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하지만 자리 좀 바꿔주세요" 섞일雜 끓일湯 (Others)

비행기 팔걸이 신경전 그만…옆좌석 비우고 가자

좁은 공간에 좌석이 꽉 차 있는 비행기 자리(이코노미)가 불편하기 때문에, 항공사들이 좌석 여유가 있을 때 옆이 빈 좌석을 약간의 웃돈을 얹어 판다는 것이다.

옆자리가 비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안락감은 큰 차이가 난다. 특히 재수가 없어서 이웃을 잘못 만날 땐 더 그렇다. 옆에 앉은 인간이 좌석을 분리하는 팔걸이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무시할 경우 여행 내내 피곤해진다. 기사 제목처럼 '팔걸이 신경전'을 해야 하는데, 사실 저쪽은 신경전을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신경 끄고 제 몫으로 여겨 사장님, 의원님 포즈로 느긋하게 간다.

그래서 나는 고속버스도 옆자리에 사람이 있는 우등보다 사람이 없는 일반 버스가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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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여행, 될 수 있으면 편하게 가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인지상정이라고 이해하는 것, 즉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사람도 그러리라는 것을 이해하는 일은 불행히도 인지상정이 아니다.

대여섯 시간 걸리는 동남아행 때 일이다. 체크인을 하면서 좌석표를 봤더니, 마침 창쪽으로 세 자리가 나란히 비어 있는 자리가 있다. 승객이 적지 않았는데도, 나란히 빈 좌석이 용케 남았다. 나는 내 몫으로 정해진 좌석을 바꾸어 세 자리의 가장 창쪽으로 자리를 잡고 표를 발권했다.

탑승이 완료되고 비행기가 출발한다는 안내가 나오자 한 남자가 찾아왔다.

"저기, 죄송하지만 저희가 일행이 있어서 그런데 뒷쪽으로 자리를 좀 바꿔주시면 안 될까요?"

그를 3초 정도 멍하게 쳐다보았다. 그동안 머리 속에서 복잡한 생각이 명멸했다: 친절하고 수더분한 사람이 되려면 그 정도 편의는 봐줘야 할 듯하다. 동반자와 함께 앉아 여행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잘 이해가 된다. 하지만 뒷쪽 자리가 어떤지는 알 수 없다. 일행이 함께 앉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아 옆이 빈 자리는 아닐 것이다. 새로 옮길 자리의 이웃은 아주 예의바르고 조용한 승객일 수도 있지만, 안하무인인 진상일 수도 있다. 편안함이 보장된 자리를 버리고 새로 그런 운에 맡겨야 한단 말인가? 나는 이 자리를 일부러 선택했다. 그런 선택을 포기해 달라는 것인가? 두(세) 동반자가 나란히 앉아서 가는 이득과 내가 옆사람의 월경(越境)과 코골이를 불편해 하며 자리 바꿔준 것을 내내 후회하는 불이익 중 어떤 것이 비중이 클까. 객관적으로는 어떻고 내 주관적으로는 어떨 것인가.

나는 남자의 부탁을 정중하게 거절했다.

"죄송하지만 저는 그냥 여기 앉고 싶습니다."

그는 예의바르게 인사를 하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나는 불편하고 불안한 마음이 되었다. 내가 잘한 것인지, 너무 야박하게 군 것은 아닌지, 그냥 양보를 할 걸 그랬나, 그래도 내 편의도 중요한데......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그런 상황이 벌어진 데 대해 갑자기 짜증이 솟구쳤다.

그런 지 채 30초도 지나지 않아 옆이 소란해졌다. 웬 젊은 여자 둘이 손가방을 들고 내 옆으로 와서 털썩 앉은 것이다. 이들은 내게 한 마디도 양해를 구하지 않았다. 어차피 빈 자리, 네놈 것도 아닌데 누가 앉아서 가든 어떠랴 싶었던 모양이다.

허허허허허허허

남자의 부탁을 거절하고 속이 상하던 마음은 돌연 무의미해졌다. 일껏 옆자리가 빈 좌석을 택하고 편안한 여행을 바랐던 내 기대는 순식간에 어이없이 무너졌다.

꼭 편안한 자리를 원하거나 일행과 같이 가고 싶다면, 탑승 전에 그렇게 되도록 도모하는 게 옳을 것이다. 그런 기회를 차버리고, 뒤늦게 비행기 안에서 남의 안락함과 자신(들)의 불편함을 바꾸려 하는 것은 옳아 보이지 않는다.

객석이 텅 비어 어느 누구에게도 영향을 주지 않는 상황이라면 다른 자리로 옮기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그 경우에도 나는 지정된 좌석에 앉아 가는 편이 옳다고 생각하긴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정해진 좌석에 앉는다'라는 상식적인 약속을 서로 지키는 것이 합당한 일이라고 본다.

내가 편안하고 즐겁게 여행하고 싶은 것처럼 남도 그렇다는 당연한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은 여행 여정을 챙기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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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자그니 2017/07/26 13:11 # 답글

    전 그냥... 저도 편하게 가고 싶습니다-라고 말합니다... 라지만, 전엔 팔걸이에 다리를 올리신 할아버지를 만났는데 치워달라해도 또 올리시고, 또 올리시고 그러시니 나중에 포기하게 되더군요... 비행기에서 자리 이동은 비행기 이륙 후, 승무원에게 얘기하고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아무튼 작은 예절이 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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