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질엔 김광석을 섞일雜 끓일湯 (Others)

지난 6일, 김광석 기일이었을 때 뭔가를 쓰려 하다가 말았지. 언제나 듣고 부르고 있으면서, 그가 간 날이라고 새삼 각 잡고 앉아서 무슨 생각을 해 내야 하는 것 같아서 싫었어.

그런데 어제 우연히 이런 프로그램을 봤어.

MBC 다큐 스페셜 - 나는 지금 김광석을 부른다

작년 8월에 방영된 프로그램이야. 이것만이었다면, 그냥 혼자 보고 넘어갔을 거야. 그런데 그 날 마침 이런 글도 읽었어.

택시 속의 김광석

이 글부터 이야기할께. 글쓴이가 아는 시인이 있는데, 택시 운전을 한다는 거야. 이 글이 김광석에 대한 것인지, 아니면 그 시인에 대한 것인지 헷갈리지만, 어쨌든 본문에는 인상적인 대목이 나와. 뭐냐면, 그 시인 택시 기사는 진상 손님들을 다루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는데, 바로 김광석을 틀어주는 것이라고 하네.


술에 얼근해져 시름을 객기로 울분을 시비로 터뜨리려는 취객을, 지름길 놔두고 돌아가는 게 아니냐며 쌍심지를 켜는 찰짜를, 세상의 별의별 일로 쌓인 설움을 별의별 생트집으로 풀어내려는 ‘진상’ 손님을 상대하는 그 나름의 비법이 있다는 게다. 그의 택시를 타면 어김없이 들을 수 있다.

‘젖은 듯 보송보송하고/ 서걱서걱한 듯 촉촉하고/ 즐거움인 듯 아파하고/ 아픔인 듯 다독여 어루만지는’ 그 목소리. 김현식이면 어떨까 하니 철금성은 호불호가 갈려 잘못하면 시비가 붙는단다. 유재하는 괜찮지 않나 하니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단다.

그래서 김광석, 그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사라졌지만 가객에게는 영원한 젊음을 곱씹으며 ‘신파인 듯, 아닌 듯/ 꿈인 듯, 아닌 듯’한 그 노래를 듣노라면 취객도 찰짜도 진상도 하나같이 조용해진다고 한다. (따옴표 안 부분은 정기복의 시 '김광석'에 나오는 부분이라고 함)


아, 그 택시 한 번 타고 싶다. 시인 기사가 김광석을 들려주지 않는다면, 진상이라도 부릴래. 야 씨바 가까운 길 놔두고 왜 이리 돌아가는 거야. 차는 왜 이리 안 가는 거야. 요금이 왜 이리 빨리 올라가. 세상은 왜 이리 엿 같은 거야. 얼른 김광석 안 틀어?

이러다, 성능 좋은 자동차 스테레오에서 김광석이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하거나 "여보 그 때를 기억하오..." 하면, 진상질이고 뭐고 당장 눈물이 주르르 흘러 내리겠지.





근데, 난 저 택시 기사가 김광석을 진상 진압용으로만 쓰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저이 택시에는 진상 손님이 타든 다소곳하니 얌전한 손님이 타든, 늘 김광석이 나온다는 데 500원 걸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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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링크한 방송 다큐 '나는 지금 김광석을 부른다'는, 사람들이 김광석을 좋아하고 그의 노래를 좋아하고 심지어 진상까지도 그 노래를 들으면 얌전해지는 그 이유를 짚어 보고 있어.

거기서 작곡가 김형석은 이런 말을 하네.


노래는요, '나 노래 잘하지' 하고 부르는 것보다 '내 마음 알지' 하고 하는 게 훨씬 소통이 되잖아요. 노래 때문에 위안받고 노래 때문에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게 되고 추억하고 용서하고... 이것은 꾸며서 되는 일이 아니고 마음이 통해야 되는 것처럼, 그 노래를 소통하게 되고 노래로 마음을 통하게 되는 것이 중요한데, 그것을 광석이형의 목소리는 갖고 있는 거죠.


또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 들어간 김광석 노래를 놓고, 영화음악을 하는 조영욱은 이런 말을 해.


영화에서 화면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김광석씨 목소리를 통해서 대신 하는 거죠.


음악에 대해 탁월한 글을 쓰는 임진모는 이렇게 말하네.


꼭 메세지가 저항적이고 스트레이트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때 당시 민주화 투쟁기의 모든 사람들이 김광석 노래에 빠져들고 위로받고 거기서 희망을 찾고 했죠.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시대성이 있기 때문에 김광석의 노래가 더욱 더 부각이 되는 거고요.


이건 어떤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정확한 말이 되겠지만,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크게 와 닿지 않을 것 같아. 나도 그에게 노찾사 배경이라든가, 배가 고파도 TV에 출연하지 않는다는, 80년대식이라 할 고집이라든가 하는 게 없었으면 그에 대한 매력을 좀 덜 느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그의 노래는 시대성에 묶여있다기보다 보편성으로 해방되었다고 보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시대에서 태어나서 보편으로 자랐다고 해도 괜찮고.

그런 점에서 김광석의 친구인 음악가 박학기가 이렇게 말한 게 더 공감이 가. 강조한 부분은 그가 힘주어 말한 데야.


어찌 보면 단 맛, 쓴 맛, 이런 자극적인 맛이 별로 없어요. 그냥 되게 밋밋한지도 모르는데, 그래서 언제든지 사랑받을 수 있는 요소를 갖고 있는 거죠. 그리고 그의 가사도 처음에 들었을 때 달달하고 솔깃한 가사들은 아니에요. 근데 정말 우리가 살다가 인생의 어느 순간에 왔을 때, 가슴에 뭐가 툭 떨어지는 것 같은 이야기가 있죠.


이런 이야기들을 들으며 나는, 김광석이 정서라는 영기와 사람들을 이어준 채널, 영매, 샤먼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좀 들어. 사람들의 정서와 감수성을 일깨워주고, 마르고 쩍쩍 갈라져 초라해진 마음밭에 서정의 물을 조용히 대주어 왔던 존재가 아니었는가 하는. 그래서 우리는 그를 좋아하고, 그가 있을 때도 좋아하고, 그가 없어도 더욱 좋아하게 되는 것 같아. 그가 없는 자리에는 대신 내가 들어가서 나와 내가 그의 노래로 연결이 되거든.

다큐에서 보니 대학로 학전 소극장 앞에 김광석의 부조상이 있더라. 거기에는 그의 말이 이렇게 적혀 있네.




사람들은 생각해. 그래, 나도 저런 때가 있었지. 어떤 때? 투쟁하던 때? 분노하던 때? 그보다는 순수하게 인간과 세상을 바라보고 사랑하던 때라고 하는 게 좋겠어. 나도 그런 때가 있었지, 지금은 비록 주판알을 튕기는 세상에 휩쓸려 가고 있지만, 김광석을 들으니, 아 나도 저런 때가 있었다는 게 기억나, 하며 사람들은 자기 어깨 뒤를 돌아보게 돼.

서울에 가게 되면, 정동길에 있는 이영훈의 추모비와 학전 소극장 앞에 있는 김광석의 부조상 앞에 앉아서 책 한 권씩을 읽고 올 거야. 서울에 살게 되면, 계절에 한 번씩은 그렇게 할 거야. 대구에 있다는 '김광석 길'도 꼭 한 번 다녀올 테구.

<공동경비구역 JSA>에 김광석 노래가 들어간 부분 중 하나는 이거야.





근데 광석인 왜 그렇게 일찍 죽었대니?

시인 출신이라는 택시 기사는 진상들을 다루기 위해 김광석을 튼다고 했지만, 사실 나는 그 진상 중에는 김광석도 당할 수 없는 족속이 있다는 데 다시 500원 걸 수 있어. 요즘 진상들은 너무 독해. 김광석도 감당이 안 될 걸. 굿을 하다 말고 가서 그래. 그가 사람의 마음을 후벼파는 씻김굿을 좀더 길게 해주었더라면 훨씬 나았을 거야.

김광석은 왜 그렇게 일찍 죽었다니, 대체.


※ 노래비 이미지: 풀꽃세상

 

덧글

  • 아인하르트 2014/01/26 22:50 # 답글

    가끔 "하느님께서는 왜 좋은 사람들을 그렇게 일찍 데려가시는걸까"하고 원망할 때가 많아요. 이 세상 힘든 거 아시고 좋은 사람이 좋은 사람인 채로 기억될 수 있도록, 그 좋은 사람들이 세상풍파를 겪으면서 타락하는 것을 막아주시는 것이라고도 생각하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좋은 사람의 살아있는 모습을 계속 볼 수 없다는 점에서는 계속 원망하겠지요.
  • deulpul 2014/01/27 06:53 #

    그러게 말입니다. 말씀대로 그래서 좋은 모습으로만 기억할 수 있기도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네요.
  • 2014/01/27 11:4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1/27 13:1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Silverwood 2014/01/28 12:25 # 답글

    4년 전 가을에 친구랑 대학로 공원을 거닌적이 있는데 공원을 10m정도 가로지르자 언제 생긴지 모를 노천 카페 앞에서 故 김광석씨의 노래를 부르던 사람이 생각나네요. 공원엔 붉은 벽돌로 낮은 담장을 만든 객석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그런 공원엔 흔히 그렇듯 사람보단 빈자리가 더 많았지만, 사실 그사람이 노래를 잘하는것 같지는 않았거든요. 그 사람 특유의 허세도, 관객을 호응하지도 않고 묵묵히 몇번째 곡인지 모를 곡을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다 가버렸는데 그사람은 지금 뭐하나 궁금해지기도 하네요.
  • deulpul 2014/01/28 15:03 #

    비슷한 사람 4년 뒤에 또 보신다면 그건 접니다... 는 농담이고요. 정말, 플래시몹 행사 한 번 해보고 싶네요. 통기타 잡고 서툴게 뚱땅거리는 사람치고 김광석 노래 한두 번 해 보지 않은 사람 없을 텐데, 모두 대학로에 모여서 '사랑했지만' '이등병의 편지' 딱 두 곡만 함께 부르고 흩어지면 아주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20여 명만 되도 장관일 텐데요. 요즘 김광석 관련한 공연도 많이 나와 있는 것 같은데, 광석이형은 사람들이 자기 노래를 가만히 앉아 구경해주는 것보다 직접 목으로, 몸으로 불러주기를 더 원할 것 같네요. 말씀하신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분위기가 아주 잘 짐작이 되고, 그런 분위기 때문에 그 거리를 좋아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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