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청영장 거부는 법질서 파괴? 때時 일事 (Issues)

다음카카오가 감청영장에 응하지 않기로 한 데 대해 다음과 같은 야당 반응이 있다.


2500년 전 소크라테스의 ‘악법도 법’···야당 법률위원장 “영장 불응 다음카카오, 법치주의 역행”

(중략)

(새정치민주연합 김하중 법률위원장은) 그러면서 “최근 밝혀진 바에 의하면 다음카카오톡은 감청영장을 가져온 검찰에 이미 송수신이 끝난 자료까지 내준 것을 실토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라며 “다음카카오 대표가 과거에도 불법을 하고 앞으로도 불법을 한다고 선언하는 것은 코스닥 1,2위를 다투는 대기업 대표가 취할 태도가 아니다. 법치주의 정신에 반하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앞서 당 비대위원인 박지원 의원도 최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다음카카오 대표의 충정은 이해하나 영장에도 자료 제출을 거부하겠다고 하는 것은 법질서를 파괴하는 발언”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국회 안전행정위 야당 간사로, 국정감사에서 경찰이 ‘네이버 밴드’까지 들여봤다는 문제를 제기한 정청래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원래 응하면 안 되는 것을, 앞으로 응하지 않겠다고 꼼수를 부린 것”이라며 “주면 안 되는 대화 기록을 다 줘놓고 주가가 떨어지니 국민 눈속임 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1. 김하중의 말

그의 말과는 달리, 카카오톡에 감청영장을 가져온 것은 검찰이 아니라 국가정보원이지만, 이것은 절차상의 문제일 수도 있으므로 넘어가자. "감청영장을 가져온 검찰에 이미 송수신이 끝난 자료까지 내준 것을 실토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라는 말은 지금까지 나온 카카오톡 비판과 모순된다.

A. 국정원의 감청영장에 따라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제출 → '실시간 감청'이라고 주장 → '실시간 감청을 허용한' 카카오톡을 공격한다

B. 국정원의 감청영장에 따라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제출 → 송수신이 끝난 자료이므로 실시간 감청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 → '실정법을 위반한' 카카오톡을 공격한다

C. 국정원의 감청영장에 따라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제출 → "과거에도 불법" → 그럼 대화 내용을 제출하지 않겠다 → "앞으로도 불법"

결론: 무조건 공격한다

나는 앞의 글에서 카카오톡 대화를 수사기관에 넘긴 것은 실시간 감청이 아니라고 했다. 카카오톡이 미운 사람들은, 카카오톡이 감청영장에 대한 대응 방침을 내기 전에는 실시간 감청이라고 비난하다가, 감청영장에 응하지 않기로 하자 이번에는 실시간 감청이 아닌데도 내줬으니 잘못이라고 비난한다. 상대를 비난하기 위해서라면 이런 모순 정도는 아무런 문제 없이 용인되는 세상이다. 과거에도 불법! 앞으로도 불법! 해도 불법! 안 해도 불법! 야당의 법률위원장이 갖고 있는 법률적 가치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2. 박지원의 말

'너의 말은 맞지만 법이 그렇게 되어있습니다.' 이것은 검찰총장이나 법무부장관같이 현행법을 집행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앞에도 썼지만, 충정을 이해하고 법질서가 그 충정에 맞지 않게 되어 있다면, 국회의원은 법을 들여다보고 고치려는 생각을 가져야 옳다. (밑에 쓰겠지만 법이 그렇게 되어있는 것도 아니다.)

이들은 아마 자신들이 곧 집권할 것이므로, 그 때 개인이나 기업이 법질서를 지키지 않으면 곤란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3. 정청래의 말

당 간부(박지원)는 '법질서 파괴'라고 말하고, 의원(정청래)은 '원래 응하면 안 되는 것', 즉 법질서를 파괴해야 한다고 한다. 한 당(黨) 안에서 이런 모순도 아무런 문제없이 공존한다. 뭐 검사동일체는 있어도 당원동일체의 원칙 같은 건 없으니 넘어가자.

인용된 정청래의 발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네이버 밴드까지 들여다봤다" → "원래 응하면 안 되는 것" → 카카오톡은 "앞으로 응하지 않는다고 꼼수" → "국민 눈속임"

국민의 표현의 자유, 통신 비밀, 사생활 보호가 중요하므로 감청영장 따위는 원래 응하면 안 된다고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기업에 대해서는 아무리 치하를 해도 모자랄 것이다. 다른 업체에서도 같은 침해가 벌어졌다면서, 이유야 어쨌든 그에 대응하여 표현의 자유 등을 지키도록 노력하겠다는 기업에 대해 '꼼수', '눈속임'이라고 비난한다. 그런 꼼수를 부리지 않고 계속 감청 요구에 응해야 옳다는 말인가? 아니면 무슨 대안이라도 내놓으면서 하는 말인가? 이 사람들의 실제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나 같으면 이런 꼼수가 좀더 널리 퍼지고, 궁여지책일망정 다른 기업들도 이런 방식을 채택하기를 바랄 것이다. 그래야 원래의 문제, 즉 표현의 자유와 통신 비밀이 그나마 좀더 보호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야당 인사들의 발언을 듣고 있고 있자면, 현재 기업이 감청영장에 응하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도록 되어 있는 법조문(아래 참조)을 야당이 먼저 개정하러 나서지 않을까 걱정을 하게 된다. 위 사람들이 하는 말만 들으면, 그런 황당한 일이 벌어져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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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라고 했다는 두환한 말은 넘어가고, 이런 '법치주의 역행' '법질서 파괴'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 감청영장을 놓고 좀 짚어보자.

1. 흔히 '감청영장'이라고 불리는 법률 집행 절차의 정식 이름은 '통신제한조치'다. 이 조처를 규정하는 법은 통신비밀보호법이다.

2. 감청이란 전기통신에 대하여 당사자의 동의없이 전자장치나 기계장치 등을 사용하여 통신의 음향·문언·부호·영상을 청취, 공독하여 그 내용을 지득 또는 채록하거나 전기통신의 송수신을 방해하는 것을 말한다(제2조 제7호).

여기서 공독이란 함께(동시에) 읽는다(共讀)는 뜻인 듯하다. 청취나 공독은 전기통신 메시지의 발생과 동시에 벌어지는 일이다. 따라서 카카오톡 대화처럼 이미 발생한 메시지는 이와 같은 정의에 벗어나며, 감청 대상이 아닌 셈이 된다. 대법원도 송수신이 완료된 전기통신(문자 메시지)은 감청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시한 바 있다.

3. 통신제한조치의 대상이 되는 범죄는 다음과 같다(제5조). 대체로 국민의 통신 비밀을 침해하는 일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위중한 죄들이 대상이 된다. 명예훼손이나 모욕죄처럼 당장 내일 사라져도 무방한 잡죄들은 당연히 여기 해당되지 않는다.




4. 통신제한조치의 결정과 집행은 다음과 같다(제6조, 제9조).

사법경찰관 등이 검사에게 신청 → 검사가 법원에 청구 → 법원의 승인 → 검사, 사법경찰관, 수사기관장이 집행

법원의 허가를 얻어야 하므로 체포영장이나 압수수색영장과 같은 영장의 성격을 띠게 되고, 그래서 감청영장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게 한 가지 있다. 제5조에서 규정된 범죄에 관련해 검사가 청구한다고 해서 법원은 무조건 승인해주는 것이 아니고, 그래서도 안 된다. 다음과 같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통신제한조치는 다음 각호의 범죄를 계획 또는 실행하고 있거나 실행하였다고 의심할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고 다른 방법으로는 그 범죄의 실행을 저지하거나 범인의 체포 또는 증거의 수집이 어려운 경우에 한하여 허가할 수 있다. (제5조 제1항)


말하자면, 판사가 헌법에 규정된(제18조) 국민의 통신 비밀 보호를 위해서 눈을 부릅뜨고 청구 심사를 한다면, 벌어지는 양상은 지금과 상당히 다를 수 있다는 것. 법안 이름이 '통신비밀제한법'이 아니라 '통신비밀보호법'이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5. 통신제한조치와 관련하여 통신기관(말하자면 카카오톡이나 포털 같은 인터넷 서비스 업체)는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

우선, 통신제한조치를 집행하는 사법경찰관 등 수사 집행자는 통신기관에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제9조 제1항). '강제할 수 있다'가 아니다. 또 통신기관은 집행자가 의무적으로 교부한 통신제한조처 허가서의 내용(전화번호 등)이 사실과 다를 경우 협조를 거부할 수 있다(제9조 제4항).

통신기관이 수사 집행자의 협조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처벌되지는 않는다. 왜냐. 앞서 말했듯이 통신기관은 협조를 할 수 있을 뿐이지 강제로 응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의무가 아닌 일을 하지 않았다고 처벌할 수는 없다. (통신기관이 처벌을 받는 경우가 있긴 하다. 이렇게 통신제한조치에 협조한 뒤 그 통신 내용을 누설한 경우가 그렇다(제11조 제2항). 다시 말하면, 협조 안 하면 처벌 받을 가능성이 없지만, 협조하면 그 가능성이 생긴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법 제15조의 2에는 이렇게 되어 있다.


제15조의2(전기통신사업자의 협조의무) ① 전기통신사업자는 검사·사법경찰관 또는 정보수사기관의 장이 이 법에 따라 집행하는 통신제한조치 및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의 요청에 협조하여야 한다.


말하자면 협조를 의무인 것처럼 강화한 것이다. 그래서 협조 요청이 현실적으로는 협조 강제인 것과 마찬가지가 되어버렸다. 이 조항이 통신비밀보호법에 들어간 것은 2005년, 노무현-열린우리당 때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 제15조의 2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법 제정의 실수가 아니라, 이 조항의 본질적인 내용이 협조를 구하는 것이고, 정부 수사기관의 편의를 위한 일을 민간 기업에게 처벌을 전제로 하며 강요할 수 없다는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생각한다. 국민의 통신 비밀 보호라는 법의 기본 취지에서 봐도 당연한 일이라고 본다.

정리하면, 1) 카톡 대화나 포털 게시물 등은 애초에 감청 대상이 아니고, 2) 포털이나 카카오톡 등 통신기관 혹은 전기통신사업자가 정부 수사기관의 통신제한조치, 즉 감청영장에 협조하지 않더라도 처벌되지 않으며, 3) 이것은 (어찌된 게) 야당 인사들이 앞서서 주장하듯 '법질서를 파괴하는 행위'가 전혀 아니라, 법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고 법조문 규정과 판례에도 맞으며 국민의 통신 비밀을 보호하는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본 것은 감청영장을 둘러싼 현행법상의 '법질서'의 사실 관계다. 그럼 위의 3에서 말한 위중한 범죄들에 대해 감청을 허용하지 말아야 하나? 물론 필요하면 해야 할 것이다. 기존 통신 수단과는 다른 전자 통신의 특성, 적용할 범죄의 내용, 국민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 등을 검토하여 현실적으로 보완하고, 동시에 지금 같은 마구잡이식이 아니라 법 정신에 따라 꼭 필요한 부분만 제한적으로 행해질 수 있도록 집행측(검찰)과 승인측(법원)의 엄정한 관리가 함께 따를 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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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긁적 2014/10/15 21:38 # 답글

    ㅋㅋ ㅋ 이 문제에 관한 기초자료 중 하나네요. 이런 게 널리 읽혀야 하는데 그럴 일 없겠지.... ㅠ.ㅠ
  • deulpul 2014/10/17 10:42 #

    140자 이내로, 아니 한 줄에 정리하는 법을 익히겠습니다. ^ㅜ.ㅜ^
  • 거다란 2014/10/17 10:44 # 삭제 답글

    진실이 아니라 여론에 굴복하니 다만 여론이 진실에 수렴하기를 바랄 뿐...
  • deulpul 2014/10/17 10:48 #

    극한값으로 표시하면, 여론이 진실에 무한히 수렴할 때(lim x→t) 여론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회적 이슈 f(x)는 바람직한 값을 갖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진실을 감추고 싶은 사람들, 혹은 '대충 좋은 게 좋은 거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바람직하지 않겠습니다만.
  • kalms 2014/10/17 15:46 # 삭제 답글

    그럼 김하중, 박지원, 정청래 중 한명은 맞는 건가요?
    우리같은 사람은 객관식으로 풀어줘야 이해하기가 쉽거든요.
  • kalms 2014/10/17 15:57 # 삭제

    셋 다 틀렸다는 말이군요.
  • deulpul 2014/10/18 08:11 #

    간단히 말하면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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