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집계에서 언론을 이해해야 할 부분 중매媒 몸體 (Media)

세월호 참사 보도에서 언론이 많은 잘못을 벌이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나 역시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 얼마나 잘못 나갈 수 있는가에 대하여 썼다. 하지만 욕을 먹을 일이 있고 아닌 일이 있다.

욕하기 어려운 일에 욕을 하는 것 중 하나가 사망자와 실종자 수를 제대로 보도하지 못했다고 언론을 비난하는 것이다. 이는 재난 현장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이다.

사고나 재난의 초기 현장은 책상에 편하게 앉아서 비평을 하는 사람들은 짐작하기 어려운 혼란의 도가니다. 시신과 부상자, 구조대와 의료진이 뒤엉키게 마련이다. 사건이 크면 여러 곳에 분산하여 집중 치료를 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 자체적으로 희생자 수를 집계하거나 신원을 확인할 방법은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언론의 보도보다 구조가 우선이며, 언론은 구조와 치료에 필요한 모든 활동에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된다. 기자가 사상자 수를 직접 헤아리기 위해 영안실과 병실의 급박한 공간을 헤집고 다니며 숫자를 헤아린다고 해 보자. 개념 없는 기자라고 가루가 되도록 까였을 것이다.

희생자를 관리하며 그 수를 집계하는 것은 구조의 책임을 맡은 공공기관의 일이다. 이 부분에서 언론이 할 일은 잘 받아적는 것이다. 이 점과 관련해 언론을 탓할 수 있는 가능성이란, 책임 관서가 발표한 내용을 제대로 받아적어 보도하지 못하는 것뿐이다. 세월호 사고와 관련한 보도가 미국 언론에서도 해외뉴스 톱으로 계속 나오고 있는데, 이들도 탑승자나 희생자 숫자는 정부 기관이 발표한 것을 사용한다.

초기 상황에서는 책임 관서도 희생자 수를 집계하기가 쉽지 않음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지진이나 쓰나미 같은 광범위한 자연 재해는 말할 것도 없고, 이번 사건처럼 상당한 사람이 실종 상태인 경우는 누구나 정확하게 집계하는 데 애를 먹는다. 가족이나 지켜보는 사람들의 애타는 심정은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지만, 상당수가 실종되고 희생자를 물리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혼란의 도가니에서 수백 명의 인적 상황에 대한 완벽한 집계를 내놓기는 쉽지 않다는 점도 이해해야 한다.

그럼 책임 관서의 희생자 집계가 계속 바뀌어 나오므로 언론은 그 수치가 최종 확인될 때까지 보도를 하지 않고 기다려야 하는가? 아니면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상당한 사람이 사망했다'라는 식으로 기사를 써야 하겠는가? 물론 아니다. 기자들은 그렇게 하도록 교육받지 않는다. 어떤 취재 현장이든 기자들이 종종 좀 무리일 정도로 수치를 내놓으라고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재난 사고에서 희생자 수는 매우 중요한 '사실'이고 핵심 정보다. 그에 따라 재난의 규모가 결정되고 국가 사회의 대응 수위도 결정된다. 현재 진행중인 사건이므로 완벽하게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책임 관서가 제공하는 집계를 보도해야 한다. 제공 정보가 바뀌면 보도도 바뀔 수밖에 없다. 언론사가 자체 확인할 방도가 없는 상태에서, 정보가 업데이트되는 대로 신속하게 바꿔서 보도하는 것은 욕 먹을 일이 아니라 오히려 바람직한 자세다.

집계 보도에 대한 이런 비판을 포함하여, 이번 사건에서 언론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다. 좀더 건설적인 언론 비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당신이 현장의 취재기자나 편집국의 데스크 자리에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이렇게 큰 사건에서, 이렇게 정보에 대한 갈구와 압력이 큰 상황에서, 이렇게 취재가 어려운 상황에서 어떤 기사를 만들고 어떻게 내보낼 것인가? 당신은 그 넓은 지면과 그 긴 방송 시간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 이런 고민을 잠깐이라도 해 보고 비판을 하였으면 좋겠다.

파괴는 쉽지만 건설은 어렵다. 대안 없는 비판은 다구리에 편승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현장에 나가지 않아도 되고 사건을 보도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 쾌적하게 책상에 앉아서 욕 먹을 일, 안 먹을 일 싸잡아 비판을 하는 게 안타까워서 하는 소리다. 내가 현장에 있다면, 내가 데스크라면 내가 하는 신랄한 비판을 듣지 않도록 잘 해낼 수 있겠는가? 나는 스스로 의심한다. 인실X의 상황에서 언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것은 현장의 그들이나 책상 앞의 나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덧글

  • 서울비 2014/04/19 20:25 # 삭제 답글


    동의할 수 없습니다. 숫자를 요구하고 숫자를 어서 빨리 받아 적어 석간 신문에 내야 직성이 풀리는 정신을 바른 저널리즘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본부의 삽질과 언론은 현시점에서 공생관계입니다.
  • deulpul 2014/04/19 20:39 #

    말씀하신 것을 '받아적어' '직성이 풀린다' 같은 부분을 빼고 다시 쓰자면 '정부가 발표하는 희생자 숫자를 빨리 국민에게 알린다'라고 표현할 수도 있으며, 이것은 본문에도 썼듯 이런 참사 사건에서 중요한 핵심 정보입니다. 서울비님이 말씀하시는 바른 저널리즘이란 뭐고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가를 알려주시는 게 논의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2014/04/19 22:1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4/19 22:4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아드반 2014/04/21 11:55 # 삭제 답글

    좋은 논조의 글이네요. 대안없는 비판은 다구리에 편승한다는 말에 동감합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는 것만으로 우선 비판하고 보는 사회풍조의 문제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월호 사건의 근본적인 문제는 유기적인 대응이 매우 미흡했다는 것에서 시작하고 있고 미흡함이 결과로 이어졌기때문에 그에 따른 부차적인 문제점이 드러난 거겠죠. 책임의 주체를 특정 단체에만 둘 수 없고 관계된 모든 이들이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 산은산 2014/04/24 00:44 # 삭제 답글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감사합니다.
    정확히 표현하셨습니다.
    우리나라의 감정적인 정서와 문화와 급격하게 이뤄진 경제성장으로 인해 고질적으로 자리잡은 기본적인 문제들이 표면에 떠오른 사건이라고 생각됩니다. 언론은 도대체 기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인지,, 자기의견을 넣고 서슴없는 자극적인 단어로 나라와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며 쇠뇌하고 있고...도무지 하나서부터 열까지 모든게 갑갑하기만 하네요.....다른 각도로는 상황과 상대를 이해하지 않는 배타적이며 고비때에 더 확연하게 들어나는 이기주의...조금더 이성적이 되야할 시민...그 와중에 언론은 미친 망아지처럼 뛰어데고...특히나 언론에게 굉장한 실망을 했는데...이런 글을 쓰시는 분도 계시네요. 앞으로도 자주 오겠습니다.
  • 산은산 2014/04/24 00:47 # 삭제

    통계 집계가 바뀌는것에 대한 이해를 말씀드렸으며..
    언론에 관해서는 님의 다른 글을 (기본적인 저널리즘이 안 지켜진 언론에 관한) 본 내용을 위에다가 적었습니다.
  • 2014/04/26 06:2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5/02 19:57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6/14 01:01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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