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대학 남자 농구(March Madness)는 듀크 대학의 우승으로 끝났다. 위스콘신은 잘 싸우며 경기 내내 게임을 이끌었으나, 막판까지 집중력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듀크는 통산 다섯 번째 챔피언이 되었다.
다음은 시상식 중 일부 장면이다. 우승 트로피를 수여하러 나온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회장 마크 에머트가 처음으로 한 말은 패배한 위스콘신 팀의 선전에 축하를 보내는 것이었고, 트로피를 받은 듀크의 마이크 슈셉스키 감독도 똑같은 말을 한다. 우승의 견인차 역할을 한 두 선수는 모두 팀 동료에게 공(功)을 돌린다.
듀크의 명장 슈셉스키 감독은 1980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35년 동안 듀크 남자농구팀을 이끌고 있다. 이 대학의 전미 우승 기록은 모두 슈셉스키 감독 시기에 나온 것이다.
그는 흔히 '코치 케이(K)'라고 불린다. 이름(Krzyzewski)이 어렵기 때문이다. 저 글자에서 어떻게 이런 소리가 나오나 싶다. 그가 선수들에게 자신을 코치 케이라고 부르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렇게 부르는 것을 용인한다고 한다. 지금은 그를 상징하는 애칭이 되었다.
K로 시작하는 이름이 어려워서 '코치 케이'로 불리는 감독이 또 있다. 유타 대학의 래리 크리스코비액... 감독이다. 지난 3월27일 토너먼트 16강 전에서 듀크와 유타가 맞붙었을 때, <뉴욕 타임스>는 "코치 케이는 듀크가 유타를 격파하기를 바란다. 코치 케이는 유타가 듀크를 격파하기를 바란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코치 케이는 즐거워할 것이다"라고 익살스런 기사를 썼다.
코치 케이(듀크)는 우승 소감에서 세 측을 거론했다. 결승 상대였던 위스콘신 팀, 경기를 주관한 인디애나폴리스 시, 그리고 자신의 팀 선수들이다. 시에 대해서는 경기를 잘 조직하여 준 점과 자원봉사자들이 열심히 활동해 준 것에 감사했다. 그러나 몇 년 전에는 인디애나폴리스에 섭섭한 일도 있었다.
2010년 4월 대학 농구 4강전이 역시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릴 때다. 결승전을 사흘 앞둔 날 아침에 코치 케이는 이런 신문을 보게 되었다.

식당이나 휴게실 같이 여러 사람이 쓰는 곳에 굴러다니는 신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누군가가 파란 볼펜으로 코치 케이 사진과 기사에 장난을 쳐 놨다. 블루 데블(파란 악마)이라는 팀 이름에 어울리게 악마처럼 묘사했고, 이마 한가운데에는 과녁을 만들었다. 넥타이 주변에는 '져라! 져라! 져라! 져라!...' 하는 저주의 말을 빼곡히 채워넣었고, 제목은 "듀크는 형편없어!!!!"라고 변조했다.
누군지 듀크에 아주 큰 원한이 맺힌 사람 같다. 바로 며칠 전의 16강전에서 듀크에게 진 퍼듀 대학 팬이 그런 것일까. (퍼듀는 인디애나 주에 있다.)
이것은 누군가가 볼펜으로 장난을 친 것이 아니었다. 어이없게도, 신문이 처음부터 저렇게 인쇄되어 배포된 것이다. 경기가 열리는 인디애나폴리스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인디애나폴리스 스타> 4월2일자 스포츠 섹션 1면 기사였다.
그림도 황당했지만, '듀크를 경멸하기'라는 제목도 지나친 것이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는 이해할 수 있다. 전통의 강호 듀크를 다른 대학 팀과 팬들이 두려워하고 미워한다는 뜻을 그림과 제목에 담으려고 했을 것이다. 그래도 너무 나갔다.
편집진도 지나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신문 배포를 중지했다. 그러나 이미 상당한 부수가 퍼졌고, 코치 케이까지 보게 되었다. 그날 낮에 슈셉스키는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날벼락은 기사에 이름이 떡하니 박힌 취재기자가 맞았다. 그는 이러한 지면 디자인이 결정되는 과정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고, 그런 식으로 발행된다는 사실도 몰랐다. 아침에 전화와 이메일이 빗발쳐서 알게 되었다고 한다.
편집 책임자에 따르면, 이 그림은 전날 밤 마감이 임박한 상황에서 들어갔다고 한다. 단순한 아이디어였는데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 않고 그대로 지면에 반영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신문 편집자들은 배포를 중지시킨 뒤, 듀크 관계자들에게 아침부터 전화를 돌렸다. 사과하기 위해서였다. 전화를 받은 사람 중에는 그런 기사가 나왔다는 것을 모르는 이들도 있었다. 이날 오후 편집자들은 듀크 팀이 연습하고 있는 체육관의 라커룸으로 코치 케이를 찾아가서 사과했다. 코치 케이는 사과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신문사로서는 천만 다행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소송으로 비화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기발하거나 신선한 아이디어는 흔히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도 넘지 않아야 할 선이 있다. 가장 중요한 선은 매체의 정체성과 진정함-진실성(integrity)을 침해하지 않는 것이다. 이 선을 잘 인식하지 못하면 기막힌 아이디어와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인디애나폴리스 스타>의 코치 케이 묘사는 유치하기도 했지만, 이러한 선도 훌쩍 뛰어넘었다고 볼 수 있겠다. 2011년에 <뉴스위크>가 14년 전에 사망한 다이애나 황태자비를 디지털로 되살려 표지에 등장시킨 사례도 비슷하다. 모두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원칙의 필터로 한번 걸러봐야 한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겠다.
다음은 시상식 중 일부 장면이다. 우승 트로피를 수여하러 나온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회장 마크 에머트가 처음으로 한 말은 패배한 위스콘신 팀의 선전에 축하를 보내는 것이었고, 트로피를 받은 듀크의 마이크 슈셉스키 감독도 똑같은 말을 한다. 우승의 견인차 역할을 한 두 선수는 모두 팀 동료에게 공(功)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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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크의 명장 슈셉스키 감독은 1980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35년 동안 듀크 남자농구팀을 이끌고 있다. 이 대학의 전미 우승 기록은 모두 슈셉스키 감독 시기에 나온 것이다.
그는 흔히 '코치 케이(K)'라고 불린다. 이름(Krzyzewski)이 어렵기 때문이다. 저 글자에서 어떻게 이런 소리가 나오나 싶다. 그가 선수들에게 자신을 코치 케이라고 부르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렇게 부르는 것을 용인한다고 한다. 지금은 그를 상징하는 애칭이 되었다.
K로 시작하는 이름이 어려워서 '코치 케이'로 불리는 감독이 또 있다. 유타 대학의 래리 크리스코비액... 감독이다. 지난 3월27일 토너먼트 16강 전에서 듀크와 유타가 맞붙었을 때, <뉴욕 타임스>는 "코치 케이는 듀크가 유타를 격파하기를 바란다. 코치 케이는 유타가 듀크를 격파하기를 바란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코치 케이는 즐거워할 것이다"라고 익살스런 기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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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 케이(듀크)는 우승 소감에서 세 측을 거론했다. 결승 상대였던 위스콘신 팀, 경기를 주관한 인디애나폴리스 시, 그리고 자신의 팀 선수들이다. 시에 대해서는 경기를 잘 조직하여 준 점과 자원봉사자들이 열심히 활동해 준 것에 감사했다. 그러나 몇 년 전에는 인디애나폴리스에 섭섭한 일도 있었다.
2010년 4월 대학 농구 4강전이 역시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릴 때다. 결승전을 사흘 앞둔 날 아침에 코치 케이는 이런 신문을 보게 되었다.

식당이나 휴게실 같이 여러 사람이 쓰는 곳에 굴러다니는 신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누군가가 파란 볼펜으로 코치 케이 사진과 기사에 장난을 쳐 놨다. 블루 데블(파란 악마)이라는 팀 이름에 어울리게 악마처럼 묘사했고, 이마 한가운데에는 과녁을 만들었다. 넥타이 주변에는 '져라! 져라! 져라! 져라!...' 하는 저주의 말을 빼곡히 채워넣었고, 제목은 "듀크는 형편없어!!!!"라고 변조했다.
누군지 듀크에 아주 큰 원한이 맺힌 사람 같다. 바로 며칠 전의 16강전에서 듀크에게 진 퍼듀 대학 팬이 그런 것일까. (퍼듀는 인디애나 주에 있다.)
이것은 누군가가 볼펜으로 장난을 친 것이 아니었다. 어이없게도, 신문이 처음부터 저렇게 인쇄되어 배포된 것이다. 경기가 열리는 인디애나폴리스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인디애나폴리스 스타> 4월2일자 스포츠 섹션 1면 기사였다.
그림도 황당했지만, '듀크를 경멸하기'라는 제목도 지나친 것이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는 이해할 수 있다. 전통의 강호 듀크를 다른 대학 팀과 팬들이 두려워하고 미워한다는 뜻을 그림과 제목에 담으려고 했을 것이다. 그래도 너무 나갔다.
편집진도 지나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신문 배포를 중지했다. 그러나 이미 상당한 부수가 퍼졌고, 코치 케이까지 보게 되었다. 그날 낮에 슈셉스키는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걸 처음 봤을 때, 누군가가 낙서를 한 줄 알았습니다. 어떻게 신문이 이럴 수가 있습니까. 유치해요. 정말 유치합니다. 내 손자가 일곱인데, 걔들(조차)도 이 그림을 싫어했어요. 우리 팀의 뛰어난 선수들은 학교에서 운동을 하고 졸업을 합니다. 만일 그들이 대학을 다닌다는 것, 그리고 이기고 싶어한다는 것 때문에 다른 사람으로부터 경멸이나 증오를 받는다면, 그게 뭘 뜻하는 줄 아세요? 그렇게 경멸하고 증오하는 사람이 문제가 있다는 뜻이죠. 그들이 문제입니다. 우리는 학업을 수행하고, 또 이기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이게 싫어요? 그럼 그따위 그림이나 그리세요. 그저 그림이나 끄적이시라구요. 이왕이면 다음번엔 좀 근사한 걸로 그려보든지요."
날벼락은 기사에 이름이 떡하니 박힌 취재기자가 맞았다. 그는 이러한 지면 디자인이 결정되는 과정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고, 그런 식으로 발행된다는 사실도 몰랐다. 아침에 전화와 이메일이 빗발쳐서 알게 되었다고 한다.
편집 책임자에 따르면, 이 그림은 전날 밤 마감이 임박한 상황에서 들어갔다고 한다. 단순한 아이디어였는데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 않고 그대로 지면에 반영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신문 편집자들은 배포를 중지시킨 뒤, 듀크 관계자들에게 아침부터 전화를 돌렸다. 사과하기 위해서였다. 전화를 받은 사람 중에는 그런 기사가 나왔다는 것을 모르는 이들도 있었다. 이날 오후 편집자들은 듀크 팀이 연습하고 있는 체육관의 라커룸으로 코치 케이를 찾아가서 사과했다. 코치 케이는 사과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신문사로서는 천만 다행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소송으로 비화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기발하거나 신선한 아이디어는 흔히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도 넘지 않아야 할 선이 있다. 가장 중요한 선은 매체의 정체성과 진정함-진실성(integrity)을 침해하지 않는 것이다. 이 선을 잘 인식하지 못하면 기막힌 아이디어와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인디애나폴리스 스타>의 코치 케이 묘사는 유치하기도 했지만, 이러한 선도 훌쩍 뛰어넘었다고 볼 수 있겠다. 2011년에 <뉴스위크>가 14년 전에 사망한 다이애나 황태자비를 디지털로 되살려 표지에 등장시킨 사례도 비슷하다. 모두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원칙의 필터로 한번 걸러봐야 한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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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mooni 2015/04/08 00:15 # 삭제 답글
저건 분명 단체로 약을 한 것이 분명했을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기 때문이죠...?
deulpul 2015/04/08 12:35 #
레드데빌 2015/04/09 02:27 # 삭제 답글
deulpul 2015/04/12 17:3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