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의 신년 국정 연설 上 미국美 나라國 (USA)

(길어서 두 부분으로 쪼갭니다. 上은 간단한 해설이고, 뒤에 이어질 는 연설문 중에서 인상적인 부분을 옮겨보았습니다.)

버락 오바마는 오늘 저녁 8시 의회를 찾아가, 2014년 국정 운영 방향을 밝히는 신년 국정 연설(State of the Union)을 했다. 상하 양원 의원들과 행정부 각료, 초청을 받아 참석한 청중이 회의장을 꽉 메운 상태에서 오바마는 65분 동안 다양한 국정 주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1




전에도 잠깐 언급했지만, State of the Union은 나라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 또 행정부는 앞으로 1년 동안 어떤 일을 할 것인지를 의회와 국민 앞에 밝히고 협조를 구하려는 취지를 갖고 있다.

자신의 메시지를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은 대중 정치인으로서 오바마가 가진 큰 장점 중 하나다. 오늘 연설 역시 이러한 능력을 잘 보여준 자리라고 하겠다. 말이 끝날 때마다 기립 박수가 쉬지 않고 터져 나왔다. 몇 차례나 되는지 헤아려보려 했으나,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포기하고 말았다.

곳곳에 삽입한 감동 코드와 휴먼 스토리, 국가 단위의 거대한 시각과 개개인 단위의 촘촘한 이야기의 적절한 배치, 자신의 의지를 밝힐 때의 강한 어조와 분명한 주장 등, 색으로 치면 화려한 원색으로 이루어진 공작새의 날개에나 비유할 만한 연설이라, 한 시간이 넘어가는 동안에도 지루할 새가 없었다. 대중 설득, 메시지 전달, 커뮤니케이션 일반, 연설, 정치적 소통 같은 분야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는 큰 공부가 되는 자료가 아닐까 싶다. 다른 누구보다 청와대 홍보팀이 공부 좀 해봤으면 싶다.

물론 이것은 단순히 연설을 잘 해서 나온 결과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연설을 하는 대통령이 국정 책임자로서 정책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고, 민주주의적 원칙과 자신의 정치 철학에 기반한 굳은 신념과 비전을 갖고 있으며, 그의 팀이 이러한 신념과 비전을 잘 뒷받침하여 판을 벌여 놓는데 탁월하기 때문에 나온다고 생각한다. 오늘 연설은 오바마 팀이 어떤 수준에 이르러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오바마는 연설 중에 세계 최고인 미국의 자부심에 대해 몇 차례 강조하는데, 나는 오바마의 연설, 그리고 그런 연설을 연출해낸 그의 팀 자체가 바로 세계 최고인 미국의 위상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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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은 오늘 밤 오바마의 연설 중에서 '필요하다면 의회에 매달리지 않고 독자적으로 정책을 수행해 나가겠다'라고 한 부분을 가장 중요한 뉴스로 꼽고 있다. 지난 가을, 법까지 다 통과됐을 뿐 아니라 대법원의 추인(합헌 결정)까지 받은 의료개혁안을 놓고 공화당이 다수인 의회(하원)가 딴지를 거는 바람에 나라가 먹통 지경에까지 갔던 일을 당한 오바마로서는 단단히 작정을 한 셈이다.

미국식 대통령제는 3권 분리의 정신 아래 정착된 제도다. State of the Union 연설 자체가 그러한 분리의 양상을 보여주는 일이기도 하다. 입법부와 행정부가 알력을 빚을 때, 국가 원수는 입발린 말이라도 양자의 협조를 강조하고 의회의 이해를 구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오바마는 '니들이 협조 안 하면 혼자라도 가겠다'라고 선언한다. 그런 말을 하는데 청중은 기립 박수를 친다. 무척 특이한 일이다.

지상파를 포함한 주요 방송들이 연설을 생중계한 것은 물론이고,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를 비롯한 주요 인쇄 매체와 인터넷 매체도 홈페이지에 띄운 동영상을 통해 연설을 실시간 중계했다. 이들 매체에서 나오는 영상은 모두 동일했다. 풀(pool)로 찍어 언론 전체에 제공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결과, 오바마 연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방송과 신문, 인터넷 매체 간의 차이는 전혀 없었다. 이것도 특이한 일이다.





긴 분량을 다 옮길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일부분을, 주로 대중 설득과 관련해 인상적인 부분 위주로 살펴본다. <워싱턴 포스트>에 실린 연설문을 텍스트로 삼았다. 중간중간에 약간의 설명을 달았다.

(다음에서 계속)



1. 사법부의 대표인 대법원 판사는 9명 중에서 5명만 참석했다. 참석하지 않은 사람 중 한 명은 여행중이었고, 나머지 3명은 국정 연설 행사 자체를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들이다.

 

덧글

  • 세온 2014/01/30 06:35 # 답글

    대통령이 의회에 매달리지않고 독자적으로 수행해나가겠다는 말에 청중들이 박수를 치다니 정말 기이한 일이군요; 임기를 다할때까지 꼭 해내겠다는 신념이 있는건 알겠지만 그것과 별개로 저런 발언을 공개적인 연설로 했는데 그것이 청중에게 우호적인 반응으로 받아들여진다는건 저 사람이 정치인으로써 가지고 있는 (지금까지 계속 인정받고있는) "카리스마"에 의한것이겠지만 그래도 기분은 좀 묘하네요.
  • deulpul 2014/01/30 07:17 #

    네, 물론 저 장면에서 환호하며 기립 박수를 친 사람은 의원석에서는 주로 민주당 의원들이었을 테고, 청중석에서도 민주당쪽으로 초청 받은 사람들이 주류였을 겁니다.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사람도 꽤 있었고요. 이날 밤 장내 관객 모두가 기립하고 박수를 친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만, 문제의 부분에서는 초당적인 지지를 받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의회에서 벌어지는 정치 공세와 딴지걸기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폭넓게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고, 그게 저와 같은 오바마의 자신감을 만들어내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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