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부부 살해 사건 기사 중매媒 몸體 (Media)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이슬람교도인 아랍계 젊은 부부와 새댁의 여동생 등 세 명이 백인 주민의 총격을 받고 사망한 사건이 벌어졌다. 직접적인 원인은 주차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진 다툼이지만, 아랍인이나 이슬람교도를 싫어한 증오 범죄일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사건이 벌어진 채플힐은 조그맣고 아름다운 대학 도시다. 한때 내가 살았던 곳이라서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Overflow funeral crowd mourns 3 Muslims killed in N.C.

희생자 셋의 장례식이 벌어진 날 나온 <유에스에이 투데이>기사다. 장례식 장면에 더해 사건의 파장과 관련자들의 반응에 대해 썼다. 해당 신문 기자의 취재와 AP 기사가 어우러져 나온 기사다.

이 사건은 증오 범죄 여부를 놓고 견해가 엇갈리고, 인종간 갈등이나 타 문화/종교에 대한 용인의 문제로 비칠 수도 있는 사안이다. 미국 사회에서는 매우 민감한 문제다. 그런 사건을 놓고 해당 기사가 어떻게 풀어가나 보자.

기사 전문을 대상으로 하여, 명확한 사실에 대한 서술은 빨강색으로, 사실이 아닌 추정이나 전망, 기자의 견해 등이 드러난 서술은 파랑색으로, 판단하기 모호한 것은 노랑색으로 표시해봤다.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상당히 긴 기사 전체가 명확한 사실로만 채워져 있다. 기자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쥐꼬리만큼도 드러나지 않는다. 기사에 나오는 주장이나 견해는 모두 취재한 사람들의 것이다. '누가 ~라고 말했다'는 것은 엄정한 사실 진술이다. 추정하거나 전망하는 표현은 없고, '~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무책임한 진술도 없다.

피해자들이 졸업한 인근 대학의 이슬람교도학생회 회장은 세 사람을 우호적으로 평가하는 발언을 했다. 취재 기자가 직접 들은 것이 아니고 뉴스 방송에서 그렇게 말한 것을 옮겨 적었기 때문에, 뉴스에서 말했다고 썼다. 해당 뉴스 방송은 정확하게 링크를 달았다.

가해자가 총기 소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2조 지지자라는 것은 1) 무기 은닉 휴대 자격증을 취득하였다는 점과 2) 페이스북에 관련 사실을 쓴 적이 있다는 것으로 뒷받침했다. 페이스북 내용은 겹따옴표로 직접 인용했다.

그가 성질을 잘 부리는 사람이었다는 것은 이웃 주민의 말에서 나왔다. 이 주민의 이름을 정확히 밝혔다.

경찰이 이 사건을 증오 범죄의 가능성을 포함한 모든 측면에서 조사하고 있다는 주장은 경찰로부터 나왔다. '경찰 관계자'가 아니라 채플힐 경찰서의 크리스 블루라는 경찰관이 말한 내용이다. 물론 겹따옴표로 직접 인용되어 있다.

피해 여성들의 아버지는 이 사건이 주차를 둘러싼 갈등에서 나온 게 아니라 증오 범죄라고 말한다. 딸이 이사를 간 뒤 줄곧 불안하다고 말해왔다는 것이다. 이 발언 역시 기자가 직접 들은 게 아니라 MSNBC의 방송에서 말한 내용이라서 그러한 사실을 밝히고 링크를 달았다.

범인의 아내는 이러한 증오 범죄 혐의를 부인하는 발언을 했다. 변호사와 동석한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한 이야기를 직접 인용했다. 사건이 흔히 벌어지는 이웃간 갈등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변호사 발언도 겹따옴표로 따왔다.

범인과 17년 전에 이혼한 전 아내도 등장한다. 그녀는 범인과 함께 살 때, 그가 마이클 더글러스 주연 영화 <폴링 다운>을 죽어라 보면서 거기 나오는 총기 난사 장면을 좋아했다고 말한다. 그런 모습에 질렸다는 것이다.

이 기사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발언을 직접 인용하며 사용한 동사는 대부분 said(말했다)다. 나머지는 방송에서 말한 것을 told(역시 말했다)라고 표현한 것 하나, 범인이 페이스북에 쓴 것을 인용할 때 wrote(썼다)라고 표현한 것 하나, 변호사의 말을 연달아 인용할 때 added(덧붙였다)라고 표현한 것 하나가 있을 뿐이다. 기자가 발언들을 자기 말로 바꾸거나 해석을 첨부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기사에 나오는 사람은 모두 정확하게 이름이 밝혀져 있다.

독자는 이 기사를 읽고 나면 크레익 힉스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인상을 갖게 된다. 이 범죄가 이슬람교도 등 이민족 증오에서 나온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좀 섣부른 판단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기자도 사람이므로 취재를 하는 동안 일정한 인상을 받았을 것이고, 나름의 의견을 가지게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기자의 개인적인 의견은 각종 사실과 취재원의 말 뒤에 철저히 가려져 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취재원의 입을 빌어서 하라는 것은 이런 뜻이다. 취재를 하면서 어떤 판단을 하게 되었다면, 그 판단을 그대로 들이밀지 말고, 왜 그런 판단을 하게 되었는지를 독자에게 보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의견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같은 표현을 쓰면서 객관으로 위장하여 드러내는 것은 부정직할 뿐만 아니라 게으름의 반증이기도 하다. 사실을 잘 보여주면 독자도 판단을 한다. 취재를 하지 않으면 사실을 보여줄 수 없으며, 사실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기자들이 자신의 판단을 성급하게 독자에게 강요한다.

(※ 위 기사의 상당 부분은 AP 기사 내용이다. 따라서 이 기사의 미덕은 AP의 미덕이기도 하다. 해당 기사는 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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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기사는 명확하고 깔끔하다. 벽돌을 쌓아 집을 짓는데, 깨끗하고 단단한 벽돌을 골라 모르타르를 잘 발라 쌓은 듯한 느낌이 난다. 반대는 어떤 모양인가. 아무 키워드나 한국어로 집어넣어 뉴스 검색을 하면 나쁜 예를 쉽게 찾아낼 수 있다. 예를 들면,

'토막살인' 박춘풍 폭행치사 주장 왜?





기사는 '관심이 쏠린다'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는 것이 중론이다' '~할 가능성이 높다' 등의 표현으로 점철돼 있다. 이것은 사실이 아니라 의견이다.

의견을 쓰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누가 그런 주장의 주체인지가 나와있지 않다. 그것은 심각한 문제다.

위 영문 기사를 이런 방식으로 썼다면, 이렇게 되었을 것이다:

  • 크레익 힉스(범인)의 살해가 증오에서 나온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법조계에서는 힉스가 형량을 낮추기 위해 우발 범죄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 설령 이같은 힉스의 주장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의 평소 행동으로 볼 때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 법조계에서는 힉스가 증오 범죄를 저지르고도 중형을 피하기 위해 우발적인 총격 살해를 주장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 증오 범죄가 인정된다면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

기사가 갑자기 감상문으로 바뀐다.

뿐만 아니라 사건을 한 방향으로 몰고 간다. 기자는 판사도, 배심원도, 범죄심리학자도 아니다. 그런데도 기사 속에서 범인의 심리를 친절하게 진단하고 그 의도까지 명쾌하게 밝혀낸다. 그런 주장의 유일한 근거는 '법조계가 그렇게 본다'는 것이다. 그 법조계가 누구를, 아니 무엇을 말하는지는 밝히지 않는다.

주요 취재원 이름은 당연한 듯 익명 처리되어 있다. 기사에서 직접 인용되는 사람은 범인을 제외하고 두 명이다. 하나는 '국선 변호인'이고 다른 하나는 '법조계 관계자'이다. 이들의 이름을 숨길 이유는 전혀 없다. 국선 변호사는 대중의 관심이 쏠린 사건에서 공공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조계는 넓다. 대법관에서 동네 법무사까지 모두 법조계 관계자다. 변호사 2만 명, 판사 2천844명, 검사 1천900명, 법무사 6천400명, 기타 그 주변 수만 명 중에서 저 말을 한 사람은 누구인가.

이러한 방식으로 기사가 나온 데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무성의한 타성과 편의주의 뿐이다. 기자는 그러한 타성과 편의주의가 기사의 질을 결정적으로 떨어뜨린다는 것을 모른다고 생각한다. 알면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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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구름거북이 2015/02/18 00:54 # 삭제 답글

    저도 채플힐에 산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 사건이 참 가슴이 아프네요. 저널리즘의 미덕에 대한 이야기가 공감이가서 제 페북에 링크 걸어둡니다.
  • deulpul 2015/02/22 07:45 #

    아, 동향(?) 출신이시군요. 반갑습니다. 저는 그곳이 처음 닻을 내린 곳이라서, 출생지나 고향 같은 느낌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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