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장의 사과를 받을 사람 때時 일事 (Issues)

조양호 회장 "애비로서 딸 어리석은 행동 사죄"

결국 아버지까지 나섰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낸 사과 성명은 다음과 같다.


제 여식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진심으로 사죄 드립니다.

대한항공 회장으로서, 또한 조현아의 아비로서 국민 여러분의 너그러운 용서를 다시 한번 바랍니다.

저를 나무라 주십시오. 저의 잘못입니다.

국토부와 검찰의 조사 결과와 상관없이 조현아를 대한항공 부사장직은 물론 계열사 등기이사와 계열사 대표 등 그룹내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사죄의 말씀을 드리며, 국민 여러분의 용서를 구합니다.


짤막하지만, 기업 총수가 자식인 부하 임원의 잘못에 대해 사과하는 성명이므로 그 상징적 의미가 적지 않다고 하겠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조양호나 조현아가 사과해야 할 가장 중요한 대상은 국민이 아니라 해당 비행기 사무장과 승무원이다. 이들은 조현아 때문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이다. 그런데 이들에 대한 언급이 없다. 조양호는 국민에 사과하기 앞서 자기 회사의 노동자들에게 먼저 사과해야 한다. 그게 순서가 아닌가. 국민이 왜 화를 내고 있는데.

비행기에서 쫓겨난 사무장은 조현아 사건 이후 병가를 냈다고 하고, 회사로부터 탑승 정지 조처를 당했다는 설이 나오고 있다. 조회장이 대신 사과한 그 딸 때문에, 한 가정의 가장일지도 모르는 이 노동자는 매우 불안하고 위축된 상황에 처해 있을 것이다.

대한항공 경영자들이 국민에게 사과하는 말을 내놓고 머리를 아무리 조아린다고 해도, 회사가 사무장을 비롯한 승무원들에 대해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으면, 이들의 회사 생활은 앞으로 매우 피곤하고 고달파질 것이다. 그들이 겪게 될 인사상의 불이익이나 심리적인 위축감을 없애주지 않는 사과란, 아무리 화려한 단어를 썼더라도 문제의 본질을 피해가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면피용이라는 비판을 들을 수밖에 없게 된다.

대한항공은 이번 일을 밖에 알린 사람을 찾기 위해 뒷조사를 벌였으며 직원들의 개인 통신 내용까지 검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런 분위기라면, 회사 최고 경영진의 사과가 진실된 것이라고 믿을 사람은 거의 없다.

조회장이 진정 딸의 잘못을 사과할 의사가 있다면, 뒷조사 같은 일을 즉시 중지하고 이 사건에 관련된 회사 동료들에게 먼저 사과해야 한다. 불러서 사과하면 안 되고, 자기가 찾아가서 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으로 잘못했다고 여기고 용서를 바라는 모양이 된다. 하다못해 기왕에 벌어진 잘못으로 발생하는 손해를 통제하고 비판 분위기를 가라앉하는 전략으로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사과를 해도 불만이라는 식으로 보면 안 된다. 애초 사건이 발생한 것은 물론이고 그 뒷처리까지 모두 비판을 자초하는 모양으로 전개된 탓이 더 크다. 이번 조회장의 사과도, 해당 직원들에 대한 언급이 빠져 있다는 점에서, 국민이 화를 낸다는 건 알지만 왜 화를 내고 있는지는 아직 모른다는 인상을 준다.

잘못을 사과하는 일에서조차 직원, 노동자들을 제대로 대접해 주지 않는 것이라고까지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검찰이 칼을 빼어들고 의문의 오바질을 하는 데 대한 급한 대응 같은 것도 아니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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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bwv864 2014/12/12 17:21 # 삭제 답글

    너무 옳은 말씀이라 모처럼 댓글을 남기게 되네요. 정곡을 찌르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deulpul 2014/12/13 03:16 #

    지극히 상식적인 일을 모르거나 알고도 하지 않는 것에서, 여전히 풀풀 풍기는 절대갑의 포스를 확인하게 되는군요.
  • 미스티 2014/12/13 06:49 # 삭제 답글

    백번 지당한 말씀입니다. 조양호회장이 읽어내려간 사과문을 보면 진정성이 별로 느껴지지 않네요.. 누가써준 글 그냥 읽어내려간 느낌...
    http://ojsfile.ohmynews.com/STD_IMG_FILE/2014/1212/IE001781672_STD.jpg
  • deulpul 2014/12/13 14:13 #

    재미있는 사진이네요. 윤창중 때도 그랬지만, 요즘 기자회견 나서는 사람들은 발표문이 종이 그대로 언론에 노출된다는 생각을 미리 하고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갖고 비판하는 것은 그리 적절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같이 중요한 발표를 할 때 비서실이나 PR 담당 부서에서 진행을 돕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그래야 하고요. 사과문을 쓰는 데는 그들이 전문가고, 회장도 그 전문가들을 따르는 것이 안전합니다. 누가 썼든 앞에 나가 사과하기로 결정한 것은 회장일 테고, 글도 회장이 결재하여 자기 이름으로 발표하는 것이니만치, 그 문장과 맥락만을 보아도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도 저렇게 인사하는 순서까지 써줘야 한다는 것은 좀 안습이긴 하네요.
  • L3태양 2014/12/21 17:55 # 삭제 답글

    조회장님 저는학교도 많이못다녀고 똑똑하지도 못합니다만 요번딸님의 일로 많이속상하시죠 얼론에덕기론 아무것도 안인일로 외일을 이리크게 만드십니까 내가다답답 합니다 저런임직원을 직원이라고 ㅇ월급을주고 있다는게 답답하내요 장기판에 훈수를뜰려면 훈수를잘뜨셔야지 아무것도 않인일을 옆에서 훈수가 일을더키우고 있스니 무슨일들을 저리하는지 답답하내요 월급이 아깝네요 바보도 저른임직원은 안슬겁니다
  • deulpul 2014/12/21 23:49 #

    송구스럽습니다. 모두 제 탓입니다. 쉽게 막아보려 했으나 일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심기일전하여, 제 식솔들은 경영 참여를 최대한 배제하고, 직원들이 회사의 진정한 주인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경영 방침을 전면 수정하며, 자랑스러운 국대 항공으로서 그동안 사랑해 주신 국민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한 기업 운영을 하여 명실상부한 국민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하겠습니다. ... 라는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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