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사코 만화를 바르게 읽는 법 때時 일事 (Issues)

만화가이자 언론인인 조 사코가 샤를리 엡도 사태에 대해 <가디언>에 실은 만화 '풍자에 대하여'를 소개한 <뉴스페퍼민트>의 접근은 독특한 점이 있다. <뉴스페퍼민트>는 이 만화를 소개하면서 다음과 같은 소개글을 붙였다:

만평이 지켜야 할 객관적인 기준, 선이라는 게 존재할까요? 사코는 만평을 만평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과 그들이 가져올지 모를 끔찍한 후과를 만평으로 그려냈습니다.

이 소개는, 마치 사코가 풍자물에 분노하는 사람들(즉 일부 이슬람교도)을 비판하고, 그들이 끔찍한 일을 벌일 수 있음을 경계하는 만화를 그린 것처럼 말하고 있다. 그러나 사코의 만화는 정반대다. 그가 만화에서 드러내고자 한 것은,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피상적인 풍자의 권리만을 무한히 향유하고 그로 인해 영향 받을 사람들의 아픔 같은 것은 돌아보지 않는 데 대한 경계에 더 가깝다.

<뉴스페퍼민트>가 이 만화의 내용을 옮긴 부분을 보면, 원래 텍스트에 없는 내용이 많이 들어가 있고(따라서 오독의 가능성이 커진다), 그런 내용이 만화의 본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번역자의 주관적인 해석을 지나치게 많이 붙여서 옮기는 방식 대신, 원래의 텍스트에 되도록 바짝 다가가서 옮겨 보면 오히려 그 뜻이 분명해진다. 원문에 비교적 충실하게 옮기면 다음과 같다.


--- ** --- ** ---





--- ** --- ** ---


보시다시피 조 사코는 풍자의 자유를 강조하거나, 풍자를 풍자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슬람교도)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해서 닥치는 대로 값싸게 그려제끼는 게 능사가 아니며, 풍자를 풍자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비난하기 앞서, 그들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생각해 보자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것은 만평이나 풍자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우리 시대의 정치와 문화에 담긴 차별과 편견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야 할 것이다.

좀더 자세한 주석을 붙이기 위해 빨간 번호를 달았다.

(1) 샤를르 엡도를 비판하는 맥락이 계속 나온다. 여기서는 풍자로서 큰 의미나 맛(taste)이 없었다는 뉘앙스가 읽힌다. 'vapid'는 흥미롭지 않다, 더 나아가 생생하지 않거나 지적(知的)이지 않다는 뜻을 가진다.

(2) 풍자의 자유가 있다고 하니 그려본 무의미한 그림이다. 반어적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어도, 아무거나 그려도 된다는 데 대한 비판 의식이 읽힌다.

(3) 그렇게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바로 그 당사자가 가진 모순이나 이중기준을 드러냈다. 모리스 시네가 칼럼을 썼다가 샤를리 엡도로부터 해고당한 것은 2008년이다. 당시 대통령인 사르코지의 아들이 결혼할 때, 그 신부가 유대인라는 것을 밝힌 글이다. 샤를리 엡도의 편집장은 시네에게 사과문을 쓸 것을 요구했고, 응하지 않으면 해고하겠다고 했다. 시네는 사과문을 쓰느니 차라리 목이 잘리고 말겠다고 버텼으며, 결국 해고됐다. 이후 시네는 샤를리 엡도에 부당 해고로 소송을 제기하였고 승소했다. 당시 시네는 유대인 단체로부터 죽이겠다는 협박을 받기도 했다. 표현의 자유가 사람이나 집단 봐가며 적용되고 강조되어서야 설득력이 있겠는가.

(4) 풍자물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단순한 우스개로 그치지 않고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5) 이 부분이 조 사코가 하고 싶은 말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풍자는 그 자체로 무조건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게 아니라, 누구를, 왜 풍자해야 하는가에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앞 장면의 유대인 풍자 만평이 1933년에 나왔다면, 이는 유대인을 공격하고 나치의 의도에 봉사하는 그림으로서의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6) 그런 점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이런 쓸데없고 자극적인 풍자물이나 만들어내게 된다는 것. 사코가 사용한 'gratuitous'는 쓸데없는, 필요하지도 않은, 남에게 해를 끼치는 등의 의미를 가진 말이다.

(7) 이 부분도 핵심이다. 왜 이슬람 세계가 기껏 만평 하나에 화를 내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본문의 텍스트를 고려하면, 아부 그라이브 포로 학대 그림은 이슬람이 어떻게 조롱당해왔는가를 상징적으로 일깨우는 역할을 한다.

대개 이렇게 새겨야 만화가가 의도한 메시지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이 만화 앞에 붙은 <가디언>의 발문은 다음과 같다.

명성 높은 그래픽 아티스트이자 저널리스트인 조 사코가 풍자의 한계, 그리고 이슬람교도가 그 풍자를 웃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게 무엇을 뜻하는가에 대해 만화로 그렸습니다.

이 발문이 만화의 의미를 잘 짚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담이지만, 이 만화의 끝 메시지는 바로 앞에 올린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사태의 해결책을 모색하는 부분과 흡사한 점이 있다. 중아공에서도 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 중 한 쪽이 다른 쪽을 쓸어내버리는 방법이 손쉽고 편하긴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하며, 결국 어렵더라도 서로 화해하고 어울려 살도록 강제해야 한다는 대목이 있었다. 생각하자면,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는 게 인간 세상 아닌가.)



Advertisement


 

덧글

  • 2015/01/16 02:5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5/01/16 04:0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가녀린 얼음요새 2015/01/16 06:01 # 답글

    조 사코의 의도를 최대한 선의로 이해해준다고 하더라도, 샤를리 엡도의 모하메드 풍자/조롱을 흑인과 유태인에 대한 인종차별 혹은 인종에 대한 조롱에 비유한 것은 과도하고 부당한 비판입니다. 모하메드는 이슬람 '인종'이 아닌 이슬람 '종교'의 상징이고, 따라서 샤를리 엡도의 모하메드 풍자/조롱은 인종적 편견이나 차별을 드러낸 게 아니라 세속화되지 않은, 전근대적인 종교에 대한 조롱으로 보는 게 정당합니다. 일부 이슬람교도들이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서, 종교에 대한 조롱이 인종에 대한 조롱으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표현의 자유는 법에 의해 그 한계 범위가 정해져 있는 제한된 자유입니다. 종교나 사상에 대한 풍자와 조롱은 그 한계를 벗어나지 않지만, 인종(흑인, 유태인 등등)에 대한 차별/편견을 드러내는 것은 그 범위를 벗어납니다. 따라서 전자는 표현의 자유로 인정되지만, 후자는 법에 의해 제약을 받습니다. 일부 이슬람인들이 이슬람교와 이슬람인의 정체성을 완전히 동일시 한다고 해서, 그 둘이 일치하는 건 아닙니다. 제가 이슬람교로 개종한다고 해서 이슬람 '인종'이 되는 건 아니니까요.
  • deulpul 2015/01/16 10:46 #

    위 글은 조 사코의 만화에 대한 제 생각이나 평가가 아니라, 그 만화를 (제가 보기에 잘못 전달했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바로잡아) 다시 풀어서 전달한 것입니다. 따라서 만화 자체에 대해 의견이 있으시면 저보다는 조 사코 본인에게나 <가디언>에게 전달하시는 것이 바른 경로라고 생각합니다.

    이왕 길게 쓰셨으니 하신 말씀에 대해 아주 간단히 생각해 보면, 조 사코의 시각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야 한다거나 유대인에 대한 풍자가 허용되지 않으니 이슬람교에 대한 풍자도 마찬가지라거나 하는 피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풍자 메시지는 시대와 환경 속에서 그 용인의 범위가 결정되기 마련이고, 종교 창시자와 종교 자체, 더 나아가 종교를 믿는 사람까지 동일체로 간주하는 종교적 태도, 더구나 상당한 기간의 정치적 경험으로부터 피해의식을 갖게 된 태도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를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그런 자극과 그로 초래되는 혼란을 감수하면서라도 꼭 전달하여야 할 가치 있는 메시지가 그 풍자물에 담겨 있는가, 그로 인해 끔찍한 테러가 벌어지고 또 그 결과로 또다른 끔찍한 풍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옳은가 하는 점을 질문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유를 규제하거나 제한해야 한다는 것과, 그 자유를 누릴 때 책임과 결과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은 다른 이야깁니다. 사코는 후자의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그런 사려 깊은 목소리가 부당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 가녀린 얼음요새 2015/01/16 10:55 #

    포스팅에서 다루신 대상에 대해 제 견해를 남긴 것이 해당 포스팅에 대한 부적절한 댓글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이슈가 된 대상에 대해 제3자들 간에 의견을 나누는 것이 문제가 된다거나, 비판 거리가 있을 경우 그 대상에게 직접해야만한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어서 앞 단락에서 하신 말씀은 조금 의아합니다.

    조 사코 만화를 선의로 해석하면 들풀님같이 이해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제가 윗 댓글에서 한 얘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를리 엡도의 모하메드 풍자/비판을 인종차별이나 인종에 대한 편견을 드러낸 것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자유를 누릴 때 책임과 결과"를 생각해야 한다는 말씀은 맞는 말씀이지만, 샤를리 엡도는 많은 만평가들이 살해당함으로써 그 책임을 과도하게 물었지요. 그런 상황에서, 샤를리 엡도의 행위를 흑인과 유태인에 대한 조롱에 비유하면서까지 비판하는 것은 과연 사려 깊은 것인지 혹은 바람직한지도 물을 수 있다고 봅니다.
  • deulpul 2015/01/16 12:46 #

    제3자 간에 의견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가녀린 얼음요새님이 하고 싶은 말씀을 일방적으로 하신 것이지요. 물론 댓글 쓰시는 분은 아무 말이든 다 할 수 있겠고, 오른쪽에 보시면 욕설을 한 사람도 있긴 합니다. 그런데도 그런 말씀을 드린 것은, 정성껏 의견을 쓰셨으니 저의 입장에서는 답을 드려야 할 터인데 제가 본문을 쓴 의도와 직접 연결되지 않으므로 굳이 제가 응답을 드린다면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라는 상투적인 것밖에 없게 된다는 점이 첫째 이유입니다. 둘째는 왜 그런지 이야기의 접점을 열어두지 않고 늘 생각, 견해를 단정하고 강요하시는 것 같아서, 그 생각을 따라가기가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이 곳 같은 개인 블로그에 왜 댓글을 다시는지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논쟁이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해도 좋지만, 가치관이라는 근본적인 뿌리가 다른 데서 나오는 시각 차이나 강조점의 차이 때문에 모든 문제를 동어반복적으로 논쟁하는 일 같은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물론 가녀린 얼음요새님처럼 생각하실 수도 있음은 물론입니다.
  • 가녀린 얼음요새 2015/01/16 12:56 #

    1. 제 댓글이 상투적인 대답 외에는 답변이 불가하다고 말씀하신 것과 달리, 앞 댓글에서 제 생각과 다른 조 사코에 대한 들풀님의 견해를 말씀하셨습니다. 조 사코에 대한 제 견해에 동의하지 않으면 그렇게 의견을 밝히시면 됩니다.

    2. 제가 "늘 생각, 견해를 단정하고 강요"했다고 생각하고 계셨군요. 구체적인 이유를 묻고 싶지만, 묻지 않습니다. 제 댓글을 "강요"라고 생각하신다면 더 이상 댓글은 달지 않겠습니다.
  • deulpul 2015/01/16 13:06 #

    아이고... 말씀드렸잖습니까. 이왕 쓰셨으니 답글 쓴다고요. 그것도 대부분 만화가가 의도한(것으로 믿는) 이야기 다시 반복이죠.
  • 흠; 2015/01/19 13:26 # 삭제

    어쨌든 들풀님은 단지 조 사코의 만화를 가능한 원문 그대로 전달하시는데 목적이 있는데 얼음요새님은 만화에 대한 비판을 직접적으로 들풀님께 하시니 대상이 잘못됐다는 느낌입니다. 얼음요새님은 기계적으로, 단순히 법적으로 인종에 대한 풍자는 불가하나 종교에 대한 풍자는 가능하다! 라고 말씀하시지만 들풀님은 종교든 인종이든 풍자의 대상과 메시지는 시대와 환경 속에서 범위가 달라진다고 대답하셨죠. 그런데 얼음요새님은 다시 아니야! 인종차별과 모하메드 풍자를 동일하게 볼 수 없어! 라고 여기서는 추가적인 '근거'없이 얘기하시니 강요로 들리고 일방적으로 들릴 수 밖에요.
  • argos 2015/01/20 02:57 # 삭제

    “샤를리 엡도는 많은 만평가들이 살해당함으로써 그 책임을 과도하게 물었지요."

    이 부분이 갸녀린님이 가장 하고 싶은 말씀이 아니었나 합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그들이 과도한 책임을 물었다는데에 동의하실줄로 믿습니다. 그런데 '과도한 책임을 물은 이들'에 대한 애도와 그것을 둘러싼 상황들을 직시하는 것(비판이 수반될수도 있겠지요)은 오히려 더욱 '사려깊거나 올바를' 수 있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조 사코가 '그들을 바다로 처넣을까'하고 묻고 있는 것이 아닐런지요.

    조 사코 만화의 '인종' 부분이 과도하고 부당하게 '종교'와 매치되었다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풍자라는 형식이 가진 보편적 성질을 논하기 위해 등장할뿐이지 등가로 논의되고 있는 것도, '샤를리 엡도의 행위를 흑인과 유태인에 대한 조롱에 비유하'는 것도 아닙니다.
  • 지나가는 이 2015/01/17 11:26 # 삭제 답글

    조 사코의 저작을 탐독하는 1인입니다. 이 글 또한 아주 잘 읽었습니다. 뉴스페퍼민트의 번역에 느꼈던 허탈함, 가디언 원문을 보면서 들었던 애매한 궁금함이 잘 해결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deulpul 2015/01/18 07:49 #

    이 만화가의 작품을 챙겨서 보시는 분이 있으셨군요. 저는 이번에 처음 주목하게 되었고, 뒤늦게 조금 훑어보는 형편입니다. 세상이 넓고 다양함을 다시금 깨닫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2015/01/24 11:59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15/01/24 12:46 #

    물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얼마든지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댓글 입력 영역



Adsense

Adsense2

구글 애널리틱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