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호수? 중매媒 몸體 (Media)

장학퀴즈 급도 안 되고 어린이퀴즈 급 정도인 문제를 하나 내드립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호수는?




아, '탕가니카 호수'구나. 그런데 이 호수 이름을 들어본 분 있습니까? 세계 최대라는데 이름이 좀 낯설다. 어린이퀴즈 정도도 못 맞출 나이가 된 것일까.

익숙하지 못한 게 당연하다. 이 호수는 세계 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최대'라고 할 때의 호수 크기는 표면적으로 따진다. 넘사벽으로 너무 큰 데다 소금기까지 있어서, 호수인지 바다인지를 놓고 논란이 있는 카스피 해를 빼고 보더라도(아래도 마찬가지), 문제의 탕가니카 호수는 5위다. 호수의 크기를 재는 또 하나의 기준, 즉 부피(담수량)로 따져도 바이칼 호에 이어 2위다. 표면적이 작은데 부피가 크다는 말은, 호수의 깊이가 깊다는 뜻이 된다.

그런데도 이 기사에서는 왜 이 호수가 '세계 최대'가 되었나?

이 기사가 댄 근거는 블룸버그 통신이다. 거기서 최대라고 해서 그대로 옮긴 것인가. 하지만 아래의 블룸버그 기사에는 사고가 난 호수가 세계 최대라는 말은 없다. 그저 길이(여기서는 호수 둘레(shore length)를 말함)가 1,900km라고 했을 뿐이다(빨간 줄).




탕가니카 호수가 1위인 게 있긴 하다. '길이'다. 이 호수는 강처럼 길쭉한 모양이라서, 폭은 작지만 길이가 길다. 그 길이로 따지면 세계 1위이긴 하다. 이런 사실을 쓰려면 '길이가 가장 길다'라고 표현해야 한다. 굳이 '최(最)'를 붙이고 싶다면 '최장 호수' 정도가 될 것이다.

그래서, AFP 기사는 이렇게 썼다.




'세계 최대 담수호들 중 하나이고, 그 길이가 가장 길다'는 것이다. 우리말에는 없는 최상급 복수형 표현이 영어에 있음을 고려하고 보면, 호수의 특징을 서술하는 방식으로 정확하게 썼음을 알 수 있다.

그러고 보니, 한국 기사는 호수 이름도 제멋대로 썼다. 위에서는 '탕가니카 호수'라고 했고, 밑에서는 '탕카니카 호수'라고 했다. 게다가 '탕가니카 호수(빅토리아 호수)'라고 썼다(기사에서 파란 줄).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탕가니카와 빅토리아는 완전히 다른 호수다.




기자도 인간이고, 인간이 모든 일을 다 알 수는 없다. 모르면 찾아야 한다는 게 상식이다. 언론에서는 상식을 넘어 철칙이 된다. 쓰기 전에 확인해야 하며, 알아도 찾아야 한다. 기자가 못 찾으면 기사 생산 과정의 품질 관리 라인에서 찾아야 한다. 기사가 잘못 나오면 수많은 독자가 잘못된 지식을 갖게 된다. 남에게 글을 내놓는 일이 무섭지도 않은지.

** 여담이지만, 외신 소스인 블룸버그 기사와 그것을 받아 한국어로 쓴 기사의 정보 출처를 비교해 보자. 블룸버그 기사는 기사에 사용된 정보의 출처(발언자)를 실명으로 정확히 밝히고 있으며, 다른 기사에도 자주 등장하는 대변인은 아예 이름에 링크 처리를 해서 관련 기사로 연결되도록 해 놓았다. 한국 기사는 이렇게 명확한 외신을 보고 썼으면서도, 출처를 '한 관리' '주정부 관계자'로 뭉개버렸다. 출처가 덜 중요한 외국 소식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한국 언론의 저급한 타성 때문에 나온 모습이다.


※ 한국 기사 링크 생략. 호수 자료 도표. 블룸버그 기사. AFP 기사 via Yahoo news. 아프리카 지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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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편도 2014/12/16 20:10 # 답글

    그냥 번역을 충실하게 해도 되는데... 또르르.... ㅠㅠ
  • deulpul 2014/12/17 04:39 #

    그러게 말입니다. 완역이 아니라도 원문 내용을 성실하게 전달하기만 했다면 제가 여기에 쓴 여러 잘못은 하나도 벌어지지 않았겠지요. '충격' '경악' 마인드가 더해졌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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