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뉴스'의 위험성 중매媒 몸體 (Media)

귀성길 톨게이트 직원 모습 방송보도…초상권 침해일까

어떨 것 같습니까?

법원의 판단은 엇갈리게 나왔다고 한다. 1심은 톨게이트 직원이 초상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했고, 2심은 초상권을 인정했다. 판결도 엇갈렸지만, 이러한 판례를 근거로 하여 '앞으로 이렇게 해야 한다'고 개념화하기도 쉽지 않다. '톨게이트 직원이 찍혔다'는 쟁점 사실 말고도 다른 구체적인 상황이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이런 점과 더불어 몇 가지를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글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CC-BY)


기사에 나온 사실 관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한 방송사(ㄴ)는 2009년 1월 설 때 귀성길 도로 상황을 뉴스로 내보냈다.
  • 이 뉴스의 배경 화면에는 톨게이트 수납원인 ㄱ씨 모습이 3초 등장했다.
  • ㄱ씨 모습이 나오는 장면은 사실은 2007년 초에 찍은 '자료 화면'이었다.
  • ㄱ씨는 촬영 직후인 2007년 2월에 퇴사하였으며 뉴스가 나간 2009년에는 다른 직장에 다니고 있었다.
  • 2009년 방송이 나간 뒤 ㄱ씨는 ㄴ방송사를 상대로 초상권 침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기사에 따르면(이하도 마찬가지) 양측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 ㄱ씨: 다른 직장에 안정적으로 다니고 있는데 ㄴ방송사가 자료 화면을 방송하는 바람에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
  • ㄴ방송사: 2007년 촬영 당시 ㄱ씨의 묵시적 승낙 아래 촬영한 것이고, 공익을 위해 사용됐기 때문에 위자료를 줄 수 없다.

1심 판결은 ㄱ씨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방송사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ㄴ방송사가 촬영에 대한 ㄱ씨의 묵시적 동의를 얻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 그러나 여러 사정을 종합했을 때 ㄱ씨의 피해가 위자료를 줄 정도로 중대하지는 않다.
  • 설 연휴 귀성길 교통 상황이라는 정보전달형 기사로 부정적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 ㄱ씨가 나온 분량이 3초에 불과하고 ㄱ씨 표정도 밝아 불쾌감을 느낄 만한 장면이 아니다.
  • 촬영 장소가 사적 공간이 아니고 ㄱ씨의 사적인 사항에 초점을 두고 촬영된 것도 아니다.

2심 판결은 이를 뒤집고 ㄱ씨에게 손해배상을 해 주라고 판결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ㄱ씨 모습을 굳이 방송할 필요가 없었다.
  • ㄱ씨에게 동의를 구하는 일을 생략할 필요도 없었다.
  • 많은 이에게 근무 모습이 노출되는 고속도로 요금소라 해도 이를 공공 장소와 동등하게 볼 수 없다.
  •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모습이 공표돼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던 직업이 노출됨으로 인해 심한 불쾌감을 느꼈을 것이다.

정리하면 1심 재판부는 뉴스의 특성, 노출 분량, 장소의 공공성 등으로 보아 위자료를 지급할 정도의 침해를 한 것은 아니라고 보았고, 2심 재판부는 뉴스 특성이야 어쨌든 꼭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 얼굴을 드러내어 피해가 있을 경우 배상해야 한다고 보았다.

여기서 약간의 쟁점이 발생한다. 나는 직원 모습을 꼭 포함시켰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한 2심 판결을 이해하면서도, 많은 언론 종사자가 그렇게 하고 싶어할 것이라는 현실적인 측면을 지적하고 싶다. 사람이 빠진 사진이나 영상은 대부분의 경우 힘이 떨어지고 의미가 약해지며 무료해진다. 뉴스 이미지는 더 그렇다. 사진기자들이 하다못해 사람 뒷모습이나 그림자라도 넣으려고 애쓰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또 톨게이트가 '공공 장소'인가도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톨게이트나 백화점 매장 같은 곳을 관청 회의장이나 시위 현장 같은 공공 장소로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 일에 종사하는 사람은 자신이 많은 사람에게 일반적으로 노출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공공 장소는 아니지만 업무 특성상 대중적 노출을 전제로 하는 업종이다. (물론 이 부분에서 2심 재판부의 주장과 같은 견해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이런 점들 때문에 나는 '교통 상황을 전하는 뉴스에서 톨게이트 직원의 모습이 배경으로 찍혔다'는 것만으로 위자료를 지불해야 한다고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런 것이 금지되면 뉴스 화면에 담을 수 있는 게 없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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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이 초상권 자체에 대한 논란이라면, 그런 논란을 미리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 상황이 허락한다면 찍히는 사람에게 동의를 구하는 것이다.

사진이든 동영상이든, 보도 촬영의 경우 흔히 통용되는 관행은 '명백히 거부하지 않으면 동의한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카메라를 들이댈 때 반대하거나 항의하지 않으면 이른바 묵시적 동의로 보는 것이다. 그동안 이런 인식과 관행이 언론에 널리 존재해 왔지만, 이것은 사실 언론의 편의주의적인 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찍히는 사람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기도 어려운 짧은 순간에 어떨결에 얼굴을 납치당하게 되고, 누가 무슨 용도로 찍어 어떻게 할 것인지 모르기 때문에 자기 얼굴(즉 자신의 권리)에 대한 통제를 완전히 잃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가까운 곳에서 언론사 종사자임을 분명히 드러낸 사진기자/영상기자가 대상을 찍는다면, 촬영 내용이 보도용으로 쓰일 수 있다고 누구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 경우 분명하게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촬영과 보도가 가능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긴 하다. (이러한 예상과 판단을 하지 못하는 대상, 예컨대 어린이 등을 찍어 보도할 때 더 조심해야 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러한 갈등과 위험을 가장 깔끔하게 해결하는 방식은 1) 사전에 동의를 구하거나 2) 사진을 찍은 뒤 보도 협조를 구하는 것이다. 귀찮고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지만, 만일의 분쟁에 대비하기 위한 좋은 방법임이 틀림없다.

물론 모든 취재 현장에서 찍히는 사람에게 동의를 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렇게 동의를 구하는 일을 의무화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사진 취재의 범위가 크게 축소될 것이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판단해야 할 부분이다.

그냥 마구 찍어서 여기저기 물칠해 내보내는 것은 가장 편리하고도 무책임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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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내가 보기에 이 사건은 단순한 초상권 논란이 아니다. 그보다 더욱 중요한 문제가 깔려 있다. 저 방송사가 설 연휴 때 귀성 상황을 현장 보도하는 '뉴스'에서 두 해 전에 찍은 자료 화면을 썼다는 점이다.

우선 ㄱ씨가 퇴사를 하지 않았다면 실제 문제는 그렇게 크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 경우 1심 재판부의 추론을 넉넉히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2년이 지나는 사이 당사자는 다른 직장에 안정적으로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도 계속 톨게이트 근무를 하는 것처럼 보도되었으니 분명히 고통과 불이익을 받았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 소송을 제기한 ㄱ씨의 주장도 사실은 영상이 찍힌 것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런 영상이 뒤늦게(즉 사실과 다르게) 방송되어 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이런 일은 방송사가 2년이나 묵은 자료 화면을 꺼내 썼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옛날 찍은 사진을 재활용하는 방식에 동반되는 숙명적인 위험이다.

찍힌 사람의 신분이 달라지는 등 우연히 특수한 상황이 전개되어 피해가 발생하는 일이 없다면 괜찮은가? 그렇지 않다. 기자가 현장에서 보도하는 뉴스를 보는 시청자는 화면에 나오는 장면이 당연히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2009년 설날 교통 상황을 현장 보도하는 뉴스의 화면이 2007년 것이라고 누가 생각이나 하겠는가. 말하자면 시청자를 속이는 일인 것이다. 당시 뉴스에 '자료 화면'이라는 점을 명시하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다시 찍기 어려운 장면도 아닌데 옛날 화면을 그대로 갖다 썼다는 것은 분명한 잘못이다. 초상권과 관련해서는 쟁점이 있을 수 있지만, 이 부분은 쟁점의 여지가 없다.

'뉴스'와 '자료 화면'은 그 정의상(by definition) 본질적으로 잘 맞지 않는 짝이다. 문제는 사실 여기에서 출발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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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점 한 가지 더. 이 사건과 판결에 대해 쓴 <경향신문>기사는, 유용하고도 흥미로운 내용을 담았으면서도 기본적인 사항을 빠뜨렸다. 기사의 핵심인 두 판결이 각각 언제 나온 것인지를 밝히지 않은 것이다. 처음 나는 1심 판결을 뒤집은 2심 판결이 최근에 나와 이를 보도하는 기사인 줄 알았다. 판결이 다 오래 전 일이고, 이런 기사가 지금 등장한 이유는 시의성이 아니라 설 연휴라는 계기 때문이었음은 기사를 다 읽고 나서야 짐작할 수 있었다.

'언제'는 육하원칙(5W1H)에 들어가는 기초 중의 기초다. 이런 기사를 누군가가 데스킹했다면 당연히 지적되었을 사항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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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젊은나그네 2016/02/16 17:23 # 삭제 답글

    저같은 경우에도 십여년전, 고2무렵때 SBS뉴스에서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잔다는 기사를 다루기 위해서 저희 반에서 영상을 찍어간 적이 있습니다.
    (여기서도 기자가 학생들에게 자는 모습을 연출시키거나, 해당 학급의 담임선생님의 동의 없이 그 시간에 수업을 진행하시던 선생님의 동의만 받고 촬영을 하는 등 문제가 많았음...물론 모자이크처리하고, 뒷모습 위주로 찍긴 했지만)

    그런데 이 영상이 당시 뉴스기사로는 물론이고 이후 10년동안 꾸준히 수포자, 학생도박문제, 자살청소년, 공교육악화 등등의 뉴스를 다룰때마다 등장하더군요. 자료화면이라는 문구도 없이.
  • deulpul 2016/02/17 13:36 #

    오, 영원한 젊음, forever young!! 하지만 나쁜 소식 전용이라는 게 함정이군요... 말씀하신 내용은 그림을 찍기가 쉽지 않음을 고려하더라도 충분히 문제가 됩니다. 언론이 당연한 규범에 일상적으로 조금 더 예민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좋은, 그러나 불행한 사례 알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 2016/03/14 13:3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6/03/15 12:3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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