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ok Out the Window 섞일雜 끓일湯 (Others)

미국에서 만들어졌으나 미국인은 거의 아무도 부르지 않고, 대신 한국인은 애부터 어른까지 모르는 사람이 없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있다.






한국 노래 '창밖을 보라'는 Lew Porter와 Tee Pee Mitchell가 만든 외국곡 'Look Out the Window'를 한국어로 바꾼 것이다. 이 노래의 원곡으로 유튜브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은 1953년에 나온 Rosemary Clooney와 Gene Autry의 듀엣 곡이다. (가사는 아래에 있음.)






노래를 만든 Porter와 Mitchell 중에서 누가 노랫말을 쓰고 누가 곡을 지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두 사람은 다른 곡들에서도 작사, 작곡 구분 없이 나온다. 이 노래의 제목은 원래 '겨울 노래(The Winter Song)'였는데, 창밖을 보라는 말이 반복되어선지 어느 새 'Look Out the Window'가 된 것 같다.

11월 말 추수감사절부터 12월 말 크리스마스까지 이곳 라디오에서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줄기차게 나온다. 이 계절에 어울리는 노래 수에는 한계가 있고 시간은 많으니, 같은 노래가 자꾸 반복된다. 그런데도 '창밖을 보라'는 잘 나오지 않는다. 동요라서일까. 혹은 노래가 나오는 시간을 내가 놓치는 것일까.

아니면 미국에서는 이 노래가 그다지 인기가 없는 것일까.

Clooney, Autry 듀엣곡이 올라와 있는 또다른 유튜브 동영상에는 다음과 같은 댓글이 있다.

흥미롭게도 이 노래는 그 원산지인 미국에서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 비해, 한국에서는 한글 번안곡 '창밖을 보라'가 크리스마스 철에 널리 울려퍼지고 모든 아이가 그 가사를 알고 있습니다. (중략) '창밖을 보라'로 유튜브 검색을 하면, 다양한 버전의 한국 노래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쓴 사람이 한국인인지 외국인인지는 확실하지 않은데, 여하튼 이 노래가 미국에서 그다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고 말한다. 아닌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댓글에서 '한 번도 못 들어본 노래' '작년에 처음 들어봤다' 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김정구와 백설희가 녹음한 판인데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잊혀졌다고 할까. 노래가 인기 있었다면 다른 가수들도 여럿 녹음을 했을 테니, 노래 자체가 널리 알려지지 않은 건 사실인 듯하다.

유튜브에서 찾을 수 있는 영어판 다른 버전은 아래 정도다.






이것도 수십 년 전 녹음이다. 공연(혹은 공개방송) 녹음판인데, 가사가 위 버전과 조금 다르다. 어떤 것이 먼저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 노래를 부른 Jimmy Wakely는 위 두 가수와 활동 시기가 거의 겹친다(1930~60년대). 판 자체는 2000년 제작되었다고 했지만, 오리지널 녹음 시기는 밝혀져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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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가 언제 어떤 경로로 한국에 들어와 유명해지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어로 바뀌는 양상이 꽤 재미있다.

우선 동요에 어울리도록 원곡의 일부를 잘라버렸다. 한글 가사 상당 부분은 직역에 가까울 정도로 영어 가사와 직접 대응한다. 원곡의 가사(Clooney와 Autry 버전, 한국곡 부분)는 다음과 같다.


Look out the window, look out the window (창밖을 보라, 창밖을 보라)
See the snowflakes fall (흰눈이 내린다)
Look out the window, look out the window (창밖을 보라, 창밖을 보라)
Winter's come to call (한겨울이 왔다)

Children singing, sleigh bells ringing (아이들은 노래하고 썰매 종은 울리고)
As they glide along (신나게 달린다)
Look out the window, look out the window (창밖을 보라, 창밖을 보라)
Singin' the winter song (겨울 노래를 부르자)

Out there where the snowman stands on the icy lawn (눈사람은 얼음 같은 풀밭에 서 있고)
Children run to shake his hands (아이들은 눈사람과 악수하러 달려오네)
For when the sun shines, he'll be gone (햇빛이 비치면 사라져버릴 것이기에)

Hurry, hurry, see the flurry (서둘러라, 서둘러라, 저 눈보라를 보라)
Winter won't last long (겨울은 곧 끝나리니)
Look out the window, look out the window (창밖을 보라, 창밖을 보라)
Singin' the winter song (겨울 노래를 부르자)


다른 점도 있다. 원곡에는 크리스마스와 관련한 언급이 없다. 그냥 겨울 노래다. 그런데 한국곡은 크리스마스 관련 부분을 삽입함으로써('오색 빛이 찬란한 거리 거리에 성탄빛'), 겨울 노래에서 한 발 나아가 크리스마스 캐럴으로 승화시켰다. 크리스마스 철에 빠져서는 안 되는 곡으로 중요성이 높아진 것이다.

또 원곡에서 '해가 비치면 눈사람이 사라져버린다' '겨울이 곧 끝난다'라고 한 부분을 좀더 서정적으로 구체화했다('맑고 흰 눈이 새 봄빛 속에 사라지기 전에'). 하늘에서 무한히 쏟아져 내릴 것 같은 자유재(自由財)인 흰 눈에 시간의 개념을 도입하여 귀중한 재화로 탈바꿈시켰다. 자네, 이런데도 겨울을 즐기지 않을 재간이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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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란 그 자체로 좋아서 좋아할 수도 있지만, 이런저런 개인적인 일이 얽혀서 좋아지는 경우도 많다. 언젠가도 썼지만, 내가 이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조촐하게 열린 학급 학예회에서 소녀 네 명이(걸그룹이 아닙니다) 율동을 하며 이 노래를 불렀다는 사실이다.

아마 그 때 나는 이 노래를 잘 몰랐거나, 알았더라도 그저 그런 계절 노래의 하나로 추상적으로 인식했을 것이다. 그 날 이후 이 노래는 내게 매우 구체적인 노래가 되었다. 들을 때마다 언제나 나를, 하늘이 스산하게 흐렸던 그 겨울날, 중구청 부근의 한 초등학교 과밀 학급으로 데려간다. 내 머리 속에 자리잡은 창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창밖을 보라 창밖을 보라 하는 노래를 들으면, 나는 언제나 창 안을 들여다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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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ㅍㅍㅅㅅ 2014/12/21 10:17 # 삭제 답글

    안그래도 원곡이 궁금하던 차에 잘 보고갑니다!!
  • deulpul 2014/12/22 11:50 #

    무릎을 탁! 치시는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 라는 것은 물론 모종의 관용구를 말씀드리는 것이지요.
  • kalms 2014/12/22 12:54 # 삭제 답글

    창밖을 보기 위해서 창안을 봐야 하는 아이러니 ^^
  • deulpul 2014/12/23 23:37 #

    우린 이런 창 몇 개쯤은 마음 속에 만들어 놓고, 그 안에 간직되어 있는 옛날 나와 그들의 모습을 이따금씩 들여다보곤 하지요.
  • 게이러가죽 2015/01/09 04:17 # 삭제 답글

    한국 토종 캐럴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것도 번안곡이었군요.
  • deulpul 2015/01/09 17:31 #

    그렇다고 합니다. 달아주신 댓글 덕분에 다시 들어볼 수 있었는데, 눈보라가 치는 인적 끊긴 창밖을 내다보며 듣자니, 같은 눈겨울로부터 받는 정서지만 참 낯설다는 생각도 문득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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