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인터뷰, 그리고 닷새 뒤 중매媒 몸體 (Media)

이메일로 들어온 <동아일보> 뉴스 레터의 기사 목록에 뜬 황우석박사 “한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를 누르지 않기는 어려웠다.

황우석과 2월22일에 인터뷰를 하고 2월24일자로 낸 인터뷰 기사다. 앞부분에 이런 대목이 있다.


황 박사는 2011년 본보 보도 이후 많은 매체로부터 인터뷰 제안을 받았지만 모두 거절하고 있었다. 지난달 공교롭게도 그의 ‘잃어버린 10년’을 동시에 집중 조명한 미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네이처’와도 마찬가지였다. “오로지 (과학적) 성과로만 말하겠다”는 취지였다.


인터뷰를 모두 거절하던 사람이 왜 갑자기 <동아일보> 기자를 불러서 인터뷰를 가졌나?


기자는 그의 연구실과 집을 찾아가 여러 차례 설득했다. 2011년 자신에 대해 비교적 객관적으로 보도해준 본보에 대한 고마움을 갖고 있다는 그에게 특허 등록의 의미를 설명해달라고 했다. 마침내 그를 만난 것은 토요일이었던 22일 오전 서울 구로구 오류동 수암생명공학연구원 사무실에서였다.


기자가 열심히 매달렸고, 이에 감동한 황우석이 인터뷰에 응해준 모양이다, 라는 생각이 든다.

기사(?)는 다음과 같이 끝난다.


돌아 나오는 기자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지난 10년간 우리는 ‘황우석 파동’에서 과연 무엇을 얻고 잃었나…. ‘창조 경제’를 부르짖고 있는 마당에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중단시킨 게 과연 잘한 일일까… 왜 우리 대한민국은 어떤 사람들에 대해서는 더 큰 잘못에도 쉽게 잊거나 용서를 하면서 왜 이번 경우에는 이토록 집요하게 그의 잘못을 추궁하고 연구 재개의 문을 열어주지 못하는 것일까…. 황 박사의 얼굴과 안현수 선수의 얼굴이 겹치기도 했다.

돌아오는 내내 그의 마지막 말이 귓전을 쟁쟁하게 울렸다. “엎드려 바랍니다.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인터뷰 요청을 모두 거절하던 황우석이 (기사에 따르면) 기자의 정성과 신문의 공정한 보도에 감동해 허락한 인터뷰를 끝낸 뒤, 기자는 기사를 황우석의 육성을 반복해 싣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인터뷰한 날로부터 닷새 뒤인 오늘(2월27일), 황우석과 관련한 두 개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연구비 횡령과 불법 난자 매매의 유죄를 확정한 게 하나고, 황우석이 서울대를 상대로 제기한 파면처분취소 청구 소송에서 황우석의 손을 들어준 고법 판결을 뒤집고 '허위 논문 작성에 엄중한 징계가 필요하다'라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게 둘이다.

2011년 이래 한 번도 하지 않던 인터뷰를 대법원 확정 판결 닷새 전에 한 황우석. 이것이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가 예술하는 능력이 하나도 녹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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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인용한 마무리 부분에도 안현수 이야기가 나오지만, 그 앞에서 기자가 황우석에게 마지막으로 던진 질문은 이거다.


―소치 겨울올림픽을 보며 러시아로 귀화해 금메달 3개를 딴 안현수 선수와 황 박사를 비교하며 ‘한국이 인재를 버렸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남들이 이카더라의 형식을 빌어, 안현수와 황우석을 비교한다. 둘 다 '한국이 버렸다'라는 것인데, 나는 안현수가 부정으로 경기를 운영하고 스케이트를 훔쳐서 시합에 나갔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바 없다.

2005년 황우석 사태를 초래한 근본적 원인 중 하나가 언론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당시에 나온 반성과 비판의 언어들을 보면 '황우석 신화 만들기' '검증 없는 중계 보도' '치어리더 저널리즘' 같은 것들이 있었다.

황우석은 교수직에서 파면되고 재판을 하여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황우석 사태에 책임이 있다는 언론과 언론인에게는 물론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덧글

  • 민노씨 2014/02/27 17:58 # 삭제 답글

    "황우석은 교수직에서 파면되고 재판을 하여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황우석 사태에 책임이 있다는 언론과 언론인에게는 물론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마지막 말씀이 많은 역사적인 기억들을 다시 불러오네요.
    친일파를 기반으로 정권을 세우면서도 '반공과 반일'을 국시로 삼은 "(그들만의) 국부" 이승만.
    일본군관학교와 남로당를 거치는 배신에 배신을 거듭하며 '근면/성실' '하면 된다'는 무대뽀로 민주주의를 휴지통에 처박은 박정희.
    광주에 수많은 피를 뿌리며 최소한의 정의를 끝장내버린 '민주정의당'의 전두환이 그렇고.....

    저 동아일보 기자는 역사가 두렵지 않은 용자인 것 같습니다.
    정말 서글픈 소식이네요...



  • deulpul 2014/03/05 09:43 #

    잘못된 일이 벌어졌을 때, 이를 준엄히 꾸짖고 심판하여 사회가 학습할 기회로 삼지 못했다는 점은 한국의 큰 불행 중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은 이에 더하여, 잘못이고 나발이고 일단 뜨면 끝이라는 논리가 도처에서 관철되고 있는 듯해서 아쉽습니다. 황우석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측면을 돌아볼 수 있지만, 저런 방식은 분명히 아니라는 점이 과거로부터 배울 수 있는 교훈이 아닐까 싶습니다.
  • 미스티 2014/02/27 20:01 # 삭제 답글

    저는 마지막 안현수와의 비교 질문에 황우석이 한 답변에서 빵 터졌습니다. 안현수가 누구죠? 황씨는 그동안 예능하는 능력까지 계발한 모양입니다.
  • deulpul 2014/03/05 09:49 #

    화제의 인물에 대해 "OOO가 누구죠?" 하고 되묻는 것은 황우석의 단골 응답입니다. 실제로 모를 수도 있겠습니다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여러 행사를 찾아다니고 정치인들을 만났던 과거 모습에 한정하여 본다면, 그 이유가 좀 다른 데 있었다는 점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2014/02/27 20:46 # 삭제 답글

    나라를 등쳐먹은 사기꾼과 나라에서 버린 인재가 동급되는 이 클라스
  • deulpul 2014/03/05 09:51 #

    어떻게 봐도 어처구니없는 비교인데,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황우석이 아무 잘못이 없는데 비주류였기 때문에 텃세나 왕따로 피해자가 되었다고 보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지 않고서야 대체.
  • NorthShore 2014/03/04 02:26 # 삭제 답글

    짝퉁이 되기 전의 시사저널에 다닐 때 황우석 교수를 몇 번 만났고 좋은 인상을 가졌었습니다. 그 뒤에 세월이 흐르면서 잊어버렸다가, 그가 명성과 명예의 절정까지 올라갔다가 참담하게 추락하는 과정을 그저 소문처럼 바람편에 듣고 읽었습니다. 그가 좋다 나쁘다는 판단, 그를 좋다고, 혹은 나쁘다고 하는 사람들에 대한 판단은 의도적으로도 하지 않으려 애썼고, 그래서 지금도 그저 담담합니다. 아니, 무심하다고 해야 맞을까요?

    기자 시절 자주 만났고,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깊은 호감과 신뢰를 가지고 있는 안철수 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월이 흐르고 나서, 이렇게 먼 발치에서 보니, 참 많은 게 달라보입니다. 아니 달라졌음을 깨닫습니다. 그렇게 달라보이는 것들이 다 아름답지만은 않아서 적잖이 서글프고 아쉽고 헛헛합니다. 사람이라는 게, 사람 마음이라는 게, 얼마나 허약하고 믿기 어려운 것인가, 그런 변화나 변절이, 혹은 퇴락이, 그 사람들만의 잘못인가, 아니면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이나 사회 탓인가...참 심난하기만 합니다. 이래서, 한국을 떠났으면 가능한 한 눈 돌리지 말고 살아야 하는가 보다, 라고 다시 깨닫습니다.
  • deulpul 2014/03/05 10:21 #

    예전에도 비슷한 경험을 쓰신 게 생각납니다. 어떤 사람이 한결같기에는 세월의 부피와 지위의 힘이 너무 컸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조심스럽게 듭니다. 흔히 '사람이 (무언가를) 가지면 세계관이 달라진다'라고 하는데, 경제결정론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일상에서 이런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하튼 모든 잘못을 설명하는 가장 좋은 응답은 '애는 착한데 친구를 잘못 사귀어서'...
  • 열심히 2014/05/29 22:57 # 삭제 답글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과욕은 있었지만 '사기'로까지 비하하여 전체적인 인상이 안 좋아지신 듯합니다.
    노성일씨의 의도나 기독교계, 참여정부와 연관된 사유로 여러 불합리한 조건에서 많은 일들이 벌어졌고 결국 서울대조사위원장의 오류발언으로 결론도 났습니다. 추적60분은 방영되 되지 못한 일이 있는데 우리가 모르는 사실이 많음을 인지하면 느낌이야 가질 수 있지만 '판단'은 보류하심이 나을 듯합니다.
  • ㅇㅇ 2014/06/15 13:40 # 삭제

    사기를 사기라고 하지 뭐라 하나
    황빠는 황빠 사이트 가서 노세요. 여기서 헛소리 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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