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건강의 주적, 홍준표 때時 일事 (Issues)

문재인 정부가 세수 확충을 위해 증세 계획을 발표하자, 자유한국당 홍준표는 새 계획에 구정물을 확 끼얹었다. 담뱃값을 내리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사실 담뱃값 인하는 지난 대선 시기 홍준표의 공약이었다. 나름대로 일관성을 가진 주장인 셈이다. 그러나 이것은 겨우 서너 달을 기준으로 했을 때 그렇다. 기준 시기를 서너 해로 확장하면, 일관성이란 말 대신 모순, 식언, 자가당착 같은 말이 어울리게 된다.

2015년 초에 홍준표가 몸담았던 당시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가 담뱃값을 대폭 인상했을 때, 문재인이 몸담았던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은 이에 반대했다. 따라서 여야가 바뀐 지금, 담뱃값 인상에 대한 양자의 입장 역시 바뀐 것으로 비칠 수 있고, 양자 모두 식언을 하고 있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그래서 자가당착의 극치처럼 보이는 홍준표도 다음과 같은 말을 하고 있다.


홍 대표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저희 당에서 담뱃세, 유류세 등 서민 감세를 추진하고 있는 것을 거꾸로 민주당에서 비난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담뱃세 인상한 건 너희(한국당)인데 왜 지금 와서 인하하느냐'고 비난하지만 담뱃세 인상 때 그리 반대한 민주당이 왜 (담뱃값 인하에) 반대하고 있는지 그것도 아이러니하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여당으로서 '국민 건강 증진'을 명분으로 담뱃세 인상에 앞장섰던 한국당이 야당이 되자 담뱃값 인하를 추진한다는 점은 역설적이지만, 그 당시 "서민 호주머니를 터는 꼼수 증세"라고 반발했던 민주당이 담뱃세 인하를 반대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논리였다.


아닌 게 아니라, 2015년 새누리당(한국당)의 담뱃값 인상과 2017년 민주당의 담뱃값 인하 반대는 모두 고액 담뱃값이라는 결과를 낳는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다.

민주당과 정부가 담뱃값 인하에 반대하고 현재 수준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은 오로지 세수 때문이다. 국민 앞에 내어놓은 많은 복지, 일자리 공약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돈 나오는 구멍이라면 모두 후벼파야 할 상황이다. 국민의 반발을 겪긴 했지만 어쨌든 2년 반 동안 기정사실화한 담뱃값, 세수에 상당한 보탬이 되고 있는 담뱃값을 지금 인하할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는 상황이다.

홍준표의 주장과는 달리, 민주당과 문재인이 담뱃값이라는 장치를 통해 서민만 쥐어짜는 것은 아니다. 그건 홍준표들이 한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고소득층 증세라는 방향을 잡았다. 박근혜 정부가 그런 일을 병행했더라면, 담뱃값 인상에 대한 저항은 그처럼 크지는 않았을 것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담뱃값을 대폭 인상하면서 '세수 확충을 위해서'라는 솔직한 말을 하지 않았다. 국민에게 엄청난 부담을 주는 조처를 단행하면서, 오로지 국민의 건강을 위한 것처럼 포장했다. 담뱃값을 대폭 인상하면 금연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처럼 선전했으며, 흡연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담뱃값 인상이라는 극단의 조처를 취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구라를 쳤다. 2014년 9월에 담뱃값 대폭 인상을 예고한 당시 문형표 복지부장관이 그랬으며, 이런 구라 주장은 국책기관인 한국건강증진개발원과 조세재정연구원이 뒷받침을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어서 재정수입을 늘이려는 꼼수였음은 누구나 다 알고 있었다. 게다가 과거의 경험은 담뱃값을 올려도 시간이 지나면 금연 효과는 사라진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당시 쓴 글에서, 박근혜 정부의 담뱃값 인상은 '국민 건강 증진책'이라는 그들의 구라와는 달리 오로지 세수 확대책이며, 담뱃값을 올리면 흡연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도시전설과 프로퍼갠더일 뿐이며, 따라서 담뱃값 인상은 휴가지에서 사람들을 괴롭히는 바가지 상술과 흡사하다고 썼다.




유례없이 대폭으로 담뱃값을 올린 2015년 인상 효과는 실제로도 불과 한 해가 지나자 사라져버린 것으로 입증되었다. 애초에 담뱃값 인상폭을 2,000원으로 결정한 것 자체가 '많은 사람이 금연을 하여 세수가 떨어지지는 않는 최대치'를 선택한 것이었지만, 담배 판매량이 원상회복되면서 예상보다 더 많은 돈을 긁어들인 셈이다.

지금 홍준표의 주장을 그들 자신의 논리로 다시 말하자면 다음과 같이 된다: 홍준표는 담뱃값을 인하하여 한국의 흡연자를 대폭 늘리고 한국 국민의 건강을 망치며 흡연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엄청나게 증가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히 국민 건강의 주적이라 할 만하다.


※ 예전에 썼던 담뱃값 인상 관련글 "바가지 상혼을 격퇴하는 매직 넘버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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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ㅇㅇ 2017/07/27 21:18 # 삭제 답글

    담뱃세 올릴 때 민주당도 가만히 있었으면 글이 정말 깔끔했었을텐데요. 과거의 민주당을 줘팸해야할까요.
  • deulpul 2017/10/08 12:13 #

    이슈에 대해 진영으로 문제를 접근할 때의 필착 수순이라서, 지금도, 또 앞으로도 꾸준히 벌어질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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