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추 거리에서 본 것들 섞일雜 끓일湯 (Others)

사진: Daum 지도


불광동에 일 보러 다녀오는 길. 버스를 타고 송추를 거쳐 사패산과 북한산을 에둘러 간다.

도심 거리도 아니고 그렇다고 시골 거리도 아닌 어중간한 교외 가로에 늘어선 벚나무는 조금씩 갈색 물이 들고 있다. 그 가로수 아래와 도로변 풀숲에는 훈련중인 병사들이 숨은그림찾기 아이템처럼 군데군데 은닉해 있다. 우람한 장갑차와 더 우람한 전차는 좀더 노골적으로 곳곳에 배치됐다. 이 차량들은 영양탕집, 백숙집, 갈비집들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갈비와 백숙을 먹으러 온 사람들이 무장 장갑차 옆에 차를 대고 고기를 먹으러 들어갔고, 얼굴에 위장크림을 바른 병사들은 포탑에서 그런 사람들을 내려다 봤다.

길게 이어진 송추 도로변에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된 간이 진지에서 병사 두세 명이 거리로부터 등을 돌리고 뭔가를 했다.

조경용 거석과 조경수를 집적해 놓은 공터에서는 한 여성이 흐린 하늘 아래 기타를 쳤다. 돌 위에 올려둔 종이 악보가 바람에 살랑였다. 기타 소리는 바로 옆 부대 안으로 살랑살랑 흘러들어갈 것 같았다.

등산로로 연결되는 정류장마다에는 등산복 차림의 중년 남녀들이 우르르 타거나 내렸다. 우울하고 찡그린 표정은 하나도 없다. 먼저 와서 기다리던 사람들과 나누는 심드렁한 악수가 정겨워 보였다. 그 사이에 섞여 내린 비구니 스님 하나가 제 갈 길을 갔다.

식당 앞 마당에서는 아주머니 두 분이 큰 고무통을 앞에 놓고 배추를 다듬었다.

농가 움막 옆에 비닐하우스만큼 큰 자기 집 앞에 서서 오가는 차를 보며 세월을 죽이는 흰색 개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과는 달리 늠름해 보였다.

34번 버스를 운전하는 기사는 맞은편에서 버스가 다가와 지나칠 때마다 손을 흔들었다. 같은 회사가 아님이 분명한 서울시내 버스 기사에게도 손을 흔들었다. 상대방을 향해 손을 흔들고 인사하는 것이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고 여유롭게 해 주는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닌지 잠시 생각해 봤다.

은평신도시에서는 여전히 공사가 한창이었다. 일찍 점심을 먹은 일꾼들이 군데군데 모여 담배를 피웠다. 식당 옆 구차한 공간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저녁에만 봤었다. 같은 모습을 낮에 보니 낯설게 느껴졌다.

멀리 북한산은 변함없이 서 있었다. 산의 동쪽, 도봉구에서 보는 백운대나 인수봉은 포근해 보이는데 송추나 연신내 쪽에서 보는 산은 늘 어둡고 힘들어 보인다. 희망을 조금씩 잘라 길에 흘려보내며 보던 산, 친구를 공항에서 떠나보내고 돌아오면서 보던 산, 산의 서녁 얼굴은 내겐 언제나 상실의 이미지다. 앞으로도 많이, 힘껏 잃어 보내야겠지. 상실할 힘이라도 있는 게 다행이다.



Advertisement


 

덧글

댓글 입력 영역



Adsense

Adsense2

구글 애널리틱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