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가 니 밥이가? 섞일雜 끓일湯 (Others)



(욕설 주의)


이미 들어보신 분들이 많겠지만, 인상적이어서 다시 듣는다.

전화남이 대리운전을 시켰는데 뭔가 불만스러운 일이 발생한 모양이다. 회사 상황실 여상담원에게 항의 전화를 건 상황이다. 열받은 고객이 욕지거리를 퍼붓는데, 상담원이 지지 않고 고객 수준에 딱 맞게 대응해 준다.

진상 고객을 맞아 이렇게 대응할 수 있는 상담원은 많지 않을 것이다. 아마 저 상담원은 예컨대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과 친인척 관계자이거나 할 듯싶다. 그렇게 믿을 데라도 있지 않는 한, 이런 식으로 고객에 대응했다가는 회사로부터 처벌을 받기 십상일 것이다. 진상 고객들이 진상짓을 하는 것은 그런 약점을 알기 때문이다.

위 전화 녹음에 나온 대화가 바람직한 고객 대응인가는 둘째치고,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마음 속으로는 저와 같이 대응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 상담원이 드물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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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진상 고객들이 차고 넘친다. 휴대폰 서비스 센터에서 전화기를 패대기치며 빨리 고쳐내라고 욕지거리를 하는 인간 말종이 있는가 하면, 고깃집에서 고기를 처먹으면서 종업원을 닥달하며 '욕 먹기 싫으면 노래방 가서 도우미나 하든가'라는 말을 뱉어내는 인간 쓰레기도 있다.

이런 진상들은 자신이 지불하는 작은 돈으로 인하여 자신이 왕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착각한다. 그 돈에 대응되는 것이 그 가치만큼의 재화와 서비스라는점을 깨닫지 못한다. 그리고 그러한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대방이 저와 똑같은 인간이란 점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 결과, 세상살이의 가장 끝, 최전선에 있는 노동자들을 밟고 군림하며 자신의 위세(정확히 말하면 자신이 지불한 알량한 돈의 위세)를 확인하고 싶어한다.

근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예의를 배우지 못한 불쌍한 인간들이며, 돈을 인간 세상의 최고 가치로 여기는 비뚤어진 가치관과도 이어져 있다.

예전에 채선당 사건 때도 썼지만, 노동자는 네 노예가 아니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는 계약 관계로 연결되는 동등한 계약 당사자일 뿐이다.

진상 고객과 비슷한 사고방식을 지닌 사업주들도 진상이긴 마찬가지다. 그 해악이 좀더 크고 폭넓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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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감정 노동자'로 부르기 시작한 게 꽤 된 것 같다. 나는 이 말에 많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감정 노동자라는 말은 노동자들이 돈을 받고 파는 노동의 요소 중에 감정이라는 부분이 들어 있음을 지적하려고 한 말일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감정 노동자들은 고난도의 육체 노동자이기도 하다. 하루종일 식당에서 손님 시중을 드는 일은 육체 노동 치고도 아주 힘든 일이다. 업무 특성상 근육 울룩불룩한 건강남이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하루종일 서서 아랫배에 손을 대고 고객들에게 90도 절을 해야 하는 안내원은 어떤가. 이게 육체적으로 얼마나 힘든 일일지는 딱 하루만 해보면 쉽게 알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매장 판매원도 마찬가지고 비행기 승무원도 마찬가지다. 고객 상담실에 앉아 전화 응대를 하는 상담원들도 다양한 육체적 직업병을 갖고 있을 것이다. 이 노동자들이 파는 것은 본질적으로 감정이 아니라 노동력이고 노동 시간이다.

이런 노동을 감정 노동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 노동의 본질이랄 수 있는 육체 노동의 측면을 가리고 외면하는 결과를 낳는다. 노동력을 파는 데 더하여 감정까지 만들어내 제공해야 한다고 말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 감정으로만 돈을 버는 감정 노동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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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 노동자는 '일개미' '못배운자들'

지난 10월에 나온 기사다. 중고등학생들에게 "노동자는 (  )다' 라는 문구를 주고 괄호 안을 채우게 했더니 이런 답이 나왔다는 것이다.



이것이 한국 모든 청소년의 의식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런 인식이 적지 않게 존재한다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물론 이런 답을 적어낸 아이들 대부분이 노동자의 아들딸, 혹은 노동자로 살기 어려워 전업한 소자영업자의 아들딸일 것이다.

아이들을 이렇게 키우는 것은 진상 고객들을 키워내는 것이나 다름없다. 노동자를 거지, 장애인, 외국인, 다시 말해 나와는 다른 열등한 존재로 생각하는 아이들이 자라나서, 고깃집에서 종업원에게 막말을 하는 진상 고객이 되고 청소 노동자의 인권 침해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진상 고용주가 되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맨 위의 전화 녹음에서 상담원은 이렇게 말한다.

내가 니 밥이가? 아무 이유도 없이 내가 왜 니한테 이년 저년 소리 들어야 하는데?

이것은 너무나 당연한 항의이면서도, 또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현실이기도 하다. 이년 저년 소리하는 것은 차라리 낫다. 작심하고 똑같이 이놈 저놈 하며 응대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 전체가 노동자를 밥으로 여기고 노예로 취급하는 것은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아무 이유도 없이, 혹은 그저 먹고 살기 위해 노동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왜 니한테 노예 대접을 받아야 하는데? 니가 왜 나를 노예처럼 부려야 하는데?

이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그저 노예가 건방지게 대든다며 윽박지르는 것이 지금의 한국 사회다. 그렇게 윽박질러도 조용히 순응해야 하는 것이 노동자의 자세인 것으로 강요되고 통용되는 데가 지금의 한국 사회다. 인구 구성원 절대 다수가 노동자이면서도 말이다.

 

덧글

  • 일각여삼추 2014/01/19 12:38 # 답글

    마음 깊이 동감합니다. 가끔 한국에서 일본식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에 몸사리처지곤 합니다.
  • deulpul 2014/01/20 02:13 #

    가끔 보면 더 올라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신분제는 교묘하고도 우악스런 형태로 계속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 미스티 2014/01/21 08:03 # 삭제 답글

    남한이야 말로 진정한 의미의 프로레타리아 계급혁명이 일어나야 합니다.
  • deulpul 2014/01/21 18:15 #

    인간에 대한 예의와 상식만 지켜지더라도 훨씬 살 만한 세상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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