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resent 때時 일事 (Issues)

당신은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입니다. 일을 혼자 다 하기는 벅차서 계약직으로 직원을 한 명 채용했습니다. 가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데 꼭 필요한 일을 직원에게 맡겼습니다. 가게문을 열고 찾아오는 손님을 맞이하고 물건값을 받고 물품을 정리하고 청소를 하는 것 같은 일입니다. 이런 일들은 고용 계약 때 합의한 업무이며, 직원은 이런 일을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하고 다짐하였습니다. 그에 대한 보수는 후하게 주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직원은 막상 고용되고 나자 일을 안 하는 겁니다. 영업 시간인데도 가게 문은 닫혀있기 일쑤고, 손님이 오든말든 신경도 쓰지 않으며, 들치기 날치기들이 가게 물건을 다 들고갑니다. 직원은 물건을 팔고 돈을 받아서 제 호주머니에 넣기까지 합니다. 가게는 늘 엉망진창이고 쥐며 바퀴가 들끓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사람 잘못 보고 나쁜 놈을 채용했군. 가게 아주 말아먹게 생겼어. 근데 귀찮네. 뭐 당장 하늘 두 쪽 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외면하는 수밖에."

이렇게 저런 직원을 내버려두는 대인배 주인은 거의 없을 겁니다. 이건 대인배가 아니라 멍청하기 짝이없는 호구 주인이겠지요. 그러다가는 가게는 곧 망하고 주인은 자영업자에서 걸인으로 폭망 다운그레이드될 겁니다.

그런데 왜 국회라는 가게의 주인은 자기가 고용한 직원에 대해 그렇게 무심하고 관대한 것일까요. 주인을 속이고 기만하며 게으르고 사악하고 가게의 안녕과 번영보다 자신의 호주머니만 건실히 챙기면서도 온갖 일은 혼자 다하는 것처럼 떠벌이고 다니는 이 못돼먹은 직원들을 왜 그냥 못본 체 하는 것일까요.

국회라는 가게는 힘찬문방구나 우리수퍼, 또와치킨이나 영화루보다는 조금 더 중요한 가게일 텐데 말입니다.

신기한 것은, 이 주인들은 직원이 나쁘다는 것을 잘 알고 늘 투덜대면서도 여전히 무심하고 관대하다는 것이죠. 그래서 직원은 주인을 호구로 생각하고, 그의 간덩이는 점점 커져갑니다.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눈길 두어 번 주는 시늉 내다 눈감아버리는 주인 앞에서 무슨 짓을 못하겠습니까. 언제나 호구들은 앞에서만 존중되고 뒤에서는 비웃음을 받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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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집에 날아온 이 지역 주 상원의원의 의정 보고서입니다. 6쪽으로 이루어진 이 보고서의 첫 페이지는 의원이 지역구 주민에게 보내는 인사입니다. 다음과 같이 시작하고 있습니다(강조는 내가).

"안녕하십니까. 주 상원의원으로서 당신을 대표하여 일하는 것을 큰 영광과 특권으로 생각합니다."

몇 주 전에 한 지역 신문은, 이 주의 연방 상원의원으로 워싱턴에 나가 일하고 있는 두 의원이 일을 잘하고 있는지를 시민 몇 명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의원은 한 사람은 공화당이고 또 한 사람은 민주당입니다.

IT 전문가인 제임스는 "두 사람 모두 나의 의견을 대표하고 있지 못하다"라고 대답했습니다. 보존생물학자 에이미는 "(그중 한 의원)이 나의 관심사를 매우 잘 대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전기 관련 업종에서 일하는 크리스는 "(그중 한 의원)이 좀더 적극적으로 행동했으면 하지만, 어쨌든 우리 주를 꽤 잘 대표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강조는 내가).

대답한 시민 다섯 명 중에서 세 명이 의원들을 평가하면서 represent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지역 신문이 제시한 질문은 "Overall, how well are our U.S. senators ... doing their jobs?"이었습니다.

그들의 job은 represent인 것입니다.

앞의 주 상원의원이 의정 보고서 인삿말 첫 줄에 쓴 단어도 represent였습니다.

Represent
1. [타동사][VN] [흔히 수동태로] (행사・회의 등에서 단체 등을) 대표[대신]하다
2. [타동사][VN] (어떤 사람의 이익을 옹호하며 그를) 대변[변호]하다

(네이버 사전)

물론 의원을 채용한 지역구민이란 한 사람이 아니니까, 국회나 의회의 직원은 주인들의 뜻을 계속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야 대표하고 대변할 수 있는 것이겠죠.

당신의 직원은 당신 말을 듣습니까? 당신의 직원은 당신을 제대로 대표하고 당신의 뜻을 제대로 대변하고 있습니까? 당신의 직원이 대표하는 것은 당신입니까, 아니면 자기 배를 불려주는 소수 힘있는 사람입니까?

아니 그 전에, 당신은 직원이 당신을 대신하여 당신의 가게를 제대로 운영하는지에 관심이 있습니까? 아니면 귀찮아서 망해버려도 괜찮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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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pmouse 2014/09/04 11:39 # 삭제 답글

    늘 좋은 글 감사합니다. 국회에 있는 저들이 문제야, 싶다가도, 외국에 나와 있어 일부 선거를 제외하고는 선거권도 제대로 쓰지 않고 있는 현실, 그리고 한국에 살 때에도 기실 많이 신경을 쓰지 못했던 저의 과거..에 절로 고개가 수그려지기도 합니다.

    아 근데 그거와는 또 별개로, 들풀님 이글루에서만 로그인 상태인데도 로그인을 인식하지 못하는 이슈가 발생하고 있어요. 며칠 전에 뱀도랏 사진 보러 왔을 때도 그랬고 오늘도 그렇네요. 혹시 일부러 그러시는 것인지요? 딱히 로그인이 유지되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서도 혹시 무슨 이유가 있나 싶어 덧글 남겨봅니다.
  • deulpul 2014/09/04 12:43 #

    아, 그럴 리가 없지요. 추정컨대 이글루스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로그인 관련 버그의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제 블로그에 쥔인 저조차도 로그인이 안 되어서 난감한 적도 있거든요... 어쨌든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 스치는바람 2014/09/04 13:31 # 삭제 답글

    좋은 글 올려주셔서 정말 기뻤지만 내용을 다 보니 마냥 기뻐할 수 없네요. 전 제 자신이 뽑은 계약직 직원에 대해 과연 감시는 하고 있는 것인지... 반성하게 됩니다.
  • deulpul 2014/09/04 14:11 #

    공공 이슈에 대한 개개인의 관심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은 언제 어디서나 늘 있어왔던 현상이고, 그런 점에서 공중(public)의 역할에 대한 가치나 심지어 그 존재 자체를 신뢰하지 않는 지성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공통된 상황에서 왜 다양한 양상의 차이가 발생하는가는 의문이며 일견 희망일 수도 있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할 일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좀더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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