실명제 의도와 유사한 점이 있다. 페이스북 계정이 있어야만 가입할 수 있게 해 놓은 것은 얄미운 일이지만, 페이스북 가입이 일반적으로 실명을 요구하지 않고 그곳의 개인 정보는 이용자가 자발적으로 올려두는 것이므로, 실명제라고 할 수는 없다. 원한다면 당장 페이스북 계정을 하나 만들고 신문에 가입해도 된다.

계속 진행을 하면 페이스북 계정과 연결되는 두세 과정을 거치고 나서 회원으로 가입된다.

이상의 미국 매체 예를 보면,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는 너무나 간단하며, 페이스북 정보를 요구하는 <허핑턴 포스트>의 경우도 실명제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이 신문들의 댓글란은 욕지거리와 인신공격과 개소리들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정반대다. 한국의 개판 댓글란보다 훨씬 더 격조 높고 상식적이며 점잖다.

완벽한 익명을 보장하는데도 댓글란이 오히려 더 점잖다는 것은, 미국의 인터넷 매체 독자들이 한국 독자보다 수준이 높기 때문이 아니다. 신문사가 철저히 물관리를 하기 때문이다. 토론에 도움이 되지 않고 문제가 될 만한 댓글들은 철저히 걸러진다.

반면 온갖 지저분한 방식으로 실명을 요구하는 한국 매체의 댓글란은, 실명이거나 말거나 욕지거리와 말싸움으로 늘 개판 상태다. 신문사들이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두 나라 매체들 간의 접근 방식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 매체는 철저히 익명을 보장하여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되, 무책임한 일탈은 신문사가 관리하는 방식으로 품질을 유지한다. 한국 매체는 표현의 자유고 나발이고 회원 가입 때 개인을 찍어낼 수 있는 정보를 긁어두는 방식으로 협박을 해 두고, 그 이후는 나몰라라 하고 내팽개친다. 전자를 사람들이 자유롭게 걷도록 하고 법규를 어기는 사람만 잡아 가둔다고 하면, 후자는 일단 사람들을 다 잡아 가두고 그 감옥 안에서 치고패고 싸우다 죽든지 말든지는 신경 안 쓰는 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신경 안 쓰고 무책임하게 매체를 운영하자면 후자가 훨씬 더 편하긴 할 것이다. 말로는 표현의 자유를 소리 높여 외치면서도, 헌법재판소가 안겨준 자유로부터 도피하고 싶어하는 저 매체 군상들.

 

덧글

  • 긁적 2014/01/10 14:49 # 답글

    ..........
    분노가 느껴지는 포스팅입니다. ㄷㄷㄷㄷ.
  • deulpul 2014/01/10 15:41 #

    딱 그렇습니다. 일단 스압에서 열폭의 기운이...
  • 위니 2014/01/13 07:53 # 삭제

    열폭과 분노는 다른거에요~!!
    열폭은 '열등감 폭발'의 준말이라는....
  • deulpul 2014/01/13 12:47 #

    위니 : 알고 있습니다. '열폭'이라고 한 것은 금치산 장애자 취급을 받는 신세를 자조적으로 말씀드린 것이고요.
  • 아인하르트 2014/01/10 17:15 # 답글

    이글루스고 네이버고 주민번호, 핸드폰 없이 가입되기는 하던데,
    본인인증 하지 않으면 사용에 지장이 있다고 나와버리니 참 곤란합니다. ;;;

    그렇게 실명을 걸고 가입했는데 그 내부 생태계가 지저분하면 진짜로 "자기 이름"을 걸고 가입한 건지 아니면 타인의 이름을 도용한 건지, 그도 저도 아니면 인성이 원래 그런건지 싶기도 하고.
  • deulpul 2014/01/10 17:28 #

    대표적으로 신문 댓글란 보면 정말 신기하죠. 도용이 아니라면 실명 걸고 저렇게 한다는 건데, 용감하기도 하고, 옛날엔 이름 한 자에 자기 목을 걸었는데, 요즘은 욕을 할 수 있다면 내 이름 개나 줘버려하고 생각하는 것인지... 좋다 나쁘다의 판단을 제쳐놓고, 참 신기합니다.
  • 미스티 2014/01/10 23:22 # 삭제 답글

    이런 제도와 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면서 창조경제니 인터넷 선진국이니 하면서 입으로만 떠들고 있는 정부와 정치인들을 보면 한국과 연을 끊고 살아야하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수 없게 만듭니다.
  • deulpul 2014/01/11 01:36 #

    그래서 앞서 박근혜 기자회견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상식적인 사회는 어떻게 굴러가는가를 우리가 이미 너무 많이 알아버린 데에 실망과 괴로움의 근원이 있지 않나 하는 자조적인 생각까지 갖게 됩니다. 그래도 싸움을 멈출 수는 없지만요.
  • 블루 2014/01/13 08:34 # 답글

    외국에서 뭣 좀 해볼려그러면 정말 짜증나지요. 그나마 그 아이핀이라는 녀석도 되다가 안되다가 지 멋대로라...
  • deulpul 2014/01/13 12:48 #

    그나마 저보다는 낫네요. 되는 경우도 있으니...
  • 지나가다 2014/01/13 11:30 # 삭제 답글

    본인확인제는 폐지된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공직선거법의 게시판 실명제와 청소년보호법의 본인확인제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에 뭔가 굉장히 골때리는 상황이 된거죠.
    결국 사업자 측에서는 과징금 때려맞지 않으려면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거구요.
    국회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지금 시국으로 보면 그럴 의지나 있을까 싶습니다.
  • deulpul 2014/01/13 13:06 #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고려하면, 닥치고 실명제의 효과를 가진 것들은 국회에서 법 개정을 통해 폐지하는 것이 제대로 된 순서임은 분명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그런 의지나 소신을 가진 넘들이 얼마나 있나는 의문입니다.

    하지만 위에서 말씀드린 언론사들의 무조건적인 실명 인증 강요는 지금의 상황으로도 지나친 편의주의라 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현행 공직선거법의 실명 확인 의무(제82조의 6)는, 법안의 여러 내용(예컨대 선거 운동 기간에만 한정되는 등)을 고려하면 언론사들이 회원 가입 때 무조건적으로 실명을 요구하는 방식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관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본문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관리가 귀찮아서 독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희생시키는 것에 다름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청소년보호법의 본인 확인제는 무엇을 말씀하시는 것인가요? 제가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제17조 "① 청소년유해매체물을 판매·대여·배포하거나 시청·관람·이용에 제공하고자 하는 자는 그 상대방의 연령을 확인하여야 하고"인데, 이건 지금 논의하고 있는 대상(언론사들이 적용하고 있는 실명제)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 않은가 싶습니다.
  • 캘로크콘후로스트 2014/01/24 11:29 # 삭제 답글

    잘봤습니다. 정작 입법가들은 자신들이 싸놓은 똥냄새를 맡지 않으니 현실인식이 한참 떨어지는듯 합니다. 참 개탄스러운 현실입니다.
  • deulpul 2014/01/25 05:06 #

    현실을 모르니 문제의식도 없을 테고, 있다고 해도 규제하는 편이 더 낫다고 보겠죠. 해외 시찰 다니면서 관광이나 하고 다니니 그럴 겁니다.
  • 슈리net 2014/01/24 16:26 # 삭제 답글

    입법하시는분들 죄다 갓 포맷해서 윈도우 달랑 깔린 pc 주고
    계좌번호 하나 준 후 5만원을 온라인이체해보라고 하고 싶습니다

    그래야 알죠..이 분들이
  • deulpul 2014/01/25 05:20 #

    그런 일은 저 아랫것들 시키라능! ... 저는 거기다가, 외국 나가서 그짓 한번 해보라고 하고 싶습니다. 갑자기 매국노가 되는 희한한 경험이 보장되어 있습니다.
  • khim113 2014/02/23 05:22 # 삭제 답글

    개인정보도 짜증나긴 하지만, 해외 사이트들은 페이스북 계정 접근권한을 많이들 요구하더군요. 그냥 요구만 하는 게 아니라 친구목록, 개인정보를 넘어서 마음대로 포스팅까지 하게 해달라고 하니...SNS에 많은 양의 개인정보가 올라가 있고, SNS를 통한 활동이 많은 사람의 경우에는 이것도 개인정보 수집만큼이나 짜증날 때가 있더군요.
    물론 이런 접근권한은 본인이 읽어보고 쳐낼 수 있기 때문에 보통은 로그인만 하고 다들 쳐내고 있긴 합니다만.
  • deulpul 2014/02/23 10:01 #

    그러게 말입니다. 좀 조용히 살게 해 주면 안 될까? 그런데 이런 개인정보들은 사실은 범죄나 악플 방지 같은 규범적 이유보다는 상업적 이유에서 수집되는 경우가 많고, 자본의 논리가 모든 가치의 최상층에 (잘못) 위치하는 세상이라, 질질 끌려가게 되네요. 간혹 상업적 이유도 아닌데 무조건 내놓으라는 경우도 보게 되는데, 대체 왜 그런지 도저히 알 수가 없습니다.
  • nina 2014/02/27 02:56 # 삭제 답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저도 30여년 이상을 한국에서 살다가 최근에 출국하여 미국에서 지내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인터넷 사이트의 가입활동이 너무나 자유롭게 이루어진다는 데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출국한 이후에 이곳에서 한국 언론사의 기사를 제대로 읽고 싶어 회원가입하려다가 그 망할놈의 아이핀 때문에 실패한 경험이 있어서 더더욱 글이 와닿습니다. 문제의식도 의식이지만, 재미있는 말 흐름으로 잘 풀어내주셨네요. ㅎㅎ 특히 마지막의 비유가 인상적입니다. 잘 읽고 갑니다. 앞으로 종종 들르겠습니다.^^
  • deulpul 2014/03/05 09:15 #

    한국을 떠난 거의 모든 분들이 그런 경험을 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겠지만, 개명된 나라 중에서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연한 듯 벌이고 있는 데는 참 드물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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