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봉사상을 받은 군수 때時 일事 (Issues)

선거때 ‘오바마 상’ 받았다던 고흥군수 알고보니 ‘허위사실 유포’

현 고흥군수가 2014년 선거 때 '오바마 봉사상'을 받았다고 홍보하였으나, 그 진위 여부를 놓고 재판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검찰은 군수가 그런 상을 받지 않고도 선거에서 이를 허위로 내세웠다고 주장하는 듯하고 군수측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듯하다. (그래서 위 기사의 제목은 잘못되었다. 아직 저렇게 결론(판결)이 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선거법 위반 혐의만 보자면 쟁점은 이렇게 될 것이다:

1. 군수가 '오바마 봉사상'을 실제로 받았는가
2. 받지 않았다면 군수가 그런 사실을 선거 때 알았는가

검찰의 주장은 1은 '아니오', 2는 '예'라는 뜻이 되겠다. 이 두 가지 조건이 모두 만족되어야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다. 1의 근거는 외교부를 통해 미국 해당 부서에 물어본 결과 이 군수가 수상자 명단에 들어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2를 어떻게 입증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군수측의 주장은 1이 '예'라는 것이 되겠다(따라서 2는 무의미). 그런데 마지막에 변호사가 했다는 말이 좀 의아스럽다: "이에 박 군수 변호인 측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 봉사상’ 수상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에 문제가 발생했다”며 무죄를 거듭 주장했다."

수상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게 무슨 뜻인가? 다른 기사를 보면, 변호사는 군수의 수상 시비에 대해, '한 매체'가 미국 기관에 조회해볼 때 영어 이름 표기가 달라 수상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런데 검찰은 외교부 라인을 통해 정식으로 물어보았는데도 그런 사실이 안 나왔다는 것이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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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점을 생각하기 앞서, 먼저 문제의 상을 한번 살펴보자.

군수가 '오바마 미국 대통령 봉사상'이라고 홍보한 상은 흔히 PVSA로 불리는 것으로, The President's Volunteer Service Award를 줄인 말이다. 이것은 대단한 공로가 있어서 주는 '대통령 상'이 아니라, 자원봉사자가 일정한 시간을 봉사한 데 대해 대통령이 감사의 표시로 전달하는 상이다. 다시 말해 공적 심사 같은 절차 없이, 정해진 자원봉사 시간을 이수하고 신청하면 내주는 상이라는 뜻이다. 어른의 경우 1년에 100시간 이상만 봉사하면 이 상을 받을 수 있다.

상의 취지는 물론 시민들이 활발하게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렇게 봉사를 고취하기 위한 게 상의 취지이므로, PVSA를 받은 사람은 무지하게 많다. 한 미주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 상을 받은 사람은 250만 명이 넘고, 미국인 120명 중 한 명이 이 상 수상자라고 한다.

그런데 이 상을 '오바마 미국 대통령 봉사상'이라고, 원어에 없는 오바마 이름까지 붙여서 한국어로 옮겨 놓으면, 마치 우리의 청룡봉사상같이 특별한 공적이 있는 사람을 엄정하게 심사하여 주는 상처럼 들린다. 그 귀하고 영예로운 '대통령 표창'으로 오해하기 십상이다. 사실 상의 취지로 보면 PVSA도 청룡봉사상 못지않게 영예스러운 것이지만, 이렇게 흔한 상을 과대포장해 홍보에 써먹기로 작정한 한국 사람이 그런 생각을 했을 것 같지는 않다.

여하튼 이렇게 수상자가 많다 보니, 한국인도 있다. 가수 김장훈과 설운도도 수상자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 상이 미국 시민과 영주권자만 대상으로 하면서 수상이 취소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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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단체의 자료에 따르면, 이 상의 수상 대상자가 미국 시민이나 영주권자로 변경된 것은 2012년부터라고 한다. 그러니까 그 전에는 국적에 상관없이 상을 신청하고 내주었다는 말이 될지도 모른다. 군수측 변호사도 옛날에는 외국인도 상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모양이다.

외국인(비미국인)으로서 미국에 살지도 않았던 군수가 어떻게 미국에서 주는 봉사상의 수상 대상이 될 수 있었을까. 이것은 중간에 자원봉사 시간을 인증해주는 각종 단체가 끼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 단체들은 자원봉사자의 봉사 시간을 인증해주고 수상을 추천한다. 개인은 이 단체들을 통해야 PVSA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 단체란, 개인의 자원봉사 내용을 인증할 정도만 되면 된다. 따라서 인증 단체로 인정받기 위한 자격 요건이 까다롭지 않다. 위에서 인용한 기사는 이렇게 썼다(강조는 내가):


(대통령 봉사상을 관장하는) CNCS는 일정한 자격을 갖춰 인가를 받은 기관, 단체에 한해 대통령상 수상자를 추천하고 시상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하고 있다. 이같은 자격을 받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 이 상을 추천하고 수여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단체는 무려 3만 개 정도이다. 이 중 한인 단체만도 수백 개나 된다. ... 인증 단체는 비영리단체, 학교나 연구소, 교회 등 종교 단체, 노동조합, 상공회의소 등 비즈니스 단체, 시민 봉사기관이나 단체, 정부 기관, 그리고 해외 소재 미국 기관 단체(군대 포함) 등등으로, 인증 자격을 신청하면 심사해 허가를 받는 데 어렵지가 않다.


자원봉사 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가 되는 개방적인 시스템이다. 사기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누가 자원봉사라는 주제를 놓고 사기를 치겠는가!) 신뢰 자본이 비교적 풍부한 사회의 틀에 맞춰서 설정된 셈이다. 거꾸로 말하면 사기를 치기 매우 쉬운 시스템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를테면 한국인이 달려든다든가 하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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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봉사상'을 받았다는 군수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는 어느 특정한 해에 최소한 100시간의 자원봉사를 하였으며 이를 근거로 하여 어떤 인증 단체를 통해 상을 받았다는 말이 되겠다.

고흥군 홈페이지에 실려 있는 군수의 경력은 다음과 같다:




연도 표시가 없어 따지기 쉽지 않지만, 이 중에서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자원봉사상을 받을 활동으로 볼 만한 게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혹은 그런 활동을 경력 목록에서 빼놓았을지도 모른다. '오바마 봉사상'을 받았다고 홍보할 정도로 영예스러운 활동인데, 왜 명시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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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의 성격, 군수의 '자원봉사 활동' 내역이나 가능성, 그리고 재판에서 나왔다는 말들을 고려하면서 맨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검찰은 확인 결과 수상 사실이 없다고 하고, 군수측은 받았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내가 보기에 이런 모든 주장을 동시에 성립시킬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은 브로커의 존재뿐이다. 군수는 인증 단체를 가장한 브로커를 통해 이 상을 샀고, 브로커가 그 상을 군수에게 전달했을 가능성이다. 신뢰에 기반해 설립한 인증 시스템의 허술함을 악용하려는 작자들, 그리고 '미국에서 대통령 상을 받았다'라는 말이 한국에 뿌리는 눈부신 허우대 효과를 잘 아는 작자들이 손을 잡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군수가 실제로 상을 받은 뒤 김장훈이나 설운도처럼 실격되었는지, 아니면 처음부터 상을 받지 않았는지는 알기 어렵다. 그러나 중간에 브로커가 끼어 있다는 사실, 따라서 군수는 (실제 자원봉사 여부와 상관없이) 상을 받았다고 확신하고 있다는 사실 등은 명확하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인의 저력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미국에 있는 한인 최대 자원봉사 단체의 수장을 지내다 비리 혐의로 물러난 인간 소식을 전하는 한 미주 매체의 제목은 "뒷돈만 주면 대통령 봉사상까지..."였다.


미주신문 <선데이저널> 기사, 이곳에서 재인용


이런 스토리는 아주 흡사한 어떤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신정아의 예일대 학력 위조 사건이다. 여기서도 실제로 학위를 받은 사실은 없었지만, 당사자는 분명히 받았다고 믿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 신정아 사건은 거대한 학력 위조 브로커 사건이기도 하다. 이 부분은 완전히 덮히고 넘어갔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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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 그런데 탱자가 회수를 건너면 귤이 되는 경우도 있다. 아주 많다. 귤 정도가 아니라 자몽, 멜론, 파인애플 급이다. 여기서 회수란 태평양이다.

한국 사람이 꽤 똑똑하고 성실하다는 점은 인정할 만하다. 그러나 한국인이 미국에서 거두었다는 성과는 지나치게 화려하다. 미국에 사는 한국 학생은 1/3이 천재고, 1/3이 영재며, 나머지 1/3은 신동이다. 태평양을 건너 오는 소식만 보자면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한국인은 미국의 모든 상을 다 휩쓰는 것 같다. 사업도 최고고, 운동도 최고고, 학문도 최고고, 공동체 봉사도 최고고, 여하튼 모두 최고다. 역시 태평양을 건너 오는 소식만 보자면 그렇다.

누가 미국에서 어떤 성과를 거두었네 하며 매체에 나오는 소식에 감탄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늘 하는 말이 있다. 절반 깎아서 들으십시오. 그것도 많이 봐준 거다. 터무니없는 과장, 어이없는 포장으로 치장된 것들이 태반이다. 매체에 요란하게 보도되는 일일수록 그럴 가능성이 크다. 최근에도 태평양을 건너온 북버지니아의 한 천재 여고생 소식에 거의 모든 언론과 그들을 믿은 한국인이 함께 놀아나지 않았던가.

이런 일은 물론 1) 누가 미국에 가서 일일이 확인하지는 않는다는 점, 2) 한국과 미국의 보상이나 명예 수여 시스템이 다르다는 점, 그리고 3) 미국을 내세우면 일단 약빨이 먹힌다는 점 등을 악용하여 잇속을 채우려는 인간들이 있기 때문에 벌어진다. 한마디로 미국 팔아 장사하려는 인간들이다.

그런 사기성 영업이 여전히 잘 통한다는 것이 근본적인 불행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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