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가 유튜브 스타들을 부른 이유 미국美 나라國 (USA)

1월20일 버락 오바마의 신년 국정 연설 직후부터 지금까지 관련 검색어로 이 블로그를 찾는 분들이 적지 않다. 올해 연설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넘어갔는데, 약간 마음의 부담이 생겼다.

연설 내용은 건너뛰고, 백악관이 정부 정책을 국민에게 설득하는 기회로 신년 연설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하는 양상을 짚어보고 싶다.

이번 연설은 오바마의 일곱 번째 신년 연설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 말이 가까워 오면 신년 연설에 대한 국민 관심이 떨어진다. 이 연설이 정부 정책과 비전을 설명하고 국회와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성격을 가졌음을 고려하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현상이다. 닐슨의 시청률 조사에 따르면, 올해 오바마의 연설을 텔레비전으로 지켜 본 사람은 3천170만 명으로, 빌 클린턴이 임기 마지막 해인 2000년에 한 연설 이래 최저다.


자료: nielsen.com


그런데 과연 사람들은 대통령의 연설을 보지 않고 이에 무관심한 것일까? 텔레비전 시청률만으로 그렇게 판단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미디어의 지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텔레비전 대신 다른 매체를 통해 연설을 보고 그 내용을 토론한다. 신문 웹사이트도 연설을 중계한다. 백악관 웹사이트에 가면 연설 내용에 어울리는 각종 참고 자료가 실시간으로 제시되는 중계를 감상할 수 있다.

AP 보도에 따르면 올해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해 연설을 본 사람은 120만 명이었다. 역시 닐슨 조사에 따르면 오바마의 연설 중에 발생한 관련 트윗은 260만 개였고, 이런 트윗을 본 사람은 970만 명이었다. 페이스북에 관련 내용을 쓴 사람은 570만 명이었고, 이로 인해 1천380만 개의 반응이 발생했다.

이러한 현상은 갈수록 심화할 것이다. 세상이 이렇게 변해가는 것을 아는 사람이라면, 전통적인 주류 미디어에만 매달려 홍보를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백악관은 세태에 아주 민감하다. 끊임없이 국민의 지지와 동의를 구하여 정책 추진의 동력으로 삼아야 하는 정부 처지에서는 당연한 일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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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연설이 끝난 지 이틀 만인 22일 백악관은 유튜브 스타 세 명을 초청하여 인터뷰를 가졌다. 유튜브에 이런저런 동영상을 올리며 많은 구독자를 갖고 있는 브이로거(vlogger)인 글로젤 그린, 행크 그린, 베서니 모타 등 셋이다. 이들은 전통 매체와 관련이 없음은 물론이고 시사 문제에 정통한 사람들도 아니다. 생활 속 잡담이나 미용 따위가 이들의 전문 분야다. 그런데도 이들을 불러다 백악관 이스트룸에 미니 스튜디오를 설치해 주고 모두 46분에 걸친 인터뷰를 했다.


세 사람과 개별 인터뷰를 하기 직전의 이스트룸 모습. 왼쪽에 오바마가 보인다.


백악관 블로그에 따르면,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해마다 대통령은 신년 국정 연설을 한 뒤 며칠 동안, 연설에서 밝힌 신년 구상에 대해 자세하게 답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런 일은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거나 전국을 돌며 연설을 하는 형태로 진행되며, 각 가정의 국민과 채팅을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백악관)는 평소 우리가 접하지 못하는 국민 계층에 이르는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으며, 그런 점에서 오늘 새로운 시도를 합니다. 유튜브에 동영상 콘텐츠를 올리는 인기 창작자 세 명을 백악관에 초청하여, 그들과 그들의 구독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를 놓고 대통령과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보도들을 종합해 보면, 오바마 행정부에서 신년 국정 연설은 그 개념 자체가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 과거에는 일회적인 공식 행사에 그쳤으나, 지금은 국정 운영의 중심축을 세우는 지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 번의 연설이 아니라 최대한 넓게, 최대한 멀리 대통령의 목소리가 퍼지도록 하는 전략을 짠다.

예컨대 백악관은 연설 2주 전부터 오바마가 국정 연설에서 말할 내용을 단계적으로 조금씩 노출해 왔다. 이러한 작업은 오바마의 일상적인 연설이나 SNS 메시지를 통해 이루어졌다. 모두 연설 당일 텔레비전에 앞에 앉아서 그의 말을 듣는 스타일이 아닌 국민에게 이르기 위한 전략이다.

백악관의 전략 소통 담당 보좌관인 댄 파이퍼는 이렇게 말한다. "상황이 매우 어수선하기 때문에, 유튜브나 업워시 같이 이미 사람들이 존재하는 곳에서 의제를 확산하고 공개하지 않으면 이런 의제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대통령의 국정 연설의 영향력은 줄지 않았지만, 국민이 이를 경험하는 양상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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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에는 '디지털전략담당 비서실(Office of Digital Strategy)'이라는 게 있다. 온라인 홍보와 대응을 집중적으로 수행하는 사령탑이다. 이런 부서가 있다는 것 자체가 상징적이다. 이들의 전략 방향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변화에 맞서 싸우지 않고 변화를 타고 흐른다는 것이다.

PBS의 저널리스트 주디 우드러프는 백악관 위 부서에서 온라인 담당 디렉터로 활동하는 코리 슐먼과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우드러프: 어떤 사람들은 대통령이 오늘처럼 유튜브 스타들을 앉혀놓고 그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대통령의 시간을 정말 효과적으로 쓰는 것인가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그들은 종종 심각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졸라 허접한 것들을 말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잖아요. (여담이지만, 나는 이 부분에서 우드러프의 질문을 조금 이해할 수 있는 심정이다. 저 세 사람의 유튜브 콘텐츠 중에서 지금껏 내가 본 것은 행크 그린의 수다스러운 시사 평론 몇 개인데, 보고 난 느낌은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린다고 해서 세상의 모든 일에 대해 그래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든가 '모르는 일에 대해서는 닥쳐 주었으면 좋겠다'라는 것이었다. 만일 한국 대통령이 아프리카 TV에서 뻘짓을 하는 VJ들이 인기가 높다고 그들과 인터뷰를 하러 나선다면, 나도 비슷한 걱정을 안 할 수 없을 것 같다. 어쨌든,)

슐먼: 오늘 대통령과 마주 앉은 사람들은 유튜브 사용자에게 인기를 얻으며 성장한 사람들입니다. 온라인 구독자가 아주 많죠. 수백만이나 되거든요. 그 구독자 중 많은 사람은 이런 인터뷰 방식이 없다면 대통령의 연설을 듣거나 WhiteHouse.gov에 와서 내용을 살펴볼 가능성이 없는 젊은 계층입니다.

우드러프: 그런 접근이 오바마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단 말인가요?

슐먼: 물론이지요. 이런 방식을 통해 대통령은 신년 연설에서 밝힌 내용에 대해 미국 국민과 직접 대화하고 그들의 질문에 대해 답할 수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것은 대통령이 다양한 사람의 유튜브 채널을 활용하여 그들의 관객과 연결되는 드문 기회이자 소중한 순간입니다. 이런 일은 유튜브 스타들이 없으면 불가능하지요.


오바마의 백악관이 SNS 전략을 통해 이렇게 다양한 계층을 찾아나서는 데에는 1) 매체 지형이 바뀜에 따라 주류로 부상한 '디지털에 익숙한 계층(digitally native audience)'을 잡겠다는 뜻과 더불어 2) 의회 지형이 바뀌었다는 점도 한 몫 하고 있다. 작년 선거 결과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함에 따라, 대통령 취임 이래 처음으로 상하원 모두 여소야대의 상황에 선 백악관으로서는 잡음을 최소화하면서 국정 의제를 추진하는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어쨌든 이것이 변화한 세상에서 정치인이 국민에게 다가가는 방법이다. 늘 하던 일이나 계속하며 국민이 찾아오기를 기다렸다가는 반쪽, 혹은 3분의 1쪽 정부 꼴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부정하고 싶더라도 세상은 디지털로 바뀌고 있고, 그런 변화를 만들고 그에 익숙한 사람은 외계인들이 아니라 바로 투표권을 가진 국민이다.

물론 이렇게 의제를 설정하고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에게 그런 의제와 철학과 국정 비전이라는 것이 먼저 존재해야 한다는 점이 당연한 전제지만 말이다. 입술에 녹색 립스틱을 칠한 글로젤 그린은 유튜브 인터뷰에서 오바마와 이런 문답을 나누었다.


그린: 당신의 재임 중에 동성 결혼이 미국의 모든 지역에서 합법화될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오바마: 대법원이 곧 이 문제를 다룰 것입니다. 제 바람은, 대법원이 제가 생각하기에 미국인 다수가 인정하는 바를 존중하고 그에 따라 결정을 내리는 것입니다.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고 서로를 존중으로 대하며 다른 사람 누구도 괴롭히지 않는데, 왜 법이 그들을 다른 방식으로 대접해야 합니까. 대법원이 바른 결정을 내릴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린과의 인터뷰 중에서, 그린이 First Lady를 first wife로 말하는 큰 실수를 한 것과 더불어 널리 회자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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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소소 2015/02/05 15:19 # 답글

    허걱 베서니 모타가 저 세명 중에 들어갔다는게 정말 충격적이네요; 다른 두 사람은 잘 모르지만 베서니 모타는 그냥 10대 여자애들이 주로 보는 패션 블로거인데... 심층적인 정치적인 토의는 못해도 확실히 정치 토론에서 소외된 계층에게 접근하는데는 효과적이겠네요. 호기심이 발동해서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 deulpul 2015/02/05 16:22 #

    이름에 익숙한 분이 계셨군요. 말씀대로 소외된 계층에 접근하려는 의도에서 선정된 것 같습니다. 위에 백악관 참모 인터뷰를 보면, 이들과 정치 토론을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이들의 인기를 채널로 활용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점이 보이지요.
  • 긁적 2015/02/05 16:59 # 답글

    헐. 동성결혼 저거 민감한 주제인 걸로 아는데 상당히 직설적이네요.
    진짜 오바마가 하고싶은 말 다 하는듯..;;
  • deulpul 2015/02/06 01:45 #

    자기 소신이고 그 소신을 만들어온 인식이 있으니까 가능한 일이겠지요. 한편 이러한 변화에 반대하는 사람 처지에서 저런 태도가 어떻게 보일까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말 막하는 오시개로 보이려나...
  • 아인하르트 2015/02/09 06:56 # 답글

    다른 것보다도 저 한장의 사진이 굉장히 인상깊네요.
    영상을 찍기 전에 세 사람이 미리 앉아 있고 대통령이 저기 다소곳이(?) 서서 앞에 손 모으고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말이에요.
  • deulpul 2015/02/09 20:59 #

    저 장면은 스틸 사진이 아니라 백악관이 공개한 동영상(본문에 링크) 중에서 현장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 장면을 따낸 것입니다. 사회자가 인터뷰 진행 과정을 설명하고 있고, 오바마는 그 이야기를 듣는 장면인데, 말씀대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는 모습이기도 하지요. 잠시 뒤 오바마는 저이들의 부스를 하나씩 찾아가서, 탁자도 없이 무릎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위치시킨 의자에 앉아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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