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카레 하는 것을 누가 본다면 속으로 혀를 찰 것이다. 다음처럼 하기 때문이다.
조리를 시작할 때, 한 쪽에는 후라이팬을, 다른 쪽에는 큰 냄비를 불 위에 올려놓고 동시에 가열한다. 냄비는 카레가 요리될 본(本) 도구로서, 물이 들어 있다. 오뚜기 카레 100g짜리를 기준으로 하여 700ml다.
후라이팬은 볶음용이다. 여기에 1차로 감자와 당근부터 볶는다. 충분히 볶아졌다고 생각하면 물이 끓기 시작하는 냄비에 넣는다. 2차는 다른 야채들이다. 3차로 고기(주로 닭고기)를 볶는다. 고기는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굽는 듯하게 볶고, 다 되면 역시 물 끓는 냄비에 넣는다. 왠지 요리법 같은 글로 보이고 있는 것은 읽는 분의 기분 탓입니다...
카레를, 더 나아가 요리를 잘 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번거롭게 하지 않는(것 같)다. 큰 냄비 하나를 잘 활용하여 훨씬 간편하고 신속하면서도 좋은 맛이 나도록 한다. 그러니 누가 보면 혀를 끌끌 차리라 싶은 것이다.
이런 성가신 방법을 어디서 배웠나? 오뚜기 카레 봉지에서다. 거기 그렇게 하라고 되어 있었다.
... 라고 기억하고 있는데, 지금 다시 보니 그런 말이 없네?

볶는 용기에 바로 물을 부어 끓여서 만들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전엔 분명히 따로 볶아서 넣으라고 했다. 내가 따로 배운 데가 없으니 기억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기억이란 배신을 잘 하는 존재고 굳게 믿었다가 틀린 적도 많으니, 확신할 수는 없다.
손이 서툰 사람은 조리법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편이 좋다. 맛이 규격화될지언정, 최소한 망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나는 대체로 포장지에 나온 조리법들을 FM대로 따라한다.
라면 끓일 때 봉지에 적힌 조리법 보는 사람 거의 없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늘 국물이 거의 없는 모양으로 끓여지길래, 어느 날 봉지를 잘 살펴봤다. 세상에, 물을 이렇게나 많이 넣어야 한다니! 적힌대로 물을 많이 잡았더니 제 맛과 모양이 났다. 매뉴얼의 위대함이여!
짜파게티는 어떻게 끓이시나요? 내가 알기론, 물을 끓이다 면과 야채(고명) 스프를 넣고, 충분히 익으면 물을 떠내거나 따라내는 방식으로 제거하고 과립(장) 스프와 기름을 넣는 순서다. 이것도 물론 봉지의 조리법에서 배운 것이다. 인터넷에서 찾은 조리법 이미지는 다음과 같다:

그런데 여기 미쿡에서 파는 짜파게티는 그렇게 되어 있지 않네?(강조는 내가)

이렇게 초장부터 한꺼번에 다 넣고 끓이라는 것이다. 물은 따라내는 것이 아니라 졸인다. 그래서 처음부터 물이 한국 조리법의 절반 정도로 잡혀 있다.
이게 말이 되나? 물론 어떻게 끓여도 익기는 할 것이다. 따라내지 않고 졸이는 방법이 장점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도무지 낯설다. 이 매뉴얼대로 한번 해 봤는데, 멀건 찬물에 기름까지 털어넣고 끓인다는 것이 영 마땅치 않았다. 우리가 먹는 인스턴트 면 중에 찬물에 넣어 끓이는 건 별로 없지 않습니까? 게다가 여기는 센물이라서 물 속의 석회질이 그대로 남아 함께 비벼진다. 이 점은 사실 한국 방식으로 해도 큰 차이는 없을 것 같지만...
이 짜파게티는 한국 수입품이 아니라, '농심 아메리카(Nongshim America)'라는 미국 현지 회사에서 생산한 미국산이다. 그럼 들어가는 재료가 다른 것인가? 그렇다고 이렇게 조리법이 다를 수가?
아무래도, 귀찮은 일 하기 싫어하는 미국넘들(혹은 미국에 있는 넘들)은 대충대충 삶아 드슈 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물론 기분 탓이겠지만, 한 제품에 매뉴얼이 이중이라서 교조주의자들은 뭔가 당혹스럽고 찜찜하다.
[덧붙임] (10월8일 13:15)
1, 짜파게티는 아마존닷컴에서도 팔리고 있다. 후기가 16건 달려 있는데, 후기를 쓴 미국인 중에는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개가 좋아하는 것 같다.
여기서도 조리법이 언급되어 있는 후기가 둘 있다. 한 사람은 "나는 맛을 더하기 위해 썰은 양파와 셀러리를 추가하곤 합니다. 5분 동안 끓인 뒤 물 대부분을 따라내지만, 조금은 남겨야 장을 비빌 때 편합니다"라고 했고, 다른 사람은 "봉지에 조리법이 적혀 있긴 하지만, 내 친구가 더 잘 만드는 법을 알려줬습니다"라고 한 뒤 아예 순서를 매겨서 "2. 물 대부분을 따라 버린다. (물이 적을수록 소스가 되게 된다. 너무 되면 언제든 물을 더하면 된다.)"라고 썼다. 실제로인지 기분인지 모르겠지만 한국식 조리법으로 해야 더 맛이 난다는 의견인 셈인데, 그저 이미 정착된 관행을 따르려는 데서 나온 의견인지도 모른다.
2. 농심의 홈페이지 고객센터에 올라 있는 '자주하는 질문' 중에 이런 게 있다.
맞아, 그러고 보니 언제부터인가 다시마가 없어졌다. 클레임 걸어 민폐 끼친 넘들은 대체 누구야. 상한 것 같으면 그놈만 버리면 되고, 코카인인 것 같으면 감사하게 생각하고 먹을 일이지...(는 물론 농담) 너구리에서 다시마를 빼면 너팔리나 너칠리 정도밖에 안될 듯? 여하튼 그 중요한 다시마를 뺐다면, 대신 클레임 걱정 없고 환호할 만한 뭔가를 넣어줘야 하잖아. 1달러 지폐라든가 1유로 동전이라든가...(도 물론 농담)
조리를 시작할 때, 한 쪽에는 후라이팬을, 다른 쪽에는 큰 냄비를 불 위에 올려놓고 동시에 가열한다. 냄비는 카레가 요리될 본(本) 도구로서, 물이 들어 있다. 오뚜기 카레 100g짜리를 기준으로 하여 700ml다.
후라이팬은 볶음용이다. 여기에 1차로 감자와 당근부터 볶는다. 충분히 볶아졌다고 생각하면 물이 끓기 시작하는 냄비에 넣는다. 2차는 다른 야채들이다. 3차로 고기(주로 닭고기)를 볶는다. 고기는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굽는 듯하게 볶고, 다 되면 역시 물 끓는 냄비에 넣는다. 왠지 요리법 같은 글로 보이고 있는 것은 읽는 분의 기분 탓입니다...
카레를, 더 나아가 요리를 잘 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번거롭게 하지 않는(것 같)다. 큰 냄비 하나를 잘 활용하여 훨씬 간편하고 신속하면서도 좋은 맛이 나도록 한다. 그러니 누가 보면 혀를 끌끌 차리라 싶은 것이다.
이런 성가신 방법을 어디서 배웠나? 오뚜기 카레 봉지에서다. 거기 그렇게 하라고 되어 있었다.
... 라고 기억하고 있는데, 지금 다시 보니 그런 말이 없네?

볶는 용기에 바로 물을 부어 끓여서 만들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전엔 분명히 따로 볶아서 넣으라고 했다. 내가 따로 배운 데가 없으니 기억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기억이란 배신을 잘 하는 존재고 굳게 믿었다가 틀린 적도 많으니, 확신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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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서툰 사람은 조리법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편이 좋다. 맛이 규격화될지언정, 최소한 망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나는 대체로 포장지에 나온 조리법들을 FM대로 따라한다.
라면 끓일 때 봉지에 적힌 조리법 보는 사람 거의 없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늘 국물이 거의 없는 모양으로 끓여지길래, 어느 날 봉지를 잘 살펴봤다. 세상에, 물을 이렇게나 많이 넣어야 한다니! 적힌대로 물을 많이 잡았더니 제 맛과 모양이 났다. 매뉴얼의 위대함이여!
짜파게티는 어떻게 끓이시나요? 내가 알기론, 물을 끓이다 면과 야채(고명) 스프를 넣고, 충분히 익으면 물을 떠내거나 따라내는 방식으로 제거하고 과립(장) 스프와 기름을 넣는 순서다. 이것도 물론 봉지의 조리법에서 배운 것이다. 인터넷에서 찾은 조리법 이미지는 다음과 같다:

그런데 여기 미쿡에서 파는 짜파게티는 그렇게 되어 있지 않네?(강조는 내가)

① 팬에 상온 물 350ml, 과립 스프, 야채 스프, 기름, 면을 한꺼번에 넣습니다.
② 끓기 시작하면 4~6분 더 끓입니다. 이따금씩 저어줍니다.
③ 불에서 내린 뒤 드십시오...
이렇게 초장부터 한꺼번에 다 넣고 끓이라는 것이다. 물은 따라내는 것이 아니라 졸인다. 그래서 처음부터 물이 한국 조리법의 절반 정도로 잡혀 있다.
이게 말이 되나? 물론 어떻게 끓여도 익기는 할 것이다. 따라내지 않고 졸이는 방법이 장점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도무지 낯설다. 이 매뉴얼대로 한번 해 봤는데, 멀건 찬물에 기름까지 털어넣고 끓인다는 것이 영 마땅치 않았다. 우리가 먹는 인스턴트 면 중에 찬물에 넣어 끓이는 건 별로 없지 않습니까? 게다가 여기는 센물이라서 물 속의 석회질이 그대로 남아 함께 비벼진다. 이 점은 사실 한국 방식으로 해도 큰 차이는 없을 것 같지만...
이 짜파게티는 한국 수입품이 아니라, '농심 아메리카(Nongshim America)'라는 미국 현지 회사에서 생산한 미국산이다. 그럼 들어가는 재료가 다른 것인가? 그렇다고 이렇게 조리법이 다를 수가?
아무래도, 귀찮은 일 하기 싫어하는 미국넘들(혹은 미국에 있는 넘들)은 대충대충 삶아 드슈 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물론 기분 탓이겠지만, 한 제품에 매뉴얼이 이중이라서 교조주의자들은 뭔가 당혹스럽고 찜찜하다.
[덧붙임] (10월8일 13:15)
1, 짜파게티는 아마존닷컴에서도 팔리고 있다. 후기가 16건 달려 있는데, 후기를 쓴 미국인 중에는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개가 좋아하는 것 같다.
여기서도 조리법이 언급되어 있는 후기가 둘 있다. 한 사람은 "나는 맛을 더하기 위해 썰은 양파와 셀러리를 추가하곤 합니다. 5분 동안 끓인 뒤 물 대부분을 따라내지만, 조금은 남겨야 장을 비빌 때 편합니다"라고 했고, 다른 사람은 "봉지에 조리법이 적혀 있긴 하지만, 내 친구가 더 잘 만드는 법을 알려줬습니다"라고 한 뒤 아예 순서를 매겨서 "2. 물 대부분을 따라 버린다. (물이 적을수록 소스가 되게 된다. 너무 되면 언제든 물을 더하면 된다.)"라고 썼다. 실제로인지 기분인지 모르겠지만 한국식 조리법으로 해야 더 맛이 난다는 의견인 셈인데, 그저 이미 정착된 관행을 따르려는 데서 나온 의견인지도 모른다.
2. 농심의 홈페이지 고객센터에 올라 있는 '자주하는 질문' 중에 이런 게 있다.
질문: 해외에서 너구리를 구매했는데 건조 다시마가 들어있지 않습니다.
대답: 현재 수출 너구리 제품에는 다시마가 들어가지 않고 있습니다. 다시마에 들어가는 하얀색 염분으로 인해 해외에서 빈번히 클레임이 접수되[sic] 취한 조치이니 널리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대답: 현재 수출 너구리 제품에는 다시마가 들어가지 않고 있습니다. 다시마에 들어가는 하얀색 염분으로 인해 해외에서 빈번히 클레임이 접수되[sic] 취한 조치이니 널리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맞아, 그러고 보니 언제부터인가 다시마가 없어졌다. 클레임 걸어 민폐 끼친 넘들은 대체 누구야. 상한 것 같으면 그놈만 버리면 되고, 코카인인 것 같으면 감사하게 생각하고 먹을 일이지...(는 물론 농담) 너구리에서 다시마를 빼면 너팔리나 너칠리 정도밖에 안될 듯? 여하튼 그 중요한 다시마를 뺐다면, 대신 클레임 걱정 없고 환호할 만한 뭔가를 넣어줘야 하잖아. 1달러 지폐라든가 1유로 동전이라든가...(도 물론 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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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2014/10/08 06:41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2014/10/08 18:24 #
비공개 답글입니다.2014/10/09 03:13 #
비공개 답글입니다.2014/10/09 05:15 #
비공개 답글입니다.아인하르트 2014/10/08 19:42 # 답글
전 뒤에 표기된 조리법 잘 안 봅니다. (내 맘대로 할거야!)
뭐 그래도 잘 되는 편이라서 살짝 요리에 소질이 있는 것이 아닌가 싶지만 말입죠. 귀찮아서 볶음밥, 된장찌개(인가 된장국인가...), 라면, 감자튀김, 계란후라이 외에는 요리 안 해먹지만.
deulpul 2014/10/08 20:07 #
marquez 2014/10/09 08:13 # 삭제 답글
deulpul 2014/10/09 15: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