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나무 짧을短 생각想 (Piece)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 했다.

(윤동주, '서시(序詩)' 일부)

사진에 담긴 것은 괴로워하다 자진한 나무와 괴로워하면서도 버틴 나무다.

바람은 공정히 불었으나, 그로 인해 괴로워한 결과는 천양지차다.

한 나무가 더 괴로웠고 다른 나무는 덜 괴로웠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면 어떤 나무가 더 괴로움을 겪어 왔을까.

다 털어버린 나무는 괴로움으로부터 해방되었으나, 아직 감수성을 무수히 달고 있는 나무는 여전히 흔들리며 괴로워야 한다. 겪는 괴로움의 양에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겉보기와는 반대일지도 모른다.

바람은 밖에서 불지만 괴로움은 안으로부터 나오는 것, 부끄럽지 않기로 결의하면서 시작되는 것.

부끄럽지도 않고 괴롭지도 않으려면 털어버리는 것 말고는 수가 없는 것 같다.


--- ** --- ** ---


두 나무는 불과 너덧 걸음 떨어져 있고, 크기나 수령(樹齡)도 비슷해 보인다. 다만 수종이 다르니 이런 그림이 벌어질 것이다.

하긴 같은 가로에 서 있는 은행나무들도, 어떤 놈은 잎이 다 털린 채 초라하고 왜소하게 서 있는가 하면 어떤 놈은 여전히 풍성히 잎을 달고 노란 광채를 뽐내고 있는 놈들도 있으니, 이것은 수종과도 상관없는 개성의 영역인지도 모른다.

냉대 기후에 적응된 탓인지 지난 두 계절 동안 나는 더워서 혼이 났다. 여름보다 가을이 더 더웠다. 여름이면 똑같이 벗지만 가을이면 똑같이 입어야 하기 때문이다.

되도록 옷을 얇게 입었다. 갑자기 쌀쌀해진 날이면 좀 살 것 같았다. 사람들은 비장해 둔 제철 옷을 꺼내 입었다. 그런 날 사람들 틈에 끼어있는 나를 누가 봤다면 저런 모양이었을 게다.

같은 건 이상하다. 다른 게 정상이다. 어떤 사람이 어떤 꼴을 하고 있으면, 대개 거기에는 그만이 알 수 있고 그만이 감당해야 하는 사정이 있는 것이다.

너는 왜 잎을 다 떨구고 있니? 너는 왜 잎을 그렇게 이고 있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다만 손잡고 조용히 바라보는 미덕을, 창문 밖으로 보이는 두 그루 나무로부터 배운다.



Advertisement


 

덧글

  • Silverwood 2015/11/26 20:53 # 답글

    더 예민해서 저랬지 않았을까 싶네요. 요즘 제 심정도 좌측 나무 처럼 모든걸 놓아버리고 싶은데..완전체 왕따가 되어버리니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도망가고 싶은데 구멍은 없고..사라지는게 빠를거 같은 생각..
  • deulpul 2015/11/27 00:31 #

    비록 빠르고 쉽지만 옳은 길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자강불식, 버티십시오. 저는 못 하면서 남에게는 그렇게 말씀드리네요.
  • Joe 2015/12/08 15:11 # 삭제 답글

    노래 한 곡 보내드립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pm2WpR0K1Y
  • deulpul 2015/12/09 20:35 #

    아, 고맙습니다. 가사 띄워놓고 오래오래 들었습니다. 노래 자체도 좋지만, 저로서는 더욱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렇게 선언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 Joe 2015/12/10 02:23 # 삭제 답글

    조금이라도 힘이 되었다면 정말 다행입니다. 노래를 통해 용기와 에너지를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뮤지션들에게는 큰 보람일 것 같습니다 (나는 뭐하고 사나… ㅠㅠ).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시고, 새해 뜻하는 일들 모두 이루어 나가시길 바랍니다!!
  • deulpul 2015/12/11 13:54 #

    시와 노래는 애달픈 양식이기도 하고 때론 든든한 친구 같기도 하지요. 다시금 감사드리고 Joe님도 행복한 연말, 복된 새해 맞이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댓글 입력 영역



Adsense

Adsense2

구글 애널리틱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