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사무총장 반기문에 대한 평가 1 때時 일事 (Issues)

유엔 사무총장으로 재직중인 반기문이 차기 대통령 주자로 계속 거론되고 있다. 그 자신은 대선에 나설지의 여부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연막을 피우고 있다.

반기문은 한국 언론에 상대적으로 드물게 오르내린 인물이다. 물론 10년 가까이 외국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잘 모른다.

그럼에도 일부 국민은 그를 지지하고 유력한 대선 주자로 거론한다. 그 핵심에는 그가 유엔 사무총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있다. 한 매체의 조사에 따르면 그는 중고등학교 교과서 9개에 등장해 있다고 한다. 모두 사무총장 직에 있다는 것 때문이다. 반기문과 실제로 일을 했거나 아니면 그를 따라다니며 반비어천가를 부르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를 잘 모르는 많은 국민도 이러한 이유 때문에 긍정적인 인상을 갖게 되는 듯하다.

나는 반기문에 대한 태도가 긍정적인가 부정적인가와 상관없이, 이러한 방식으로 한 나라의 최고 정치지도자를 추려내는 것은 몹시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해당 인물을 다면적으로 보고 제대로 평가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누가 어떤 자리에 있었다는 것보다 그 자리에서 어떤 활동을 하였고 그게 어떻게 평가되는가가 훨씬 중요할 것이다. 말하자면 껍데기가 아니라 내용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포장지에 잘 속는다. 그렇게 속은 최근의 사례라고 할 이명박 케이스를 잠깐 생각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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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흘리개 시절, 누가누가 더 잘났나를 다툴 때 이런 말을 하곤 했다.

A: 나는 사장님!
B: 나는 장군!
C: 나는 대통령!
D: 나는...... 유엔 대통령!

쪼랩 초딩들이 유엔이라는 국제기구의 성격을 제대로 알았을 리는 없고, 그저 여러 나라가 모인 국제기구의 '대통령'이니 한 나라의 대통령보다 높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 반기문을 잘 모르면서 그가 대통령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유엔이라는 엄청난 기구의 총장을 하며 세계의 인정을 받았으니 한 나라의 경영쯤 식은 본죽 먹듯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럼 그가 수행한 유엔 사무총장 역할이 어떻게 평가되는지를 보는 것이 순서일 것이고 또 공평한 일일 것이다. 이미 많이 알려져 있지만, 세계 유수 언론의 반기문 평가는 별로 좋지 못하다. 언론이 그를 묘사할 때 쓰는 말은 무기력, 무소신, 무매력, 눈치, 은둔, 회피, 침묵 같은 것들이다. '최악'이라는 말도 흔히 나온다. 긍정적인 논조도 있긴 하지만 유보적으로 그렇다. 그를 오로지 칭송하는 것은 한국 언론들밖에 없다.

지난 5월 말에 반기문은 엿새에 걸쳐 한국을 다녀갔다. 짧은 기간 동안 여기저기 바쁘게 오가서, 대통령 선거 준비를 위한 계산된 행보라는 평을 받았다. 한 언론은 그가 "대선 주자처럼 일정을 소화"했다고 했으며, 또 다른 언론은 "거침없는 광폭 행보"를 보였다고 했다. 이러한 모습은 그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보인 이미지와 상당히 대비된다. 그가 지금 한국에서 하고 있는 것 같은 '거침없는 행보'를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했다면, 해외 언론들로부터 역대 최악의 사무총장이라는 평가를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반기문이 뉴욕 터틀 베이(유엔 본부가 있는 곳)에 들어가서 보인 모습은 청와대에 들어가더라도 비슷한 양상으로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생각과 태도는 쉽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흥미로운 것은, 외국 언론이 반기문을 비판하는 포인트들이 지금의 박근혜 청와대를 비판하는 포인트들과 상당히 근접해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인종학살이 벌어질 때 사무총장은 어디서 뭘 하고 있느냐는 탄식은, 세월호 참사가 터졌을 때 대통령은 어디서 뭘 하고 있었느냐는 탄식의 국제판이라 할 만하다.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에 대한 외국 언론의 평가(긍정적인 것을 포함하여)를 살펴보도록 한다.

아래에 옮기는 것은 <포린 폴리시>의 2010년 7월 22일자 기사다. 참고로 나는 <포린 폴리시>와 관련한 일을 한 적이 있다. 국제 문제를 주로 다루는 이 잡지가 반기문에 대해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하는 것은 같은 한국인으로서 상당히 창피한 일이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유례없이 친미적인 사무총장임에도 미국 잡지가 그런 비판을 가했고 그를 통해 한국인이 모르는 반기문의 한 면모를 드러내 준 것에 대해서는 고맙게 생각한다. 그러지 않았다면 나 역시 '기름장어'가 용이 되기를 바라는 반비어천가나 부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잘 쉬시오, 반기문
-- 이 유엔 사무총장은 사라져야 한다

By James Traub

반기문이 국제 무대에 공식적으로 첫선을 보인 것은 2006년에 유엔 사무총장 후보자로서 (미국) 외교관계위원회의 질의-응답 순서에 나타난 것이다. 시작한 지 20분이 지나자, 반기문의 단조롭고 서툰 영어 말투와 의도적인 듯한 멍청한 답변 때문에 나는 깊은 잠에 빠지고 말았다. 그때 나는 그가 유엔 사무총장 직에 완벽한 후보였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첫 임기의 3분의 2를 지난 오늘, 반기문은 그날 그의 출마 자리에 나왔던 사람들이 가졌던 낮은 기대조차 무너뜨렸다. 유엔에 관심을 가지는 나라들(무엇보다 미국)은 그가 이 국제 기구에 더 이상 해를 끼치지 않도록 그의 두 번째 임기를 막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반기문의 평범함은 우연이 아니다. 유엔 사무총장이란 원래 장점이 아니라 단점 때문에 임명되는 자리다. 제2대 사무총장이었던 다그 함마르셸드는 무명의 스웨덴 관료 출신이었으나, 사무총장이 된 뒤 자기가 가진 진실한 도덕적 소명감에 따라 그 직을 수행했다. 그는 1961년에 비행기 사로고 숨지기 전까지 세계 최강대국들의 뜻을 거스르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이후, 사무총장 선정 과정을 주도하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은 후보자가 (함마르셸드 같은) 역동적인 인물이 되지 않도록 치밀하게 검증하여 왔다.

제4대 사무총장 쿠르트 발트하임은 나치 출신으로 역대 사무총장 중에서 가장 무미건조한 사람이었는데,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는 그를 밀어서 세 번째 임기를 맡기려고 했다. 그러나 발트하임에게는 (한 술 더 뜨는) 경쟁자가 있었다. 바로 하비에르 페레스 데 케야르였다. 발트하임에 이어 사무총장이 된 그는 배에서 물로 떨어지더라도 물방울 하나 튀지 않을 정도로 존재감이 없는 인간으로 묘사되곤 했다.

제6대 사무총장 부트로스 부트로스-갈리는 미국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클린턴 행정부는 코피 아난이 그를 대치할 수 있는 최적의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품위 있고 온건하며 사무원 스타일인 아난은 완벽한 집사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난은 함마르셸드 이후 처음으로 대중의 상상력을 촉발시킨 사무총장이었다. 그는 각 국가가 자국 국민을 존중하도록 촉구했고, (분쟁 지역에) 인도주의적으로 개입하는 방안을 적극 옹호했다. 그러나 미국의 이라크 전쟁 개시에 반대하면서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충돌했다. 백악관의 심기를 거스르고 미국인의 권리를 챙기지 않은 아난의 남은 임기는 지옥과 같았다.

특색 없는 한국 관료였던 반기문은 미국의 유엔주재 대사 존 볼튼이 선호하는 후보자였으며, 코피 아난이 보여준 위험한 카리스마를 치료할 인물이었다. 중국은 아시아 출신 후보자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여 왔으나, 반기문에 대해서는 유엔의 위상을 낮출 인물로 보고 미국만큼 흡족해 했다.

반기문의 취임 첫해에는 이라크에서 별다른 멜로드라마나 대형 스캔들이 터져나오지 않았으므로, 세계의 관심은 대체로 유엔으로부터 멀어졌다. 새 사무총장이 유엔의 힘을 추락시키고 있다는 조짐이 처음으로 공공연히 드러난 것은 지난 8월에 노르웨이의 한 신문이 그 나라 유엔 부대표 모나 율이 쓴 메모를 보도하면서였다. 이 메모는 "줏대도 없고 매력도 없는 반기문"이 미얀마, 스리랑카, 그외 여러 지역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인권 유린에 맞서지 못하며 그저 우유부단한 성명만을 "소 귀에 경읽기"로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율은 유엔이 세계의 주요 위기 현장에 나타나지 않으며, 반기문은 유엔 회원국들과 그 자신의 직원들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잃어버렸다고 썼다.

이때 나는 인권단체 관련자들, 유엔 대사들, 그리고 유엔 사무국 직원들을 상대로 하여 율의 메모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녀의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평화유지 업무에 관여하는 임원 한 명은, 스리랑카 정부가 극렬한 반군인 타밀호랑이를 일소한다면서 수천 명의 시민을 학살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반기문은 막후에서 이루어지는 외교적 접근을 고집했다고 지적했다. "우리(유엔)는 그 사태에 대해 무엇인가 말하는 일을 피하려고 모든 노력을 다했다. 그런 게 모든 문제에 대해 우리가 취하는 노선이었다. 사무총장은 자신이 나서서 말하는 것과 말하지 않는 것을 놓고 정치적 비용을 따지는 것이 그의 최종적인 관심사임을 분명하게 드러내주었다." 이건 모든 유엔 사무총장이 채택해야 할 현실적인 계산법이긴 하다. 그러나, 이 담당자의 말처럼 "그런 고민에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부분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이런 모든 점에도 불구하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이 사무총장의 연임에 반대할 가능성은 없다. 그가 역대 가장은 아니더라도 근래 가장 친미적인 유엔 사무총장이기 때문이다. 내가 만난 오바마 행정부의 한 관리는, 미국 유엔주재 대사 수전 라이스가 반기문의 낮은 목소리에 실망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쨌든 두 사람은 잘 협조하고 있으며, 다음 임기를 논의하기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물론 유엔을 도구라기보다 장애물로 생각하는 중국이 반기문을 꺼려한다고 믿을 이유도 없다. 한 저명한 아시아 대사는 반기문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게 높았으며, 유엔에서 개발도상국들을 대표하는 비동맹운동(Non-Aligned Movement) 소속 118개 나라들로부터 약간의 불만을 감지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 이후 두 가지 상황이 바뀌었다. 첫째, 벌써 막판이다. 반기문의 임기는 2011년 말에 끝난다. 둘째, 또다른 강력한 문서가 등장했다. 유엔 내부관리국 국장 자리를 떠나는 잉가-브릿 알레니우스가 작성한 '이임 보고서'였다. 당시 내부관리국은 유엔 조직 전체를 대상으로 하여 부정행위와 관련한 조사를 시작하고 있었다. 율과 마찬가지로 알레니우스는 유엔이 반기문의 지휘 아래에서 "헛된 수렁에서 표류하고 있다"라고 썼다.

알레니우스가 율과 다른 점은, 그녀는 내부자였으며 그것도 매우 고위층 당국자였다는 것이다. 또 알레니우스는 반기문이 공인으로서 자질이 부족하다는 점을 공격한 게 아니었다. 그가 이끄는 기관이 실패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온 것이다. 알레니우스는 반기문이 매우 존경받는 저돌적인 조사관을 고용하는 일을 허용하지 않았고, 대신 내부 조사팀을 신설하여 그녀의 부서와 대립시키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의 방식으로 자기 부서의 독립성을 무너뜨리려 했다고 비난했다. 반기문은 자신을 한국의 단호한 개혁가로 선전했지만, 알레니우스는 반기문의 지휘하는 유엔에는 "아무런 투명성도 존재하지 않았고" "책임감도 결여되었으며" 전체적으로 "개혁의 기미가 전혀 없었다"라고 분노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내가 만난 유엔 관리 중 일부는 알레니우스가 전통적인 독단형 조사관 스타일로서, 먼저 싸움을 걸고 그게 방해를 받으면 비난하는 인물이라고 평했다. 그녀의 특정한 주장이 무슨 이익을 가져오는지에 대해 논란이 벌어졌다. 게다가 반기문에게 가장 비판적인 사람이라도 그가 부패를 묵인했다거나 이와 관련한 수사를 저지하려고 했다고 믿지는 않는다. 이런 부분에서는 반기문이 전임자인 코피 아난보다 더 엄격하다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

그러나 알레니우스의 주장은 대체로 여전히 사실인 것으로 들린다. 즉 반기문은 그 자신이 내세운 개혁 의제를 수행하지 않았고, 그런 일은 무명의 사무부총장인 아샤-로제 미지로에게 대충 맡겨 왔다. 대신 그 자신은 소수의 참모들로 구성된 내부의 권력에 집중해 왔고, 합의를 구하기보다 칙령을 포고하는 쪽을 선택했으며, 반대 의견을 배신으로 간주했다. 한 고위 관리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상황이 바뀌기를 계속 희망하고 있긴 하지만, 사실 그런 희망은 이미 포기했다."

반기문은 함마르셸드나 아난이 가졌던 도덕적 리더십이 없다. 그 자신이 사무총장으로 있는 조직을 이끌지도 못한다. 유엔은 그의 또다른 5년을 견뎌낼 여력이 있을 것인가. 발트하임은 그리 심한 해를 끼치지는 않았다. 1980년대에 유엔은 별로 중요한 존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심지어 다자국 기구를 하찮게 보던 부시까지도 이라크 전쟁을 벌이기 위해 유엔 안보리의 승인을 받으려 했다. 아난이 석유-식량 교환 프로그램 스캔들에 연루되었을 때, 윌리엄 서파이어를 비롯한 미국의 보수파는 피를 찾아 울부짖었다. 그들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과장이었고 아주 솔직하지 못한 것이었지만, (그들은 아난이 부시의 전쟁을 승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목을 치려 했다) 어쨌든 그들의 행위는 그동안 경멸받아왔던 유엔의 정당성을 이상한 방식으로나마 신장하는 결과가 되었다. 유엔의 건강성을 염려한다고 공언하던 보수파가 아난의 후계자인 반기문에 대해서도 똑같이 통렬한 비판을 가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러나 반기문을 쫓아낼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은 백악관이다. 오바마는 핵확산 저지나 기후 변화 대처 같은 자신의 주요 의제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유엔이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말한 바 있다. 그가 최근에 발표한 '국가 안보 전략'은 다음과 같이 명시했다. "유엔이 그 원초적 목표, 즉 국제 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고 세계 협력을 촉진하며 인권을 진작시키는 등의 목표를 제대로 수행할 능력을 갖는 것은 미국에게도 중요한 일이다."

반기문이 유엔의 효과적인 활동을 가로막는 유일한 장애물은 아니다. 오늘날 이 조직이 가진 문제를 본다면 함마르셸드조차 절망하여 두손을 들고 말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유엔 리더십을 갖고는 오바마는 자신이 원하는 데 이르지 못한다. 미국 행정부 관료들은 중국을 비롯한 우방국들과 조용히 협의하면서 새로운 지도자를 찾아야 한다. 유엔을 실제로 이끌 힘과 지명도가 있는 사람이라면 아시아인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반기문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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