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수 없는 두 영화 비칠映 그림畵 (Movies)

한국을 떠나 살면서 아쉬운 것 중 하나는, 한국에서 벌어지는 문화 현상을 현장에서 지켜볼 수 없거나, 이에 실시간으로 참여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런 말은 어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을 시간차 없이 관찰할 수 있고, 나라 밖에 사는 사람도 예컨대 한국 TV 드라마 같은 것을 동시에 보고 들으며 함께 울고웃는 세상이니 말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개봉하는 한국 영화를 구경하지 못하고 귀만 세우고 있을 때는 아쉬운 생각이 절로 들지 않을 수 없다.

영화 <변호인>이 2월7일 북미에서 개봉되었다. '주요 도시'에서만이다. 내가 사는 곳 근처에도 이 영화를 상영하는 대도시가 있긴 하다. 그런데 230km 정도 가야 한다. 서울 중심부에서 전북 정읍, 경북 김천, 강원도 강릉 가는 길 정도다. 이 땅덩이의 스케일을 고려하면 이 정도만 해도 다행이긴 하다.

하지만 영화 하나 보는 데 하루가 다 깨지는 데다, 3월 접어든 지 한참 지난 지금도 폭설이 내리는 중이라, 여러 모로 그림의 떡이다. 상영관 정보만 계속 찍어보고 있는데, 어느 새 영화가 내려갔다. 기회조차도 없어졌다.

<또 하나의 약속>도 마찬가지다. 어렵게 만들어지고 어렵게 상영되고 있어서 더욱 보고 싶었는데, 이건 이쪽에서 개봉될 것 같지도 않다. 극장에서 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이 영화의 주연을 한 박철민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상영관 문제는 참 안타깝지만 전철을 갈아타고, 버스를 갈아타면 의외로 상영관이 가까이에 있습니다. 옆 동네, 옆 도시에서 보겠다는 분들도 많아요. 이렇게 생각하고 보시는 분들 덕에 위로가 됩니다. (웃음)


그가 말하는 '상영관 문제'는 내가 갖고 있는 문제와는 성격이 다르다. 가까이서 보기 어렵다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래, 나도 전철 갈아타고 버스 갈아타며라도 가서 보고 싶다.

박철민은 영화가 개봉되기 직전에 가진 다른 인터뷰에서 이렇게도 말한다.


그래도 연출, 조명, 미술부 막내까지 모두 이게 내 영화다, 라는 주인의식이 없었으면 끝까지 하지 못했을 거다. 나도 영화 여러 편 해봤지만 이번만큼 울컥했던 현장이 없었다. 촬영이 다 끝나고 막내들이 한번 안아봐도 되냐며, 김밥 하나 먹으면서도 이렇게 즐거웠던 현장이 없었다고 했을 때 정말 행복하더라. 소모품처럼 참여하는 게 아니라 다들 내가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찍었다는 게 큰 의미로 다가온 작업이었다.


<또 하나의 약속>은 여러 사람이 자신에게 돌아갈 이익을 줄이거나 희생하여 만든 영화다. 거기에는 굵직한 다른 계약을 포기하고 카메라를 잡은 촬영 감독과, 출연료 대신 약속 받은 제작 지분을 전액 기부한 박철민 자신, 그리고 많고적은 돈을 보태 이 영화를 존재하게 만든 수많은 자발적 의지들이 포함된다.

좋은 뜻과 의지만으로 좋은 영화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나는 감독 김태윤이 다음과 같이 말하는 부분에서 믿을 만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나리오 작법상 가장 쉬운 건 절대악을 만드는 거다. 이를테면 <도가니>에서의 아동 성폭행범이나 <변호인>에서 권력을 위해 무고한 이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사람들은 두말할 것도 없는 절대악이다. 하지만 삼성 같은 대기업은 단순히 절대악으로 치부하기엔 복잡한 구석이 있다.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삼성에서도 이익창출을 위해 백혈병 환자를 고의적으로 만들지는 않았을 거다. 삼성에서 일을 하고 생계를 책임지는 수많는 노동자들까지 악으로 그릴 수는 없지 않나. ... 대기업을 절대악으로 그려서 시원하고 통쾌하게 악당들을 물리치는 이야기를 바라는 분들도 많았지만 그렇게 손쉽게 결론을 대신 내려주는 걸 경계했다. 일방적인 사회비판적인 고발 영화로 비치기를 바라지도 않았다.


힘겹게 만들 때는 돈 한 푼 보태지 못했지만, 영화관에서 돌리고 있을 때라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더구나 이례적으로 (또 동시에 의식적인 노력의 결과로) 상영관이 더 늘었다는 상황이라서. 이럴 땐 멀리 있다는 게 정말 아쉽다.







 

덧글

  • Silverwood 2014/03/09 21:41 # 답글

    변호인은 개봉하자마자 영화관 가서 봤는데 보면서 참 찡하더라고요. 후반부에 송강호씨가 한 명대사도 어찌보면 예나 지금이나 별다를게 없는것도 같고요. 이 영화보고 나서 부림사건에 대해 다시한번 관심도 가지게 되었고요.
    또하나의 약속은 개봉 당시에 볼수 있는 영화관도 없고 있다해도 시간대가 막 새벽2시 오후 1시였나? 평일엔 너무 이르고 주말엔 너무 늦고.. 부끄럽지만 어둠의 경로를 통해서 보게 됐는데 이런 영화를 영화관에서 못봤다는게 참 안타깝더라고요.
  • deulpul 2014/03/10 01:43 #

    "근데 그 불임 사건은 언제 나와?" 하던 그 부림사건이군요... 다큐멘터리 <천안함 프로젝트> 때도 그랬지만, 이러한 사건들은, 말로는 시장의 논리를 절대시하면서 실제로는 이해 관계에 따라 시장을 조작하는 일을 서슴치 않는 시장근본주의의 모순을 잘 보여준다는 생각도 듭니다. 수요가 있는데도 공급을 안 한단 말이에요... 어쨌든 저로서는 부럽습니다.
  • 2014/03/10 17:3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3/10 20:0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4/03/13 12:0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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