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 박물관, 스톡홀름 섞일雜 끓일湯 (Others)

(이미지 철철 -- 데이터 용량 주의)


스웨덴까지 갔으니 SAAB는 몰라도 ABBA는 꼭 만나고 와야 했다.

스웨덴 정부가 주관하는 '스톡홀름 인터넷 포럼' 행사가 끝나고 약간 시간이 남았다. 이 아름다운 도시를 속속들이 살펴보지는 못해도 아바 박물관(ABBA the Museum)은 꼭 들러야 한다.




아바에 대해 따로 말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아바는 스웨덴 출신 혼성 4인조 팝 그룹이다. 1974년 유러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우승하면서 국제적 명성을 얻었고, 그 뒤 수십 년 동안 세계인의 귀를 즐겁게 해 주었다.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았으며, 오랫동안 나를 풍족하게 살찌운 거름 중 하나였다.




아바 박물관은 숙소로부터 꽤 먼 거리. 번화한 거리를 한참 지나 크고작은 다리 두 개를 지나고 배도 한번 타야 하는 여정이다. 하지만 어차피 구경가는 길, 걸어보기로 했다.







마침 이곳의 5월치고는 날씨가 정말 좋아서 사람들의 표정에 생기가 넘쳤다. 행인과 자전거 물결, 대중교통 흐름을 따라 걷는 길은 맑고 아름다웠다. 한쪽은 건물과 도로고 다른쪽은 배가 오가는 항만이라서 위와 같은 길이 펼쳐졌다.




감라 스탄을 옆으로 끼고 돈 뒤 다리를 건너서 또다른 작은 섬인 스켑스홀멘을 가로질렀다. 여기서 아바 박물관이 있는 유르고덴으로 건너가려면 스톡홀름 시내 섬들을 연결하는 페리를 타야 한다. 스톡홀름을 둘러보려면 버스와 지하철, 배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패스를 사면 좋은데, 나는 그럴 여유는 없었고 여유가 있을 때는 주로 걸었기 때문에 패스를 사지 않았다. 배가 닿는 승선소에 있는 자동 발매기에서 카드로 배삯을 지불하고 출력되는 표를 받았다.




가까이 보이는 건너편으로 넘어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분 정도다. 배에서 내리면 관광지 분위기가 물씬 나는 깨끗한 동네다. 한적한 느낌이 들어 더 좋았는데, 사람들이 몰릴 것을 염려하여 일찌감치 길을 나선 덕분인지도 몰랐다. 이 주변에 있는 관광지와 각종 기념물의 방향을 안내하는 안내판이 방문객을 반긴다. 맨 위의 표지가 아바 박물관을 가리킨다.




박물관은 국립박물관이나 자연사박물관 같은 것들처럼 크지는 않다. 그래도 큼직한 건물 하나를 다 털어서 아바에게 바쳤다. 건물 지하에 온갖 전시물이 들어 있고, 1층은 레스토랑과 기념품 가게다.




밖에는 아바의 대형 사진판이 서 있다. 누구나 자기 얼굴을 내밀고 아바가 되어 볼 수 있다. 나도 아바의 아바타가 되어 보고 싶었지만, 내려다보이는 것이 열광하는 관객이 아니라 한적한 뜨락인데다 그런 꼴을 사진 찍어줄 사람도 없어서 그냥 네 명의 뮤즈들을 올려다보기만 했다.




특화된 소형 박물관치고는 입장료가 비싼 편이다. 스웨덴 돈으로 250 크로나, 한국 돈으로 3만2천원 정도다. 입장권을 사면 입장해야 하는 시간이 15분 정도로 지정되어 있는데, 이 시간을 넘기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었다. 들어가면서 바코드를 찍기 때문에 표를 미리 사두면 곤란한 일이 벌어질 듯 싶었다.





입구를 들어서면 바로 지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이다. 벌써부터 화려한 팝 음악이 땅속에서 솟구쳐 나온다. 하데스도 엉덩이를 들썩이지 않고는 못 견딜 듯하다. 하지만 아바 음악은 아니다. 첫 전시관은 유러비전 송 콘테스트가 주제다. 아바의 등단 무대가 된 가요제다. 이 가요제에서 수상한 가수들이 명판에 새겨져 있고, 이들의 무대 의상도 전시되어 있다. 옆에서는 당시 화면이 모니터에서 끊임없이 상영되고, 홀 가운데에는 이 음악들을 직접 불러볼 수 있는 가라오케 무대도 있다. 내가 이곳에 있을 때 노래 부르는 사람은 없었지만, 다른 전시관을 돌아보고 있을 때 돼지 멱따는 듯한 남자 목소리가 장렬하게 들려왔다.

아바 박물관은 전체가 따뜻하고 화려하고 색으로 넘쳤다. 또 음악 박물관답게 도처에서 향기로운 음악이 그치지 않았다. '디스코-판타스틱'이라고나 표현할 만한 분위기였다. 방문객의 연령은 청소년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했고 가족과 함께 온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선입관을 갖고 보지 않더라도 중년층이 관람객의 주류였음은 부정하기 어렵다. 이들은 이 작고도 화려한 음악의 전당에서 디스코-판타스틱한 시절을 보낸 자신의 젊음을 추억하고 있을 것이다.




전시관은 계속 이어진다. 유러비전 송 콘테스트 전시관을 지나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아바다. 우선 큼직한 마키(marquee) 표지가 반겨준다.

이곳을 지나면 5분 남짓한 아바 다큐멘터리를 보여주는 소형 극장이 있다. 극장 안팎에서 아바의 화려한 히트곡들이 스테레오로, 혹은 돌림노래로, 혹은 메아리와 에코로 들려온다. 아바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정신이 혼미할 지경일 텐데, 이곳에 온 이는 필시 아바를 좋아하는 사람일 터이므로, 이들 역시 또다른 의미에서 정신이 혼미할 듯 싶다.

관람 행로는 이들이 투어를 다닐 때 이용했던 자동차들, 화려한 무대 의상, 살림집과 작업실을 재현하고 실제로 쓰이던 악기를 비치한 전시실 등으로 이어졌다.









입장료가 3만원 이상으로 비싼 편이라고 했는데, 내부를 돌아다니다 보면 약간은 이해가 된다. 전시관 곳곳에 노래방 시설이 설치되어 있어서, 홀로 혹은 가족끼리 작은 노래방에 들어가 실컷 아바를 부를 수 있다.




(동영상)

특히 인상적인 곳은 어두컴컴한 극장식 무대에 아바의 공연 장면을 실물 크기 홀로그램 비슷한 영상으로 띄워놓은 데다. 그림자 속에 잠적해 있는 직원에게 아바의 히트곡 중 하나를 신청하고 무대에 올라가면 곧 신청곡을 틀어준다. 아바 멤버들이 해당 곡을 연주하는 영상이 전개되고, 곡을 신청한 관람객도 거기에 섞여 멤버들과 함께 춤추며 노래를 부를 수 있다. 잠깐 아바의 일원이 되어보는 셈이다. 마침 아줌마 세 명이 '댄싱 퀸'을 신청하고 올라가 부르며 논다. 다른 관람객이 무대 아래에서 관객이 되는 모양이라, 비록 어두컴컴하긴 하지만 낯가림을 하는 사람에게는 좀 무리다.


(동영상)

또다른 인상적인 곳은 전세계에서 발매된 디스크를 모아둔 전시관이다. 아바가 여러 나라에서 펴낸 수많은 카세트와 LP 음반과 자켓이 빼곡하게 차 있다. 한국에서도 여러 판이 나왔는데, 여기서는 찾을 수 없어서 아쉬웠다. 이 전시관의 가운데에는 아바가 입었던 무대 의상이 마네킹에게 입혀져 전시되고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무대 의상들은 네 개씩이 한 세트였다.




한국에서 발매된 판은 없었지만 한국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코너가 있긴 했다. 아바의 노래들로 꾸민 뮤지컬 <맘마 미아!>의 각국 공연 장면을 배열한 곳인데, 한국 공연 모습도 당당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제 전시관은 아바를 넘어서서, 최근까지 팝 음악의 흐름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이어진다. 각 시기 대표 가수의 방들이 빼곡히 자리잡고 있다. 중간중간에는 기업 후원자가 기부하여 설치한 방들이 있는데, 여기에는 다양한 악기들이 널려 있다. 전시형이 아니라 활용형으로 배치한 것으로 보아, 아무나 들어가서 연주하도록 하는 목적으로 늘어놓은 것 같았다.

이렇게 전시관들을 돌아다니다 보면 출구인 지상으로 나오게 된다. 추억과 판타지에 흠뻑 젖은 관람객을 맞이하는 것은 당연하게도 각종 기념품들이다. 출구는 자연스레 기념품을 파는 가게로 이어져 있다. 아바 매니아라면 탐을 낼 만한 아기자기한 아이템들이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다. 박물관 공식 기념품들이다보니 값이 대체로 비싸다.

박물관을 둘러보는 데 걸리는 시간이란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이곳은 대략 한 시간 정도면 충분히 볼 수 있다. 나는 넉넉히 시간을 쓰다 보니 두 시간이 넘었다. 근처에는 명소로 꼽히는 또다른 박물관이 있다. 침몰한 17세기 거대한 배를 인양해 그대로 보존, 전시하는 바사 박물관(Vasa Museum)인데, 이곳까지 둘러볼 시간은 없었다. 그래도 몇 백년은 안 돼도 몇 십년 거슬러 올라가는 정도로도 충분히 고맙고 만족스러웠다.



현실로 돌아오는 뱃길. 왼쪽에 배의 마스트들이 보이는 곳이 바사 박물관이고 아바 박물관은 오른쪽 끝 갈색 건물의 뒤편에 있었다. 이제 서둘러 공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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