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시 캐스터 케이스 섞일雜 끓일湯 (Others)

남혐 사이트에서 직장 상사, 혹은 불특정 남성에게 부동액을 넣은 커피를 타주었다는 진술이 나온다든가 그렇게 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부동액 커피'가 사실인지 허세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부동액이 치명적인 독극물이고 그것을 사람에게 먹이는 것이 살인 행위라는 점만은 명백한 사실이다.

부동액을 활용한 살인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몇 사례가 떠오른다.

미국 뉴욕주 시라큐스 부근에 살던 1967년생 여성 스테이시가 마이클 왈러스와 결혼한 것은 1988년이다. 두 사람은 딸 둘을 낳았다. 살다보니 서로 다투며 소원해졌다.

1999년 말부터 마이클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증상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몹시 피로했고 기침이 나왔으며 몸 여기저기가 붓기도 했다. 이런 증상은 그해 크리스마스 때 심해졌다. 친지들은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보라고 권유했다. 그러나 미처 그러기 전인 2000년 1월 초에 마이클은 집에서 쓰러졌고, 결국 숨졌다.

그는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으로 진단됐다. 그의 누이가 사인이 의심된다며 부검을 하자고 했으나, 아내 스테이시는 의사의 진단이 맞다며 장례를 고집했고, 마이클은 그렇게 그냥 매장됐다. 맏딸인 애쉴리가 11살 때였다.

3년 뒤인 2003년에 스테이시는 에어컨 설비 회사를 운영하는 데이빗 캐스터와 재혼했다. 그녀가 다니던 회사였는데, 말하자면 회사 사장과 결혼한 것이다.

두 해 뒤인 2005년 어느 날 오후 2시, 스테이시는 경찰에 전화를 걸었다. 전날 남편과 부부싸움을 했는데, 그 뒤로 남편 데이빗이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근 뒤 하루종일 나오지 않고 휴대폰도 받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경찰이 찾아와 방문을 부수고 들어갔다. 데이빗은 누운 채 숨져 있었다. 시신 주변에는 부동액 용기가 넘어져 있었고, 테이블에는 녹색 부동액이 반쯤 담긴 유리잔도 있었다. 스테이시는 옆에서 "그이가 죽다니! 이럴 수가! 이럴 수가...!!" 하며 울부짖었다.


당시 현장 사진. 바닥에 부동액 용기가, 테이블에는 부동액을 넣은 유리잔이 보인다.


검시관은 그가 부동액을 마시고 자살한 것으로 보고했다. 그러나 경찰은 현장에서 수상한 점을 찾아냈다. 부동액이 담긴 유리잔과 부동액 용기에서 데이빗의 지문이 나오지 않은 것이다. 유리잔에서는 대신 스테이시의 지문이 나왔다. 또 부엌에 있던 큰 냄비에서 부동액을 담았던 흔적이 발견됐으며, 냄비 가장자리에서 남편 데이빗의 DNA가 검출되었다. 경찰은 스테이시가 (음주 등으로) 이미 통제력을 잃은 남편에게 냄비에 담긴 부동액을 강제로 먹인 뒤 자살로 꾸미지 않았을까 의심하기 시작했다.

어쨌든 데이빗은 장례가 치러졌는데, 특이하게도 스테이시는 자신의 전 남편 마이클의 묘 바로 옆에 데이빗을 매장했다. 한 여자의 두 남편이 모두 급사한 뒤 나란히 매장된 것이다.

스테이시를 의심하던 수사당국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 두 남편의 묘지 근처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집 전화에 도청장치를 달았다. 관찰 결과, 스테이시는 한때 사랑했던 남편들의 묘지를 전혀 찾아오지 않았다.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필요했다. 스테이시가 현 남편을 자살을 위장해 살해했다면, 이유없이 앓다가 심장마비로 돌연사한 전 남편의 사인도 충분히 의심할 만했다.

2009년, 경찰은 논란 끝에 아주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사망한 지 9년이나 된 전 남편 마이클의 묘를 파헤치기로 한 것이다. 이미 부패한 시신을 부검한 결과 에틸렌 글리콜 결정이 검출됐다. 바로 부동액의 주요 성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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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점점 자신을 향해 수사망을 죄어오자, 스테이시는 빠져나갈 궁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누명을 씌울 희생양으로 선택한 것은 바로 자신의 딸 애쉴리였다. 스테이시는 이미 자라서 다른 지역에서 대학에 다니던 애쉴리를 집으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구역질나는 맛이 나는' 이상한 술을 먹으라고 강권했다. 딸은 맛이 이상했지만, 엄마를 믿었으므로 술을 마셨다. 그리고 쓰러졌다.

딸은 17시간 뒤에 혼수상태로 '발견되었다'. 둘째딸이 언니 곁을 잠시 떠났다가 돌아와보니, 없었던 유서가 옆에 놓여 있었다. 아빠(마이클)와 새아빠(데이빗)를 부동액으로 살해한 것이 자신이며, 양심의 가책으로 목숨을 끊는다는 유서였다. 엄마 스테이시는 딸을 데려가는 응급요원의 손에 유서를 쥐어주었다.

애쉴리는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검사 결과 치명적인 분량의 진통제가 투입된 것으로 나왔다. 몇 분만 늦었더라도 사망할 수 있는 분량이었다. 경찰은 정신을 차린 애쉴리에게 아빠들을 죽인 게 사실이며 그런 유서를 썼냐고 물었다. 그녀는 경찰이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가 기억하는 것은 엄마가 이상한 맛이 나는 술을 먹으라고 강권한 것뿐이었다. 엄마가 그렇게 술을 만들어 먹자고 한 적은 한 번도 없던 일이었다.

수사 결과, 애쉴리가 썼다고 하는 유서의 초안이 엄마 스테이시의 컴퓨터에서 발견되었다. 이 문서가 작성된 때는 딸이 대학에 가 있을 때였다. 게다가 친아빠가 살해되었을 당시 애쉴리의 나이는 11살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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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남편 마이클과 스테이시

두번째 남편 데이빗과 스테이시

딸에게 누명을 씌워 죽이려 했던 엄마와 그 딸


두 남편을 죽이고 그 죄를 딸에게 뒤집어 씌운 뒤 살해하려 했던 스테이시는 2009년에 유죄가 인정되었다. 현 남편 데이빗 살인과 딸 애쉴리 살인미수의 죄였다. 전 남편 살해의 죄는 굳이 다투지 않았다. 스테이시는 종신형이나 다름없는 장기형을 선고받았다.

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이렇게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게 한 것일까. 검찰은 돈이 주요한 이유였다고 밝혔다. 전 남편 마이클은 생명보험에 들어 있었고, '심장마비로 사망'한 뒤 스테이시는 거액의 보험금을 받았다. 유복한 집안 출신으로 회사를 경영하던 새 남편 데이빗은 부동산이 많았다. 스테이시는 데이빗의 유언장을 위조하여, 그가 자신과 재혼하기 전에 전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을 재산 상속에서 배제하는 것으로 꾸미기도 했다. 말하자면, 데이빗이 죽으면 그의 부동산은 모두 자기 차지가 되도록 한 것이다.

뉴욕주 감옥에 수감되어 있던 스테이시 캐스터는 한달 여 전인 2016년 6월 11일에 자신의 감방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사인은 아직 조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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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시 캐스터와 비슷한 시기에 남편과 동거남을 차례로 부동액으로 죽인 린 터너라는 여성도 있다. 2007년 종신형을 선고받고 감옥에서 복역하다 2010년에 자살했다.

부동액으로 배우자를 살해한 원조격인 또다른 살인사건에 대해서는 아주 오래 전에 쓴 바 있다. 1998년에 벌어진 이 사건에서는 남편이 아내를 살해한 혐의를 받았으며, 동기는 치정이었다. 피의자 마크 젠슨은 2008년에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전에 쓴 글은 여기까지다), 2013년 항소가 받아들여져 풀려났다. 1심 재판의 핵심 증거로 인정되었던 아내의 편지(자신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것을 이웃에게 알리는 내용)의 증거 능력이 재심에서 부정되었기 때문이다.

막장으로 달리는 할리우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범죄 드라마들이다. 한국에서도 그런 실사판 드라마가 벌어지는 모습을 보고 싶은 사람은 별로 없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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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하나둘 2016/07/29 23:37 # 삭제 답글

    사례를 보니 그 끔찍함에 몸에 더 와 닿네요.
    일반적인 상식으론 도저히 할수 있는 행동이 아닌데 왜 넣은건지정말 이해하기 힘드네요
    더군다나 독극물 표시도 되어있었을텐데
  • deulpul 2016/08/15 00:04 #

    왜 넣긴요! 죽이려고 넣은 것이지요...... 살인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었습니다.
  • Lennon 2016/10/12 15:41 # 삭제 답글

    원래 살인귀였을 리는 없을텐데,
    한 번 성공하니 그 길로 내달린 것처럼 보입니다.
    포아로가 그랬죠. 살인은 습관이 된다고.
  • deulpul 2017/01/16 23:12 #

    세 살 살인이 여든까지 간... 한 사람의 욕심이 여러 사람의 인생을 망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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