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순위 19위 한국의 약점 섞일雜 끓일湯 (Others)

지난 1월 20일 미국 주간지 <US 뉴스 & 월드리포트>는 세계 60개 나라를 대상으로 하여 '최고 국가는 어디인가(Best Countries: Ranking Global Performance)'라는 순위를 내놓았다. 순위 매기기 좋아하는 잡지답다. 시간이 좀 지났지만, 생각해 볼 바가 있으므로 잠깐 살펴 보자.

우선 수많은 나라 중에서 60개만을 대상으로 한 것은 이유가 있다. 이 잡지가 대상 국가 선정을 위해 사용한 기초 자료는 다음의 네 데이터다.

  • 2013년 GDP 100대 국가 (유엔 자료)
  • 2012년 국제 관광객 유치 100대 국가 (세계은행 자료)
  • 해외 직접투자 유치 100대 국가 (유엔 2013년 세계 투자 리포트)
  • 2014년 인간 개발 지수 상위 150개국 (유엔 자료)

이 네 자료에 모두 포함되어 있는 나라는 60개였으며, 이 나라들이 순위를 매기는 대상이 됐다. 일단 여기 들어갔다는 것만으로도 그럭저럭 어느 정도는 된다는 뜻이라고 하겠다.

순위 선정에는 아홉 개의 지표가 사용되었으며, 각각의 지표에 서로 다른 가중치를 두었다. 각 지표의 내용과 가중치는 다음과 같다.

1. 방문친화성 Adventure (3.24%): 친절함, 즐거움, 온화한 날씨, 아름다운 풍경, 매력적

2. 시민의식 Citizenship (16.95%): 인권 준수, 환경 배려, 성평등, 진보성, 종교 자유, 재산권 보호, 상호 신뢰, 권력 분산

3. 문화영향력 Cultural Influence (12.93%): 문화 예술적 중요성, 유행선도적, 행복함, 문화적 영향력, 현대적, 품위, 문화적 첨단

4. 기업활동 Entrepreneurship (17.42%): 외부 세계에 개방, 전반적 교육 정도, 기업 배려성, 혁신, 자본 조달의 용이성, 숙련된 노동력, 기술적 전문성, 투명한 기업 관행, 발달된 인프라, 발달된 법률 시스템

5. 문화유산 Heritage (3.17%): 문화적 배경, 풍부한 역사, 훌륭한 음식, 다양한 문화적 매력

6. 역동성 Movers (10.00%): 독특함, 독창성, 역동성, 유일함

7. 기업환경 Open for Business (11.99%): 관료주의, 저렴한 생산비, 부패, 세금우대 제도, 투명한 정부 관행

8. 국력 Power (7.42%): 리더, 경제적 영향력, 정치적 영향력, 강력한 국제 연대, 강력한 군대

9. 삶의질 Quality of Life (16.89%): 일자리, 수입, 경제적 안정, 가족친화적, 소득 평등성, 정치적 안정, 안전성, 발달된 공교육 시스템, 발달된 공공의료 시스템

여기서 Entrepreneurship(4번)과 Open for Business(7번)은 조금 혼동스럽다. Entrepreneurship은 기업 활동 주체의 측면, Open for Business는 기업 환경의 측면을 개념화한 것 같은데, 하위 지표들은 사실 유사하다. '기업가 정신'이라고 할 4번에도 기업을 하기에 얼마나 좋은가와 관련한 지표들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한 나라를 국제적으로 평가할 때, 투자를 하고 기업을 해서 돈을 뽑아내는 일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조사 결과 나온 순위는 다음과 같다.




한국은 19위다. 순위 그 자체보다는 남들이 보는 우리의 강점, 약점이 무엇인지를 살피는 것이 더 가치있을 것이다. 아래는 1~5위를 한 국가들과 한국을 비교한 그림이다.



1위인 독일과 비교하여 본다. 역동성 부문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국이 낮다. 국력이나 문화영향력 같은 부문의 차이는 당연한 것 같고, 기업 관련 두 부문도 이해할 만한 정도로 낮다. 상대적으로 특히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시민의식과 삶의 질이다.



2위인 캐나다와의 비교다. 역동성은 역시 한국이 앞서고, 국력도 비슷한 정도로 평가했다. 두 나라의 차이를 2위와 19위로 급격히 벌려놓은 것은 역시 시민의식과 삶의 질이다. 두 부문에서 캐나다는 만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방문친화성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3위인 영국과의 비교다. 국력 차이는 그렇다치고, 시민의식과 문화 영향력 부문에서 큰 차이가 나타났다.



4위 미국이다. 미국은 삶의 질이나 시민의식 부문에서 다른 상위 국가들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넘사벽 국력이 만점을 기록하면서 순위를 끌어올렸다. 세계 문화를 선도하는 문화영향력 측면도 점수가 높았다.



5위인 스웨덴은 1~5위 국가 중에서 그나마 한국이 좀 비빌 수 있는 나라다. 면적은 한국의 네 배지만 인구는 5분의 1밖에 안 된다. 국력은 한국이 훨씬 강하다. 이 나라와 한국의 성적을 비교하면, 이미 충분히 드러났던 한국의 약점이 극적으로 표시된다. 국력이 강한 한국이 스웨덴보다 4배위 가까이 뒤처진 것은, 시민의식과 삶의 질에서 나타난 엄청난 격차 때문이다. 방문친화성과 문화영향력 부문도 상당히 차이가 난다.

이상의 그림을 보면, 1~5위 국가들은 두 가지 패턴을 보인다. 전통적 강국인 [독일-영국-미국]의 패턴과 [캐나다-스웨덴] 패턴이다. 이 두 패턴들은 각각 그 모양이 아주 흡사하다.

한국은 어떤 패턴과 비교해도 시민의식 부문과 삶의 질 부문에서 큰 격차를 보인다. 이것은 이 두 영역에서 한국의 점수가 워낙 낮기 때문이다.

한국이 명실상부한 최고 국가(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살 만한 국가가 되기 위해서 한국의 주체들이 가장 힘써야 할 것은 이 나라를 시민의식이 넘치고 삶의 질이 충분히 보장되는 나라로 만드는 일이다. 위의 그림들로도 분명하게 드러나며,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도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중간은 되는 것으로 평가되는 기업 환경 조성(이른바 '기업하기 좋은 나라')보다 이런 일이 더 시급하고 중요한 것이다.

참고로 삶의 질의 하위 지표로 사용된 것을 다시 열거하자면, 일자리, 수입, 경제적 안정, 가족친화적, 소득 평등성, 정치적 안정, 안전성, 발달된 공교육 시스템, 발달된 공공의료 시스템 등이다.

시민의식은 마치 한국인 개개인이 의식이 낮아서 점수가 낮게 나온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그런 점도 없지 않지만, 그보다는 정부나 사회 시스템이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고 고양하여 주는가에 더 주목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사용된 하위 지표를 다시 열거하자면, 인권 준수, 환경 배려, 성평등, 진보성, 종교 자유, 재산권 보호, 상호 신뢰, 권력 분산 등이다.

이런 일을 힘써 하지 않는 한, 한국이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가능성은 없다. 적어도 <US 뉴스 & 월드리포트>의 순위로 보자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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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 (2월 10일 16:30)

이 순위가 어떻게 결정되었는지를 조금 자세히 밝혀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US 뉴스 & 월드리포트>가 세계적인 마케팅 회사인 BAV 컨설팅사 및 펜실베이니아 대학 와튼 스쿨(경영대) 연구진과 함께 수행한 이 작업은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진행되었다.

  1. 대상 국가 60개 선정(기준은 위에서 설명)
  2. 국가 특성을 나타내는 하위 지표 항목 65개 선정
  3. 전세계 1만6천 명을 상대로 각 국가가 이런 특성을 어느 정도 가졌는지 점수 매기는 서베이 실시
  4. 하위 지표들을 9개 상위 지표로 그룹화하여 각 상위 지표별 평균 점수 산출
  5. 상위 지표들의 가중치는 각 지표와 '일인당 구매력 평가 기준 국내 총생산(GDP - PPP)' 간의 상관관계 정도로 결정
  6. 국가별로 상위 지표들의 가중치 반영 점수를 합산하여 순위 결정

그러니까 어느 나라가 최고인가를 결정하는 데 사용한 기초 자료는 세계인을 표본 선정하여 이들에게 각 국가의 특성에 대해 물어본 서베이 데이터다. 위에서 쓴 내용을 다르게 표현하자면, 세계 사람들은 한국을 시민의식이 떨어지고 삶의 질이 낙후한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이러한 방식에 대해 <US 뉴스 & 월드리포트>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2016 최고 국가 순위는 (한 나라에 대한) 세계의 인식이 수많은 질적 특성과 인상의 측면에서 어떻게 그 나라를 규정하는지 보여준다. 이러한 특성과 인식은 교역, 여행, 투자의 잠재적 가능성을 결정하며, 따라서 그 나라의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고 합니다.


 

덧글

  • 긁적 2016/02/04 15:37 # 답글

    이게 반도가 헬인 제일 중요한 이유죠.
    사실 일을 하면 돈보다는 사람이 더 직접적으로 스트레스 주는 거 아니겠습니까. 근데 사람이 저 모양;;
  • deulpul 2016/02/05 12:47 #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인간적 측면도 중요하다는 말씀이시겠죠? 그렇... 습니다.
  • 이희원 2016/02/06 11:25 # 삭제 답글

    좋은 글 잘 봤습니다.
    국민은 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는 말을 돌아보면..
    낮은 시민의식은 저급한 정치인을 선택하고,
    그 정치인은 국민보단 자기들 기득권을 우선시 챙기기 때문에..
    결국은 자업자득이군요~ㅜㅠ
    올해를 전환점 삼아, 직접 민주주의가 활성화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deulpul 2016/02/10 16:20 #

    저도 똑같은 바람을 가져 봅니다.
  • bongs 2016/02/06 11:38 # 삭제 답글

    저 자료의 공신력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합니다. 시민의식 레벨이나 문화유산 레벨이 지나치게 낮은 점이 눈을 의심케 합니다만, 저것이 현실이라면 참 답답한 노릇이군요.
  • deulpul 2016/02/10 16:27 #

    어떻게 순위가 작성되었는지를 [덧붙임]으로 추가하여 두었습니다. 저는 적어도 한국에 관한 지표들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고 보며, 그것은 한국인 처지에서 생각하자면 '현실이라면 답답하다'라기보다 '답답한 걸 보니 현실이다'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유산 지표는 그 하위 지표들(음식, 역사, 문화적 매력 등)을 고려해 보면 이해가 되지 않을까요. 우리는 우리 것에 큰 자부심을 느끼지만 나라 밖에서는 거의 알지 못하고 있으며, 예컨대 중국이나 일본의 음식/역사/문화 따위에 대한 인지도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습니다.
  • 초식남 2016/02/07 04:12 # 삭제 답글

    보통 보면 헬조선의 원인을 정부와 대기업에서 찾는다. 근데 그것은 낮은 시민의식의 부산물일 뿐이다. 시민의식이 낮아서 헬조선이 된거다. 당장 내 인생을 엿같이 만드는 직장에서의 군대 문화, 야근 및 회식 문화 등이 정부 탓이니가 재벌탓인가? 정답은 너탓이다.
  • deulpul 2016/02/10 16:29 #

    일부 맞는 말씀이지만,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 NorthShore 2016/02/10 06:30 # 삭제 답글

    인권 준수, 환경 배려, 성평등, 진보성, 종교 자유, 재산권 보호, 상호 신뢰, 권력 분산... 짧은 한국 방문 기간에도 저리게 실감할 수 있었던, 지금 한국에서 가장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대목들이군요.
  • deulpul 2016/02/10 16:35 #

    국가 순위 2위국, 더구나 삶의 질과 시민의식이 각각 1, 2위인 나라에서 생활하시면서 한국 사회를 보면, 점수로 표현된 한국의 상태를 정말 뼈저리게 실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쓰시는 글에서도 종종 그런 느낌이 진하게 느껴집니다. 이런 부분을 한탄하지 않을 때가 언제쯤이면 올까요...
  • KJW 2016/02/12 18:37 # 삭제 답글

    댓글들을 보아하니

    어짜피 대중은 개 돼지 입니다.
    라는 영화의 대사가 떠오릅니다.

    일제 강점기 이후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크니
    자연적으로 정치와 경제를 주무르고 관심을 둔 사람들은
    그 이후 먹고사는게 아무 문제가 없는 부류들의 것이였죠.

    대부분의 국민들은 아무런 관심이 없었고
    그저 해방된 기쁨만 누리고 있었을겁니다.
    그 후 또 625... 어찌보면 연속된 배고픔에 익숙해져
    나라에서 하라는데로만 하다보니 순종적이게 되어버렸고
    정치적 수단인 지역 나눔에 의해 서로 증오하고 싸우고
    특정정당에 대한 무조건 지지,
    또 극심하게 도가지나친 정경유착으로 인해
    기업들과 언론과 정치의 연합... 힘있는 자들에게
    빌붙고 잘보여서 뽑힌 후보가 가장 뛰어나서 후보로 나왔구나라고
    착각하고 선거를 하게되죠.

    또 그들은 대다수의 살기 바빠 관심을 덜 가질 수 밖에 없는
    국민들을 갈라놓고 또 갈라놓고 자기편으로 만들고는 합니다.
    또... 상대적으로 먹고 사는 문제에서 해방 된 어르신들은
    나이가 들어서야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평생 세뇌된
    기억에 힘있는 자들에 편에 서게들 되죠.

    또 젊은 것들이 정치얘기하면 니들이 뭘아냐? 라고 하는
    어르신들도 있죠 ㅎㅎㅎ
    여러가지 복합적인 문제 입니다.

    뭐 제가 말하고 싶은건 대다수의 국민들이
    정치나 경제에 관심이 없는 개돼지가 아닌
    각자의 삶에 치여 신경을 쓸 여력이 없는 것이다.
    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 deulpul 2016/02/13 11:22 #

    여러 생각을 하게 하는 말씀이네요. 그래도 어떤 때는 정치로 나라가 망한다, 혹은 셋만 모이면 정당 만든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대중이 정치에 몰두한 적도 많았습니다(말씀하신 해방 직후가 대표적이겠지요). 민주 시민으로서의 가치를 배우고 실천하는 일은 사실 현실 정치에 참여하는 일과 직접적인 상관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변이 깊고 탄탄해지면 당연히 현실의 흐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그보다는 말씀하신 '각자의 삶에 치여' 할 때 그 각자의 삶에서 구현하고 개선해 나갈 수 있는 일들이 태산처럼 많다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삶, 그 현장이 바로 정치고 경제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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