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졌다 저널리즘'의 해악성 중매媒 몸體 (Media)

국정원 활동 유출한 前직원 "민주당서 국정원 고위직 약속"

<조선일보>가 2013년 6월11일에 낸 기사다. '국정원 활동 유출한 전 직원'이란, 제18대 대선에서 국정원이 댓글 등 여론 공작을 통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정황을 폭로한 핵심 인물인 전 국정원 직원 김상욱이다. 그는 현직 직원인 후배와 협조하여 국정원 심리전단팀의 대선 관련 댓글 활동을 추적 조사하고, 이를 민주당과 언론에 제보했다. 이러한 제보는 이후 한국을 뒤흔들고 있는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의 단초가 되었다.

문제가 본격적으로 검찰 수사에 오른 뒤, 김상욱은 국정원 내부 정보 유출과 선거 개입 등의 혐의(국정원직원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기소되었다.

위 기사는 김상욱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던 시기에 나온 것으로, 그가 국정원 관련 정보를 유출하는 과정에서 민주당과 거래를 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부분은 다음과 같다.




이 부분은 한 단락, 세 문장으로 되어 있다. 그 중 내용의 핵심이 되는 두 문장의 서술어는 각각 '알려졌다'와 '전해졌다'이다. 누가 그렇게 알리고 전했는가는 없다.

지금 이 기사로 들어가면, 기사 작성 당시에는 없던 두 가지 내용이 첨가되어 있다. 하나는 제목 뒤에 '[정정내용 있음]'이란 말이 붙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사 맨 끝에 다음과 같은 정정 보도문이 붙은 것이다.




말하자면 보도 내용이 거짓이라는 것이다.

기사가 수정된 날짜에 따르면, 이러한 정정 보도 고지가 붙은 것은 2월28일이다. 기사가 나간 지 8개월도 더 지나서다.

이 사례는 '알려졌다 저널리즘'의 병폐가 얼마나 심각하고 위험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취재원이 밝혀져 있지 않으므로, 원칙적으로 이 기사의 내용은 신뢰할 수 없다. 그 내용이 거짓일 수도 있음을 기사의 표현 자체가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독자들은 매체에 보도되었으므로 사실인 것으로 믿는다.

이러한 거짓 정보를 기자에게 흘린 사람은 검찰 직원일 수도 있고 국정원 직원일 수도 있다. 혹은 기자가 또다른 누군가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수도 있다. 어느 경우든, 현재 진행되는 사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에 대하여,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근접하는 출처조차도 밝히지 않은 채 보도했다는 점은 명확하다. 이러한 보도 방식은 보도 윤리가 허용하지 않는다.

거짓 정보를 흘린 사람은 그 목적을 100% 획득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김상욱이 공천을 받기로 하고 국정원 대선 개입 정보를 빼돌렸다는 주장은, 김상욱과 민주당은 물론이고 원세훈과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규탄하는 세력 모두를 비도덕적인 집단으로 매도하고 사안의 중요성을 왜곡하기에 충분한 내용이었다.

이 기사에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는 댓글을 보면 이렇다(일부 발췌).




이것은 전체 댓글 223개 중 앞부분에 있는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 기사는 708번이나 트윗된 것으로 되어 있다. 리트윗이 얼마나 되었을지는 짐작도 되지 않는다. 해당 신문이 이러한 반응을 의도하고 기사를 쓰고 내보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반응이 예상되었으리라는 점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댓글 중에는 8개월 뒤 밝혀질 일을 미리 경고한 것들도 간혹 있다.




이 독자들이 예언가라서 이런 경고를 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이 신문이 과거와 현재 하고 있는 행적으로부터 이러한 생각이 나왔을 것이다.

나는 얼마 전에 쓴 글 'AP는 하는데 우린 왜 못하나요'에서 "이런 표현이 늘 사용되다 보니, 책임은 지기 싫지만 말은 하고 싶은 취재원들이 이를 악용하기도 한다. 정치 기사에서 흔히 보듯, '당 관계자'나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에게 무슨 말을 해도 신분이 드러나지 않으니 이런저런 정보를 적당히 흘리며 떠보는 짓들을 잘 한다"라고 썼다. 이것은 '관계자 저널리즘'에 대한 말이지만, '알려졌다 저널리즘'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취재원을 밝히지 않고 그래서 책임지지 않는 표현이라는 점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알려졌다, 전해졌다'라는 기사 문장은 근본적으로 위 기사와 같은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다. 이런 표현으로 전달되는 정보는 거짓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옳다.

제보자인 전 국정원 직원 김상욱이 국정원을 퇴직한 뒤 정계 진출을 위해 민주당원이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일과 관련하여 민주당으로부터 대가성 제안을 받았다고 실토했다는 출처 불명의 보도는 거짓이었던 것. 지난 2월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그의 국정원 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판결을 내렸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고, 국정원직원법 위반 혐의는 벌금 200만원의 판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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