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전염병 지역을 감춘다구요? 때時 일事 (Issues)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조짐이 심상치 않은 데다 그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람까지 연이어 발생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질병이 번지고 있는 지역과 병원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 국민 안전을 도모해야 할 정부가 어디서 이런 병이 나도는지를 감추느라 전전긍긍이다. 국민은 자기 안전을 스스로 알아서 챙겨야 할 지경이다.

발병 지역과 병원 이름 공개를 둘러싼 논란을 다룬 한 기사를 보면, 정부가 왜 병원 이름을 극구 밝히지 않는지 짐작할 수 있다.




'환자들이 내원을 꺼리는 피해' '(병원이) 경영상의 피해를 꺼려 보고하지 않을 가능성' 같은 것이 의료기관을 총체적으로 지휘 감독하며 국민을 보호하여야 할 정부 당국이 전염병 정보를 감추는 이유란다.

권준욱 총괄반장이 한 말, 즉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도 전염병 확산 때 지역이나 병원명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는 관련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거짓말을 하며 어거지 정책을 합리화하고 있다. 그런데도 그런 사실을 지적하는 언론은 별로 없다. 독자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줏대 있게 보도하는 언론은 기대하지 않더라도, 정부 당국자 말이 맞는지는 확인해봐야 하는 일이 아니겠는가.

이러한 주장이 무지이거나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아보기는 어렵지 않다.

미국에서 전염병 관리를 총괄하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홈페이지에는 작년(2014년) 에볼라 사태가 벌어졌을 당시 발표한 보도자료가 기록으로 그대로 남아 있다. 중요한 보건 사안이었으므로 아예 특집으로 묶여 있다. 이 중 중요한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강조는 내가).


▲ 2014년 8월21일: 두 미국인, 에볼라에서 회복되어 퇴원
- CDC는 에볼라 감염 증상으로 에모리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두 미국인이 퇴원하여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CDC는 에모리 대학병원에 대해, 이들 환자를 내보내도 공공 보건과 관련한 위험이 없다고 조언하였습니다. (중략) CDC는 에모리 대학병원의 의료팀을 지원하였으며 이 병원 환자들에 대한 검사를 수행한 결과 그들의 혈액 안에 에볼라 바이러스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하였습니다. (하략)

▲ 2014년 10월4일: 뉴어크의 환자 승객
- CDC의 방역보건위생 담당관은 10월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뉴저지의 뉴어크 리버티 국제공항으로 입국한 환자를 면담하고 증상을 검사했습니다. 환자는 연방정부, 주정부, 지역의 보건 담당관들의 관리 아래 지역 병원에서 모든 검사를 받았으며, 에볼라와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하략)

▲ 2014년 10월12일: 텍사스 주, 의료진의 에볼라 감염 사실을 보고
- 에볼라에 감염됐던 환자를 돌보았던 텍사스 장로병원의 의료진 한 명이 에볼라 양성반응을 보였다고 텍사스 주 보건부 실험실이 알려왔습니다. 이 의료진 환자는 초기 발열 사실이 확인된 뒤 격리되었으며 지금도 그런 상태입니다.

10월10일에는 텍사스 장로병원에서 감염 환자와 접촉한 또다른 의료진 한 명이 미열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보고했으며, 현재 검사가 진행중입니다. (하략)

▲ 2014년 10월12일: CDC, 에볼라 환자를 돌본 의료진의 감염 사실 확인
- 어제 밤 늦게 제출된 텍사스 주 보건부의 검사 결과를 확인한 CDC는, 텍사스 장로병원에서 에볼라 환자를 돌보았던 의료진 한 명이 에볼라 양성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댈러스 지역의 에볼라 환자를 돌본 이 의료진은 증상이 발생한 직후 바로 격리되었으며 지금도 그런 상태입니다. (하략)

▲ 2014년 10월15일: 텍사스, 또다른 의료진의 에볼라 양성 반응 보고
- 텍사스 장로병원에서 에볼라 환자를 돌보았던 두 번째 의료진에 대해 텍사스 주 보건부 당국이 지난 밤에 실시한 검사 결과 에볼라 양성 반응이 나타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하략)

▲ 2014년 10월16일: CDC, 비행기 승객에 대한 추적을 확대
- 텍사스 장로병원 의료진으로 에볼라에 양성 반응을 보이는 환자를 인터뷰하고 얻어진 정보에 근거하여, CDC는 지난 10월10일 프론티어 1142 항공기 편으로 댈러스 포트 워스와 클리블랜드를 오간 승객 전체에 대한 추적에 들어갔습니다. CDC는 10월10일 댈러스/포트 워스에서 클리블랜드로 간 프론티어 항공사 1142기의 승객들과 클리블랜드에서 댈러스/포트 워스로 간 프론티어 항공사 1143기의 승객들이 CDC로 연락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하략)

▲ 2014년 10월23일: 뉴욕 시, 국제 구호 기구 직원의 에볼라 양성 반응 보고
- 에볼라 감염 사태를 겪고 있는 아프리카 3개 나라 중 하나인 기니아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미국으로 돌아온 뒤 입원한 의료진 한 명이 에볼라 양성 반응을 나타냈다고 뉴욕 시 보건부 검사당국이 보고했습니다. 해당 환자에게는 검사 결과가 통보되었으며 현재 격리 상태입니다. 환자는 현재 뉴욕 시의 벨뷰 병원에 격리되어 있습니다. 벨뷰 병원은 뉴욕 주지사 쿠오모의 지시에 따라 에볼라에 대처하기 위해 지정된 8개 병원 중 하나입니다. (하략)


이것은 내부 자료나 보고서가 아니라 보도자료다. 국민과 언론에게 내놓는 발표 자료라는 뜻이다. 환자가 발생하거나 치료 받는 병원 이름이 명시되어 있고, 주민들의 안전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역 정보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이렇게 신속하게 해당 지역과 관련 병원 및 항공기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해당 지역 사회의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조처가 바이러스 확산을 예방하는 데 기여했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미국의 에볼라 사태보다 한국의 메르스 사태가 훨씬 경미한가? 지금 벌어지는 양상을 보면 그 반대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혹은 미국 국민의 목숨값보다 한국 국민의 목숨값이 저렴한 것인가? 그래서 미국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수시로 구체적인 정보를 내어가며 국민을 옳게 이끌지만, 한국 정부는 병원들이 입을 재산상의 손해부터 걱정해줘야 하는 것인가?

정부 담당자의 무지나 거짓이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유언비어를 엄히 단속하겠다고 나선 정부는 그 칼을 어디다 대어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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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Gatsby 2015/06/04 17:01 # 삭제 답글

    요즈음 돌아가는 꼴을 보고 있나니 deulpul 님께서 쓰신 한국의 인터넷 보안 문제에 대한 글이 떠오르더군요.
    메르스라는 해킹툴을 마스크라는 보안프로그램으로 막아야만 하는, 전적으로 개인에게 책임이 전가되는 이런 시스템 말이죠.
  • deulpul 2015/06/11 15:57 #

    국가가 안전을 지켜주지 않으니 각자 알아서 살아남는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일반화되면, 불필요하게 중복 투자를 해야 하는 개인들도 피곤하게 될 뿐만 아니라 공동체가 모래알이 된다는 점도 큰 걱정거리겠지요. 벌어지는 일을 보면 그렇게 되지 않기가 힘들겠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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