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수를 동원하며 중매媒 몸體 (Media)

앞 글 '님아, 그 사람을 찾지 마오'에 붙였다가, 글이 너무 길어져서 빼놨던 부분이다.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제작진이 낸 호소문을 보도한 기사 중 하나다. 기사문에 흔히 나타나는 잘못이 여럿 담겨 있다. 모범글(?)로 삼아 살펴보자.




(1) 일부 언론 관계자와: 빠지면 한국 언론 기사의 저렴한 간지가 나지 않는 '관계자'. 이제는 취재원을 가리는 것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곳에서도 그냥 이렇게 타성적으로 쓰인다. 여기서는 '지나친 관심'이 언론 종사자 개개인이 아니라 언론(사) 차원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점에서 더욱 부적절하다. 일부 언론과

(2) 관객들: 관객은 그 자체에 여러 명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런 말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들'을 붙이지 않는다. 관객

(3) (지나친) 관심에 당부의 말을 전했다: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지나친) 관심에 당부의 말을 한다'는 비문. 굳이 이렇게 쓰려면 '관심에 자제를 당부하는' 같이 당부의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둘째, 공식으로 호소문을 낸 것을 두고 '말을 전하다'라고 하는 것도 어울리지 않는다. 이 단락이 기사의 서두(리드) 부분임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지나친) 관심을 경계하는 호소문을 냈다, (지나친) 관심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는 글을 발표했다

(4) 고마움과 함께 우려 섞인 마음을 담은: 하고 싶은 말들이 정리되지 않은 형태. 여기서 문제는 '함께'와 '섞인'이 내용상 중복된다는 데 있다. 고마움과 우려가 뒤섞인 마음을 담은, 고마움과 우려의 마음을 함께 담은

(5) 각 언론 매체 측에: 이런 발표문은 당연히 복수 언론사를 대상으로 하여 배포한다. 개개의 단위를 가리키는 '각'은 불필요하다. 이쪽 저쪽을 가름할 때 쓰는 '측'도 아무런 이유 없이 타성적으로 들어갔다. 언론에, 언론 매체에

(6) 진모영 감독 일동은: '일동'이라는 말은 어떤 단체에 속한 사람 모두를 의미하며, 따라서 그 앞에는 단체나 모임의 이름이 온다. '진모영 감독'이 단체가 아닌 한, '진모영 감독 일동'이란 말은 성립할 수 없다. 진모영 감독과 제작진 일동은, 진모영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은

표 한 곳은 '편지에서' '호소문에서' 같은 말이 들어가야 할 부분이다.

(7) (받게 되었다")고: 한글 규정상 겹따옴표를 사용해 직접 인용하는 문장은 '~라고'를 붙이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매체 자체의 규정에 따라 다르게 쓸 수도 있을 것이다.

(8)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역시 빠지면 한국 기사의 병맛이 사라지는 '전해졌다' 등장. 여기서 '전해진' 내용은 호소문에 명시된 '할머니가 거처를 옮겼다'는 내용이다. 이것은 사실이거나, 적어도 호소문이 그렇게 말했다는 것이 사실이다. 소문이나 다름없는 내용을 무책임하게 옮길 때에나 어울리는 서술어 '전해졌다'로 쓸 이유가 전혀 없다. 더구나 그 앞 문장에서 '진 감독에 따르면'이라고 하여 내용의 출처까지 밝혀놓은 마당이다. 옮겼다, 옮겼다고 호소문은 밝혔다

(여기서 우리는 기사문에 등장하는 '전해졌다'가 어떤 경우에 쓰이는지, 그 상황 중 하나를 엿볼 수 있다. 말하자면, 명백한 자료나 근거가 있음에도, 이 자료와 근거를 보고 옮겨쓴다는 사실을 여러 가지 이유에서 밝히고 싶지 않을 때 이런 표현이 쓰이는 것이다.)

(9) ~ (12) 당부했다, 강조했다, 덧붙였다, 호소했다: 모두 기자가 취재원의 말(여기서는 호소문 내용)을 해석하고 요모조모로 가름하여 서술하는 모양이다. 인용문과 독자 사이에 기자의 판단이나 의견이 개입한다. '(취재원이) 말했다', 여기서는 '(진 감독이 호소문에) 썼다'라는 것만이 사실이다. 기자는 취재원의 뜻을 짐작해 알려주는 대변인도 아니고, 취재원의 마음을 읽고 알려주는 독심술가도 아니다. 썼다, 말했다

(13) (감독 진모영): 이 영화의 감독이 진모영이라는 것은 기사의 앞에서 여러 차례 나왔다. 기사가 줄줄 인용하고 있는 호소문을 낸 사람 자체가 진 감독(과 제작진)이다. 그런데도 기사 말미에 이 영화의 감독이 진모영이라는 것을 뜬금없이 다시 밝혔다. (삭제)

(14) (2913회 상영): 이 상영 횟수가 하루분인지 누적분인지 밝혀줘야 한다. 뒤에서 누적 관객수를 밝히고 있기 때문에 더욱 혼동을 준다. (수정)

(15), (16) 관객 수를 동원하며: 관객의 수(數)는 동원되지 않는다. 관객이 동원되는 것이다. 관객을 동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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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해당 언론사에서도 위 기사를 이렇게 고쳐주었을 것이다... 걱정 마십시오. 매체 문장에서 벌어지는 잘못은 일정한 패턴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몇 차례 수정받으면 금방 좋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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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으악 2014/12/18 12:39 # 삭제 답글

    영어 신문은 읽을 수록 좋은 문장 쓰는 데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데 한국어 신문은 읽을 수록 무의식적으로 엉터리 표현을 흉내내게 만드는 것 같아요. 안 읽을 수도 없고... 음 제가 방금 적은 이 문장에는 비문이 있을까 걱정되네요 ㅋㅋ
  • deulpul 2014/12/18 14:03 #

    띄어쓰기 두 군데를 빼면 좋습니다.^^ 정도 변화를 나타내는 어미 '수록'은 '-ㄹ수록'이 원래의 꼴이며, 어미이기 때문에 앞과 붙여 씁니다. 띄어쓰기는 저도 자주 틀리거나 무시하는지라, 주제 넘은 지적질이었습니다. 매체 문장은 보통 사람이 가장 자주, 또 정기적으로 접하는 한글인데, 그 양상을 보면 좀 우울하지요. 말씀대로 (부정적인) 학습 효과도 있고요. 문제가 그것만이 아니라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일까요...
  • 아인하르트 2014/12/18 22:46 # 답글

    탈고 그딴 거 없이 초안 급하게 작성해서 엔터키 누르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어차피 트위터, 페이스북, TV뉴스 혹은 라디오 단신이 있어서 상대적으로 느릴 수 밖에 없는 신문기사인데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올바른 문장, 정확한 사실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서 신문업계의 위기라고 하면 정말 웃음만.
    그리고 신문업계가 위기면 아래 신문보급소들은 이미 말라죽었는데 말이죠.
  • deulpul 2014/12/19 20:17 #

    시간이나 여건상 개개인의 퇴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해도, 조직 차원에서 사실 확인과 문장 점검에 특화된 기능이 제대로만 작동하면 이와 관련한 많은 문제를 줄일 수 있을 겁니다. 오히려 그런 기능을 점점 더 줄여가는 게 현실이지요. 속보의 의미나 가치가 퇴색하고 이제 품격과 질로 승부를 해야 살 수 있다는 것은 명백하게 드러났는데도, 당장 얼기설기 짜집기한 속보를 띄워 클릭질을 유도하고 당장의 푼돈을 챙기는 체질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습니다.
  • 타츠야 2014/12/26 16:38 # 삭제 답글

    기자라는 직업의 기본이 되는 것이 올바른 맞춤법을 사용한 글 쓰기 텐데 요즘엔 이런 기본에 충실한 기자는 찾기가 어려운 것 같네요. 특히 IT 관련 매체에서는 심한 것 같습니다.
  • deulpul 2014/12/28 14:32 #

    언론과 글쓰기 교육이라는 두 측면을 함께 고민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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