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가라앉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환자나 격리된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국민 모두가 다양한 방식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요즘 급속히 정착된 생활의 지혜는 남과 거리를 유지하기이다.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다른 사람을 피해야 한다.
그렇게 피할 수 있는 사람은 그나마 괜찮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메르스 최전선에 나서야 하는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이 고생이다. 이미 병에 걸린 의료진도 여럿이다. 메르스 돌풍 한 가운데서 갑옷 대신 방역복을, 칼 대신 청진기를 들고 싸우며 직업 소명을 다하는 의료진이 모두 무사하기를 빈다.
아직까지 업무중에 감염되어 확진 판정을 받은 기자가 없는 것도 다행이다. 사진 기자를 포함한 취재 기자는 무조건 현장에 가야 한다. 전세계적으로 언론인이 위험한 직업군에 속하고 실제로 희생되는 숫자도 많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전례 없는 전염병 사태를 전하는 현장의 기자들도 끝까지 건강하기를 빈다.
사태를 초기에 통제하지 못하고 지금처럼 손쓸 수 없게 확대시킨 데에 정부의 정보 비밀주의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 됐다. 우리는 이렇게 편하게 말하지만, 정부 당국이 신속하게 정보를 공개해 조심했더라면 병에 걸리지 않았을 환자나 그 가족에게는 피눈물이 나는 일일 것이다.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당국의 초기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이제 언론에서 흔하게 나온다. 그러나 언론이 (이번에도) 공범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보건복지부가 비공개 원칙을 정한 데서 비롯된 것이긴 했지만, 언론은 전국민의 안전이 걸려 있는 이 중요한 사안을 놓고 독자적으로 판단하기를 포기하고 정부의 방침을 무비판적으로 따랐다.
언론이 정부 방침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법은 없다. (제대로 된) 언론은 독립적인 보도 기관이지, 국가나 정부 부처의 대변자가 아니다. 권위주의 체제의 주요 언론에 붙는 '국영 방송' '관영 매체' 따위 규정어는 (적어도 언론 자유라는 측면에서 볼 때) 얼마나 수치스러운가.
언론 자유를 지향하는 민주 사회의 언론은 대개의 사안에서 대중의 공익을 최우선에 놓고 뉴스 판단을 하여야 하며, 그 결과 많은 경우 권력(정부)과 일정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거나 갈등하게 된다. 이것은 독립 언론의 숙명이다. 독립성을 잃는 순간, 즉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권리를 포기하는 순간, 언론은 언론으로서의 지위를 잃고 기관지로 전락한다. 언론이 정부가 정하고 요구하는 방침을 따르기만 한다면, 우리가 지금 언론학 교과서에서 보는 기라성 같은 보도 사례들은 대부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언론이 메르스 사태에서 언론의 사명을 생각하기 전에 정부의 정보 감추기 방침을 그대로 따랐다는 것은 창피한 일임과 동시에, 그 결과로 볼 때 아주 불행한 일이기도 하다. '언론의 박원순'이 한 매체만 있었더라도 사태는 좀 달라졌을 것이다.
언론이 정부의 정보 비공개 방침을 뒤늦게 목소리 높여 비난하는 것도 기회주의적이다. 잘못된 방침이 수정된 뒤에 이를 비판하는 것은 쉽고 안전하다. 언론이 해야 할 일은, 어렵고 위험하더라도 그런 일을 당사자(정부)나 독자나 대중에 앞서서 하는 것이다. 지금 상식이라고 목소리 높여 하는 말을 왜 그 때에는 하지 못했는가. 왜 그 때에는 실행하지 못했는가.
어제(6월15일) <경향신문>은 다음과 같은 알림을 냈다.

'100번 환자'와 '100번째 환자' 간의 차이는 중대하면서도 미묘하다. 이렇게 미묘한 데에서까지 인권을 고려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고 칭찬할 만한 일이지만, 우선 본래의 할 일부터 제대로 하는 게 더 시급하다. 지금 우리 언론은 100번 환자와 100번째 환자의 차이를 지면에 반영하는 정도의 대증요법으로는 치유되지 않는 본질적인 중병에 걸려 있다. 이런 뿌리 깊은 기저 질환부터 살피고 고쳐야, 안 하겠다고 한 뒤에도 한 지면 안에 두 방식을 섞어쓰는 것 같은 심각한 증세가 근본적으로 치유될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것은 특정 언론사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며, 이런 미묘한 것쯤은 돌아보지 않는 데가 더 많다는 것도 불행히도 별로 놀랍지 않다.
요즘 급속히 정착된 생활의 지혜는 남과 거리를 유지하기이다.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다른 사람을 피해야 한다.
그렇게 피할 수 있는 사람은 그나마 괜찮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메르스 최전선에 나서야 하는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이 고생이다. 이미 병에 걸린 의료진도 여럿이다. 메르스 돌풍 한 가운데서 갑옷 대신 방역복을, 칼 대신 청진기를 들고 싸우며 직업 소명을 다하는 의료진이 모두 무사하기를 빈다.
아직까지 업무중에 감염되어 확진 판정을 받은 기자가 없는 것도 다행이다. 사진 기자를 포함한 취재 기자는 무조건 현장에 가야 한다. 전세계적으로 언론인이 위험한 직업군에 속하고 실제로 희생되는 숫자도 많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전례 없는 전염병 사태를 전하는 현장의 기자들도 끝까지 건강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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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를 초기에 통제하지 못하고 지금처럼 손쓸 수 없게 확대시킨 데에 정부의 정보 비밀주의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 됐다. 우리는 이렇게 편하게 말하지만, 정부 당국이 신속하게 정보를 공개해 조심했더라면 병에 걸리지 않았을 환자나 그 가족에게는 피눈물이 나는 일일 것이다.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당국의 초기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이제 언론에서 흔하게 나온다. 그러나 언론이 (이번에도) 공범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보건복지부가 비공개 원칙을 정한 데서 비롯된 것이긴 했지만, 언론은 전국민의 안전이 걸려 있는 이 중요한 사안을 놓고 독자적으로 판단하기를 포기하고 정부의 방침을 무비판적으로 따랐다.
언론이 정부 방침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법은 없다. (제대로 된) 언론은 독립적인 보도 기관이지, 국가나 정부 부처의 대변자가 아니다. 권위주의 체제의 주요 언론에 붙는 '국영 방송' '관영 매체' 따위 규정어는 (적어도 언론 자유라는 측면에서 볼 때) 얼마나 수치스러운가.
언론 자유를 지향하는 민주 사회의 언론은 대개의 사안에서 대중의 공익을 최우선에 놓고 뉴스 판단을 하여야 하며, 그 결과 많은 경우 권력(정부)과 일정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거나 갈등하게 된다. 이것은 독립 언론의 숙명이다. 독립성을 잃는 순간, 즉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권리를 포기하는 순간, 언론은 언론으로서의 지위를 잃고 기관지로 전락한다. 언론이 정부가 정하고 요구하는 방침을 따르기만 한다면, 우리가 지금 언론학 교과서에서 보는 기라성 같은 보도 사례들은 대부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언론이 메르스 사태에서 언론의 사명을 생각하기 전에 정부의 정보 감추기 방침을 그대로 따랐다는 것은 창피한 일임과 동시에, 그 결과로 볼 때 아주 불행한 일이기도 하다. '언론의 박원순'이 한 매체만 있었더라도 사태는 좀 달라졌을 것이다.
언론이 정부의 정보 비공개 방침을 뒤늦게 목소리 높여 비난하는 것도 기회주의적이다. 잘못된 방침이 수정된 뒤에 이를 비판하는 것은 쉽고 안전하다. 언론이 해야 할 일은, 어렵고 위험하더라도 그런 일을 당사자(정부)나 독자나 대중에 앞서서 하는 것이다. 지금 상식이라고 목소리 높여 하는 말을 왜 그 때에는 하지 못했는가. 왜 그 때에는 실행하지 못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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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6월15일) <경향신문>은 다음과 같은 알림을 냈다.

'100번 환자'와 '100번째 환자' 간의 차이는 중대하면서도 미묘하다. 이렇게 미묘한 데에서까지 인권을 고려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고 칭찬할 만한 일이지만, 우선 본래의 할 일부터 제대로 하는 게 더 시급하다. 지금 우리 언론은 100번 환자와 100번째 환자의 차이를 지면에 반영하는 정도의 대증요법으로는 치유되지 않는 본질적인 중병에 걸려 있다. 이런 뿌리 깊은 기저 질환부터 살피고 고쳐야, 안 하겠다고 한 뒤에도 한 지면 안에 두 방식을 섞어쓰는 것 같은 심각한 증세가 근본적으로 치유될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것은 특정 언론사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며, 이런 미묘한 것쯤은 돌아보지 않는 데가 더 많다는 것도 불행히도 별로 놀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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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6 22:53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2015/06/17 18:50 #
비공개 답글입니다.2015/06/17 10:13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2015/06/17 18:57 #
비공개 답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