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101 섞일雜 끓일湯 (Others)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샤를리 엡도> 사태에 대해 쓴 다양한 주장이나 인상기, 단평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한 마디로, 문제의 버거움에 치이는 모양을 하고 있는 듯하다. 뜨거운 이슈인데다 문제 자체도 중요하니까 집어오긴 했는데, 그 뜨거움이 감당이 안 돼서 양손으로 급히 번갈아 들며 난처해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일관된 논리를 잡지 못하는 모습은 돌의 무게에 눌리는 시시포스를 연상케 한다. 문제를 아주 간단히 압착시켜 단순화하는 모습, 더 나아가 누군가를 까는 데 이런 단순화한 인식을 사용하는 모습은 새로이 파생되는 또다른 원리주의적 양상이라 할 만하다.

이것은 그리 괴상한 현상은 아니다. 사건 자체가 끔찍한 것에 못지않게 문제 자체도 끔찍할 정도로 복잡하니까. <샤를리 엡도> 사태는 인류가 근현대를 관통하며 이미 해결한 것처럼 보였던 수많은 문제를 일제히 일으켜 세운다. 근대적 문제들이 좀비처럼 무덤에서 스멀스멀 기어나오거나 유령처럼 어둠으로부터 튀어나와 세계를 덮친다. 이런 일을 몇 개의 장면만으로 사유하며 해소하기란 애초에 무리가 아닌가.

그래서 나는 이 문제를 놓고 등장하는 단정적인 목소리들을 신뢰하기 어렵다. 이런 목소리들은 대개 문제의 표피에서 머무른다. <샤를리 엡도> 사태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해답보다는 질문하기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문제와 관련해 내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똑같은 몰골을 할 수 있고, 마찬가지로 혹은 다른 방향으로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뭐 어떤가. 비판 받을 수도 있고 풍자될 수도 있고 조롱 받을 수도 있는 거지. 지금 우리는 표현의 자유로 하나되는 분위기 아닙니까. 그저 총 들고, 아니 총보다 강하다는 펜 들고 테러만 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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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리 엡도> 사태에 얽혀 있는 문제들을 추려내 보자:

표현의 자유, 풍자, 이슬람, 이슬람 세계와 기독 세계의 갈등, 혹은 문명 충돌, 종교 근본주의, 세속주의, 테러리즘, 다문화 사회, 현대 국제정치, 톨레랑스, 경제사회적 소외...

이 중에서 <샤를리 엡도> 사태로부터 빼 버려도 괜찮은 이슈는 하나도 없다. 빼 버리고 이 사태를 볼 수는 있지만, 그럼 코끼리 다리나 꼬리를 잡는 모양이 된다. 이를테면 '닥치고 표현의 자유'라는 주장에는 이슬람, 회교-기독 갈등, 현대 국제정치에 대한 이해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 또 '닥치고 (피해를 보아 온) 이슬람 이해'라는 주장에는 표현의 자유나 풍자의 중요성, 테러리즘에 대한 고찰 같은 이슈가 희생된다. 이런 접근으로는 대안을 세우는 것은 둘째치고 현실 파악조차 제대로 할 수 없다.

그래서 이제 중요한 것은 <샤를리 엡도>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태에 얽혀 있는 각각의 문제와 씨름하는 일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러한 작업으로 나온 부분적인 진실을 들어, 다른 부분의 진실들을 비판하거나 비난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는 진실의 모자이크를 짤 수 없고, 그저 비판이나 하다 날 샌다.

나는 이슬람을 믿지도 않고 종교학자도 아니므로 이슬람에 대해서는 모른다. 국제정치를 전문으로 하지 않으니까 국제 갈등 문제도 잘 모른다. 도시의 사회경제학에 대한 이해도 미미하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라면 아주 조금은 이야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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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다는 데에는 누구나 동의하는 것 같다. 이번 일로 인해 그런 공감대가 더 커진 듯하다.

그런데, 표현의 자유는 왜 중요한가? 왜 그렇게 중요하길래 사람이 그로 인해 목숨을 잃고, 그러고도 더 많은 사람이 '나는 샤를리다'는 팻말을 들고 거리에 나서는가?

아래는 그런 의문과 관련한 원론적인 이야기다. 다시 말하건대, 이것은 <샤를리 엡도> 사태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이 사태에 대해서 어떻게 이야기하기에는, 아는 것이 너무 모자란다. 아래 이야기는 이런 사태의 어떤 부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를 쌩기초적인 이야기입니다. 모두 28분 18초. 프리젠테이션 형식으로 되어 있지만 화면이 거의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으므로 소리만 들으셔도 된다.






※ 내용에 삽입된 아이템들:


※ '101'은 어떤 주제의 가장 기초적인 개론 과목 같은 데 붙는 수업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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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5/01/23 08:32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15/01/24 12:38 #

    공자님 앞에서 문자 썼습니다, 하하. 친절한 말 고맙고, 늘 격려해 줘서 그것도 고맙다. 건강하게 잘 지내고이-.
  • eg35 2015/01/31 01:34 # 답글

    목소리 굉장히 좋으시네요
    홍세화 선생님인줄 알았습니다
    오늘도 좋은 글(음성?) 보고 갑니다 ~
  • deulpul 2015/02/04 19:12 #

    과분한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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