괄호의 띄어쓰기 말씀言 말씀語 (Words)

검색으로 이글을 보시는 분이 많아, 간단한 요약을 먼저 붙입니다.

1. 괄호는 흔히 앞 단어(글자)와 붙여 쓴다.
2. 그러나 어떤 경우는 띄우는 것이 뜻이 더 명확하게 전달된다.
3. 한글맞춤법 문장 부호 규정에는 괄호의 띄어쓰기에 대한 언급이 없다.
4. 따라서 뜻이 잘 전달되도록 적절히 띄우거나 붙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 본문과 댓글을 함께 참고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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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괄호를 쓴다. 어릴 때는 '가로'인줄 알았다. 특히 수학에서 그랬다.

3 곱하기 '가로' 열고 2 더하기 7 '가로' 닫고 는 27

알고 보니 가로가 아니라 괄호였다. ( ) 를 가리키는 단어가 '괄호'라는 것을 문자로 배우기 전에 입말로 듣고 썼기 때문에 몰랐다. 더 알고 보니 괄호는 그저 '묶는 기호'라는 뜻이었다. 이 쉬운 말이 한자어 때문에 오랫동안 미스터리가 됐다.

글에 괄호를 쓸때 종종 고민을 하게 된다. 띄어쓰기 때문이다.

괄호는 앞말에 붙여 쓰는 것이 관행이다. 그런데 붙이는 게 부자연스러울 때가 있다. 괄호 안의 내용이 길어지거나, 혹은 앞말과 직접 연관이 없는 경우다.

1) 서울 올림픽(1988년)은 제24회 하계 올림픽이다.
2) 서울 올림픽은 제24회 하계(夏季) 올림픽이다.
3) 올림픽은 4년에 한 번씩 열리는데(월드컵도 마찬가지다) 장소는 달라진다.
4) 서울 올림픽에는 160개 나라가 참여하였으며 (이 대회는 올림픽 역사상 가장 많은 나라가 참여한 대회다) 한국은 종합 4위를 차지했다.

1)과 2)는 앞의 말을 직접적으로 풀어주는 말이 들어가는 괄호다. 붙여 쓰는 게 당연하게 보인다. 3)부터는 조금 헷갈리기 시작한다. 그래도 붙여 써서 크게 어색하지는 않다.

4)는 앞말을 직접 풀어준다기보다 새로운 내용을 삽입하는 형태다. 괄호와 연관되는 것은 바로 앞 낱말이 아니라 앞의 구 전체다. 괄호 안의 분량도 많다. 따라서 앞의 단어에 딱 붙이면 옹색하게 느껴진다.

4)는 영어에서 흔히 대쉬(dash, ㅡ)를 써서 표현하는 방식의 문장이다. 이 문장을 영어식으로 쓰면 이렇게 된다.

4-1) 서울 올림픽에는 160개 나라가 참여하였으며 ㅡ 이 대회는 올림픽 역사상 가장 많은 나라가 참여한 대회다 ㅡ 한국은 종합 4위를 차지했다.

대쉬에 해당하는 한글 구두점은 '줄표'다. 그런데 한글의 줄표에는 이렇게 문장을 쪼깨고 중간에 설명을 넣는 용법이 없다. (있다. 바로 밑 '덧붙임' 참조.) 한글 맞춤법의 해당 문장 부호 사용 규정에 따르면, 줄표는 제목 다음에 오는 부제에만 쓰는 것으로 되어 있다.


[덧붙임] (2016년 8월 14일 23:45)
댓글에서 독자분이 지적해 주신 데 따르면, 한글에서도 줄표를 문장 중간에 어구를 끼워넣을 때 쓸 수 있다. 이것은 줄표 규정이 아니라 쉼표 규정에 '붙임'으로 달려있다. 참고하시기 바란다.
  • 나는 ― 솔직히 말하면 ― 그 말이 별로 탐탁지 않아.
  • 영호는 미소를 띠고 ― 속으로는 화가 치밀어 올라 잠시라도 견딜 수 없을 만큼 괴로웠지만 ― 그들을 맞았다.


그래서 이런 방식을 쓰려면 어쩔 수 없이 4)처럼 괄호를 써야 한다. 이 경우에는 앞말과 띄우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 같다.

5) 다음날인 8월10일 오후 3시경 통역관인 타무라(田村) 씨(그때 베를린 주재 무역상이었다)와 나는 약간 떨리는 마음으로 히틀러의 축하 인사를 받기 위해 메인스타디움 응접실로 갔다.

여기에는 괄호가 두 번 쓰였다. 한자를 넣은 앞의 것은 당연히 붙여 썼고, 타무라를 풀어주는 내용을 괄호에 넣은 뒷부분도 붙였다. 이것은 앞 단어와 직접 관련이 있으며 더구나 뒤에 조사로 이어지는 한 어절을 깨고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앞뒤로 붙여주는 것이 합당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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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당신,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괄호는 무조건 앞말과 붙여야 하는 거 아니요?

흔히 붙인다. 그러나 이것은 관행이지 규정은 아니다. 한글 맞춤법의 해당 부호 규정에는 괄호로 묶은 말을 앞뒷말에 붙이는지 띄우는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

그런데 이런 주장도 있기는 하다(밑줄은 내가):




국립국어원의 대답이다. 반복하지만, 지시대로 문장 부호 규정을 보아도, 띄우거나 붙이는 규정은 없다. 다만 예를 보인 것 대부분이 앞말에 붙인 형태로 되어 있다.

하지만 띄운 것도 하나 있다.




희곡이라는 특수한 경우이긴 하지만, 어쨌든 반드시 띄어 써야 한다는 명시적은 언급은 없다는 것이다. (다른 부호들의 경우, 필요하다면 띄어쓰기 규정을 달아놓은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붙이거나 띄우거나 한다. 그 경계에 있는 말들은 조금 고민이 되는데, 말씀드렸듯이 이것은 어법이나 규정과 관련한 고민이 아니라, 어떻게 하는 쪽이 독해에 방해되지 않고 문장의 뜻을 잘 통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6-1) 국가 기록은 시민의 재산이기 때문이다(물론 비밀 문서로 묶인 것은 예외다).
6-2) 국가 기록은 시민의 재산이기 때문이다. (물론 비밀 문서로 묶인 것은 예외다.)

6-1)보다 6-2)가 간명하고 알아보기 쉽지 않습니까?

문장 부호를 포함한 맞춤법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글을 이해하기 쉽고 뜻이 잘 통하게 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글 맞춤법 규정에서도 어법이라는 것은 "결국 뜻을 파악하기 쉽도록 하기 위하여" 규정된 것이라고 한다. 이런 점에서 괄호의 띄어쓰기는 일관성을 강요하기보다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게 옳지 않을까 싶다. 더구나 줄표를 이용한 문장 속 설명 같은 것이 가능하지 않으므로 더욱 그렇다.

참고로, 모든 단어를 띄어 쓰는 영어에서는 괄호 안 내용의 분량이나 연결성 정도에 상관없이 앞뒤 모두 반드시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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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지지배배 2015/03/22 10:21 # 답글

    음; 애초에 국립국어원 질답 예시에서 고를 게 3번 뿐 같은데요;;
    영조물기관*은*... 무엇이 됐던지간에...(...)
    이거 제 pet peeve라서...ㅜㅜ

    그리고 개인적으로 규칙이 있다면,

    1. 단어 한가운데(마침표, 쉼표 포함)에선 무조건 앞뒤를 붙여요.
    2. 두 단어 사이에선 (그러니까, 위의 줄표로 대체할 수 있을 때) 대체로 양 쪽을 띄되,
    2-1. 대체단어에 해당되는, 그러니까 외국어 풀이나 영어에서의 a.k.a.에 해당하는 괄호는 대체로 관련단어와 붙입니다.
    2-2. 단어/문장 연장용 괄호는 관련단어와 붙입니다.
    2-2-1. ...(하략)

    생각없이 취향껏 일관성을 유지하는데, 정리해보니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네요. 막 4-2-2번에서 그만뒀어요-_-;; 그런데, 한국어로 글 쓸 일이 이럴 때 밖에 없다는 게 함정(...).

    참고로, 이모티콘용 괄호에도 나름 규칙을 적용합니다(...). 마침표 대응 위치(=_=...;) 등등;
  • deulpul 2015/03/22 11:00 #

    쓰신 내용은 모두 잘 이해되는 방식이며, 제가 쓰는 방식과도 비슷합니다. 보시는 분들을 위해 예를 들자면,

    1. 우리(한국 사람)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타고 이 땅에 태어났나? (어절을 쪼개고 들어갈 때는 앞뒤 모두 붙인다.)
    2. 우리는 (한민족 번영을 위해)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2-1. 우리는(한국 사람은)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2-2.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이고 또 정치적인) 사명을...

    대체로 이런 경우가 되겠죠? 역시, 상황에 따라 뜻이 좀더 잘 통하게 적절히 쓰는 융통성이 중요할 것 같고, 한 가지 덧붙이자면 쓰신 것처럼 자신의 규칙을 갖고 이를 일관되게 적용한다면 더욱 좋겠지요. 이모티콘의 부호 순서도 자세히 보면 미묘하면서도 상당한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순서를 바꾸면 감정의 톤이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효과가 있네요.

    질문 이미지의 답은 말씀대로 3번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저 '영조물', '영조물 기관' 좀 어떻게...
  • 장이 2015/04/05 10:15 # 삭제 답글

    게시물 늘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다만, 국어 전공자로서 말씀드리자면,

    게시물 맨 아래에 6-1), 6-2) 를 말씀하셨는데요,
    진짜 간명하고 알아보기 쉬운 것은 6-2)에서 괄호를 푼 형태입니다.
    6-2) 예문에서 굳이 괄호를 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 deulpul 2015/04/05 11:07 #

    네, 맞습니다. 만일 저런 형태만이라면 괄호를 쓸 필요가 없겠지요. 괄호를 쓰는 예를 보이기 위해 맥락을 빼고 부분적으로 가져와서 그런 모양이 되었는데, 원래는 문서를 공개한다는 점을 서술한 단락에서 문서를 묶어두는 예외적인 경우라 괄호로 묶었습니다. 원글(http://deulpul.net/4071503)을 보시면 잘 이해되시리라 믿습니다. 여기서는 괄호와 띄어쓰기 관계라는 형식적인 부분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2015/05/20 16:47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15/06/01 22:34 #

    알려 주셔서 진정 감사합니다.
  • 노승영 2016/07/10 16:21 # 답글

    윗분이 이미 지적하셨는지도 모르겠는데,
    문장 중간에 끼어든 어구의 앞뒤에 쓰는 쉼표 대신 줄표를 쓸 수 있습니다.
    http://korean.go.kr/front/page/pageView.do?page_id=P000195&mn_id=30
  • deulpul 2016/08/14 23:41 #

    아, 줄표 규정에만 주목하였더니 쉼표 규정에 그런 붙임이 달려 있었군요. 미처 못 보고 넘어갔습니다. 본문을 수정해 놓아야겠네요. 지적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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