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인성호, 맹인할마 때時 일事 (Issues)

(깁니다.)

우선 그림 한 장.




박근혜가 대통령선거 후보 시절에 카카오톡을 방문한 적이 있다는 얘기다. 아, 그래서 그랬구나! 카카오톡과 박근혜는 뭔가 커넥션이 있는 것이다. 이제 다 이해가 된다. 왜 카카오톡이 사용자 정보를 수사기관에 갖다바치고(1), 대화 내용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보도록 하고(2), 심지어 자신이 사법기관이 되어 대화 내용에서 혐의를 찾아서 압수 수색하였는지(3), 한 큐에 다 이해가 된다!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 동영상: 문재인 카카오톡 본사 방문

박근혜가 카카오톡과 인연이면, 문재인은 아예 카카오톡과 결혼해서 살림까지 차렸네?

문재인이 카카오톡을 찾아간 것은 2012년 7월31일이다. 박근혜는 10월25일이다. 석 달이나 뒤다.

카카오톡은 한국 사람이 가장 많이 쓰는 휴대 기기용 메신저다. 특히 젊은 층에서 많이 쓴다. 대통령선거 후보라면 누구나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IT 기업이다. 여당 후보가 갔으면, 당연히 야당 후보도 갔을 것 아닌가. 순서로 보면 문재인이 먼저 가고 박근혜가 따라 간 꼴이지만, 순서야 어쨌든 대선 후보들 중 누구만 가고 누구는 안 가는 일이 벌어질 수 있겠는가.

문재인도 '후보 시절 카카오톡과 이런 인연이 있었다'는 것을 내가 아는 데 필요한 일은 구글에 '문재인 카카오톡'이라는 검색어를 넣는 것뿐이었으며, 이런 무지무지하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 사실을 확인하는 데 걸린 시간은 20초도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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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1), (2), (3)으로 번호를 매긴 사항은 지금 일부 카카오톡 사용자들이 가장 분노하고 문제 삼는 것들이다. 정신을 차리고 따져보면, 이것은 모두 사실이 아니거나 카카오톡의 잘못이 아니거나 기껏해야 논란거리다.

이미 유명해진 이 그림부터 이야기해 보자.



나는 이 그림이 카카오톡 검열 논란이 나온 이후 벌어진 사태를 잘 묘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보기에 이 그림에서 잘못된 것은 단 하나, 선택을 표현하는 흐름도 요소를 마름모가 아니라 사각형으로 그렸다는 것뿐이다. (물론 이것은 그림 제작상의 편의 때문일 것이다.)

이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으십니까? 그럼 당신이 할 일이 있다. 그것은 이 글의 맨 아래에서 확인하십시오.

이 그림을 페이스북에 옮긴 다음카카오 고문변호사는 그 일과 몇 가지 다른 이유로 결국 해고되었다고 한다. 그가 논란의 중심에 있는 회사의 간부로서 한 행동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점을 제외하면, 나는 그의 심정에 100%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신이 식당을 한다. 다행히 장사가 잘 된다. 음식도 맛있고 내부 꾸밈도 깔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구청에서 나왔다.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가 식품위생법 위반이고 내부 장식도 고쳐야 한다고 한다. 안 그러면 영업정지 때리겠다고 한다. 그래서 그대로 했더니 요리는 편의점에서 파는 인스턴트 음식보다 못한 꼴이 됐고, 내부 장식은 유신시대 다방 같은 꼴이 됐다. 실망한 단골 손님들은 돈 벌더니 마음이 변했다거나 주인이 원래부터 나쁜 놈이었다고 욕을 한다. 더 나아가 동네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저 식당 망해야 한다고 나팔을 불고 사람들을 몰고와 가게 앞에 침을 뱉고 돌을 던진다.

이런 상황에서 트위터에 대고 '손님 여러분 침 뱉지 마세요, 돌 던지지 마세요' 같은 소리나 하고 있으면 정말 양반일 것이다. 나 같으면 가게 망하고 폭행죄로 수갑을 차는 한이 있더라도, 그런 인간들 멱살을 잡아끌고 들어와서 머리통을 구청에서 나온 지시서에 처박아버리고 싶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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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이 사용자 정보를 수사기관에 갖다바친 게 아니다. 수사기관이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받아 제시하면 이에 응해야 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좋든싫든 이것은 법에 정해진 절차다. 카카오톡을 신나게 욕하고 있는 사람이 카카오톡 경영자라도 (회사 망해먹고 쪽박차기 싫다면) 똑같은 일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데 나는 팔 한 짝 걸 수 있다.

바로 며칠 전인 10월7일, 트위터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을 상대로 하여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가져가는 트위터 사용자 정보가 어떤 것인지를 업체(트위터)가 공개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 잘못이라는 소송이다. 거꾸로 말하면, 미국 정부는 수사상의 필요 때문에 트위터의 사용자 정보를 법에 따라 은밀히 가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트위터뿐만 아니다. 구글, 페이스북, 야후, 마이크로소프트 등도 다 포함되어 있다. (이것도 한국에서는 미국 IT 업체들은 정부 수사로부터 자유로운 것으로 왜곡돼 알려져 있다.) 어떤 나라에 속한 채 그 나라 법의 규정을 받으며 사업을 하는 이상, 기업은 법에서 요구하는 일을 거부하거나 무시할 수는 없다. 이것은 상식이다. 위 흐름도는 그런 점을 정확히 지적하는 것이다. 논란이 되었던 카카오톡 경영자의 말도 그런 점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물론 한국 IT 기업도 트위터 같은 오기와 곤조가 있다면 좋을 것이다. 나도 IT 업체의 기업 정신은 좀 달라야 한다고 자주 말한다. 그런데 그런 방식은 영장 집행을 거부하는 따위가 아니다. 실정법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업체로 존재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역시, 누가 경영자라도 똑같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법인에게 법정 수사 절차를 따르지 말라는 것은, 개인에게 분신하고 열사가 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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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은 수사기관이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실시간으로' 들여다 보고 있고 그게 가능한 이유는 카카오톡이 협조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착각이다. 유인촌 식으로 말하자면 "세뇌가 되신 거야."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인촌스럽게 세상을 보아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 그보다는 정보의 성격이나 내용, 신뢰성을 확인해보지 않고 입맛에 따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거나 배척한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이런 인식이 퍼진 계기는, 이런 뉴스 때문이다. 전문 인용했는데, 읽기 길면 바로 밑에 요약을 보시면 된다.


“국정원, 카톡 대화 한달간 실시간 감청했다”

국가정보원이 ‘통신제한조치(감청)’를 통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피의자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사실상 실시간으로 한 달에 걸쳐 감청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다음카카오는 “카카오톡 대화의 실시간 감청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해명해왔다.

김인성 전 한양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7일 자신의 트위터에 국정원이 2012년 9월18일 작성한 국가보안법 피의자 홍모씨에 대한 ‘통신제한조치 집행조서’를 공개했다.

국정원은 조서에서 홍씨 집에 설치된 일반 유선전화와 인터넷 회선을 감청했고, 카카오톡 아이디(ID) 2개에 대해서도 감청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그해 8월16일 수원지법으로부터 통신제한조치 허가서를 발부 받은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법원 허가를 받아 수사를 위해 벌인 정당한 감청이라는 얘기다. 현재 통신비밀보호법은 ‘범인 체포나 증거 수집이 어려운 수사에 한해 최대 2개월까지 통신제한조치를 허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감청 기간은 법원 영장 발부 이틀 뒤인 8월18일부터 9월17일까지 한 달간으로 돼 있다. 대화 내용은 당시 카카오톡 측으로부터 보안메일 형태로 수신한 것으로 조서에 나와 있다.

김 교수는 “이는 과거가 아닌 미래에 대한 실시간 감청”이라고 말했다. 그는 “ ‘실시간 감시는 불가능하다’ ‘3일 동안만 보관해 안전하다’는 식의 다음카카오 측 해명은 말장난”이라며 “데이터를 3일까지만 보관한다면 2일마다 데이터를 요구하면 된다”고 했다. 그는 “(다음카카오는) 주기적으로 카톡 메시지를 국정원에 메일로 전송했는데, 그 주기가 얼마인지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다음카카오 측은 “카카오톡 실시간 감청 가능성은 없고, 실제로 감청 영장을 통한 요청을 받지도 않았다”고 밝혀왔다.


이게 무슨 말인가? 기사에 나오지 않은 관련사항까지 첨부하여 함께 보면 이렇다.

  1. 수사기관(국가정보원)이 국가보안법 사건 수사를 위해 법에 따라 법원의 허가를 받아 통신제한조치를 집행했다.
  2. 이 조처는 이미 벌어진 통신 내용을 가져가 확인하는 압수 수색과는 달리, 피의자가 앞으로 벌일 통신 내용을 확인하는 절차다.
  3. 따라서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되어야 하는데, 현행법은 내란-외환의 죄, 국가보안법,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규정된 중범죄에 대해서만 허용한다.

우선 '실시간 감청'이라는 점부터 보자. 이런 통신제한조치의 결과로 나오는 일은 실시간 감청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실시간 감청이란, 피의자가 전화 통화를 할 때 수사기관이 도청장치를 사용하여 동시에 듣는 것 같은 일이다.

카카오톡에 대해 했다는 통신제한조치는 그런 방식이 아니다. 피의자가 카카오톡 메시지를 발생시킨 뒤, 사후 일정한 기간 단위로 이를 모아서 확인한다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실시간 감청이 아니다. 그래서 이 일을 보도한 언론들도 '사실상 실시간 감청'과 같은 식으로 모호하게 썼다. 이 사실을 폭로한 김인성은 '실시간에 가까운 감청'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러나 거꾸로 '사실상 사후 압수 수색'이라고 표현해도 하나도 이상할 게 없는 방식이다.

그런데도 '실시간 감청'이란 말이 나도는 것은, 전통적인 통신 수단에 대한 통신제한조치가 그렇게 실시간 감청의 형태를 띠기 때문에, 이 조처는 즉 실시간 감청과 동의어처럼 받아들여져 왔기 때문이다. 새로운 소통 수단이 나왔으므로 법과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던 사람들은, 자기가 필요할 때는 과거의 개념과 인식을 그대로 쓴다.

수사기관이 패킷 납치 같은 수단을 통해 이메일 등 전자 통신 내용을 그야말로 실시간으로 가져갈 수 있지만, 적어도 이번 카카오톡의 경우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 일단 발생한 카카오톡 메시지를 며칠 단위로 모아 두었다가, 수사기관의 요구에 따라 이메일로 보낸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카카오톡 측이 실시간 감청이 불가능하다거나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보도가 나오고 나서, 많은 사람은 국정원이 카카오톡 사용자의 통신 내용을 글자 그대로 실시간으로 엿보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며 분노한다. 그런 오해를 갖도록 은근히 조장하고 부채질하는 언론도 천지다.

다만, 카카오톡이 통신제한조치 요청을 받지 않았다고 말한 것은 분명한 잘못이다. 사실과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카카오톡은 사실과 달리 말한 점을 사과하고, 자세한 요청 상황을 밝혔으며, 사용자의 통신 비밀 보호를 위해 이런 조처조차 먹히지 않을 방안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내가 보기에 이것은 한국 IT 기업들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진일보한 모습이다. 포털을 비롯한 다른 IT 기업들도 똑같은 방식으로 수사 협조를 하고 있으면서도 이와 관련한 아무런 정보가 나오지 않고 대비책도 나오지 않는 것에 비하면, 비록 논란의 중심에 선 상황에서 나온 것이긴 하지만, 카카오톡의 이런 정책과 태도는 획기적인 모습이라고까지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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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을 살펴보지 않는 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또 한 가지 있다.

9월30일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가 자신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압수 수색되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카카오톡 대화가 압수 수색 대상이라는 점이 대중에게 알려진 계기이자 카카오톡에 대한 비판이 증폭된 계기다.


정 부대표는 지난 8월18일 서울 종로경찰서로부터 ‘전기통신에 대한 압수·수색·검증 집행사실 통지서’를 받았다. 통지서에는 경찰이 5월1일부터 6월10일까지 정 부대표의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 대화 상대방 아이디 및 전화번호, 대화일시, 수발신 내역 일체, 그림 및 사진 파일’ 전체를 압수수색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 사실 자체는 놀랍고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사실이 아닌 것에도 놀라거나 놀란 척 한다. 한 사람 수사를 위해 수십 일 동안 3천 명이나 되는 사람의 대화 내용을 모조리 들여다 봤다는 식이다.

1. 3천 명이라는 이야기가 나온 것은, 정진우가 압수 수색 기간인 40일 동안 자신이 대화를 나눈 사람을 그렇게 추산했기 때문이다.


정진우 부대표는 "경찰이 카카오톡 대화를 들여다본 시기에 단체 대화창 등을 통해 대화를 나눈 사람이 3000여명에 이른다"면서 "경찰이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이 분들의 개인 정보까지 모두 들여다본 셈"이라고 지적했다.


어떤 신문은 "정 부대표의 카카오톡 친구는 3000명가량이다"라고 했고, 또 "수천명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대화 상대방"이라고 표현했다. 많은 사람의 개인 정보가 수사당국의 손아귀에 손쉽게 들어간 갈 수 있는 것은 분명 큰 문제이지만, 바로 아래에서 쓸 실제 압수 수색 기간까지 고려하면 '3천 명'과의 대화 내용을 모두 들여다 봤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2. 정진우의 카카오톡이 압수 수색 대상이 된 것은, 그가 6월10일 세월호 관련 시위를 벌이다 구속되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수사 진행중에 카카오톡에 대해 사후 압수 수색을 진행했으며, 대상 기간은 5월1일부터 6월10일까지다.

그러나 집행 영장에 따라 그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카카오톡 측에서 경찰에 실제로 전달된 것은 이 40일 기간치가 아니라, 압수를 요청하는 시점에 가장 가까운 며칠 분량에 불과하다. 카카오톡 측은 대화 내용을 그렇게 오래 보관하지 않아서 전달해 줄 수 없었다고 했고, 경찰 수사과장 이야기도 같다.

3. 수사당국이 이용자 정보와 더불어 압수한 대화 내용은 정진우와 다른 사람들 간에 나눈 대화다. 그가 대화 당사자로서 참여하고 있는 대화가 압수 대상이었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대화 내용'이지 '다른 사람의 대화 내용'이 아니다.

그런데 일부 언론은 '과'를 빠뜨리고 '다른 사람의 대화 내용'이라고 표현하여 오해를 부추겼다. 이를테면 이런 기사는 제목에서 '"수사당국, 한 명 카톡 수색으로 3천명 사찰"이라고 하여, 대화 상대자가 모두 정진우와 동등한 사찰 대상이 되었던 것처럼 표현하였고, 본문에서는


수사당국이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의 카카오톡 계정을 압수수색하면서 정 부대표의 카카오톡 친구 3000명에 달하는 개인정보와 대화 내용까지 들여다 봤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라고 썼다. 이걸 읽으면 '경찰은 정진우의 친구 3천 명의 개인정보와 그들의 (다른 사람과 나눈) 대화 내용까지 들여다봤다'라고 오해하게 된다. 많은 사람이 지금도 저렇게 믿고 있다. 나는 많은 사람이 그렇게 믿는다는 사실 자체를 믿기가 어렵다.

위와 같이 개인의 대화 내용과 정보, 대화 상대방의 정보까지 다 빼가는 압수 수색 방식과 그런 일을 가능케 하는 정부 작태는 매우 우려할 만한 일이며, 이에 비판하고 항의하는 것은 옳다. 이런 수사 방식에 대한 헌법소원이 준비중이라는데, 당연하고 바람직한 대응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3천 명에 이르는 개인들의 대화 내용까지 모조리 들여다 봤다'는 생각은 사실이 아니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비판을 하기 시작하면, 사실인 것에 대한 비판까지 의미가 없어진다. 허위와 과장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날 때, 옳은 비판까지 함께 정당성을 잃는다.

사실이 아닌 것을 과장하고 퍼뜨리는 자들은 내부의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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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이 사용자의 대화 내용에서 혐의점이 있는 것을 골라내어 수사기관에 전달했다는 오해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앞에서 쓴 바와 같다. 이런 문제를 일으킨 첫 보도의 제목은 '"카카오톡 법무팀이 혐의점 분류"…민간이 영장 집행?'이라고 구질구질하게 물음표를 붙였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민간이 영장 집행!'이라고 깔끔하게 받아들이고 그렇게 믿는다. 기사에 달린 댓글들(다음, 네이버)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제대로 된 제목이었다면 '검찰, 카카오톡 법무팀이 혐의점 분류 주장... 카카오톡은 부인' 같은 모양이 되었을 것이다. 저런 제목 달면서 어떤 반응 나올지 예상 못하고 뉴스를 한다면 한심하고, 알고도 그랬다면 사악하다. 이 부분에 대한 한 변호사의 설명:


JTBC는 마치 카톡이 ‘아무런 의무도 없는데’ 검찰에 자료를 잘~ 분류해서 넘겨준 것처럼 기사를 썼죠. 게다가 ‘민간집행’이란 자극적인 용어를 썼구요. 수사기관의 ‘집행’에 협조한 자체를 ‘민간집행’이라 명명하여 비난하는 것은 영장의 집행방법을 잘 모르거나, 말뜻을 교묘하게 증폭, 왜곡한거라 생각됩니다. 집행은 검찰이 한 것이고, 카톡은 영장의 압수수색 범위 내에서 자료제공에 협조할 의무를 이행한 것이 정확한 이해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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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이 잘못한 점, 분명히 있다. 이런 부분은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

그런데 지금 여기저기서 나오고 공유되는 이야기들을 보면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사실인 것과 아닌 것, 욕할 것과 아닌 것이 구분되지 않는다. 그냥 미운 자식 하나 걸렸으니 실컷 패주자는 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싸움 제일 잘하고 힘센 짱이나 1진 애들은 싸우기도 힘들고 싸워도 지기만 하니, 만만한 빵셔틀 하나 조지며 대리만족하자는 꼴 같다. 상식은 안드로메다로 가고 없다. 박근혜 식으로 표현하자면 "이성과 상식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이 그 도를 넘고 있습니다."

계속 반복하는 말이지만, 이런 비판은 비판 자체의 값어치를 떨어뜨린다. 이렇게 날림으로 비판 장사하다 보면, 멀쩡한 비판 상품까지 똥값이 된다. 누가 비판에 진지하게 귀 기울여 주겠나. 비판을 통해 대안이 만들어질 수가 있겠으며, 지금의 논란이 미래의 개선으로 이어질 수가 있겠는가. 그냥 끼리끼리 한풀이나 하고 말 뿐이지.

불이야 어디로 붙든 신나게 부채질만 하는 언론 탓도 크다. 세월호 참사 와중에 온갖 추한 꼴을 보여, 자신들도 인정하는 기레기 집단으로 공인된 뒤, 이런 모습 고치겠다고 '재난 보도 준칙' 정하고 공표한 지 한 달도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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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점을 잊으시면 안 됩니다.

모든 문제의 시작은 박근혜가 '대통령 모독' 발언을 한 것, 그리고 이에 따라 검찰이 인터넷 명예훼손 전담반을 만들어 인터넷 사찰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불과 한 달도 안 된 일이다. 그 짧은 기간에 사람들은 출발점을 잊고, 카카오톡 까기 위해서 문제의 장본인이자 악역 캐릭터인 검찰의 거짓 주장까지 굳게 믿어주는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

카카오톡 문제의 출발이자 본진은 박근혜 정부와 검찰이다. 이게 지금 중요한 문제이고, 이게 지금 드잡이해야 할 문제다.

어떻게? 카카오톡의 사례에서 추출할 수 있는 정당한 문제 의식은, 이런 수사, 사찰이 가능하고 IT 기업이 따를 수밖에 없도록 하는 법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각 기업이 각개약진으로 버텨줄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그것은 선택 사항이다. 근본적인 구조가 문제인 것이다.

지난 10월8일, 서울고등법원을 대상으로 한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를 보도한 기사에는 이런 부분이 있다.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이명박 정부에선 휴대폰을 못 쓰겠더니 박근혜 정부에선 카카오톡을 못 쓰겠다. 이게 민주국가냐.


심정은 알겠지만, 국회의원이 이런 소리 하고 있으면 안 된다. 그런 소리는 우리 같은 사람이나 하는 것이고,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하여 문제 있는 법을 살펴보고 잘못이 있으면 뜯어고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만이 그런 일을 할 수 있다. 그런 일 하라고 세비 주는 것이다. 한탄하고 조롱하는 것은 우리도 할 수 있다.

물론 그렇게 국민의 뜻을 받들어 법을 들여다보고 개정안을 발의하고 반대측과 협상하고 통과시키는 일은 어렵다. 뽀대도 나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카메라 늘어선 자리에서 일갈하거나, 머리띠 묶고 단식하러 나서는 편이 훨씬 편하고 폼난다. 그래서 안 한다.

밥값 안 하는 게으른 놈들 끌고와 일을 시키는 것도 주인 몫이다. 법이 잘못되었으면 고치라고 줄기차게 요구해야 한다. 의원실에 전화하기 아주 쉽다. 원래 그러라고 있는 전화다. 원래는 의원이 지역구를 돌아다니면서 주민님 의견을 수렴하여야겠지만, 그렇게 하기 힘드니까 주민인 우리가 알려주며 편의를 봐주는 것이다.

지역구 의원이 여당이면, 정부 조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따지고, 설명을 요구하고, 지역구 주민인 내 생각은 어떤지 알려준다. 야당이면 정부의 삽질에 대해 어떤 대응책이 있는지, 왜 대처가 미온적인지, 어떤 법을 손봐야 할지, 언제 그럴 것인지 따지고 몰아쳐야 한다. 꼭 지역구 아니라도 된다. 해당 상임위(이를테면 법사위) 위원실에 전화해서 따져도 된다. 위에서 말했듯 그들만이 그런 일을 할 수 있지만, 잘 안 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나중에 따로 씀.)

물론 이런 일은 트윗 한 번 날리는 것보다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리고 신경이 쓰인다. 말빨이 먹히려면 전화하기 전에 사실도 제대로 좀 알아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진실로 분노하고 실질적으로 변화를 일으키려면, 다음 선거 때까지는 그런 수밖에 없다. 트위터든 페북이든, 비선거 시기에 실제 정치 과정에 아무런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분노 트윗 폭풍쳐봐도 여의도나 정부 청사에서는 보는 사람도 별로 없다. 아니면 대중 동원해서 줄기찬 시위를 벌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들을려고 하지 않는 정권 앞에서 이런 항의의 '가성비'가 어떤지는 이명박 때 잘 봤다.

어렵습니까? 답답하고 절망적인 마음에 분신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마음으로 뭘 못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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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 두 개로 마무리.

많은 사람이 아는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말이 있다. 세 명이면 없던 호랑이도 만든다는 것이다. 거짓이라도 여러 사람이 주장하면 사실처럼 되어버린다는 뜻으로 쓴다. 호랑이를 내세운 것은 무섭다, 위력이 대단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나는 종종 생각한다. 삼인성호가 좋은 의미로 쓰일 수는 없는 것일까. 이 말은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처럼, 사실이 아닌 것을 조작하고 과장하여 퍼뜨리는 일 같은 데서나 쓰일 수밖에 없는 것일까. 거짓이 아니라, 나쁜 놈들이 감추는 사실을 여러 사람이 주장하여 호랑이처럼 포효하고 오줌을 지리게 하는 일 같은 것은 기대할 수 없는가.

그보다는 좀 덜 알려진 것으로 맹인할마(盲人轄馬)라는 말도 있다. 맹인은 시각장애인을 말하고 할마는 애꾸눈 말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일은 맹인이 애꾸눈 말을 타고 물가를 가는 것이라는 뜻이다. 멀쩡한 두 눈을 가졌으면서도 한 쪽은 절대 보지 않는 편견과 증오로 채워진 삿된 정보들, 그런 정보를 생산하고 퍼뜨리는 애꾸눈 말들, 이 험하고 복잡한 세상에서 그런 말을 타고 신나게 달리는 눈먼 사람들.

이렇게 세상을 살면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 도랑에나 처박힐 뿐이다. 맹인할마하는 사람들이 가득찬 곳에서, 세상이 늘 이 모양 이 꼴이고 나쁜 놈들이 늘 안심하고 나쁜 일에 근면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 문재인 카카오톡 방문 사진: http://www.nanumilbo.com/sub_read.html?uid=1722


[덧붙임] 10월13일 10:20

** (아래 답글 중에서) 카카오톡 이슈는 다음과 같은 얼개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1. 정부의 태도 (표현의 자유, 개인 사생활의 자유, 검열, 사찰)
2. 법과 제도의 문제 (정보통신망법, 통신비밀보호법, 영장 제도와 관행, 기타 법제)
3. 언론 보도 (사실 확인, 공정성, 선정성, 왜곡과 오도)
4. 카카오톡의 태도 (기업 철학, 소비자 정책, 안이함, 거짓말)
5. 카카오톡의 사용자 보호 장치 (저장 기간, 암호화)
6. 카카오톡의 대응 (홍보, 수습, 데미지 콘트롤, 보완책 마련)
7. 사용자의 반응 (탈퇴, 정당한 비판, 비난, 부화뇌동, 잘못된 정보 확산)


** 본문에서 쓴 내용의 일부를 그림으로 표시하면 다음과 같다.

위에서 흐린 화살표는 지금 실종되어 있는 경로다. 하지만,


따로 설명을 덧붙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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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초록불 2014/10/12 08:15 # 답글

    잘못된 정보는 결국 주장 자체를 파탄시키고 마는 거죠. 이런 선전선동이 너무 많아서 참 문제입니다.
  • deulpul 2014/10/12 19:51 #

    맞습니다. 우리는 좌우 가리지 않고 너무 정치 의식이 강한 모양입니다. 주장의 진실성보다는 나(우리)의 대의명분이나 목적에 부응하는가에 먼저 주목하고, 후자가 충족되면 사실이 아니더라도 적극적으로 용인되는(흔히 '달을 가리키는데 왜 손가락을 보냐'는 궤변으로 표현되죠) 세태. 사실 가지고 장사하지 않으면 망한다는 생각이 상식이 되고 사회 규범이 되어 폭넓게 퍼지는 때가 올까 싶습니다.
  • 뱀  2014/10/12 10:18 # 답글

    찬찬히 읽어보니... 손석희 사장 실망이네요.
  • Repo 2014/10/12 10:28 # 삭제 답글

    저도 손석희한테 가장 실망입니다. 오보를 바로 잡기는 커녕 기레기들과 똑같은 짓을...
  • Ko 2014/10/12 12:50 # 삭제 답글

    언론들이 다 똑같아서 문제네요
  • 으음 2014/10/12 12:57 # 삭제 답글

    JTBC하고 경향신문에 실망이네요. 비판은 정교하고 신중해야 하는데 자꾸 이런 일이 생기니, 보수나 진보나 똑같다, 그 놈이 그 놈이다는 회의주의가 번지고 거악들은 유유자적한 것이 아닐까요.
  • deulpul 2014/10/12 14:14 # 답글

    위 댓글들 주신 데 대한 답글 삼아 급히 몇 자 씁니다. 이 글에서 뉴스 소스로 <경향신문>이 많이 링크된 것은 오로지 제가 자주 보는 신문이기 때문이며, 대부분 사실 관계를 보이기 위해 링크한 것입니다. 이번 이슈와 관련하여 이 신문에 비판할 점이 있다면, 그것은 다른 매체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JTBC 혹은 손석희의 경우는 어떤 의견을 가지시든, 그 앞에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이라는 한정을 붙여야 옳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언론 현실에서 언론에 대한 따끔한 비판은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부분으로 전체를 재단하는 것은 이 글을 쓴 취지에도 어긋납니다.
  • 으음 2014/10/12 16:12 # 삭제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으로 한정을 붙여야 한다는 말씀 공감합니다. 기존에 보수신문들 하는 짓하고 비교도 안되긴 하지만... 경향은 평소 믿고 보던 신문이고, 신뢰를 크게 가지고 있던 손석희씨라 이번 사안에 대한 태도가 더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 비판이라는 목적을 정해놓고 무리하게 기사를 만들어가는 우리가 비판하던 그들의 행태를 은연중에 배워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번 사안으로 한정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들풀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
  • 아인하르트 2014/10/12 19:29 # 답글

    위의 댓글 가운데 손석희 사장한테 실망했다는 표현이 있는데, 이런 건 딱히 JTBC, 경향, 한겨레같은 소위 진보매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기자들이 기사를 쓰는 풍토 자체가 애초에 잘못 자리 잡은 것 같은데 말입니다. 다만, 진보권 매체가 보수권 매체와 비슷한 방법으로 기사 쓴다는 것에 다소 실망감 들지만 말입죠. (그러니 한겨레 제발 그 인간, 환빠 좀 버려... ㅠ,ㅠ)

    카카오 본사 및 서버가 한국에 위치하는 한 한국법 및 사법부의 영장 발부에 따를 수밖에 없으니 본사가 독일에 있으며 창업자의 전적을 생각해서 텔레그램 쓴다고 하면 되는건데, 뭘 그리 카카오를 물어 뜯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원인 제공은 글에서 쓰신대로 현 대통령의 발언과 그에 따른 인터넷명예홰손 전담반의 출현일텐데 말입죠.
  • deulpul 2014/10/12 20:03 #

    헉... 회를 능가하는 홰의 압박... 그런데 인터넷에서 명예훼손을 하면 당사자의 고소 고발 없어도 인지하여 수사하겠다며 기세등등하게 등장한 검찰 전담반이 카카오톡 명예훼손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을 보면 역시 팀구성 의도는 할머니 쉴드... (농담)
  • 아인하르트 2014/10/12 20:29 #

    아... 오타... ㅠ,ㅠ
    홰와 훼가 헷갈렸네요.
  • Brown 2014/10/12 23:17 # 삭제 답글

    그렇다면 카카오톡이 정확하게 잘못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 deulpul 2014/10/13 11:54 #

    말씀하신 질문에 대한 가장 쉬운 대답은, 카카오톡이 무엇을 사과하고 무엇을 고쳐나가겠다고 하는지를 보라는 것입니다.

    첨언하면, 카카오톡 이슈는 다음과 같은 얼개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1. 정부의 태도 (표현의 자유, 개인 사생활의 자유, 검열, 사찰)
    2. 법과 제도의 문제 (정보통신망법, 영장 제도와 관행, 기타 법제)
    3. 언론 보도 (사실 확인, 공정성, 선정성, 왜곡과 오도)
    4. 카카오톡의 태도 (기업 철학, 소비자 정책, 안이함, 거짓말)
    5. 카카오톡의 사용자 보호 장치 (저장 기간, 암호화)
    6. 카카오톡의 대응 (홍보, 수습, 데미지 콘트롤, 보완책 마련)
    7. 사용자의 반응 (탈퇴, 비판, 비난)

    카카오톡이 잘못한 것은 4~6의 부분이고, 지금 상황에서 그나마 수습되고 있는 것도 그 부분뿐입니다.
  • 거다란 2014/10/13 09:19 # 삭제 답글

    정말 반가운 글입니다. 잘 읽었고요 님의 글에 용기 얻어 저도 짧은 글 하나 적었습니다. ^^ 요즘 카톡 공격을 보면 왔다 장보리 막장 드라마를 보는 기분입니다. 개연성도 없고 서로 충돌하는 비판을 막 가져다 쓰고...
  • 거다란 2014/10/13 09:21 # 삭제

    그리고 영화 제보자도 떠오르고요 ^^
  • deulpul 2014/10/13 11:08 #

    쓰신 글 잘 보았습니다. 이번 사태로 인하여 무늬만 진보에 염증을 내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늘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2014/10/22 09:5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10/22 13:56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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