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고속버스 타보니…"집소파 누워 영화보며 고향 간다"
기존 고속버스보다 편안하고 안락한 (그리고 값비싼) 새 버스가 나왔다는 얘기다. 위 기사뿐 아니라, 정부에서 마련한 시승식 행사에 가본 기자들이 쓴 비슷한 내용의 체험기가 여러 매체에 올라왔다.
매체에 실리는 수많은 기사 아이템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이런 기사는 대중매체의 눈높이가 무의식적으로 어디쯤에 맞춰져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교통수단을 타기 어려운 계층에 대한 고려나 관심을 보인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사들에 나온 '프리미엄 고속버스'의 값(편도)을 기존 고속버스와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새 버스 삯은 보통 고속버스의 두 배 가까이 된다. 이런 차이에 전혀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표를 예매할 때 값을 따져보아야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정치넷에 따르면, 이 시승 행사에 나왔다고 하는 국토교통부 차관의 연봉은 1억1천만원 이상이다. 그는 전자에 해당할 것이다. 이런 기사를 쓴 기자들의 연봉은 천차만별이겠지만, 그들도 대체로 몇 만원의 차이가 크게 부담되지 않는 계층일 것이다.
그러나 내 주변 사람들, 내 이웃들 중 다수는 교통편을 선택할 때 새 버스의 안락함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삯으로부터 더 큰 영향을 받을 사람들이다.
물론 이 버스를 쉽게 타기 어려운 사람들도 새 버스의 특색에 대해 관심을 가질 것이다. 잘 사는 사람들은 못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에 흥미를 가지지 않겠지만, 잘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는 못 사는 사람들에게는 흥미로운 구경거리다. 낡은 집에서 보잘 것 없는 반찬으로 저녁밥을 때운 극빈 독거 노인이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재벌 드라마를 보고 있는 데에는 그런 이유도 있을 것이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바람직한 일이다. 버스 등급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여력이 되고 안락함을 원하는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런 변화가 그런 선택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의 선택을 줄이는 결과가 되어서는 안 된다.
기사들에 따르면 저 '프리미엄 고속버스'는 올 추석 때 27대가 투입되고, 내년에 대수와 노선을 늘릴 예정이라고 한다. 새 버스는 기존 편성에 추가가 되는 형태가 되어야지, 수요와 상관없이 기존 노선을 줄이는 형태로 투입되어서는 곤란하다. 그렇게 되면 새 버스를 타기 어려운 사람들은 버스를 시간 맞춰 이용하기가 곤란해지거나, 타더라도 혼잡도가 높아지거나, 아니면 무리하여 비싼 버스를 탈 수밖에 없게 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이 '누워 영화보며' 고향을 가도록 하기 위해 다른 더 많은 사람들이 불편과 고통을 겪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은 아닐 것이다.
기존 고속버스보다 편안하고 안락한 (그리고 값비싼) 새 버스가 나왔다는 얘기다. 위 기사뿐 아니라, 정부에서 마련한 시승식 행사에 가본 기자들이 쓴 비슷한 내용의 체험기가 여러 매체에 올라왔다.
매체에 실리는 수많은 기사 아이템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이런 기사는 대중매체의 눈높이가 무의식적으로 어디쯤에 맞춰져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교통수단을 타기 어려운 계층에 대한 고려나 관심을 보인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사들에 나온 '프리미엄 고속버스'의 값(편도)을 기존 고속버스와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서울↔부산 | 서울↔광주 | |
일반 | 23,000 | 17,600 |
우등 | 34,200 | 26,100 |
프리미엄(예정) | 44,400 | 33,900 |
새 버스 삯은 보통 고속버스의 두 배 가까이 된다. 이런 차이에 전혀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표를 예매할 때 값을 따져보아야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정치넷에 따르면, 이 시승 행사에 나왔다고 하는 국토교통부 차관의 연봉은 1억1천만원 이상이다. 그는 전자에 해당할 것이다. 이런 기사를 쓴 기자들의 연봉은 천차만별이겠지만, 그들도 대체로 몇 만원의 차이가 크게 부담되지 않는 계층일 것이다.
그러나 내 주변 사람들, 내 이웃들 중 다수는 교통편을 선택할 때 새 버스의 안락함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삯으로부터 더 큰 영향을 받을 사람들이다.
물론 이 버스를 쉽게 타기 어려운 사람들도 새 버스의 특색에 대해 관심을 가질 것이다. 잘 사는 사람들은 못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에 흥미를 가지지 않겠지만, 잘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는 못 사는 사람들에게는 흥미로운 구경거리다. 낡은 집에서 보잘 것 없는 반찬으로 저녁밥을 때운 극빈 독거 노인이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재벌 드라마를 보고 있는 데에는 그런 이유도 있을 것이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바람직한 일이다. 버스 등급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여력이 되고 안락함을 원하는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런 변화가 그런 선택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의 선택을 줄이는 결과가 되어서는 안 된다.
기사들에 따르면 저 '프리미엄 고속버스'는 올 추석 때 27대가 투입되고, 내년에 대수와 노선을 늘릴 예정이라고 한다. 새 버스는 기존 편성에 추가가 되는 형태가 되어야지, 수요와 상관없이 기존 노선을 줄이는 형태로 투입되어서는 곤란하다. 그렇게 되면 새 버스를 타기 어려운 사람들은 버스를 시간 맞춰 이용하기가 곤란해지거나, 타더라도 혼잡도가 높아지거나, 아니면 무리하여 비싼 버스를 탈 수밖에 없게 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이 '누워 영화보며' 고향을 가도록 하기 위해 다른 더 많은 사람들이 불편과 고통을 겪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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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대사 2016/06/16 10:57 # 삭제 답글
deulpul 2016/06/17 23:43 #
그리고 버스 편성 및 운행이 버스회사의 경영적 판단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고 계신 모양인데, 실제로는 정부(중앙 및 지방) 방침의 긴밀한 통제를 받고 있습니다. "버스회사에 대한 과도한 간섭"은 제가 아니라 정부가 지금도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죠. 이것이 당연한 일인 이유는 '노선여객자동차 운수사업'이 가진 공공성 때문이기도 하고, 버스회사들에 지급하는 막대한 지원금(매해 약 1조5천억원 규모)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정부는 버스회사에 대하여 강제 운행 '명령'이나 노선 변경 '명령'을 하기도 하고, 또 그래서 승객은 별로 없지만 꼭 필요한 노선을 다니는 버스들이 존재합니다. 막대한 돈이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무리 어수룩한 시장근본주의자라도 '제3자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라고 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ㅇㅇ 2016/06/16 12:11 # 삭제 답글
Re 2016/06/16 15:24 # 삭제 답글
ariel 2016/06/16 23:49 # 삭제 답글
deulpul 2016/06/17 23:42 # 답글
G 2016/06/20 23:38 # 삭제 답글
deulpul 2016/06/23 19:30 #
2016/06/21 10:33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2016/06/23 19:32 #
비공개 답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