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도 링크도 사라지고 황금 고추만 남다 중매媒 몸體 (Media)

1.5인치의 황금 성기 : 여자에게 배짱을 심어주는 신비의 물건

우연히 눈에 띄어서 들어가 읽어보기까지 한 것은, 아주 오래 전에 비슷한 이야기를 듣고 끄적거린 일이 있기 때문이다:

여성에게 힘을 주는 불알 목걸이?

그렇다. 남자 생식기를 용기와 배짱의 상징으로 미화하여 액세서리 상품으로 제작, 판매하는 일은 꽤 오래된 전통이다. 내가 쓴 불알 목걸이는 9년 전 이야기다. 물론 그 전에도 있었을 것이다. 해당 사이트를 오랜만에 방문해 보니, 망하지는 않았는지 여전히 제품을 팔고 있다.

위 기사에 나온 '황금 고추'의 제작자는 자신의 작업에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는 것 같다. 그에 대한 평가는, 여성의 소외와 여성성에 대한 편견에 맞서 싸워 온 사람들이 어떻게 볼지를 상상하여 보는 것만으로 충분할 것이다. 프로젝트, 캠페인, 어떤 이름도 좋지만, 결국 그 핵심은 편견에 사로잡힌 낡은 아이디어를 다시 우려내 만든 상품 판매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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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보고 넘겼을 일인데 굳이 이렇게 쓰고 있는 것은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1.

맨 앞에 이렇게 되어 있다.


영어에서 남성의 성기를 지칭하는 단어들은 종종 '용기'와 '배짱'을 뜻한다. "용기 좀 내라"(grow some cojones)라고 할 때, 'cojones'는 '고환'을 뜻하며 "배짱 좀 부려봐라"(be a little ballsy)란 말의 'ballsy' 또한 '발기된 성기'를 은유한다.


어이없는 말을 자신있게 단정적으로 하고 있어서, 대체 원문에 뭐라고 되어 있길래 저렇게 썼나 찾아보았다. 원문엔 그런 부분이 없다. 그저 이렇게 되어 있을 뿐이다.


여성들은 살면서 언제 어디서든 한 번쯤은 이런 말을 듣게 마련이다: grow some cojones, sack up, be a little ballsy. 이 말들의 뜻은 용감하라거나 배짱을 가지라거나 좀 못된 자신을 드러내보라는 것이지만, 그런 뜻을 표현하기 위해 남성 해부학에 의지한다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


오역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오역이란 'terms'를 '(전시회) 기간'으로 옮긴 것 같은 거다. 서두에서 원문에 없는 말을 쓴 것은 cojones니 balls니를 우리말로 풀어 놓아야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제대로 찾아보고 써야 독자들을 오도하지 않는다. 다수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글에서 이렇게 부정확한 정보를 단정적으로 말하다니, 그야말로 ballsy한 일이 아닐 수 없다.

2.

다른 기사들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이 기사는 쓴 사람이 없다. 글이 하늘에서 balls 떨어지듯 뚝 떨어졌나? 그럴 리가. 영문판 <허핑턴 포스트>에 예술과 오락에 대해 쓰는 Mallika Rao가 필자다. 멀쩡히 살아 있는 필자를 한국 번역 기사에는 빼버렸다. 원 필자도 없고 옮긴 사람도 없다. 성기 액세서리 제작업자가 기사 형식으로 만든 광고라는 의심을 사도 할 말이 없게 되었다. 라는 말은, 신뢰도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신뢰를 추구하지 않는다면 물론 상관없다.

3.

한국판 기사는 원문 기사 중에 달린 링크를 그대로 옮겨 적고 있다. 이를테면 저 황금 고추를 만드는 예술가의 홈페이지 링크 같은 거다. 그런데 하나가 빠졌다. 그것도 굉장히 중요한 링크다.


내 것이 아닌 남의 생식기에 도움을 청하는 대신, 여성적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는 게 더 바람직해 보인다. 여성만의 방식으로도 설득이 가능한 데[sic], 왜 남근 중심적인 예술품에 돈을 써야 하는가?


여기서 밑줄친 부분에 걸려 있어야 할 링크다. 원문에는 '여성 성기 모양을 통한 설득에 투자할 수도 있는데'라고 했다. 번역판 기사는 이 부분에서는 ballsy하기를 포기했는지, '여성 성기'를 '여성만의 방식'이라고 원문과는 달리 모호하게 옮겨놓았고, 그 링크도 빼버렸다. 원래 달렸던 링크는 위 글을 쓴 기자 자신이 쓴 '예술이 여성 성기에 집착하여 온 약사(略史)'라는 글이다. 이 부분은 황금 고추 액세서리에 은닉된 남성기 숭배 아이디어에 반대 균형추 역할을 하는 중요한 곳인데도, 한국판은 내시 거세하듯 시원하게 없애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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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황금 고추로 돌아가 보자. 예전에도 썼지만, 이런 걸 호주머니에 넣고 다닌다고 없던 자신감이 생긴다면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럴까? 아마 그 기대 효과는 영문판 기사에 달린 한 남성의 댓글로 압축할 수 있을 것 같다: "1.5인치(3.8cm) 물건 갖고 뭔놈의 자신감!"

 

덧글

  • Silverwood 2014/03/31 20:25 # 답글

    재밌는 글이지만 여성가족부가 이글을 보면 정말 유해 사이트로 지정해버릴지도 몰라요..
  • deulpul 2014/03/31 21:18 #

    이곳이 그렇게만 된다면 오죽 좋겠습니까. 짜증 주고 관심 받는 노이즈 마케팅이 대세인 시절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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