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타임스> 인터넷판 2월7일자에 실린 한국 관련 기사다. 여행 기사인데, 주제는 찜질방을 비롯한 목욕 문화와 미용 문화 체험이다. 남자 기자는 쓸 수 없는 기사로, 여성 취향이 물씬 풍긴다.
외국인이 한국을 들여다 본 관찰기는 우리에게도 언제나 흥미롭다. 그들이 우릴 어떻게 보나 궁금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모르거나 잊고 사는 보편적 기준을 일깨워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전문을 옮겨 본다. 한국 목욕탕이나 미용 문화,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글은 드물지 않은데도 전문을 옮겨 볼 생각을 한 것은, 끝에서 다섯 번째~세 번째 단락 때문이다. 기자는 한국에서 아름다움이란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품을 팔아서 죽어라 가꾸고 다듬는 데서 나온다는 사실을 발견하며, 이러한 외모 강박을 자신과 다른 것은 용인하지 않는 사회 특성과 연결한다.
교양, 오락을 가리지 않고, 외모가 좀 특이한 사람만 나오면 진행자와 관객이 모두 낄낄거리기부터 하는 한국 텔레비전 방송의 폭력적인 마인드에 질린 나는, 이 기사에 나오는 "코미디언들과 초등학생들은 누가 남들과 좀 다른 외모이기만 하면 이를 놀리는 것으로 사람을 웃긴다"라는 서술이 아프도록 공감이 된다. 무신경한 연예인들을 초딩과 병치시킨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아래는 전문. 너무 긴 단락 몇 개는 나누었고, 중간 제목은 내가 추가하였다. 링크는 기자 이름에 달린 것을 제외하고 모두 원문의 것.
[덧붙임] (2월10일 오전 11:00)
기사가 종이판 신문에는 어떻게 나왔나 궁금해서, 일요일 오후에 주유소에 들러서 신문을 샀다. 한산한 가게를 지키고 있는 30대 초반쯤의 점원과 농담을 했다.
나나: 이거 할인 안 해주나요?
점원: 히히히... 안 돼요.
나나: 주말판 신문인데 주말 다 지나서 사잖아요.
점원: 아직 일요일인데요?
나나: 그건 그렇죠. 아아, 일요일 신문을 일요일 저녁에 사고 있는 나란 인간!
점원: ... 6달러에요. 엥? 오마이갓, 신문이 6달러라니.
나나: 비싸죠?
점원: 왜 사요? 온라인으로 못 봐요?
나나: 아, 뭐 체크해 볼 게 있어서요.

해당 기사는 여행 섹션 머릿기사로, 사진 포함해 세 면에 걸쳐 나왔다. 찜질방에서 팩 바르는 커플 사진이 글자 그대로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두 분, 글로벌 데뷔 축하합니다.
종이판에는 온라인판에 실리지 않은 사진이 세 장 더 들어있다. 그 중 하나가 아주 인상적이다.

사진 설명에는 "드래곤힐 스파에서 고객을 위해 마술쇼를 공연하고 있다"라고 되어 있다. 모두 같은 옷(위 기사에서 '면 유니폼'이라고 한)을 입고 빼곡히 모인 손님들도 그렇고, 공연을 하는 마술사의 차림새나 손짓 등이 마치 종교 행사장 같다. 그 와중에 맨 앞에 누워 쇼를 보고 있는 (아마도) 커플도 있네. 제물인가...
신문에서 이 사진을 보는 사람들은, 한국인이란 매우 흥미로운 인종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외국인이 한국을 들여다 본 관찰기는 우리에게도 언제나 흥미롭다. 그들이 우릴 어떻게 보나 궁금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모르거나 잊고 사는 보편적 기준을 일깨워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전문을 옮겨 본다. 한국 목욕탕이나 미용 문화,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글은 드물지 않은데도 전문을 옮겨 볼 생각을 한 것은, 끝에서 다섯 번째~세 번째 단락 때문이다. 기자는 한국에서 아름다움이란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품을 팔아서 죽어라 가꾸고 다듬는 데서 나온다는 사실을 발견하며, 이러한 외모 강박을 자신과 다른 것은 용인하지 않는 사회 특성과 연결한다.
교양, 오락을 가리지 않고, 외모가 좀 특이한 사람만 나오면 진행자와 관객이 모두 낄낄거리기부터 하는 한국 텔레비전 방송의 폭력적인 마인드에 질린 나는, 이 기사에 나오는 "코미디언들과 초등학생들은 누가 남들과 좀 다른 외모이기만 하면 이를 놀리는 것으로 사람을 웃긴다"라는 서술이 아프도록 공감이 된다. 무신경한 연예인들을 초딩과 병치시킨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아래는 전문. 너무 긴 단락 몇 개는 나누었고, 중간 제목은 내가 추가하였다. 링크는 기자 이름에 달린 것을 제외하고 모두 원문의 것.
목욕탕에서 발견하는 한국의 문화
(A Look at Korea’s Culture From the Bathhouse)
By Jodi Kantor
2014년 2월7일 (종이판 2월9일)
내 친구 아카디아 김은 애가 셋이고 하버드 경영대 학위를 갖고 있지만, 서울에 있는 드래곤힐 스파에서 때밀이 아줌마와 벌이는 협상에서는 별 힘을 못 썼다.
우리는 한국식 목욕 시설인 찜질방 한 가운데 서 있었다. 수증기가 뽀얗고 여자들만이 들어와 있는 이 목욕탕에서 때밀기가 이루어진다. 한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때밀이는 엄격한 중년 여성들이 담당하는데, 레이스가 달린 검은색 속옷 차림이다. 개중에는 뚱뚱한 사람도 있다. 아카디아는 이 여성들이 '아줌마'라고 말해주었다. 아줌마는 노동 계급인 중년 여성을 호칭하는 말로, 친절하면서도 딱 부러지는 엄격함이 특징이다.
우리 아줌마는 우리가 전신 때밀이를 해야 한다고 우겼다. 아카디아가 그럴 시간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아줌마는 안 된다고 머리를 저었다. 잠시 뒤 우리는 미끌미끌한 비닐 테이블 위에 누웠는데, 이건 목욕 서비스를 받는다기보다 태고 시대에 엄격한 보호자의 처분을 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줌마는 거친 노란색 때밀이 수건으로 우리 몸의 때를 벗기기 시작해다. 몸 위에 올라와서 등짝을 철썩철썩 때리기도 했는데, 그 소리가 젖은 타일에 부딪쳐 메아리쳤다.
나를 담당한 아줌마는 때를 밀던 도중에 나를 흔들어서 눈을 떠보라고 했다. 내 팔에 붙어 있는, 쌀알보다 큰 회색 덩어리를 자랑스러이 보여주는 것이다. 나는 처음에는 이게 말로만 듣던 한국의 피부 관리용 제품인 줄 알았다. 아니, 그건 죽은 피부세포가 뭉쳐진 때였다. 때밀기가 끝나자 뜨거운 타월로 나를 덮어주었는데, 나는 아기가 된 기분이었다. 그런 기분이 든 게 무리도 아니다. 완전히 무력한 상태에서 나이 많은 여자의 보살핌을 받았고, 내 피부는 부드럽게 새로 태어났으며, 나는 이제 겨우 이해하기 시작하는 낯선 세상에 둘러쌓여 있으니까.
미국 스파 대부분은 외부 세계와는 격리된 밀실 같은 곳이다. 또 유명 여행지에 있는 스파들은 현지 문화에 어거지로 끼워맞춘 서비스로 이루어져 있다. (멕시코) 칸쿤의 리츠-칼튼에서 제공하는 263달러짜리 '마야식 신비 마사지'가 과연 얼마나 멕시코적인 것인가? 그러나 나는 지난 연말 한국의 스파, 목욕탕, 사우나, 화장품 가게들을 둘러보면서, 이런 곳이 한국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최고의 장소라는 점을 깨달았다. 자신의 모습을 외국인에게 어떻게 보여주어야 하는지 지금도 고민하는 한국.
한국을 알려면 찜질방으로 가라
당신이 서울 거리를 걷는다면, 볼 수 있는 것은 별 특징 없는 회색 건물들 뿐이다. 일부 미국 관광객들이 불평하는 대로 말이다. 그러나 찜질방이나 화려한 립스틱 전문매장 같은 데를 가 본다면, 이 나라를 훨씬 더 깊게 보게 된다. 끊임없는 자기 개발과 그에 따른 피로감을 해소하기 위한 휴식 추구, 독창적인 것을 만들어 내는 재주와 새로운 것에 대한 애정, 억압적일 정도로 협소한 사회 기준과 이에 대한 철저한 순응, 서울을 아시아 대중 문화의 중심으로 만들고 삼성이나 LG 같은 브랜드의 세계화를 이끈 상업적 본능, 안 그럴 때를 빼면 여전히 전통적인 것처럼 보이는 성별 및 가족 관계 등. (요즘에는 피부 관리를 받으러 커플이 함께 간다. 외모에 목매다는 일부 한국 남성 모습을 보며 즐기고 싶다면 구글에서 '한국 남자 파마(Korean male perm)'로 검색해 보라.)
(미국) 여성 관광객을 위한 조언: 비용을 좀 들인다면, 당신은 서울에 며칠 머무는 동안에 여자가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체험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미국에서는 우리 대부분이 누릴 수 없는 것들이다. 미국에서 나는 여성 잡지에 나오는 각종 크림이나 치료에 주목해본 적이 없다. 누가 그런 돈이 있으며, 누가 그런 화려한 마술 같은 선전을 믿겠는가. 그러나 한국에서 나는, 비용은 싸고 품질은 높으며 어디서나 찾을 수 있는 미(美)의 문화에 기꺼이 나를 맡겼다. 바르면 손이 따뜻해지는 핸드 크림도 있고, 생리통을 완화해주는 온습 파스도 있으며, 극도로 얇게 바를 수 있는 파운데이션이 담긴 '에어 쿠션' 콤팩트도 있고, 뱀의 독에서부터 동물의 태반에 이르기까지 별별 재료가 다 들어간 얼굴 팩도 있다. 한국 여행 초기에 나는 남편과 딸이 그리웠지만, 며칠이 지나자 더 생각이 나는 것은 미국에 있는 여자 친구들이었다.
다행히도 (한국 친구) 아카디아가 있었다. 때밀기가 끝내자, 때밀이 아줌마 중 한 명이 자기가 보온병에 가져온 냉커피를 한 잔 권했다. 우리가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우리는 커피를 사양하고, 대신 천천히 익힌 계란을 샀다. 이건 찜질방에서 유명한 주전부리이다. 아카디아는 한국 여자들이 환장하는 얼굴 팩을 두 개 뽑아들었다.
아카디아와 나는 뉴저지의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래 만난 적이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스파에서 나눠주는 면 유니폼을 입고 함께 누워서 고딩 때 친구들에 대한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녀는 한국의 목욕과 미용 문화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그녀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나온 상세한 이야기들은 매우 흥미로왔다. 그녀의 네 살짜리 딸은 파마를 했다. 그애 친구들 중 일부도 그렇다. 가족 사진을 찍었을 때, 사진사는 아카디아의 팔을 날씬하게 보이게 만들기 위해 뽀샵질을 했다. 묻지도 않고 그렇게 했다. 그녀는 셋째 아이를 출산한 뒤, 요즘 서울에서 인기 높은 '산후조리원 스파'에 몇 주 동안 투숙했다. 이곳에서는 매일 마사지를 해 주고 젖 먹이는 것을 도와주며, 신생아를 24시간 돌봐준다. 화려하고 조용한 객실은 기본이다.
그러나 아카디아는 찜질방에 가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녀는 내 고등학교 급우들 중에 가장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었는데, 그런 그녀도 사람들의 눈길이 두려웠다는 것이다. 그녀는 절반쯤 농담으로 이렇게 말했다. "찜질방은 시어머니들이 며느리자리를 데려가 혼수를 체크하는 곳이야."
비슷하고도 다른 한국과 일본의 목욕탕
작년에 우리 가족은 일본 여행을 한 적이 있다. 그 때 도쿄 북서쪽 산지에 있는 리조트인 호시노야 카루이자와에 갔었다. 이곳은 목욕을 소박한 경이로움으로 승화시킨 곳이다. 우리는 매일 몇 시간 동안 물 속에 들어가 있다가, 명상을 위해 마련된 욕탕으로 조용히 옮겨다녔다. 금귤이 둥둥 떠 있는 나무 목욕통에도 들어갔고, 계곡물을 흉내낸 노천탕에서 일본 가족들이 느긋하게 즐기는 것을 보았다.
호시노 체인은 일본의 전통 여관을 현대화한 것인데, 고유 문화를 보존하면서도 이를 외지인에게 상품화하는 일본인의 천재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인은 힘은 넘치고 그래서 잘 이기긴 하지만, 이런 기술은 별로 없다. 우리 가족은 도쿄 시내에 있는 좀더 현대적인 일반 목욕탕도 가 봤다. 로비에 자판기와 대형 TV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런 대중탕에서도 깔끔함과 고요함의 기운을 찾아볼 수 있었다. 말하자면 목욕이란 신도-불교의 의전 행사 같은 것이다.
한국의 찜질방은 이런 일본 목욕탕의 사촌 격으로, 일제 시대에 확산됐던 대중탕의 최신판이다. 두 나라 목욕 시설에는 비슷한 점도 있다. 탕에 들어가기 전에 몸을 씻기 위한 작은 샤워장 같은 게 그렇다. 그러나 한국에서 찜질방에 가는 일은 쇼핑몰에서 목욕을 하는 것이나 비슷하다. 그 중 어떤 것은 크루즈 배에 있는 쇼핑몰처럼 화려하다. 최신 찜질방들은 다층 건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곳에서는 마술쇼를 보여주고 한식당이 딸려 있으며, 회사에서 단체로 온 손님들을 위한 공간도 있다. (한국 표현에 따르자면, 찜질방에서 홀랑 벗고 함께 목욕하기 전에는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없다고 한다.) 인기있는 TV 쇼에 찜질방을 무대로 하는 고정 코너인 '웃지마 사우나'란 게 있을 정도다. 여기서 사회자는 연예인 출연자들에게 우스운 사투리로 시끄러운 질문을 던지는데, 만일 누군가가 웃으면 물바가지를 뒤집어씌운다.
한국에는 목욕탕 수천 개가 전국에 흩어져 있다. 이 중 세 도시의 목욕 시설을 가 본 결과, 나는 다음과 같은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찜질방 입장료는 거의 모두 싸다. 10달러도 안 되는 값으로 라커를 빌릴 수 있고 탕이든 사우나든 원하는 만큼 즐길 수 있다. 또 유교적 순응을 요구하는 듯한 면 유니폼도 나눠주는데, 누구나 이 옷을 입고 있는 모양을 보면 마치 <Orange Is the New Black>(여자 형무소를 다룬 미국 드라마)의 주인공들 같다. 영어 안내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곳을 돌아다니는 동안 당황스럽지만 재미있는 것을 만나게 된다. 이집트의 피라미드에서 따온 듯한 사우나가 있고, 토스터기 안에 들어 있는 것 같은 발열 코일이 깔린 바닥도 있으며, 몸에서 독성을 빼내준다는 소금덩이가 들어 있는 방도 있다.
바닥에는 코 고는 시체들이 가득
시설들은 대체로 깨끗하지만 화려한 경우는 거의 없다. 또 넋을 잃은 몸뚱이들이 가득 차 있는 경우도 있다. 코를 골고 있는 이 살아 있는 몸뚱이들은 과도하게 일하는 이 나라의 상징처럼 보인다. 한국이 주 6일에서 주 5일 근무제로 바꾼 것은 고작 10년 전의 일이다. 따뜻한 바닥에는 커플들이 뒤엉켜 있다. 한국은 생활 공간이 좁은 데다, 한국의 많은 젊은이는 미국 젊은이보다 더 오래 부모와 함께 산다. 집에는 없는 공간을 찾아 공공 장소에 나와, 여기서라도 약간의 사생활을 모색하는 이들이다.
내부 시설은 찜질방에 따라 다르다. 아카디아와 내가 때를 밀었던 서울의 드래곤힐 스파는 품격이 낮고 좀 우중충하긴 하지만 나름대로 인기가 높다. 특히 저녁에 술을 퍼마시고 밤을 보내려는 사람들에게 인기다. 한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부산의 신세계 백화점에는 이보다 훨씬 더 세련된 찜질방이 있다. 바닥에는 번쩍번쩍 빛나는 나무를 깔았고, '웨이브 드림'이라는 방은 깊은 물 속에 들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도록 만들었다. 역시 남쪽 도시인 순천 부근에서 나는 대나무 숲 안에 자리잡은 찜질방을 갔다. 이곳에는 몸은 부드럽게 덥히고 머리는 밖으로 내어 겨울의 햇살과 산안개에 노출시키는 '두더지 사우나'라는 게 있었다.
이 나라의 중심부에 위치한 평범한 도시 대전에서는, 후줄그레한 사무 빌딩 안에 물의 신세계가 감춰진 것 같은 찜질방에 간 적도 있다. 탕에 들어가기 전에 샤워를 해야 하는데, 미국식 샤워는 아니다. 한국식 샤워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샅샅이 훑는 것으로,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비누거품, 잇실, 온몸 때밀기 등이 동반된다. 20~30대로 보이는 여성 몇몇이 어머니들을 씻겨주고 있었다. 힘차게 하면서도 부드러움을 잃지 않았는데, 이것은 윗어른에 대한 존경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내가 한 탕에서 다른 탕으로 옮기면서 보니, 20분이나 지났는데도 여전히 때를 밀고 있었다. 나이 많은 여자의 피부는 이제 밝은 분홍색이 되는 중이었다. 몸을 말리고 나가면서 보니 딸래미들은 여전히 어머니들을 씻기고 있었다. 이런 장소는 특별할 게 하나도 없는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아주 특별해 보였다.
젊은 한국 여자를 한 명 잡아서, 그녀가 외모를 가꾸기 위해 무엇을 하는지 물어본다면, 아마도 그녀는 자기가 그런 대답을 할 적당한 사람이 아니며, 자신은 외모를 꾸미기 위해 애쓰는 이 나라의 열풍에 휩쓸리지 않는다고 대답할 것이다. 물론 그래도 얼굴을 팽팽하고 작게 보이게 하기 위해 가끔씩 얼굴 마사지와 피부 집기를 하러 다닐 것이다. 몇 달에 한 번씩 아이라인에 문신을 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할 것이다. 살을 빼고 탄력을 붙이기 위해, 하체를 탄탄하게 만드는 데 효능이 있다는 하체 두드리기 10회 사용권을 사기도 한다. BB 크림(고강도 색조 보습제)을 바르고 피부에 세 종류의 클린저를 사용하며, 손상된 피부 회복과 노화 방지를 위해 달팽이 점액으로 만든 또다른 보습제를 사용한다. 겨울철에는 두피가 건조해지므로 미용사한테 가서 치료를 받는다. 이 미용사는 확대 사진을 통해 그녀의 두피의 습도 수준을 기록하고 관리한다. 마치 치과의사가 환자의 치아 X-레이 사진을 보관, 관리하듯이. 그러나 그녀는 다시 힘주어 말할 것이다. 자기 친구들이 외모에 쏟는 노력에 비하면 자기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끊임없이 만들어 내야 하는 아름다움
미국에서 이상적인 아름다움이란, 예컨대 캘리포니아 해안에서 화장기가 거의 없는 얼굴로 자연스럽게 빛나는 여성 같은 것을 말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죽어라 일한 덕분에 빈곤에서 벗어나 풍요로움을 얻게 된 나라 한국에서는, 다른 것들이 다 그렇듯, 아름다움 역시 끊임없이 공을 들여야 하는 개념이다. 미용업계의 거물 헬레나 루빈스타인이 "세상에 추한 여성은 없으며 오로지 게으른 여성이 있을 뿐이다"라고 선언한 말은, 한국 대형 백화점에서 팔리는 줄기 세포 크림의 판촉 문구로 적당할 것이다. 서울 여행 중의 어느 날 아침, 나는 강남의 한 네일샵에 매니큐어를 하러 갔다. 강남은 싸이의 노래로 유명해진 서울의 부촌으로, 고급차와 호화로운 가게들이 늘어선 지역이다. 내 손톱을 한 번 본 담당 직원은 끔찍하다는 뜻으로 보이는 한숨을 내쉬었는데, 내 손톱은 아무리 봐도 형편없는 상태는 전혀 아니었다.
한국으로 여행을 오기 전에 나는, 한국에서 쇼핑하는 일이 얼마나 즐거운지에 대해 들었다. 화장품 매장들을 훑어보기 시작하면서, 나는 이게 무엇을 뜻하는지 알게 되었다. 화려하게 포장된 화장품들은 당신이 지금껏 전혀 알지 못했던 당신의 문제를 일깨워주는데, 이것을 고치는데 몇 주쯤은 후딱 지나간다. 굳은살이 박힌 발에는 '각질 제거로 빛나는 발을 만들어 주는 제품'이 있고, 밤 껍질에서 숯까지 별별 향이 나는 얼굴 팩이 있고, 우유 팩, 녹두 팩, 코 팩이 있으며, '산기슭' 향이 나는 탄력 패치가 있다. 나는 액체 아이라이너를 3.50달러에 샀는데, 미국에서 네 배나 더 비싼 돈을 주고 산 것보다 효과가 좋았다. 또 눈썹을 정리하는 작고 정교한 면도칼도 샀는데, 핀셋으로 잡아뜯는 것보다 덜 아팠다.
가장 좋았던 가게는 에뛰드 하우스였다. 분홍색 열기로 가득 찬 이 브랜드는 기발한 제품을 재미있는 포장에 담아 내놓고 있는데, 한국 미용업계의 큰손인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한다. 주 고객층은 10~20대 여성이다. 이 브랜드는 화장도 놀이의 하나라는 아이디어에 근거해 만들어졌다. 그래서 모든 매장이 거대한 인형의 집처럼 생겼다. 화장품들도 장난감 같다. 귀여운 동물 모양을 한 용기에서 핸드 크림이 나오고, 얼굴 팩에는 사용자를 흑백 영화의 스타처럼 만들어 주겠다는 농담이 써 있다.
어느 날 저녁, 나는 속눈썹을 붙이기 위해 미장원에 들렀다. 여직원이 눈썹을 풀칠하여 직접 손으로 부드럽게 붙이는 동안, 나는 깜박 잠이 들었다. 뉴욕에도 똑같은 서비스가 있지만 훨씬 비싸다. 게다가 한국에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미의 대열에 합류하는 것 같았다. 내가 깨어났을 때, 내 얼굴에는 자연이 내게 주지 않은 선물이 내려와 있었다. 적은 금액과 잠깐의 시간으로 이렇게 변할 수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에서 처음 들어본 소리 "당신 모공이 커요"
한국 전체에서 여성 친구라고는 단 한 명뿐이었기 때문에, 둘을 더 빌렸다. 서울리스트(Seoulist)라는 웹사이트를 만든 송예리와 자유기고가인 바이올렛 해은 김이었다. 둘 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삶을 살아왔다. 서울의 역동적인 대학가인 홍대에서 저녁을 먹을 때, 우리는 한국에서의 삶이 그들 자신과 타인을 보는 시각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예리는 "뉴욕에서 살 때 난 로션이 하나였다"라고 말했다. 요즘 그녀는 20대 후반 뉴욕 여성을 만나면 실제보다 10살은 더 많은 것으로 넘겨잡곤 한다. 그녀는 서울에서는 "모두가 젊게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들과 이야기하는 동안, 나는 한국의 미용 문화를 놓고 보자면 외국인들은 한국인보다 큰 특혜를 누린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우리(외국인)는 한국에서 새로운 체험을 해 보고 몇 가지를 사서 고국으로 돌아가면 되지만, 한국 여성들은 계속 똑같은 피곤한 기준 속에서 살아야 한다. 예리는 기혼자지만, 지금도 남들이 자신을 살펴보는 데 대해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그녀는 "어떤 남자가 나한테 모공이 크다고 했는데, 이런 소리는 한국에 와서 처음 들어봤다"라고 말했다.
내가 서울 거리에서 만난 성형외과 수는 너무나 많아서 셀 수도 없었다. 그 중 어떤 곳들은 '제2의 도약' 같은 노골적인 이름을 달고 있었다. 지하철 출입구는 시술 전과 후를 비교해 보여주는 광고들로 도배가 되어 있다. 그 중 하나는 '시술 후' 사진에서 결혼 반지를 보여준다. 바이올렛은 "어떤 여성들은 관리하기가 싫어서 그냥 수술을 해버리곤 한다"라고 말했다.
한국 화장품을 미국 여성에게 파는 Soko Glam의 창업자인 샬롯 조는, 한국에서 사람들의 외모가 얼마나 유사한지, 여성 의류에 크기 표시가 없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모든 사람이 한 가지 크기의 옷에 맞도록 되어 있다는 것이다. 코미디언들과 초등학생들은 누가 남들과 좀 다른 외모이기만 하면 이를 놀리는 것으로 사람을 웃긴다. 피부가 검다거나 얼굴에 특이한 점이 있다거나 하는 경우다. 외모가 흩트러져서 귀엽게 보이는 것 같은 일은 한국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조씨는 "한국인들은 완벽함을 요구한다"라고 말했다. 얼굴이 작은 여자는 연예인이 되라는 소리를 곧잘 듣는다. 아주 쳐주는 특징이기 때문이다.
다른 것을 존중하는 법을 학습중인 한국
이런 모든 것들은 미국인 여행자에게 의문을 일으킨다. '백색 효과'를 낸다는 한국의 화장품을 보며 눈살을 찌푸리게 되듯이. 한국의 모든 여성은 이런 것들을 원하거나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나는 함께 저녁을 먹은 여성들에게 가상의 상황을 놓고 질문을 해봤다. 내가 여행 중에 다른 사람들에게 흔히 묻는 질문이다. 나와 친한, 뉴욕에 사는 한국계 미국인 여성이 내 남편의 대학 동창과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그 남자가 흑인이라면? 두 사람이 한국에 오면 아무런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을까? 집단의 기준에서 벗어난 사람을 희화화하는 데 서슴치 않는 이 사회에서?
식사 자리의 여성들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들은 한국이 점점 더 열린 사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흑인과 결혼한 내 가상 친구를 한국 사람들이 빤히 쳐다보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고 했다. 특히 서울을 벗어나면 그렇다. 한국은 관용하는 법, 자신과 다른 것을 존중하는 법을 여전히 배우고 있는 상태다. 예리는 "나는 지나치게 뚱뚱한 친구를 한국에 초대하는 일을 좀 망설일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국 여행의 마지막 날,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찜질방 스파 레이를 한 번 더 가기 위해 아카디아를 다시 만났다. 이곳은 여성 전용 시설로서, 흔한 유니폼 대신 예쁜 목욕 가운을 주었다. 안에는 작은 옷가게도 있었는데, 그곳의 젊은 여직원은 우리가 지나갈 때마다 셀카를 찍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를 전혀 모른다는 듯이. 여성의 은밀한 부분을 데우는 약초 훈증도 있었다. 우리는 그냥 거품 욕탕에 만족했다. 그 날 오후, 한 동료가 나를 동대문 시장에 데려갔다. 여기서 나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우스울 정도로 적은 금액으로 장식용 보석을 샀다. 화장품만큼이나 싸고 매력적인 제품들이었다.
내 배낭은 미국의 친구들에게 줄 크림과 화장수들로 가득 찼다. 그 대부분은 그저 웃고 즐기기 위한 선물이다. 달팽이 크림은 벌써 써보고 있다. 보통의 얼굴 크림보다 더 끈적끈적한 느낌인데, 피부가 훨씬 부드러워지고 겨울철 날씨에 따른 손상도 적어지는 것 같았다. 공항에서 우스꽝스럽게 들리는 제품을 마지막으로 하나 더 산 뒤(스킨 밸런싱 워터였다) 대한항공 비행기에 올라갔다. 승무원들의 말쑥한 검은 머리와 희고 촉촉한 얼굴이 새롭게 보였다.
(A Look at Korea’s Culture From the Bathhouse)
By Jodi Kantor
2014년 2월7일 (종이판 2월9일)
내 친구 아카디아 김은 애가 셋이고 하버드 경영대 학위를 갖고 있지만, 서울에 있는 드래곤힐 스파에서 때밀이 아줌마와 벌이는 협상에서는 별 힘을 못 썼다.
우리는 한국식 목욕 시설인 찜질방 한 가운데 서 있었다. 수증기가 뽀얗고 여자들만이 들어와 있는 이 목욕탕에서 때밀기가 이루어진다. 한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때밀이는 엄격한 중년 여성들이 담당하는데, 레이스가 달린 검은색 속옷 차림이다. 개중에는 뚱뚱한 사람도 있다. 아카디아는 이 여성들이 '아줌마'라고 말해주었다. 아줌마는 노동 계급인 중년 여성을 호칭하는 말로, 친절하면서도 딱 부러지는 엄격함이 특징이다.
우리 아줌마는 우리가 전신 때밀이를 해야 한다고 우겼다. 아카디아가 그럴 시간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아줌마는 안 된다고 머리를 저었다. 잠시 뒤 우리는 미끌미끌한 비닐 테이블 위에 누웠는데, 이건 목욕 서비스를 받는다기보다 태고 시대에 엄격한 보호자의 처분을 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줌마는 거친 노란색 때밀이 수건으로 우리 몸의 때를 벗기기 시작해다. 몸 위에 올라와서 등짝을 철썩철썩 때리기도 했는데, 그 소리가 젖은 타일에 부딪쳐 메아리쳤다.
나를 담당한 아줌마는 때를 밀던 도중에 나를 흔들어서 눈을 떠보라고 했다. 내 팔에 붙어 있는, 쌀알보다 큰 회색 덩어리를 자랑스러이 보여주는 것이다. 나는 처음에는 이게 말로만 듣던 한국의 피부 관리용 제품인 줄 알았다. 아니, 그건 죽은 피부세포가 뭉쳐진 때였다. 때밀기가 끝나자 뜨거운 타월로 나를 덮어주었는데, 나는 아기가 된 기분이었다. 그런 기분이 든 게 무리도 아니다. 완전히 무력한 상태에서 나이 많은 여자의 보살핌을 받았고, 내 피부는 부드럽게 새로 태어났으며, 나는 이제 겨우 이해하기 시작하는 낯선 세상에 둘러쌓여 있으니까.
미국 스파 대부분은 외부 세계와는 격리된 밀실 같은 곳이다. 또 유명 여행지에 있는 스파들은 현지 문화에 어거지로 끼워맞춘 서비스로 이루어져 있다. (멕시코) 칸쿤의 리츠-칼튼에서 제공하는 263달러짜리 '마야식 신비 마사지'가 과연 얼마나 멕시코적인 것인가? 그러나 나는 지난 연말 한국의 스파, 목욕탕, 사우나, 화장품 가게들을 둘러보면서, 이런 곳이 한국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최고의 장소라는 점을 깨달았다. 자신의 모습을 외국인에게 어떻게 보여주어야 하는지 지금도 고민하는 한국.
한국을 알려면 찜질방으로 가라
당신이 서울 거리를 걷는다면, 볼 수 있는 것은 별 특징 없는 회색 건물들 뿐이다. 일부 미국 관광객들이 불평하는 대로 말이다. 그러나 찜질방이나 화려한 립스틱 전문매장 같은 데를 가 본다면, 이 나라를 훨씬 더 깊게 보게 된다. 끊임없는 자기 개발과 그에 따른 피로감을 해소하기 위한 휴식 추구, 독창적인 것을 만들어 내는 재주와 새로운 것에 대한 애정, 억압적일 정도로 협소한 사회 기준과 이에 대한 철저한 순응, 서울을 아시아 대중 문화의 중심으로 만들고 삼성이나 LG 같은 브랜드의 세계화를 이끈 상업적 본능, 안 그럴 때를 빼면 여전히 전통적인 것처럼 보이는 성별 및 가족 관계 등. (요즘에는 피부 관리를 받으러 커플이 함께 간다. 외모에 목매다는 일부 한국 남성 모습을 보며 즐기고 싶다면 구글에서 '한국 남자 파마(Korean male perm)'로 검색해 보라.)
(미국) 여성 관광객을 위한 조언: 비용을 좀 들인다면, 당신은 서울에 며칠 머무는 동안에 여자가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체험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미국에서는 우리 대부분이 누릴 수 없는 것들이다. 미국에서 나는 여성 잡지에 나오는 각종 크림이나 치료에 주목해본 적이 없다. 누가 그런 돈이 있으며, 누가 그런 화려한 마술 같은 선전을 믿겠는가. 그러나 한국에서 나는, 비용은 싸고 품질은 높으며 어디서나 찾을 수 있는 미(美)의 문화에 기꺼이 나를 맡겼다. 바르면 손이 따뜻해지는 핸드 크림도 있고, 생리통을 완화해주는 온습 파스도 있으며, 극도로 얇게 바를 수 있는 파운데이션이 담긴 '에어 쿠션' 콤팩트도 있고, 뱀의 독에서부터 동물의 태반에 이르기까지 별별 재료가 다 들어간 얼굴 팩도 있다. 한국 여행 초기에 나는 남편과 딸이 그리웠지만, 며칠이 지나자 더 생각이 나는 것은 미국에 있는 여자 친구들이었다.
다행히도 (한국 친구) 아카디아가 있었다. 때밀기가 끝내자, 때밀이 아줌마 중 한 명이 자기가 보온병에 가져온 냉커피를 한 잔 권했다. 우리가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우리는 커피를 사양하고, 대신 천천히 익힌 계란을 샀다. 이건 찜질방에서 유명한 주전부리이다. 아카디아는 한국 여자들이 환장하는 얼굴 팩을 두 개 뽑아들었다.
아카디아와 나는 뉴저지의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래 만난 적이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스파에서 나눠주는 면 유니폼을 입고 함께 누워서 고딩 때 친구들에 대한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녀는 한국의 목욕과 미용 문화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그녀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나온 상세한 이야기들은 매우 흥미로왔다. 그녀의 네 살짜리 딸은 파마를 했다. 그애 친구들 중 일부도 그렇다. 가족 사진을 찍었을 때, 사진사는 아카디아의 팔을 날씬하게 보이게 만들기 위해 뽀샵질을 했다. 묻지도 않고 그렇게 했다. 그녀는 셋째 아이를 출산한 뒤, 요즘 서울에서 인기 높은 '산후조리원 스파'에 몇 주 동안 투숙했다. 이곳에서는 매일 마사지를 해 주고 젖 먹이는 것을 도와주며, 신생아를 24시간 돌봐준다. 화려하고 조용한 객실은 기본이다.
그러나 아카디아는 찜질방에 가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녀는 내 고등학교 급우들 중에 가장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었는데, 그런 그녀도 사람들의 눈길이 두려웠다는 것이다. 그녀는 절반쯤 농담으로 이렇게 말했다. "찜질방은 시어머니들이 며느리자리를 데려가 혼수를 체크하는 곳이야."
비슷하고도 다른 한국과 일본의 목욕탕
작년에 우리 가족은 일본 여행을 한 적이 있다. 그 때 도쿄 북서쪽 산지에 있는 리조트인 호시노야 카루이자와에 갔었다. 이곳은 목욕을 소박한 경이로움으로 승화시킨 곳이다. 우리는 매일 몇 시간 동안 물 속에 들어가 있다가, 명상을 위해 마련된 욕탕으로 조용히 옮겨다녔다. 금귤이 둥둥 떠 있는 나무 목욕통에도 들어갔고, 계곡물을 흉내낸 노천탕에서 일본 가족들이 느긋하게 즐기는 것을 보았다.
호시노 체인은 일본의 전통 여관을 현대화한 것인데, 고유 문화를 보존하면서도 이를 외지인에게 상품화하는 일본인의 천재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인은 힘은 넘치고 그래서 잘 이기긴 하지만, 이런 기술은 별로 없다. 우리 가족은 도쿄 시내에 있는 좀더 현대적인 일반 목욕탕도 가 봤다. 로비에 자판기와 대형 TV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런 대중탕에서도 깔끔함과 고요함의 기운을 찾아볼 수 있었다. 말하자면 목욕이란 신도-불교의 의전 행사 같은 것이다.
한국의 찜질방은 이런 일본 목욕탕의 사촌 격으로, 일제 시대에 확산됐던 대중탕의 최신판이다. 두 나라 목욕 시설에는 비슷한 점도 있다. 탕에 들어가기 전에 몸을 씻기 위한 작은 샤워장 같은 게 그렇다. 그러나 한국에서 찜질방에 가는 일은 쇼핑몰에서 목욕을 하는 것이나 비슷하다. 그 중 어떤 것은 크루즈 배에 있는 쇼핑몰처럼 화려하다. 최신 찜질방들은 다층 건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곳에서는 마술쇼를 보여주고 한식당이 딸려 있으며, 회사에서 단체로 온 손님들을 위한 공간도 있다. (한국 표현에 따르자면, 찜질방에서 홀랑 벗고 함께 목욕하기 전에는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없다고 한다.) 인기있는 TV 쇼에 찜질방을 무대로 하는 고정 코너인 '웃지마 사우나'란 게 있을 정도다. 여기서 사회자는 연예인 출연자들에게 우스운 사투리로 시끄러운 질문을 던지는데, 만일 누군가가 웃으면 물바가지를 뒤집어씌운다.
한국에는 목욕탕 수천 개가 전국에 흩어져 있다. 이 중 세 도시의 목욕 시설을 가 본 결과, 나는 다음과 같은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찜질방 입장료는 거의 모두 싸다. 10달러도 안 되는 값으로 라커를 빌릴 수 있고 탕이든 사우나든 원하는 만큼 즐길 수 있다. 또 유교적 순응을 요구하는 듯한 면 유니폼도 나눠주는데, 누구나 이 옷을 입고 있는 모양을 보면 마치 <Orange Is the New Black>(여자 형무소를 다룬 미국 드라마)의 주인공들 같다. 영어 안내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곳을 돌아다니는 동안 당황스럽지만 재미있는 것을 만나게 된다. 이집트의 피라미드에서 따온 듯한 사우나가 있고, 토스터기 안에 들어 있는 것 같은 발열 코일이 깔린 바닥도 있으며, 몸에서 독성을 빼내준다는 소금덩이가 들어 있는 방도 있다.
바닥에는 코 고는 시체들이 가득
시설들은 대체로 깨끗하지만 화려한 경우는 거의 없다. 또 넋을 잃은 몸뚱이들이 가득 차 있는 경우도 있다. 코를 골고 있는 이 살아 있는 몸뚱이들은 과도하게 일하는 이 나라의 상징처럼 보인다. 한국이 주 6일에서 주 5일 근무제로 바꾼 것은 고작 10년 전의 일이다. 따뜻한 바닥에는 커플들이 뒤엉켜 있다. 한국은 생활 공간이 좁은 데다, 한국의 많은 젊은이는 미국 젊은이보다 더 오래 부모와 함께 산다. 집에는 없는 공간을 찾아 공공 장소에 나와, 여기서라도 약간의 사생활을 모색하는 이들이다.
내부 시설은 찜질방에 따라 다르다. 아카디아와 내가 때를 밀었던 서울의 드래곤힐 스파는 품격이 낮고 좀 우중충하긴 하지만 나름대로 인기가 높다. 특히 저녁에 술을 퍼마시고 밤을 보내려는 사람들에게 인기다. 한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부산의 신세계 백화점에는 이보다 훨씬 더 세련된 찜질방이 있다. 바닥에는 번쩍번쩍 빛나는 나무를 깔았고, '웨이브 드림'이라는 방은 깊은 물 속에 들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도록 만들었다. 역시 남쪽 도시인 순천 부근에서 나는 대나무 숲 안에 자리잡은 찜질방을 갔다. 이곳에는 몸은 부드럽게 덥히고 머리는 밖으로 내어 겨울의 햇살과 산안개에 노출시키는 '두더지 사우나'라는 게 있었다.
이 나라의 중심부에 위치한 평범한 도시 대전에서는, 후줄그레한 사무 빌딩 안에 물의 신세계가 감춰진 것 같은 찜질방에 간 적도 있다. 탕에 들어가기 전에 샤워를 해야 하는데, 미국식 샤워는 아니다. 한국식 샤워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샅샅이 훑는 것으로,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비누거품, 잇실, 온몸 때밀기 등이 동반된다. 20~30대로 보이는 여성 몇몇이 어머니들을 씻겨주고 있었다. 힘차게 하면서도 부드러움을 잃지 않았는데, 이것은 윗어른에 대한 존경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내가 한 탕에서 다른 탕으로 옮기면서 보니, 20분이나 지났는데도 여전히 때를 밀고 있었다. 나이 많은 여자의 피부는 이제 밝은 분홍색이 되는 중이었다. 몸을 말리고 나가면서 보니 딸래미들은 여전히 어머니들을 씻기고 있었다. 이런 장소는 특별할 게 하나도 없는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아주 특별해 보였다.
젊은 한국 여자를 한 명 잡아서, 그녀가 외모를 가꾸기 위해 무엇을 하는지 물어본다면, 아마도 그녀는 자기가 그런 대답을 할 적당한 사람이 아니며, 자신은 외모를 꾸미기 위해 애쓰는 이 나라의 열풍에 휩쓸리지 않는다고 대답할 것이다. 물론 그래도 얼굴을 팽팽하고 작게 보이게 하기 위해 가끔씩 얼굴 마사지와 피부 집기를 하러 다닐 것이다. 몇 달에 한 번씩 아이라인에 문신을 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할 것이다. 살을 빼고 탄력을 붙이기 위해, 하체를 탄탄하게 만드는 데 효능이 있다는 하체 두드리기 10회 사용권을 사기도 한다. BB 크림(고강도 색조 보습제)을 바르고 피부에 세 종류의 클린저를 사용하며, 손상된 피부 회복과 노화 방지를 위해 달팽이 점액으로 만든 또다른 보습제를 사용한다. 겨울철에는 두피가 건조해지므로 미용사한테 가서 치료를 받는다. 이 미용사는 확대 사진을 통해 그녀의 두피의 습도 수준을 기록하고 관리한다. 마치 치과의사가 환자의 치아 X-레이 사진을 보관, 관리하듯이. 그러나 그녀는 다시 힘주어 말할 것이다. 자기 친구들이 외모에 쏟는 노력에 비하면 자기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끊임없이 만들어 내야 하는 아름다움
미국에서 이상적인 아름다움이란, 예컨대 캘리포니아 해안에서 화장기가 거의 없는 얼굴로 자연스럽게 빛나는 여성 같은 것을 말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죽어라 일한 덕분에 빈곤에서 벗어나 풍요로움을 얻게 된 나라 한국에서는, 다른 것들이 다 그렇듯, 아름다움 역시 끊임없이 공을 들여야 하는 개념이다. 미용업계의 거물 헬레나 루빈스타인이 "세상에 추한 여성은 없으며 오로지 게으른 여성이 있을 뿐이다"라고 선언한 말은, 한국 대형 백화점에서 팔리는 줄기 세포 크림의 판촉 문구로 적당할 것이다. 서울 여행 중의 어느 날 아침, 나는 강남의 한 네일샵에 매니큐어를 하러 갔다. 강남은 싸이의 노래로 유명해진 서울의 부촌으로, 고급차와 호화로운 가게들이 늘어선 지역이다. 내 손톱을 한 번 본 담당 직원은 끔찍하다는 뜻으로 보이는 한숨을 내쉬었는데, 내 손톱은 아무리 봐도 형편없는 상태는 전혀 아니었다.
한국으로 여행을 오기 전에 나는, 한국에서 쇼핑하는 일이 얼마나 즐거운지에 대해 들었다. 화장품 매장들을 훑어보기 시작하면서, 나는 이게 무엇을 뜻하는지 알게 되었다. 화려하게 포장된 화장품들은 당신이 지금껏 전혀 알지 못했던 당신의 문제를 일깨워주는데, 이것을 고치는데 몇 주쯤은 후딱 지나간다. 굳은살이 박힌 발에는 '각질 제거로 빛나는 발을 만들어 주는 제품'이 있고, 밤 껍질에서 숯까지 별별 향이 나는 얼굴 팩이 있고, 우유 팩, 녹두 팩, 코 팩이 있으며, '산기슭' 향이 나는 탄력 패치가 있다. 나는 액체 아이라이너를 3.50달러에 샀는데, 미국에서 네 배나 더 비싼 돈을 주고 산 것보다 효과가 좋았다. 또 눈썹을 정리하는 작고 정교한 면도칼도 샀는데, 핀셋으로 잡아뜯는 것보다 덜 아팠다.
가장 좋았던 가게는 에뛰드 하우스였다. 분홍색 열기로 가득 찬 이 브랜드는 기발한 제품을 재미있는 포장에 담아 내놓고 있는데, 한국 미용업계의 큰손인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한다. 주 고객층은 10~20대 여성이다. 이 브랜드는 화장도 놀이의 하나라는 아이디어에 근거해 만들어졌다. 그래서 모든 매장이 거대한 인형의 집처럼 생겼다. 화장품들도 장난감 같다. 귀여운 동물 모양을 한 용기에서 핸드 크림이 나오고, 얼굴 팩에는 사용자를 흑백 영화의 스타처럼 만들어 주겠다는 농담이 써 있다.
어느 날 저녁, 나는 속눈썹을 붙이기 위해 미장원에 들렀다. 여직원이 눈썹을 풀칠하여 직접 손으로 부드럽게 붙이는 동안, 나는 깜박 잠이 들었다. 뉴욕에도 똑같은 서비스가 있지만 훨씬 비싸다. 게다가 한국에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미의 대열에 합류하는 것 같았다. 내가 깨어났을 때, 내 얼굴에는 자연이 내게 주지 않은 선물이 내려와 있었다. 적은 금액과 잠깐의 시간으로 이렇게 변할 수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에서 처음 들어본 소리 "당신 모공이 커요"
한국 전체에서 여성 친구라고는 단 한 명뿐이었기 때문에, 둘을 더 빌렸다. 서울리스트(Seoulist)라는 웹사이트를 만든 송예리와 자유기고가인 바이올렛 해은 김이었다. 둘 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삶을 살아왔다. 서울의 역동적인 대학가인 홍대에서 저녁을 먹을 때, 우리는 한국에서의 삶이 그들 자신과 타인을 보는 시각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예리는 "뉴욕에서 살 때 난 로션이 하나였다"라고 말했다. 요즘 그녀는 20대 후반 뉴욕 여성을 만나면 실제보다 10살은 더 많은 것으로 넘겨잡곤 한다. 그녀는 서울에서는 "모두가 젊게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들과 이야기하는 동안, 나는 한국의 미용 문화를 놓고 보자면 외국인들은 한국인보다 큰 특혜를 누린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우리(외국인)는 한국에서 새로운 체험을 해 보고 몇 가지를 사서 고국으로 돌아가면 되지만, 한국 여성들은 계속 똑같은 피곤한 기준 속에서 살아야 한다. 예리는 기혼자지만, 지금도 남들이 자신을 살펴보는 데 대해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그녀는 "어떤 남자가 나한테 모공이 크다고 했는데, 이런 소리는 한국에 와서 처음 들어봤다"라고 말했다.
내가 서울 거리에서 만난 성형외과 수는 너무나 많아서 셀 수도 없었다. 그 중 어떤 곳들은 '제2의 도약' 같은 노골적인 이름을 달고 있었다. 지하철 출입구는 시술 전과 후를 비교해 보여주는 광고들로 도배가 되어 있다. 그 중 하나는 '시술 후' 사진에서 결혼 반지를 보여준다. 바이올렛은 "어떤 여성들은 관리하기가 싫어서 그냥 수술을 해버리곤 한다"라고 말했다.
한국 화장품을 미국 여성에게 파는 Soko Glam의 창업자인 샬롯 조는, 한국에서 사람들의 외모가 얼마나 유사한지, 여성 의류에 크기 표시가 없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모든 사람이 한 가지 크기의 옷에 맞도록 되어 있다는 것이다. 코미디언들과 초등학생들은 누가 남들과 좀 다른 외모이기만 하면 이를 놀리는 것으로 사람을 웃긴다. 피부가 검다거나 얼굴에 특이한 점이 있다거나 하는 경우다. 외모가 흩트러져서 귀엽게 보이는 것 같은 일은 한국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조씨는 "한국인들은 완벽함을 요구한다"라고 말했다. 얼굴이 작은 여자는 연예인이 되라는 소리를 곧잘 듣는다. 아주 쳐주는 특징이기 때문이다.
다른 것을 존중하는 법을 학습중인 한국
이런 모든 것들은 미국인 여행자에게 의문을 일으킨다. '백색 효과'를 낸다는 한국의 화장품을 보며 눈살을 찌푸리게 되듯이. 한국의 모든 여성은 이런 것들을 원하거나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나는 함께 저녁을 먹은 여성들에게 가상의 상황을 놓고 질문을 해봤다. 내가 여행 중에 다른 사람들에게 흔히 묻는 질문이다. 나와 친한, 뉴욕에 사는 한국계 미국인 여성이 내 남편의 대학 동창과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그 남자가 흑인이라면? 두 사람이 한국에 오면 아무런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을까? 집단의 기준에서 벗어난 사람을 희화화하는 데 서슴치 않는 이 사회에서?
식사 자리의 여성들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들은 한국이 점점 더 열린 사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흑인과 결혼한 내 가상 친구를 한국 사람들이 빤히 쳐다보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고 했다. 특히 서울을 벗어나면 그렇다. 한국은 관용하는 법, 자신과 다른 것을 존중하는 법을 여전히 배우고 있는 상태다. 예리는 "나는 지나치게 뚱뚱한 친구를 한국에 초대하는 일을 좀 망설일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국 여행의 마지막 날,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찜질방 스파 레이를 한 번 더 가기 위해 아카디아를 다시 만났다. 이곳은 여성 전용 시설로서, 흔한 유니폼 대신 예쁜 목욕 가운을 주었다. 안에는 작은 옷가게도 있었는데, 그곳의 젊은 여직원은 우리가 지나갈 때마다 셀카를 찍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를 전혀 모른다는 듯이. 여성의 은밀한 부분을 데우는 약초 훈증도 있었다. 우리는 그냥 거품 욕탕에 만족했다. 그 날 오후, 한 동료가 나를 동대문 시장에 데려갔다. 여기서 나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우스울 정도로 적은 금액으로 장식용 보석을 샀다. 화장품만큼이나 싸고 매력적인 제품들이었다.
내 배낭은 미국의 친구들에게 줄 크림과 화장수들로 가득 찼다. 그 대부분은 그저 웃고 즐기기 위한 선물이다. 달팽이 크림은 벌써 써보고 있다. 보통의 얼굴 크림보다 더 끈적끈적한 느낌인데, 피부가 훨씬 부드러워지고 겨울철 날씨에 따른 손상도 적어지는 것 같았다. 공항에서 우스꽝스럽게 들리는 제품을 마지막으로 하나 더 산 뒤(스킨 밸런싱 워터였다) 대한항공 비행기에 올라갔다. 승무원들의 말쑥한 검은 머리와 희고 촉촉한 얼굴이 새롭게 보였다.
[덧붙임] (2월10일 오전 11:00)
기사가 종이판 신문에는 어떻게 나왔나 궁금해서, 일요일 오후에 주유소에 들러서 신문을 샀다. 한산한 가게를 지키고 있는 30대 초반쯤의 점원과 농담을 했다.
나나: 이거 할인 안 해주나요?
점원: 히히히... 안 돼요.
나나: 주말판 신문인데 주말 다 지나서 사잖아요.
점원: 아직 일요일인데요?
나나: 그건 그렇죠. 아아, 일요일 신문을 일요일 저녁에 사고 있는 나란 인간!
점원: ... 6달러에요. 엥? 오마이갓, 신문이 6달러라니.
나나: 비싸죠?
점원: 왜 사요? 온라인으로 못 봐요?
나나: 아, 뭐 체크해 볼 게 있어서요.

해당 기사는 여행 섹션 머릿기사로, 사진 포함해 세 면에 걸쳐 나왔다. 찜질방에서 팩 바르는 커플 사진이 글자 그대로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두 분, 글로벌 데뷔 축하합니다.
종이판에는 온라인판에 실리지 않은 사진이 세 장 더 들어있다. 그 중 하나가 아주 인상적이다.

사진 설명에는 "드래곤힐 스파에서 고객을 위해 마술쇼를 공연하고 있다"라고 되어 있다. 모두 같은 옷(위 기사에서 '면 유니폼'이라고 한)을 입고 빼곡히 모인 손님들도 그렇고, 공연을 하는 마술사의 차림새나 손짓 등이 마치 종교 행사장 같다. 그 와중에 맨 앞에 누워 쇼를 보고 있는 (아마도) 커플도 있네. 제물인가...
신문에서 이 사진을 보는 사람들은, 한국인이란 매우 흥미로운 인종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덧글
사바욘의_단_울휀스 2014/02/09 20:37 # 답글
웃긴댓글 2014/02/09 23:06 # 삭제
단정적으로 "미개한 문화"라고 낙인을 찍어 버리네요.
이런 리플을 보면 장문의 글을 읽은 보람이 없는듯해서 씁쓸하네요.
deulpul 2014/02/10 11:15 #
사바욘의_단_울휀스 2014/02/10 14:45 #
한량 2014/02/11 09:08 # 삭제
쯧쯧...
Bory 2014/02/18 12:18 #
잘모르겠네요 2014/07/21 14:20 # 삭제
들풀님이 아래 어디쯤 댓글에서 이슬람 문화권의 여성 억압 문화를 마냥 상대적인 것으로 보거나 용인할 수는 없다고 하신 걸 보았는데요.
물론 우리나라 문화가 그쪽 문화처럼 심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병리적인 요소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의 흐름에 비해 쉽게 고쳐지지도 않구요.
단순히 문화 상대주의나 특수성의 관점으로 우리나라 문화를 대하며 그저 잘못된 것을 고치면 된다고 하는 건 현상에 비해 지나치게 관대한 입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견 달아봅니다.
2014/02/09 23:38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2014/02/10 11:19 #
비공개 답글입니다.Twiggy 2014/02/09 23:51 # 답글
화장하기 귀찮다고 아이라인 반영구를 했고, 긴머리가 촌스러워 보여 파마도 했고, 화장을 할 땐 세 종류의 파운데이션을 섞어 화장을 하죠.
그러면서 네일아트도 안 하고, 피부관리도 안 받고, 요즘엔 아예 화장도 안 하고 사니 그다지 외모엔 신경쓰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ㅋㅋㅋ
저는 꾸민다는 게 피곤하지는 않아요. 꾸미는 것도 나름 즐겁구요.
아모레퍼시픽이 해외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건 이런 한국인들의 꾸미는 문화 덕분이랄 수 있겠죠.
물론 꾸미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비웃고 조롱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고쳐야 할 점이겠죠.
어떤 트렌드에는 장단이 따르기 마련인데, 외부에서 비판을 들었다고 무조건 미개하고 틀린 것이라고 치부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네요. 그거야말로 자신감 없고 주눅들고 미개해보이는 태도인 듯 싶어요.
deulpul 2014/02/10 11:28 #
2014/02/10 01:49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deulpul 2014/02/10 11:29 #
soul 2014/02/10 02:26 # 삭제 답글
lump3n 2014/02/10 08:29 # 삭제
deulpul 2014/02/10 11:33 #
수 2014/02/10 05:19 # 삭제 답글
deulpul 2014/02/10 11:33 #
K1230 2014/02/10 09:23 # 삭제 답글
deulpul 2014/02/10 11:37 #
쩌비 2014/02/10 09:33 # 답글
재미있군요. ^^
deulpul 2014/02/10 11:45 #
자작나무 2014/02/10 09:58 # 삭제 답글
deulpul 2014/02/10 11:50 #
dhunter 2014/02/10 10:23 # 삭제 답글
https://twitter.com/AskAKorean/status/432601573219651584
NYT가 한국을 주시하고 주기적으로 커버하고 있다는군요.
deulpul 2014/02/10 11:54 #
자몽티 2014/02/10 11:39 # 답글
심지어 TV에 나오는 사람들의 외모도 어디가 별로다 어디는 좀 손봐야한다고 지적하기 일쑤이죠.
미개한 문화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런 문화가 차별을 불러올 수 있고 때문에 폭력적이라는 것에 대한 공감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deulpul 2014/02/10 12:15 #
미니 2014/02/10 12:18 # 삭제 답글
deulpul 2014/02/10 14:43 #
신들묄 2014/02/10 12:48 # 답글
deulpul 2014/02/10 14:52 #
와하하 2014/02/10 14:04 # 삭제 답글
deulpul 2014/02/10 15:55 #
hanna 2014/02/10 16:35 # 삭제 답글
deulpul 2014/02/11 18:28 #
NurieJolly 2014/02/10 20:48 # 삭제 답글
deulpul 2014/02/11 18:28 #
2014/02/10 20:54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Silverwood 2014/02/10 22:54 # 답글
deulpul 2014/02/11 15:34 #
수시렁이 2014/02/10 23:25 # 답글
deulpul 2014/02/11 15:34 #
2014/02/11 00:11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deulpul 2014/02/11 15:40 #
큐어걸 2014/02/11 05:52 # 답글
deulpul 2014/02/11 15:47 #
dhunter 2014/02/20 16:15 # 삭제
몇몇 사장님들의 취향인 모양입니다.
alex 2014/02/11 16:18 # 삭제 답글
deulpul 2014/02/11 16:26 #
melona 2014/02/11 18:07 # 삭제 답글
Nairrti 2014/02/11 23:42 # 삭제
deulpul 2014/02/12 19:27 #
두 분 말씀 듣고 미적 기준의 글로벌화와 로컬화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우리가 아름다움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은 글로벌한 것(좀더 정확히 말하면 대중매체의 묘사를 통해 글로벌화된 것)과 로컬한 것, 혹은 전통적인 것이 뒤섞여 있는 것 같습니다. 후자의 경우로 극단적인 것은 목이 긴 사람이 예쁘다는 전통적 미 의식 때문에 여성들이 목에 고리를 잔뜩 끼워 늘리는 경우 같은 것이 되겠지요. 문화 산업에 국경이 없어진 요즘에는 미의식도 후자에서 전자로 이동되는 것 같은데, 그 와중에 지역에 따라 새로운 차별적 미의식, 미의 기준이 생겨난다는 것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앨런비 2014/02/13 17:57 #
푸케 2014/02/13 21:10 # 삭제 답글
세진 2014/02/14 00:47 # 답글
... 정말 좋은 글이네요.. 번역까지..
deulpul 2014/02/15 13:23 #
2014/02/15 10:03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2014/02/15 13:29 #
비공개 답글입니다.deulpul 2014/02/20 06:18 #
미스티 2014/02/16 05:30 # 삭제 답글
http://www.nytimes.com/2012/08/04/world/asia/in-china-sun-protection-can-include-a-mask.html?_r=0
deulpul 2014/02/20 06:19 #
0Q 2014/02/16 10:38 # 삭제 답글
역시 내부의 시선과 외부의 시선은 많이 다르네요.
아무리 비정상적인 것도 너무 자주 보다보면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지하철 복사 붙여넣기 한듯한 성형외과 광고가 처음엔 너무 웃겨서 사진찍어 친구에게 보여줬지만, 강남로의 사람들 얼굴이나 성형외과들을 보면 아 그런가보다 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나름대로의 미를 추구하는 것이야 자기만족을 위해서 나쁠 것 없지만, 한국에서의 미 추구는 글쎄요. 추구하면 할수록 자기만족보다는 환상에 대한 갈망이 커지는 것 같다고나 할까요. 사람은 황폐해지고 기업들만 배부르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합니다.
deulpul 2014/02/20 06:30 #
팔도한량 2014/02/21 14:48 # 삭제 답글
TV에 나오는 20대 연예인의 얼굴은 대체적으로 예쁘기는 합니다만,
몰개성적입니다.
저는 안면인식장애가 없는 사람이지만 50대에 진입하고 보니, 사람보는 눈에 총기가 빠져서 인지
가끔 TV를 보면 젊은 연애인은 누가 누군지 구별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사실 관심도 없어졌구요.
특히, 성형이라는 것도 자신의 얼굴중에서 부족한 것을 보충하는 개념으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유명한 연예인과 닮게 보이고자 하는데 열광하기 때문에,
요즘 젊은 여자들의 얼굴은 마치 공장에서 찍어낸 것처럼 비슷비슷해져가는게 아닐까요?
이런건 과거 우리의 생활이 6,70년대 경제개발에서 비롯된 공장화, 획일화 시스템
그리고 정치적으로 군사독재로 부터 강요되어져 온 집단화 같은 사회적 유전자가 각인되어져 버렸기
때문에 그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피득 스쳐갑니다.
deulpul 2014/02/21 17:48 #
성형수술을 하면 왜 얼굴이 비슷해지는가는 전에 http://deulpul.net/3949589 에서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만, 말씀하신 대로 개성보다는 대중매체를 통해 눈에 익숙해진 보편적인 모습을 지향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획일화 경향의 원인으로 과거의 정치사회적 경험을 지적해 주신 것은 중요한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보다 집단을 우선해 온 유구한 전통이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점은 미적 기준뿐 아니라 우리 사회와 개인의 여러 측면에도 함께 해당되는 말이겠지요.
생각하게 하네요. 2014/02/28 10:43 # 삭제 답글
deulpul 2014/03/05 10:34 #
Uni 2014/02/28 14:59 # 삭제 답글
deulpul 2014/03/05 10: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