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의 척당불기는 어디 있었나

'척당불기(倜儻不羈)'라는 낯선 사자성어가 난데없이 관심을 끌고 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때문이다.

2016년 9월에 열린 1심 재판에서 홍 대표는 징역 1년 6개월, 추징금 1억 원의 판결을 받았으나, 올해 4월의 2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그리고 지난 12월 22일 열린 상고심에서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재판에서는 척당불기라는 글을 적은 액자가 논란이 되었다. 2011년에 성완종의 돈을 전달했다고 하는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 홍 대표의 의원실에서 돈을 건네줄 때 이 액자를 보았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액자가 실제로 의원실에 있었다면 돈을 준 사람들의 주장에 신빙성이 더하게 된다.

이에 대해 홍 대표는, 이 액자가 의원실에 걸려 있지 않았고 당(한나라당) 대표실에 있던 것이므로 윤승모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돈을 받지 않았다는 사람의 주장에 신빙성이 더하게 된다.

그런데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지 사흘 뒤인 12월 25일 뉴스타파는 홍 대표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증거를 찾아냈다. 2010년에 홍 대표가 기자 간담회를 하는 동영상 속에서, 그의 의원실 벽에 걸린 척당불기 액자를 찾아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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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대표의 주장과는 달리, 척당불기가 그의 의원실에 걸려 있었다는 것은 다른 사실로도 확인이 된다.

2011년 7월, 한나라당 대표에 당선된 홍준표 현 자유한국당 대표는, 여의도의 당 대표 사무실에 문제의 액자를 내걸었다. 이것은 홍 대표의 주장, 즉 척당불기가 의원실이 아니라 당 대표실에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표실에 액자를 갖다 건 지 얼마 안 되어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 이 액자의 글자가 틀렸다는 주장이 나와서이다.

"성균관대 전광진 교수(중어중문학)는 1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두 번째 글자는 ‘당’이 아니라 ‘당(빼어날 당)’자를 써야 맞다”고 말했다. 사람인(人) 변이어야 맞는데 마음심(心) 변을 썼다는 것이다. ‘당(心+黨)’은 깜짝 놀라거나 경황없다는 뜻으로 ‘창’으로도 읽을 수 있어 자칫하면 ‘척창불기’가 돼 버린다."

이런 논란이 제기되자, 홍 대표는 대표실에서 액자를 떼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그 뒤 이 액자가 어디로 갔는지는 알 수 없다. 홍 대표는 척당불기를 뗀 자리에 '의자제세(義者濟世)'라고 쓴 액자를 '급히' 갖다 걸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해프닝을 보도한 <동아일보> 기사에는 다음과 같은 부분이 나온다.

"홍 대표는 평소 ‘뜻이 크고 기개가 있어서 남에게 얽매이거나 굽히지 않는다’는 뜻의 이 글귀(척당불기)를 자주 인용했다. 7·4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직후 “당의 위기를 척당불기의 정신으로 헤쳐 나가겠다”고 말했고, 14일 관훈클럽 토론회 모두발언에서도 “나는 척당불기란 말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대표실 벽에 걸렸던 액자의 글씨는 평소 친분이 있던 한 서예가가 홍 대표에게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가 되기 전에는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벽에 걸려 있었다."

기사에 따르면 2011년 7월에 당 대표가 되기 전에 척당불기 액자는 홍 대표의 의원실에 있었으며, 결국 그가 돈을 받은 혐의를 받는 그해 6월은 액자가 의원실에 있던 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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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에 따르면, 의원실에서 돈을 주면서 척당불기를 봤다는 윤승모의 주장에 대해 홍 대표는 재판에서 '척당불기라고 쓰여진 액자는 의원실이 아닌 한나라당 당대표실에 걸려 있었으며 척당불기 액자는 단 한번도 의원실에 걸려 있지 않았다, 의원실에는 의자제세라는 글씨가 붙어 있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위의 동영상을 자세히 보면, 홍 대표의 주장처럼 의자제세 액자도 등장한다.




말하자면 척당불기, 의자제세 모두 한나라당 대표가 되기 전에 홍 대표의 의원실에 걸려 있었으며, 당 대표가 된 뒤 의원실에서 대표실로 차례로 옮긴 모양이 된다. 두 액자 중 하나만 걸려 있었다고 하는 홍 대표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게 된다.

홍 대표가 성완종 전 회장의 돈 1억 원을 받았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액자에 관한 한 그가 거짓말을 하거나 심각한 착오를 일으키고 있는 게 분명한 것처럼 보인다.

※ 척당불기(倜儻不羈): 뜻이 크고 기개가 있어서 남에게 얽매이거나 굽히지 않음.
※ 의자제세(義者濟世): 의로운 이가 (혹은 의로움이) 세상을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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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7/12/28 17:1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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