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이 동전 던지기로 이겼다고? 미국美 나라國 (USA)

뒤늦게 이런 기사를 보게 되었다.

행운의 신은 힐러리에게 미소를 던지고 있다: 아이오와 경선의 이상한 '동전던지기' 투표 방식 때문이다

이 기사를 요약하자면,

  •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5개 선거구에서 참여자 일부가 사라진 것을 동전 던지기로 대치한 바, 모두 힐러리 클린턴이 이겼으며 그 결과로 클린턴의 696표 중 다섯 표가 더해졌다.
  • 버니 샌더스가 동전 던지기를 이겼다면 오히려 결과는 거꾸로였을 것이고, 따라서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클린턴이 이긴 것은 동전 던지기의 행운 덕분이다.

라는 것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힐러리가 가져간 5표도 사실은 샌더스 몫이 될 수 있었다는 거다. (중략)

다른 4개 지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또 벌어졌다. 신기하게도 힐러리 클린턴 측이 동전던지기에서 매번 이겼다. 만약 샌더스 측이 동전던지기에서 이겼다면 오히려 샌더스의 득표수가 697, 클린턴의 특표수가 691이 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만약 샌더스 측이 5회 중에 두번 만 이겼어도 지금 득표수는 694 대 694로 동일한 결과였을 것이다. 만약 하늘에 '동전던지기의 여신'이란게 존재한다면 이 신은 힐러리의 손만 계속 들어주고 있는 셈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기사의 내용은 완전히 잘못되었다. 이런 잘못은 미국 대선 제도, 구체적으로는 아이오와 코커스의 진행 방식에 대한 무지 혹은 오해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미국 대선이 그 구체적인 양상에 있어 아무리 소박하고 종종 코믹하다 하더라도, 민의를 대표할 대의자를 뽑는 과정에서 우연이 민의를 절대적으로 대치하도록 할 정도로 엉망이지는 않다.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민주적 기본 원칙에 완전히 어긋나기 때문이다.

아이오와 코커스의 선거구 다섯 곳에서 동전 던지기로 대표자를 뽑은 것은 맞다. 그런데 이렇게 뽑힌 대표자는 주 대의원, 말하자면 위 기사에서 클린턴이 696표, 샌더스가 692표 얻었다고 하는 그 대의원(주 레벨이라고 하자)이 아니다. 동전 던지기로 결정된 대표자들은 각 선거구의 기초 단위에서 뽑히는 지역 대의원(카운티 레벨이라고 하자)일 뿐이다. 아이오와의 민주당 코커스에서 카운티 레벨 대의원의 수는 1만 명 이상이다. 이 중 다섯 명이 동전 던지기로 뽑힌 것이다.

위 기사는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혹은 무시한 채), 주 레벨 대의원이 동전 던지기로 선출되었고 클린턴이 이를 모두 이겼으므로 우연의 도움으로 코커스에서 승리했다고 잘못 서술한 것이다.


--- ** --- ** ---


이러한 터무니없는 오류는 물론 해당 매체나 필자의 잘못이지만, 미국 대선 제도가 복잡한 것도 한 원인이긴 하다.

아이오와 코커스가 진행되는 양상을 간략히 살펴보면 이러한 잘못이 어디서 나왔는지 쉽게 알 수 있다.

① 아이오와 민주당 코커스의 선거구는 1,683개다. 각 지역의 당원들은 여기 가서 회합의 형태로 행사를 치르며 지지 의사를 표출한다. ② 이렇게 하여 각 선거구에서 뽑히는 대의원은 (주 레벨 대의원이 아니라) 카운티 레벨의 대의원이다. 아이오와의 카운티 레벨 대의원 수는 11,065명이다. ③ 후보자별로 카운티 레벨 대의원 수가 결정되면, 이 수에 따라 주 레벨 대의원 수가 결정되는데, 그 총수는 1,406명이다. 클린턴이나 샌더스 등 후보자들이 최종적으로 차지하는 대의원 수(즉 승부를 결정짓는 숫자)는 바로 이 주 레벨 대의원 수다.

이런 과정을 한 자료를 참고하여 알기 쉽게 그림으로 표시하면 다음과 같다.




사실 이번 코커스 결과로 카운티나 주 레벨 대의원이 즉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선출 행사는 3월과 4월에 따로 또 한다. 이번 코커스로 결정되는 것은 말하자면 후보별로 주 대의원을 분할하는 양상이 그렇게 되리라는 추산치(statewide delegate equivalents)이다.

까딱하면 실수하기 좋을 정도로 복잡하긴 하다.


--- ** --- ** ---


위 기사의 잘못은 코커스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에 발생하였다고 하자. 그 잘못보다 더 명백하고 심각한 잘못이 있다.

이 기사는 내용의 근거를 아이오와의 한 언론 기사에 두고 있으며, 그 기사를 본문에 링크하였다. 그런데 해당 영어 기사는 '클린턴이 동전 던지기로 이겼다'는 내용 뿐만 아니라, 이것이 클린턴이 간발의 차로 승리한 아이오와 코커스의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까지 분명히 밝혔다.


비슷한 상황이 주 전역의 몇몇 선거구에서 벌어졌으나, (이러한 동전 던지기가) 전체 결과, 즉 클린턴이 주 대의원의 49.9%를, 샌더스가 49.5%를 차지한 결과에 미친 영향은 극단적으로 적었다. 동전 던지기로 결정된 대의원은 카운티 대회에 파견될 대의원이며, 이들은 주의 1,681 선거구에서 수천 명이 선출된다. 이들은 아이오와 코커스 최종 결과로 보고되는 주 대회 파견 대의원들이 아니다.

Similar situations played out at various precincts across the state, but had an extremely small effect on the overall outcome, in which Clinton won 49.9 percent of statewide delegate equivalents, while Sanders won 49.5 percent. The delegates that were decided by coin flips were delegates to the party's county conventions, of which there are thousands selected across the state from 1,681 separate precincts. They were not the statewide delegate equivalents that are reported in the final results.


원 기사가 이렇게 1) 동전 던지기가 코커스 결과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과 2) 이런 방식으로 결정된 대의원들은 주 레벨이 아니라 카운티 레벨로 뽑히는 수천 명 중 일부라는 점을 분명히 명시하였는데도, 한국 기사는 이를 무시하고 '클린턴이 이긴 것은 동전 던지기의 행운 때문이다'라고 썼다.

영어 기사에 근거하여 링크까지 해 가며 작성한 기사이므로, 영어 해석력의 문제 때문에 빚어진 일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의도적으로 무시, 혹은 누락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원 기사가 제시한 중요한 단서를 무시하고 일부만을 선정적으로 해석하여 글을 써낸 것은 변명의 여지가 별로 없다.

지금도 클린턴이 아이오와 코커스를 동전 던지기로 이겼을 수도 있다고 잘못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이 일깨워 주시기 바란다. 이와 관련한 NPR 기사(위에 링크)의 제목은 '아니, 힐러리 클린턴이 동전 던지기로 이긴 건 아니지(No, Coin Flips Did Not Win Iowa For Hillary Clinton)'이다.



Advertisement




[덧붙임] (2월 7일 21:40)

글을 올리고 나서 다른 매체의 기사들을 잠깐 찾아 보았다. 위 기사처럼 분명하게 잘못 쓴 기사는 SBS의 '반상회 같은 대통령 선거…'동전 던지기'도 가능하다니'이다(강조는 내가):


투표에 참여하겠다고 코커스 현장에서 등록했던 유권자 60명이 투표도중 사라지고, 6개 기초선거구는 결과가 거의 비슷해 대의원 1명을 누구에게 보낼 지 몰라 동전던지기를 했습니다. 당내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하지만 클린턴 후보가 6곳 모두에서 이기면서 부정의혹까지 제기된 것입니다. 6곳에서 3대 3만 기록했어도 샌더스가 이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동전 던지기'를 보도한 다른 기사들은 '클린턴이 동전 던지기로 승리했다'라고까지는 쓰지 않았으나, 독자가 그렇게 오해하기 좋도록 아무런 단서를 달지 않았다.


참고로 위 NPR 기사에 따르면, 아이오와 민주당은 실제로 12개 이상의 선거구에서 동전 던지기가 행해졌으며 샌더스 측도 상당수를 이긴 것으로 파악했다. 힐러리가 동전 던지기로 코커스를 이겼다는 것은 물론이고, 힐러리에게 행운의 신(여신)이 미소 운운도 사실이 아니었던 셈이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



Adsense

Adsense2

구글 애널리틱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