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상주, 금산 섞일雜 끓일湯 (Others)

스핑크스가 오이디푸스에게 물었다.

"아침에는 네 발로, 낮에는 두 발로, 저녁에는 다시 네 발로 걷는 것이 무엇이냐?"

오이디푸스가 대답했다.

"ㄷㅍ이다!"

스핑크스는 답을 적중당한 것이 창피해서 발에 번지 로프를 매고 절벽에서 뛰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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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남해 상주-금산을 다시 갔다. 옛날 그 방식 그대로 그 코스를 똑같이 밟았다.

한국에 오면 가고 싶은 데가 많았다. 그 중에서도 맨 처음 가봐야 할 곳은 여기 같았다. 좋은 곳도 많은데 왜 그런지는 나도 몰랐는데, '은모래비치'로 이름이 바뀐 상주 해수욕장 모래 위에 앉아서 바다와 섬들을 바라보다 이윽고 깨닫게 되었다.




완만히 돌아간 널찍한 해변에는 늘 잔잔한 물결만이 찰랑거린다. 날 선 모서리, 첨예한 꼭지점은 이 해변의 포근한 곡선을 당해낼 수 없다. 이 바닷가는 세상과 사람에 대해 날카롭게 벼린 마음을 보듬어 은근하고 수수하게 무장해제시킨다.

이 해안에서 은연히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맞아 코를 킁킁거리면 비릿한 물냄새를 맡을 수 있다. 냄새는 투명하지 않고 그렇다고 농염하지도 않다. 마치 아이를 업은 젊은 어머니에게 감도는 달착지근한 젖내음 같다.

그리고 그 소리. 세차게 몰아치지 않고 작게 속삭이는 것 같은 주기적인 물결 소리. 해안 바로 앞 상주장 여관에서 밤새 들었던 그 부드러운 소리. 사람의 기억이 영구하여 어머니의 몸 속에 들어있던 때를 떠올릴 수 있다면, 그 기억 속에 깃들은 소리, 피가 어머니의 몸에 밀려오고 밀려나가던 그 소리가 이곳의 물결 소리 비슷하지 않았을까.

모양과 냄새와 소리, 이 모든 것을 고려하면 상주 바닷가는 어머니의 해변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내가 오랫동안 이곳에 끌린 이유는, 어머니의 품 안으로 돌아가고 싶은 잠재의식 같은 것이었을 게다. 둥글고 아늑한 이 해변, 그 어떤 선 오브 비치라도 그 품 안에서 사면될 것 같은 은모래 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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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전,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남해로 왔다. 남해읍에서 점심을 먹고 상주-미조로 가는 버스를 탔다. 남해군 내부, 또 남해와 외부를 잇는 버스 노선의 대부분은 남흥여객이라는 남해 버스 회사가 담당한다. 예전 남해군 안을 다니던 버스는 털털거리는 시골 버스였는데, 지금은 관광 버스 못지않다. 남해 터미널부터 바뀌었으니, 버스가 바뀐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상전벽해였다. 군데군데 펜션이 들어섰고, 섬을 관통하여 육지와 연결하는 새 도로를 만드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남해 군민에게는 좋은 일이겠지만, 널찍한 새 도로 때문에 이 섬이 망가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버릴 수 없었다.

읍에서 10리 되는 곳에 외가가 있었다. 옛날 코흘리개 때 외삼촌을 따라가 멱을 감던 저수지를 지나가노라니 사람들이 붐빈다. 저수지 주변으로 걸어서 둘러볼 수 있는 나무길을 만들고, 그 주변에 있던 무논을 갈아 튤립을 심어 놓았다. 꽃은 철이 지나 대개 다 졌지만, 그래도 물가를 거니는 사람들이 많았다. 무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야산 아래 저수지, 주민들이 '못둑'이라고 불렀던 그 저수지는 여름 밤이면 반딧불이 도깨비불처럼 너울댔다. 어린 내게는 무서운 이야기로 가득 찬 곳이었다. 이제는 꽃과 사람으로 가득 찬 곳으로 바뀌었다.




상주에는 큰 주차장과 관리 건물이 생겼다. 바다와 소나무 방풍림은 옛 모습 그대로였다. 예전엔 젊었으나 피폐해진 마음으로 그 모래밭에 앉아 동네 상회에서 사온 캔맥주를 마셨다. 이제는 그보다 나이 들었으나 좀 건강해진 마음으로 그 모래밭에 앉아 GS25 편의점에서 사온 캔맥주를 마신다.

토요일이었는데도 숙소 잡기는 어렵지 않았다. 아직 본격 관광철이 아니라서, 사람은 꽤 있었지만 숙박 손님들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펜션 두어 군데에 전화를 해봤더니 혼자서 잘 시설들이 아니었다. 오히려 해안 근처 여관에 방이 있어서 묵기로 했다. 저녁 식사를 하며 옛날처럼 소주 한 병을 마시면 어떨까 했는데, 저녁 9시에 식당엘 갔더니 영업이 이미 끝났다. 이 근처에 있는 식당 대여섯 개는 다 일찍 문을 닫는다. 내가 배가 고파 보였는지, 친구들과 술을 마시던 주인이 게가 들어간 된장찌개를 서둘러 해주었다. 반주까지 해 가며 옛일을 반추할 시간은 없을 듯해서 밥만 먹고 나왔다.

  • 남해읍-상주 버스 2500원, 숙박비(여관) 3만원
  • 해변 근처에 있는 상주 해수유자랜드(055-862-5777)는 경영난으로 찜질방은 휴업, 목욕탕만 영업
  • 복곡쪽 금산 입구에 있는 복곡찜질방(055-863-0102)은 전화 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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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금산 꼭대기에서 일출을 보려는 욕심으로 캄캄할 때 전등을 들고 숙소를 나섰다. 이번엔 그런 욕심은 버리고, 보리암까지 산책하듯 가자는 마음으로 출발했다.

상주에서 금산 입구까지는 거리가 애매하다. 자동차로는 5분도 걸리지 않지만, 걸어서는 30분 정도다. 6시45분에 편의점에서 바나나 우유를 사면서 버스편을 물었더니 시간이 맞지 않는다. 그냥 걷기로. 20년 전에도 걸었으니까. 히치하이킹이라도 하면 좋겠지만, 다른 사람들 마음이 다 나 같은지는 알 수 없고 무엇보다 지나다니는 차가 거의 없다.

그래도 예전엔 없던 휴대폰과 지도 앱 덕분에, 인도가 없는 위태로운 고갯길을 피하여 마을 안길로 간다. 멀리 병풍처럼 둘러쳐진 금산이 점점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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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시간이라 산에는 사람이 없었다. 아침 바람이 4월 신록을 흔드는 신선한 소리, 그리고 산새가 지저귀는 소리만이 산길에 가득 찼다.




옛날, 어둠 속에서 불쑥 튀어나와 머리를 쭈뼛 서게 만들었던 무덤도 그대로다. 예전과는 달리 정답게 보이는 것은 날이 밝아서만은 아닐 것이다. 이 묘지는 어떤 등산지도에는 '김해김씨 무덤'이라고 되어 있다. 정답게 보이더라도, 구태여 묘표를 찾아 확인해보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등산에서 완전히 멀어진 몸과 마음을 갖고 아주 천천히 천천히 올라갔다. 내가 살던 곳은 끝 간 데 없는 평원으로, 주변에 산이 없었다. 지금은 15년 만에 처음 하는 등산이나 마찬가지다. 그동안 수락산과 도봉산에서 시험을 하여 보았으나, 고지에 완전히 부적응된 탓에 조금만 올라가도 현기증이 났다. 이것은 단순히 고지 부적응 문제가 아닌지도 모른다. 예전에 오래 깁스를 하고 다시 걸음을 걷게 되었을 때, 도서관 계단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일은 무척 무서웠다. 말하자면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자신할 수 없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이 되는 모양이었다.

어쨌든 오늘은 혼자니 남에게 의지할 수도, 어리광을 부릴 수도 없다. 게다가 끝까지 올라가야 반대편으로 쉽게 내려올 수 있다. 스스로 북돋워가며 무조건 가야 한다. 대신 아주 천천히.


원래 사진에 나오는 길은 편한 길이고, 사진에 나오는 음식은 맛없는 음식이라나.


등산 스틱 두 개를 펼쳐 들었다. 산에서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을 희한하게 생각했었다. 이들을 그렇게 아름답게 보지 않았음을 고백해야겠다. 게다가 산길을 훼손하다는 주장이 있음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번 금산행에서 가녀린 지팡이 두 개가 얼마나 큰 일을 하는지 체험했다. 이 스틱들은 산길에 부적응한 몸을 잘 지탱했다. 이날 나를 금산에 오르게 만든 것의 3할은 이 스틱들이다. 처음에 쓴 것처럼 네 발로 산을 오른 셈이다.

사람이 전혀 없는 것은 다행이었다. 마주 오는 사람과 교행하는 일을 신경쓰지 않아도 됐고, 천천히 올라도 마음이 바쁘지 않았다. 사실 상주쪽 입구에서 보리암이나 정상까지는 그리 긴 산길은 아니다. 막판이 가파르기는 하지만, 열심히 가면 한 시간 남짓이면 족하다. 이 길을 나는 쉬엄쉬엄 사진도 찍고 녹음도 하면서 1시간 40분에 걸쳐서 갔다.

남과 함께 가자고는 못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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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꼭대기에 다다랐음을 알려주는 것은 쌍홍문이다. 큰 구멍이 두 개 뚫려있는 바위인데, 무지개 두 개 같다고 하여 쌍홍문(雙虹門)이라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무지개 같지는 않다. 성정이 은근히 음험해서인지, 나에게는 사람의 해골이 절반 정도 묻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옛 사람은 이 바위에서 무지개를 떠올리는 풍류를 발휘했지만, 오늘날이었다면 마루치와 아라치를 괴롭히던 파란해골 13호의 기지를 연상할 법하다.



[ 쌍홍문 파란해골13호 ] 임을 증명하시오.


쌍홍문 밑에서 쉬고 있을 때 사람 소리가 났다. 이것은 산꼭대기에 다다랐음을 말해주는 또 한 가지 증표이기도 하다. 사람들의 소리는 위에서부터 들려왔다. 그렇더라도 천상에서 들려오는 음악처럼 아름답지는 않다. 산 위에는 보리암이 있고, 소음은 이 절 경내에 들어찬 많은 사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지금껏 산을 오르는 동안 한 사람도 만나지 못하였는데, 갑자기 대부대가 위에서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려온다. 포털의 한 등산 카페에서 단체 등반을 온 모양이다. 우리나라 포털의 엄청난 규모는 금산 쌍홍문 앞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등산로는 이 해골문의 왼쪽 눈을 관통하는 형식으로 이어진다. 쌍홍문 왼쪽에 산길 치고는 널찍한 쉼터를 만들어 놓았다. 예전엔 없던 것이다.

쌍홍문을 지나면 곧 보리암이다. 이 절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 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으니 건너뜀. 바로 아래 한적한 등산길 분위기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정도로 많은 사람이 절 경내를 메우고 있었다. 오늘이 일요일임이 상기되었다. 나는 절의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일을 생략했다.

잠깐 쉬는데, 스님이 인파 사이로 지나갔다. 이 절은 산정에 있으니 암자 같이 딸린 수행처를 두기도 어렵다. 이렇게 사람이 복닥이는 데서 어떤 수행이 가능할까를 잠시 생각해 보았다. 하긴 해 지면 인파는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고, 어제 상주 해변에서 본 것처럼 둥근 달이 금산 바위에 걸리면 수행이 절로 될 것 같기도 하다. 아니, 수행이란 사람과 끊임없이 복닥이며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절 구경을 생략하고 정상 주변의 다른 요지들을 둘러보는 일도 생략했다. 정상 근처 조용한 데 앉아서 가져간 책이라도 좀 보면 좋지 않을까 했는데, 꿈깨라다. 하긴 읍으로 돌아나와 서울 가는 버스를 타는 일도 급하긴 했다. 예전에는 없던 복곡으로 나오는 길이 초행이고 대중교통으로 해결해야 하므로,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예상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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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지도: 다음 지도


금산 정상과 보리암을 오르는 주요 경로는 두 가지다.

1) 상주 쪽(지도에서 A)에서 등산로를 밟아 오르는 방법
2) 복곡 쪽에서 자동차로 오르는 방법

자동차로 오른다고 해서 절까지 오는 것은 아니다. 큰길(남해대로, B)에서 복곡저수지 쪽으로 진행하면 제1주차장(C)이 있어 여기에 차를 대고, 그 뒤 3.3km 정도 산길은 셔틀버스(편도 1000원)를 이용한다. 버스가 도착하는 곳이 제2주차장(D)인데, 공간이 좁다. 따라서 대개는 차로 오르지 않고 셔틀버스를 타고 올라온다. 제2주차장에서 내리면 보리암까지 약 20~30분 정도 걷는다. 이 길은 널찍하고 기울기가 완만한 데다 길이 잘 닦여 있어 편하다. 보리암을 찾는 사람 다수는 이런 경로를 거쳐 온 이들이다.

나는 하산하는 길이 이 경로다. 제2주차장에서 버스를 타고 구불구불 산길을 내려가 제1주차장에 이르렀다. 일요일이라 주차장이 꽉 찼고, 미처 들어오지 못한 차들이 끝이 보이지 않게 밀려 서 있다.

나에게는 주차 문제는 없지만, 여기서 버스가 다니는 남해대로까지 가는 게 큰일이다. 걷자니 너무 멀고, 버스는 없다. (남해읍에서 이곳을 왕복하는 버스가 있긴 한데, 하루에 세 대뿐이다.) 나가는 승용차 중 원하는 차가 도보 여행자를 태우고 일정한 요금을 받는 카풀 시스템이 있다면 좋을 걸 하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그러나 지금 어떻게 남해대로까지 나간다 해도, 거기서 읍으로 가는 버스와 시간이 맞을지도 알 수 없다.

고민 끝에 택시를 타고 나가기로 했다. 시간이 넉넉했으면 물론 걸었을 것이다. 제1주차장에서 차량을 정리하는 분에게 물어보니 이곳에 보통 택시가 한두 대 서 있다고 한다. 지금은 없다. 승객을 태우고 나갔거나, 아니면 휴일이라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친절하게 자신이 전화를 걸어 택시를 불러 주었다. B에서 C로 오는 길이 차가 밀려 장사진이라, 택시도 쉽게 올라올 수 없다. 남의 전화로 연결된 기사는, 내가 천천히 걸어내려오면 자신도 최대한 위로 올라오겠다고 했다. 이런 일을 자세히 써 두는 이유는, 누군가 비슷한 경로를 밟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너만 그래

차량이 늘어선 거리를 뚜벅뚜벅 걸어 지나는 일은 대체로 좀 머쓱하거나 불편하다. 위화감 때문이 아니라, 차 안에서는 차 밖을 관찰하기가 쉽지만 그 역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수지와 산록을 끼고 걸어내려오는 이 길은 상쾌했다. 반대쪽 차선에 길게 늘어선 자동차와 관광버스들은 짜증이 가득한 표정이다. 주차장이 꽉 찬 상황이라, 한 대가 나가야 한 대가 들어갈 수 있다. 휴일에 금산을 오면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

제1주차장에서 남해읍까지 택시비는 1만5천원 정도 나온다. 터미널에 도착하여 바로 올라갈 수 있는 서울행 버스를 타려고 했더니 매진이다. 어제 남부터미널을 출발하여 올 때도 버스는 가득 차서 왔다. 오가는 차가 이렇게 꽉꽉 차는 것도 옛날과 달라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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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남해를 다녀 오면서, 남해가 관광지로 분명하게 자리매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관광 시설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 때문이다. 내가 겪은 사람은 다 친철했고, 문제가 있으면 그 문제를 해결해 주려고 했다.

내려가기 전에 남부터미널 웹사이트에서 남해행 버스를 예약할 때다. 예약이 잘 되지 않아 남해읍에 있는 남흥여객 사무실에까지 전화를 했는데, 전화를 받은 직원은 자신이 직접 홈페이지에 접속을 해보면서 나에게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려주었다. 숙소를 찾아 펜션에 전화했을 때, 주인(직원?)은 여러 사람을 수용하는 곳이라 한 사람은 받기 어렵다면서 미안하다고 했고, 내가 잘 수는 있지만 그렇게 많은 돈을 쓸 필요가 없으니 다른 곳을 찾아보라고 했다.

밤에 식당 주인은 영업이 끝났음에도 나에게 밥을 주었다. 아침에 편의점 직원은 벽에 붙은 버스 시간표를 확인하며 나에게 언제 어디서 버스를 타야 하는지 가르쳐 주었다. 보리암을 오가는 셔틀버스의 기사와 주차장 관리직원은 모두 내가 어떻게 하면 택시를 탈 수 있는지를 알려주었는데, 모두 자기 일처럼 신경써 주는 태도였다. 택시 기사는 읍내까지 나오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즐겁고 신나게 남해 이야기를 해 주었다. 버스 터미널에서 서울 가는 버스가 매진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하는 창구 직원조차 미안하고 안 됐다는 표정을 지어 주었다.

내 얼굴이 갑자기 예쁜 여자 얼굴로 바뀐 게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이들은 적어도 서울과 수도권에서 내가 일상적으로 겪는 사람들과는 좀 다르다. 이것이 교육이나 행정 정책의 결과이거나 심지어 이윤의 목적에서 나온 것이라고 하더라도, 손님 처지에서는 하나하나 고맙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황사 주의보가 내려진 주말, 하늘은 뽀얗고 안경에도 먼지가 자욱하게 앉았지만 마음 속은 말끔하고 청명했다.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한 섬에서 만난 남해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또 나를 용케 잘 데리고 다닌 나의 두 발에도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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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Northshore 2016/04/26 06:56 # 삭제 답글

    혼자 고즈넉한 여행을 하시는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몸은 피로하겠지만 마음은 퍽이나 넉넉하고 여유로울 듯합니다. 부럽습니다. 캐나다에서는 한국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황사'라는 단어가, 마치 짝을 이루듯 뒤따라 오곤 합니다. 큰일이에요.
  • deulpul 2016/04/27 00:23 #

    좋은 척 써놨지만, 암만 좋아도 가족 여행만큼이야 하겠습니까, 하하. 황사가 심하면 다른 놀이도 많이 있습니다. 실내에서 맥주를 퍼마신다든가 혹은 맥주를 퍼마신다든가 혹은 맥주를 퍼마신다든가... 자주 오십시오!
  • 김승훈 2016/04/30 00:25 # 삭제 답글

    ㄷㅍ 이라는게... 들풀님이었군요 ㅋㅋㅋ 뭔가 하고 한참 들여다 봤습니다.
    늘 건강하세요.
  • deulpul 2016/05/15 18:49 #

    ㄱㅅㅎ님도 늘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 2016/04/30 17:1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6/05/15 18:5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marquez 2016/05/03 00:48 # 삭제 답글

    와우.... 새소리가 참 좋군요. 자기 전 듣게 된 새소리라니요...아직 무계획인 연휴, 하루도 안쓴 연휴를 더욱 설레게 만듭니다. 감사^^*
  • deulpul 2016/05/15 18:51 #

    연휴 지난 지 벌써 일주일 되었네요. 잘 보내셨기를 바랍니다~.
  • 2016/05/03 12:20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deulpul 2016/05/15 18:51 #

    곧 봐요~!
  • 으아아악 2016/05/04 02:41 # 삭제 답글

    골치아픈 공공아이핀 때메 검색하다, 글을 봤습니다. 제 고향이라..., 사진을 좀 더 많이 올려 주시지 그랬어요. ^^
  • deulpul 2016/05/15 18:52 #

    해외에서 고향 사진을 보시는 느낌은 색다를 것 같습니다. 그런 줄 알았으면 사진을 탈탈 털 걸 그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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